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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을 고향인 정읍에서 어머니와 함께 쿨~쿨~크~크~~크~~~푸~~~~~~~하고
6시에 눈을 뜨니 내가 좋아하는 조기매운탕, 칼치튀김, 생김치, 목포에서 사왔다는 젓갈로
밥상을 차리고 계시는 울 어무니.
자식이 뭔지 효도하고는 거리가 먼 아들인데...
부룩쉴즈가 주연했던 Endless love 가 아니라 김경빈의 '끝없는 사랑'이라는 싯귀가 마음을
적신다.
< 때론 약한 모습 감추고 강한듯 하면서 가슴 한 켠에 스며들어오는 이 외로움을 어찌해야할지..
중략..오늘도 아픈 가슴 뒤로한체 끝없이 주는 사랑으로 삶의 희망을 안아 보자>
부모님의 끝없는 사랑, 과연 그 끝은?
이불 속에 얼굴을 묻고 부엌에서 일하는 울 어무니를 훔쳐본다.
휘어버린 무릎, 깊게 패인 주름, 체념이 배어 있는 표정, 검게 그을린 얼굴. 마음이 아리면서
죄의식에 휩싸인다.
내변산에 도착해 꼬마들과 장난을 하며 산꾼 님들을 기다리는데 울 님들을 모신 관광버스가...
울 앤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묘한 설렘이 날 휘감아 돈다.
반가운 얼굴들과 악수를 나누고 내소사를 향하여 출발.
화창한 날씨, 아기자기한 등산로, 부드러운 산능선, 예쁜 단풍, 정이 든 산꾼 님들,
그리고 추억 두 개가 둥지를 틀고 있는 산길을 걷노라니 세상이 온통 무지개빛이다.
갈대숲 너머로 보이는 높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산능선들이 무척 포근한 느낌이다.
산 중턱에 있는 호수가 무척 운치 있다.
오래 전 제수 씨들 셋과 함께 걸었던 길. 그땐 물이 만수가 되어 등산로 바로 밑에까지 물이 있었는데
오랜 가뭄으로 아쉬움이 많다.
제수 씨들과 걸으면서 동생들 예쁘게 봐달라고 애교(?)를 떨었었는데 이제 그 길을 제수 씨가 아닌
산꾼 님들과 함께 걷고 있으니
<밤을 지새우며 저 혼자 키워낸 외로움에 아침을 맞은 가을 호수가 야위어 한 뺌이나
홀쭉해졌다>
'가을호수'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이 난다.
아~~그랬었구나. 저 호수도 나 만큼이나 외로움에 지쳐 한 뺌이나 홀쭉해졌는 걸 난
오랜 가뭄에 홀쭉해진 줄로만 알았으니...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끼면서 옆구리를 스쳐지나는 마른 바람을 통해서도
자기정화를 할 수 있고 자기 삶을 밝힐 수도 있으니 외로움은 영혼의 낭비가 아니라
재충전의 긍정적 요소임이 분명하다
아니 그러고 보니 명아주 님도 한 뺌이나...ㅎㅎ
하나의 이끌림에 서로의 발걸음을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동행이다.
맘맘 님이 앞에서 걸으니 맘맘투 님이 같은 이끌림에 의해서 한 방향으로 걷고 있다.
부부의 연으로 만나 온갖 풍상 겪어보지 않은 부부가 얼마나 되랴
그래도 삶의 진동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기에 우리는 저토록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것이다.
빛바랜 낙엽이 깔려 있는 소롯한 산길을 걷는 부부의 모습이 거룩하다.
벌써 낙엽이 많이 쌓였다.
낙엽은 끝의 의미인지 새로운 시작의 의미인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맞다!! 우리도 언젠가 낙엽인걸, 다 지고 마는 낙엽인걸.
관음봉 정상을 코 앞에 두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난 덜렁 밥만 한 공기 싸왔기에 반찬과 젓가락까지 오예스 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점심을 먹을 수가 있었으니 오예스 님 감사 또 감사.
음식을 씹으며 고운 산야를 바라보는 느낌을 뭐라 말로 표현 할 수가...
관음봉 정상을 찍고 하산을 준비하는데
"매지구름 님!!" '아니 웬 여자분이 날?' "저~~미세스 산꾼방 최종후보 5명인데 사진 좀..."
'흥!!~~, 나 참!!~~ , 허허!!~~, 그렇게도 모를까?'ㅎㅎ
그래도 진선미가 궁금한 건 사내의 속성인지
봉우리가 관음보살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관음봉을 하산하여 내소사를 향하는데
늘 환한 미소가 멋지신 버트 님이 계시기에 강제로 ...
내소사가 보이는 마지막 휴식처에서 프리아모스 님이 아침모시 님에게 무엇을 얘기하시는지
열정적으로 얘기하시는 모습에 감동 먹어 쥐도 새도 모르게 한 컷 했답니다.
초상권 침해라고 고소하면 내 어떤 형벌도 달게 받겠지만 설마...
