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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안시이처순, 애락불능입야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자연에 순응하면,
슬픔도 기쁨도 없으며 속박에서 해방된다. -장자
<장자>
장자(莊子:?BC369~BC286?)는 이름이 주(周)요 자는 자휴(子休)로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몽읍(蒙邑)[지금의 허난성 상치우(商丘)]에서 태어난 유명한 사상가이자 문학가이다. 장자는 고향에서 칠원(漆園 : 옻나무 밭)을 관리하는 칠원오리(漆園傲吏)라는 벼슬을 지내기도 하였으나 곧 벼슬을 내려놓고 은거하며 도가사상의 꽃을 피웠다. 노자와 열자, 양주의 사상을 계승하였으며 노자와 함께 도가의 창시자라 불린다.
<장자>는 본래 총 52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은 7편의 내편,15편의 외편,11편의 잡편으로 구성되어 33편만 전한다. 이중 내 편은 장자가 집필하고 외편과 잡 편은 그의 제자와 후학들이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내 편이나 외편에 각기 장자가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있고 또 각기 장자의 기록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1. 만물제동론-도의 눈으로 보면 만물은 평등하다
장자는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세상 모든 것들의 대립과 구별 및 차별은 도의 관점에서 보면 무의미하고 또 선악, 미추도 그러하다는 <제물론>을 주장한다. 여기에는 편협한 입장에서 벗어나 道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게 되면 일체의 대립과 차별은 사라지고 절대 무차별한 우주의 존재 원리인 道에 귀일하며 제동(齊同 :그 어떤 차별도 없이 똑같아짐) 하게 된다는 만물제동(萬物齊同)
2.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고 동일한 실제의 양면에 불과
3. 단일한 전체의 양극을 나타내는 상대적인 것으로 결국 궁극적으로 도로 합해진다는 만물제일사상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즐거움과 고통, 삶과 죽음 등은 서로 독립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동일한 실제의 양면, 즉 단일한 전체의 양극을 나타내는 상대적인 것으로 결국 세계를 초월해 존재하는 궁극적인 원리인 道로 합해진다는 만물제일(萬物齊一), 그리고 道의 관점에서 보면 나와 자연(만물)은 따로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의 한 부분으로 궁극적으로는 하나가 되는데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경지에 있을 때만 인간은 비로소 자유스러울 수 있다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절대 자유의 경지)의 경지를 포함된 개념이라 말한다.
안시이처순 - 세상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라
그러면 그의 언행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기서 그는
"차부득자 시야 실자 순야 안시이처순 애락불능입야(且夫得者 時也 失者 順也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하물며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때를 만났기 때문이고, 세상을 떠나는 것도 하늘의 뜻에 따른 것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때를 받아들이고 자연의 순리에 따른 다면 슬픔이나 기쁨이 끼어들 틈이 없다."<대종사편>)라면서 세상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라하고,
"오문지어사 유기계자심유기사 유기사자심유기심 기심존어흉중즉순백불비 순백불비즉신생불정 신생불정자 도지소불재야(吾聞之吾師 ,有機械者心有機事 ,有機事者心有機心. 機心存於胸中則純白不備, 純白不備則神生不定, 神生不定者, 道之所不載也 : 내가 스승님께 듣기로 기구라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요령을 피우기 마련이고, 요령을 피우면 교활한 마음이 생기는 법이며, 교활한 마음이 생기면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없고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면 도가 깃들지 않는다"<천지 편>)라 말하면서 사람의 마음은 더욱더 많은 것을 누리길 좋아하고 더욱더 편하길 좋아하니 자신을 늘 경계하며 살라하고,
또 "부이이합자 ,박궁화환해상기야, 이천속자, 박궁화환해상수야(夫以利合者,迫窮禍患害相棄也, 以天屬者,迫窮禍患害相收也 :이익으로 맺어진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를 버리지만 하늘이 맺어준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를 포옹한다.")라면서 시류에 편승해 흐르는 인간의 심성을 꿰뚫어보라 말한다.
