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확률 1%’ 23위 리바키나 “31억원 트로피, 꿈 아니지”
윔블던 여자결승, 2위 자브르 눌러
러서 태어나 2018년 카자흐 귀화, 경제적 지원 받고 메이저 첫 제패
시속 196km 강서브, 에이스 53개… 랭킹 20위 밖 선수 우승은 15년 만
9일(현지 시간)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옐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가 우승 트로피인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에 입을 맞추고 있다. 세계 랭킹 20위 밖 선수로는 15년 만에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리바키나는 “나도 너무 놀라서 어떻게 (세리머니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런던=AP 뉴시스
러시아 출신으로 카자흐스탄 귀화 선수인 옐레나 리바키나(23·세계 랭킹 23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카자흐스탄에 메이저 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리바키나는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온스 자브르(28·튀니지·2위)와의 결승전에서 2-1(3-6, 6-2, 6-2)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00만 파운드(약 31억3000만 원). 여자프로테니스(WTA)에서 랭킹 20위 안에 들지 못하는 선수가 윔블던 정상을 차지한 건 2007년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윌리엄스는 이미 세계 1위까지 오른 적이 있었고 윔블던 우승도 3차례나 한 뒤였다.
스포츠 베팅업체 ‘시저스포츠북’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리바키나의 우승 확률을 1%로 예측했다. 그만큼 그의 우승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바키나 자신도 “윔블던 대회 둘째 주까지 경기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놀랍다”며 “지금의 행복감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리바키나는 최고 시속 196.3km에 이르는 강한 서브로 53개의 에이스를 기록했다. 30개의 서브 에이스로 이 부문 2위를 한 카롤린 가르시아(29·프랑스·55위)보다 23개나 많았다. 그동안 리바키나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21년 프랑스 오픈에서 거둔 8강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리바키나는 2018년 카자흐스탄으로 귀화했다. 당시 세계 랭킹 175위이던 그는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가 최적의 훈련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지원까지 약속하자 귀화를 선택했다.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장인 불라트 우테무라토프(65)는 광산, 금융, 호텔업 등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사업가인데 그동안 여러 명의 러시아 선수를 귀화시켰다. 현재 카자흐스탄 남녀 테니스 국내 랭킹 1위가 모두 러시아 출신이다.
리바키나는 이번 대회 기간에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윔블던 주최 측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런 러시아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막았기 때문이다. 리바키나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카자흐스탄 대표라는 것”이라며 “태어난 곳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모스크바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엔 “시즌이 아닐 때는 슬로바키아와 두바이에서 훈련한다”며 피해갔다. 샤밀 타르피셰프 러시아 테니스협회장(74)은 10일 “리바키나의 우승을 축하한다”며 “올해 윔블던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했다.
아프리카 대륙 및 아랍권 국가 선수로는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렸던 자브르는 첫 세트를 따내며 기선 제압엔 성공했지만 2세트부터 리바키나의 강서브에 고전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