내소사에 도착하고 고즈넉한 산사에서 가을날의 추억들을 담느라 여념이 없는데
웬 젊은 남여가 잔디밭에서 소근대기에 가까이 가보니 고등학생(심했나? ㅎㅎ) 쯤 보이는
청춘들이 배낭을 내려놓은 채 호호 깔깔 하하.
<다시 오지 않는 아름다운 나의 청춘,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세상은 이런 거라고 위로해 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서러움에
눈물 한 없이 흘러내린다>
청춘이 다 가버렸다고 한숨 쉬기에 앞서 오늘 이 순간을 뜨겁게 살아야겠다.
먼 훗날 오늘 이 순간이 청춘일 수 있기에.
붉은 단풍나무 아래에 서 있는 중년의 신사들 모습에서 삶의 무게를 느낀다.
한 분 한 분의 삶이 영화이고 멋진 연극이었을 텐데 파고를 헤쳐온 긴긴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사랑 님과 천사 님이 준비한 맛난 찌개(?)로 뒷풀이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맛 있다고
아우성이다. 40명이 넘는 인원이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게 간단치가 않은데...
이런 고생을 언제까지 시키고 우린 먹기만 하면 되는 건지 의문이다.
하산 후의 뒷풀이도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지만 한 번은 중지를 모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채석강으로 향했다.
고향집과 붙어서 성당이 있는데 그 성당에서 2년 넘게 생활을 했다는 작은 그리움 님,
내가 놀았던 그곳에서 그리움 님이 2년이나 아이들과 웃고 울며 지냈으니 앞집 수퍼, 옆집 철학관,
동네 골목골목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건 당연지사.
그리움 님이 성당에서 생활할 때 난 신혼이었으니 그때 알았더라도 어차피 손을 쓰기(?ㅎㅎ)엔 때는
늦었고 마음이 훌쩍 자란 지금에 만났으니 고향 선후배로, 이웃 사촌의 옛 정으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 오호 통재라ㅎㅎ.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아무리 예뻐도 내 이웃사촌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아니 웬 소녀가 채석강 해수욕장의 파도와 힘겨운 싸움을?
자연의 품에서 나이가 무슨 의미인가 다 어린 아이인 걸.
팔랑대며 파도와 놀고 있는 수선화 님의 마음이 보인다. 18세의 마음? 아니면 20세?
수선화 님이 13세라고 우길 것만 같은데 중량 님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 회갑 지난 지 옛날이구먼유"
그래서 내가 한 마디 쏘았다 " 하기야 중량 님이 팔순잉게..." (겁나게 죄송혀유)
아직은 나도 더 살아야겠기에 한 마디만 더 " 두분의 부부애와 열정적인 모습에 늘 감동이고요
젊게 살아가는 모습에 늘 마음으로나마 박수를 보낸답니다" ' 휴~~더 살 수 있을까요ㅎㅎ?'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바닷가에 서 있는 청우사랑 님과 성미공주 님의 금슬을
시샘하는 마음으로 찰칵.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추억이 묻어 있는 변산반도를 산꾼 님들과 함께 한 하루 정말
즐거웠고 의미가 있었건만 조바심이 남는다.
말을 낭비하지 말자는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살지만 취중에 불쑥 실언은 하지 않았는지,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불쑥 말하지 말고 가슴에 머무는 시간을 두자고 한 다짐이 자꾸만 생각이 나니...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 할 때, 영혼에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침묵의
여과기기에서 말을 걸러서 뱉을 수 있는 훈련을 더 해야만 할 것 같다.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그날을 꿈꾸며 하얗게 스러져가는 저 파도처럼 나의 미래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긴 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산꾼 님들에게 아쉬움을 전하며
산꾼 님들 모두의 가슴에 행복의 낙엽이 수북히 쌓이길 바란다.
난 어디갔지? 복분자도 못먹구 더구나 홍어회는 귀경도 못했는데 아흐,,,노래가 내 마음을 또 흘러놓고 가을이 저멀리 가네요 멋진 사진과 더욱 멋진글 잘알 보구 갑니다^^*
꼭 오라니까 오지 않고선 '난 어디갔지?'라고나 하고 ㅎㅎ. 오는 가을에 설레였는데 벌써 가을과의 이별에 쓸쓸함이 밀려오니 세월은..세월은...정말...정말... 갈무리 잘 하세요.
산행 솜씨 만큼이나 글솜씨에 흠뻑 취하다 갑니다.
찾아주심에 감사하고 뉘신지 모르지만 산행에서 아니면 정모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오실 거죠? 거봐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ㅎㅎ
" 먼 훗날 오늘 이 순간이 청춘일 수 있기에." 내모습이 늙었다? 생각될때면, 바로 님이 말한 그 문구로 자신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기도 하지요. 언제나 그렇듯이 감칠맛나는 글과 님들의 사진으로 , 못간마음 달래봅니다 ^^*
아이구 오랜만입니다. 같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정모에서 뵐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면서 언제나 청춘이길 바랍니다. 청춘은 내 마음 안에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