또 "차 군자지교담약수 소인지교감약례, 군자담이친, 소인감이절, 피무소이합자, 즉무고이리(且 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禮, 君子淡以親,小人甘以絶,彼無故以合者,則無故以離":또한 군자의 사귐은 맑고 깨끗한 물처럼 겉치레 없이 평범하게 오래 이어지지만 소인의 사귐은 그렇지 못하다. 서로에게 이익이 될 때에는 달콤하게 친한 척 하자만 이득이 없으면 그 관계는 쉽게 끝난다. 아무 이유 없이 맺어진 것은 또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산목편>)라고 하면서 인간의 속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리고 "다남자즉다구 부즉다사, 수즉다욕, 시삼자, 비소이양덕야, 고사(多男子則多惧, 富則多事, 壽則多辱, 是三者, 非所以養德也, 苦辭 :자손이 많으면 걱정이 늘고, 부가 쌓이면 일이 많아지며, 오래 살면 욕볼 일이 많다. 이 세 가지는 덕을 기르는데 방해가 되니, 나는 이들을 원치 않는다.")라 면서 자손의 번창이나 부의 축적, 장수 등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님으로 지나침이 없도록 살라 말한다.
또한 "교자노이지자우,무능자무소구, 포식이오유 범약불계지주 허이오유자야(巧者勞而知者憂, 無能者無所求, 飽食而敖遊, 汎若不繫之舟, 虛而敖遊者也 : 교묘한 재주를 가진 자는 수고로운 일이 많고, 많이 아는 사람은 걱정이 많다. 무능한 자는 바라는 것이 없으며, 배불리 먹고 마음껏 노는 것이 마치 줄을 매어놓지 않는 배처럼 소요한다 "<열어구편>) 재주나 지식은 많을수록 일이 쌓이므로 어리석은 자 같이 사는 삶이 편하다고 한다.
또 "재기무거,형물자착,기동약수,기정약경,기응약향,물호약망,적호약청,동언자화,득언자실,미상선인이상수인(在己無居, 形物自着, 基動若水, 其靜若鏡, 其應若響, 芴乎若亡, 寂乎若淸, 同焉者和, 得焉者失, 未嘗先人而常隨人 : 나에게 속한 것은 내 것이 아니요 타인에게 속한 것은 타인 스스로의 것이니, 그 움직임이 물과 같고, 멈춰있음이 거울과도 같으며, 그 반응은 메아리와도 같다. 황홀함은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고, 고요함은 마음이 맑고 깨끗함 같으며, 무엇을 얻는 것은 무엇을 잃는 것과 같다. 때문에 나서지 않고 항상 한발 물러서 있다"<천하편>)라며 모든 자연은 주인이 없으니 탐심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살라 한다.
그러면서 "지족자불이이자누야,심자득자실지이불구,행수어내자무위이불작(知足者不以利自累也, 審自得者失之而不懼, 行修於內者無位而不怍 :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익에 눈이 어두워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자는 무엇을 잃는다 해도 겁내지 않으며, 수양을 한 자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않는다."<양왕편>)위와 같은 이치를 터득하여 족함을 알고 수양을 쌓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수명은 긴 수명에 미치지 못한다. 조균(朝菌 : 아침에 피어 저녁에 시드는 버섯의 일종)은 밤과 새벽을 모르고, 매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 < 소요유(逍遙遊)>면서 자기가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또 미처 예상하지도 못한 세상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좌망 - 불교의 무아사상(무안이비설신의)과 유사
또한 안회와 공자의 심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안회가 공자에게“저도 이제 많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무슨 말이냐?”“저는 인의를 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괜찮기는 하나 아직 모자란다. ”다른 날 안회가 거듭 말했다.“제게도 진전이 있었습니다.”“무슨 말이냐?”“저는 예악(禮樂, 예절과 음악)을 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훌륭하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에게 말했다.“제가 더욱더 진전이 있었습니다.”“무슨 말이냐?”“저는 좌망할 수 있습니다.”“좌망?”공자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게 무엇을 뜻하는 말이냐?”“자기의 형체가 탈락하고 눈과 귀의 작용을 없애며 육신을 떠나고 앎을 버려 위대한 도와 일체가 됨을 좌망이라 합니다."(불교의 무아사상에 해당) ”공자가 말했다.“도와 하나가 되면 좋고 싫음의 차별의식이 없어지고, 변화하는 대로 좇는다면 얽매임도 없어진다. 너는 정말 훌륭하구나. 나도 네 뒤를 따라야겠다.” <대종사(大宗師)편>는 말로 인간이 지향해 나아가야 할 인격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무에서 유로 다시 무로
