활황 장세의 메커니즘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심리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이 도움을 받아서 활황 시장은 터무니없이 높은 주가를 기록한다. 이런 상황이 나타나면 보통 모든 경제 부문에서 물가가 오르는데, 사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실제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처럼 느낀다.
이렇게 착각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어떤 식료품 도매상을 예로 들어서 살펴보자. 이 식료품 도매상은 1909년 1월에 1만 달러어치의 창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브래드스트리트 물가 지수는 8.26이었다. 일 년 뒤인 1910년 1월에 이 물가 지수는 9.23으로 높아졌다. 만일 창고 물량의 목록에 포함된 여러 식표품들의 가격이 이 지수 상승률만큼 상승했다면, 그리고 일 년 전의 재고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창고 물량의 가치를 11,174달러로 계산할 수 있다.
이 도매상은 일 년 동안 별다른 노력 없이 1,174달러를 거저 얻은 셈이 된다. 하지만 이 이익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실제로 발생한 이익이 아니다. 1910년 1월의 1,174달러로는 1909년 1월에 1만 달러로 살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이 도매상은 일 년 전보다 부자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 착각 때문에 개인 생활에서나 사업에서 그의 씀씀이는 점차 헤퍼진다.
물가가 오름으로 해서 부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짐으로써 나타나는 이차적인 결과는 일차적인 결과보다 훨씬 중요하다. 즉, 위에 식료품 도매상이 여분으로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소득 1,174달러로 오토바이를 산다고 하자. 이런 행위는 오토바이 산업을 활성화시킨다. 이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여분의 소득이라고 생각하는 돈으로 오토바이를 살 것이기 때문에 오토바이 회사들은 생산 설비를 늘린다. 이렇게 해서 원자재와 부품 소비가 늘어나고 고용도 확대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오토바이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이런 현상은 똑같이 일어난다. 그리고 물가는 더욱 올라간다. 결국 식료품 도매상에게는 다시 또 다른 가상의 여분 소득이 발생하는데, 이 소득으로 그는 집을 넓히고 새 가구를 산다.
주식 시장에서는 산업의 확장과 물가 상승이 주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심리적인 것이고, 식료품 도매상은 오토바이나 가구를 사면서 들인 돈을 벌충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저축을 해야만 한다.
다시 상승한 주가와 물가는 서로 자극하고 영향을 미친다. 만일 이 식료품 도매상이 1,174달라는 가상의 수익 이외에도 여러 가지 증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들의 가격이 10퍼센트 올랐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지출의 범위를 더 늘릴 수 있다. 주가가 10퍼센트 올랐다는 발표가 나오면 아마도 직원을 몇 명 더 뽑고 씀씀이도 더욱 헤퍼질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확신과 열광은 마치 호수에 던진 돌이 파문을 일으킨듯이 더욱 멀리 퍼져 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주식 시장에도 충실하게 반영된다.
그 결과는 이렇다. 1902년이나 1906년에 그랬던 것처럼 높은 주가와 열에 들뜬 거래 행위들은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 허상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허상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돈으로 측정하며 또 이 돈의 가치가 늘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의 가치는 쇠나 토마토의 가격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밀의 화폐 가치를 산정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어서, 화폐의 밀 가치를 따져 보려고 하면 머리가 아프다.
이런 가공의 현실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주식 시장이 경제의 지표로 기능하면서 우선 주가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와중에도 전체적인 경기는 여전히 활발하게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월스트리트에서 농간을 부린다고 떠들어 대며, 여기에 이 악덕 투가꾼들을 지구에서 쓸어 버려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사실 주식 시장은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 인기를 끈 적은 없다. 하지만 주가 하락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 복지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장차 경제계 전반에 닥칠 재앙의 충격파를 완화하며 또 재앙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함으로써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 시장에서 벼락 경기의 마지막 시점을 파악하는 것은 공황의 마지막 시점을 파악하는 것보다 일반적으로 더 어렵다. 하지만 원칙은 간단하다. 공황이 끝난 뒤에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유동 자금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벼락 경기에서 주가의 상승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유동 자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다. 유동 자산이 말라 간다는 것은 콜 금리와 정기 대부금의 금리가 오르고 상업 어음의 금리가 점차 오르는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식 투자의 심리학> --- 조지 C. 셀든 지음 I 이경식 옮김
첫댓글 감사합니다.
활황장세의 매커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