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가는 길 (moontan road)
일단 이름이 멋지잖아.
게다가 문탠이라니, 선탠도 못해봤는데 문탠을 시켜준다는 말에 꼭 한번 가고싶었다.
집에서 지하철 1호선을 한번 -3호선 -2호선 -마지막 해운대역 앞 지상으로 나와서 버스로"삐,환승입니다"
라는 소리를 들으며 여행을 하니 좀 미안하다. 차를 네 번 탔는데 기사가 안보여 차비는 쪼매 냈다.
사람얼굴만 쳐다보는 지하보다는 역시 여러많이 보이는 땅위가 좋다.
버스가 해운대 시장으로 들어갔다. 얼마만이냐. ‘해운대 영화촬영한 곳’이란 간판도 보이고, 암소갈비, 온천장,
이쪽저쪽 고개를 바삐 돌리며 촌스럽게 즐긴다. 바닷가로 나가니 그림의 떡인 높다란 호텔들이 바다를 가로 막는다.
버스가 돌더니 달맞이 언덕옆 옛 AID(주공)아파트로 들어선다. 사람은 안 보이고 적당히 무너져 폐허처럼 방치된 듯,
아마 재개발을 하려나보다. 지진과 노후로 인해 지반침하등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본 듯도 하다. (이곳은 대학 때 어떤
머스마 따라 한번 왔던 곳이다. 미팅해서 만난 아인데 저거 형 집에 심부름 가는데 따라갔었다. 그때 머때매 이까지 따라왔
는지, 지나고 보니 어릴땐 이거 저거 재지 않고 살았나 보다. 그래서 ‘어릴 때’ 라 불리겠지)
집합장소인 송정주유소 앞에서 팔뚝이 탐스런 교감샘이 사주시는 ‘비비빅’을 먹으며 일행을 기다렸다.
4시 반, 9월 5일 오후인데도 날씨가 덥다. ‘길없음’이라는 팻말이 우리의 출입구이다.
산길이 뭐 이래! 어디서 먼지를 가져와서 뿌려놓은 듯 걸을 때 마다 포르르 문지가 인다. 앞 남자가 얌전히 걷지만
종아리가 벌써 허옇다. 문이 영어인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문지 문’짜다. 숨을 가능한 코로 쉬며 아낀다.
대장 말이 얼마 전 비로 유실된 길을 새로 만드는 중이라 한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니 첫 포인 구덕포 바다가 보인다. 햐! 언제 봐도 좋다. 왼편으로 송정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고
바다가 심심치 않을 만큼의 배가 파도를 타고 , 홀로 돛을 잡고 용쓰는 사람도 보인다. 바람이 살살 불어 바다가
더욱 살아있다. 참았던 숨을 한껏 들이킨다. 세상을 들이키지만 들어오는 공기는 참 째째하다. 통 큰 바다가 내게
다 주지만 받을 내가 소잡은 걸. 고개를 송정편에서 해운대쪽으로 주욱 돌려보니 수평선이 휘었다. 지구는 둥글다.
기차소리가 바닷길을 장식한다. 동해 남부선, 고래를 잡으러 영일만 까지 칙폭거릴것이다.
다시 한적한 산책로를 지나자 아담한 야외공연장이 보인다. 무대천장이 접시모양의 낮달이다. 보름달스럽게 앉아서
가져온 생탁과 각종 간식으로 전을 벌린다. 생탁을 가지고 서로 안 흘리고 잘 딴다고 남자어른들이 경쟁을 한다.
음식 앞에선 모두 웃음이다.
두 번째 포인 청사포다. 바위절벽에 엉거주춤 걸터앉아 바람에 나부끼는 파도를 바라본다. 한없는 바다는 그 속처럼
색깔또한 다양하다.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돌이구르는 소리를 들으니 앙장구와 고동이 보이던 어릴 때 영도 앞바다가
생각난다. 철심을 박아 몇십년간 고정시킨 다리를 재활시키기 위해 금순이를 찾던 영도다리가 곧 철거된다는 얘기를
나누며 고향영도를 향해 묵념하였다. 재호대장이 고향누나에게 손가락으로 대마도를 대접해 준다.
저기가 영도고 고 앞이 형제섬이고 더 앞쪽으로 오륙도라고 설명을 해 준다. 먼 먼 산을 보고 저기가 어느봉이고 라고
각자 자기 손가락끝으로 각자 다른 산을 쳐다보듯이 모두들 망망한 바다의 어디를 보는지도 잘 모르면서 고개들을 끄덕인다.
맞겠지 하면서.
마지막 포를 향해 가면서 서쪽하늘을 쳐다본다. 오늘은 해가 밉다. 빨리 져 주어야 moon이 이길텐데. 키큰 은숙이가 달은
서쪽에서 뜬다고 잘난체 한다. 나보다 높은데를 보고사니 그런 줄 알았다.
6시 56분. 산길에 드문 드문 박혀있던 말뚝에 불이 들어왔다. 야 ,신난다. 해가 졌다는 말이다. 각 말뚝에는 하현달에서부터
보름달까지 점점 커지고 작아지는 달이 여러 개 있었다.
미포에서 해가 지니 저 멀리 동백섬에서, 바다위에서 불을 밝힌 광안대교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놀며 쉬며 2시간 걸었다.
달맞이 고개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해운대는 자랑스럽도록 아름답지만 해운대에서 바라보는 달맞이 고개는 자연을 쏙쏙
뽑아낸 자리에 소나무대신 빌라들이 들어앉아 정말 안타깝고 슬픈 실수를 저지른듯하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뒤를 돌아보아도 달이 따라오지 않는다. 결국 달은 주막집의 막걸리 잔에서 찾아야만 했다.
부산의 삼포, 발을 담구어도 즐겁고 위에서 바라보기만 하여도 무척 후련하다
첫댓글 근사한 경치네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휘영청 보름달이 댕그러니 걸려 있을 때 가면 운치 있겄구먼여.....(엉뚱한 야설: 그거 아세여? 청사포로 넘어 가는 달맞이 고개에 있는 장급 숙박업소의 숙박률이 거의 300%에 육박 한다는 거.....ㅋㅋㅋ)
문탠 로드, 그 이름이 생기기 전(선사시대)에 몇 번 이 길을 갔지요. 산에 다니는 게 부쳐서 꿩대신 닭으로. 근디 ~ 해조음허고 달빛 허고. 정말 좋아요. 언제 에세이스트 식구들 놀러 오세여, 부산의 명가수 김병기, 애린 동무 등등등. 기다려요.
선생님이 앞장서시고 중간에 손님들 줄세워서 제가 뒤를 보겠습니다. 달빛 나와라 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