또 지략 편에서는, 삶의 기쁨이나 죽음의 슬픔도 부질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는데, 친구인 혜시(惠施)가 부인 상(喪)을 당한 장자를 조문하러 와서 보니, 돗자리에 앉아 질장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자 '평생을 같이 살고 아이까지 낳은 아내의 죽음을 당해 이렇게 노는 것은 무정한 짓이 아니냐'라고 따지니 장자는 "그렇지 않다. 처음 아내가 죽었을 때 난들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사람의 근원을 생각해보니 아내에게는 애당초 생명도 형체도 기(氣)도 없었다. 유(有)와 무(無)의 사이에서 기가 생겨났고, 기가 변형되어 형체가 되었으며, 형체가 다시 생명으로 모양을 바꾸었다. 이제 삶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으니 이는 4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내 아내는 자연의 거대한 방석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내가 슬퍼하고 운다는 것은 천명을 모르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곡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결국 인간은 무에서 와서 다시 무의 세계로 돌아간 것이니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라고 일러주고 있다.
또 <열구어편>에서 장자는 자신의 임종이 가까워 장례식을 의논하는 제자들에게 "나는 천지로 관(棺)을 삼고 일월(日月)로 연벽(連璧 :재능이 뛰어난 한 쌍의 벗)을, 성신(星辰)으로 구슬을 삼으며 만물이 조상객(弔喪客)이니 모든 것이 다 구비되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고 말하면서 그 의논을 즉시 중단하게 했다. 또 땅속에 묻히기를 사양하는 장자에게 그의 제자들이 매장치 않으면 까마귀와 솔개가 선생님의 시신을 먹을까 두렵다고 하자 '위에 있으면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되고 땅속에 있으면 개미와 땅강아지의 밥이 된다. 여기서 빼앗아서 저기에 줌이 불공평한 일이 아니겠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도는 무시무종, 무한계, 무경계, 오온개공,불구부정(불교의 반야심경과 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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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道는 시작도 끝도 없고 한계나 경계도 없으며 道 안에서는 좋은 것, 나쁜 것, 선한 것, 악한 것도 없다면서 자연은 저절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한다. 또 이 상태가 저 상태보다 낫다는 가치판단을 해서도 안 되며, 덕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낫게 만들려는 모든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호접몽"에서는 "언젠가 나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매우 즐거웠음은 알았지만, 내가 장주였던 것은 몰랐다. 잠을 깨고 나니 나는 분명히 장주였으나 그가 나비였던 꿈을 꾼 장주였는지 그것이 장주였던 꿈을 꾼 나비였는지 모른다면서 나와 나비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데 이것을 일컬어 사물의 변환이라 한다." 하고
도의 범재성
또 "道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道가 없는 곳은 없다."라고 대답했다.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받자 "개구리와 개미, 또는 그보다 더 비천한 풀이나 기와 조각, 더 나아가서 오줌이나 똥에도 도가 깃들어 있다."라고 했다.<제물론편> 이렇듯 세상을 어떤 때는 해학적으로, 또 어떤 때는 지극히 세상을 달관한 도사로 살았던 장자는 인간들의 가슴속에 상상의 폭을 넓혀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래서 장자는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읽으면 산사의 풍경소리처럼 마음에 은은한 울림이 있어 좋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minkh0227/221584095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