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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10 - 아픈 기억 찾아 헤매이는 건 왜 일까
#1. 연주 경찰서 안 (D)
혜성,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는데 멀리 수하처럼 보이는 청년의 뒷모습이 보인다.
수갑을 차고 다른 형사에게 조사를 받고 있는 수하 남루한 옷차림에 머리도 좀 긴 것 같은 뒷모습이다.
혜성 : (저게 설마?) 수하야?
수하, 그 소리에 천천히 돌아본다. 허름한 차림이라 낯설긴 하지만, 수하다.
혜성 : (진짜 수하가 맞다. 수하 쪽으로 달려오며) 수하야!! 박수하!
수하 : (혜성을 보고 일어난다. 그러나 표정변화는 없다) ..
혜성 : (주먹으로 어깨를 때리며 화낸다) 야! 이 밥통아! 그동안 너 어딨었어! 전화는 왜 안한거야. 연락했어야지. 걱정했잖아!
(수하 잡고 다친데 없나 살피다) 괜찮아? 수갑은 왜 채운거야. 씨..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 담담히) 내 이름이 박수합니까?
혜성 : (어리둥절하고) 어?
수하 : 여기선 모두가 날, 그 이름으로 부르네요.
혜성 : !!!
수하 : 나를.. 알아요?
기억을 잃은 수하를 보고 놀란 혜성, 수하를 잡았던 손을 놓는다.
혜성, 충격으로 얼어붙은데서..
<시간경과>
수하는 옆에 앉아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혜성과 강형사 싸우고 있다.
강형사 : 안됩니다. 아까 지 입으로 죽였다고 자백 했다니까!! 자백한 범인을 어떻게 놔줍니까?
혜성 : 죽였을지 모른다고 했지 죽였다고 한게 아니잖아요!
(수하를 가리키며) 봐요. 지 이름도 기억 못하는데 죽였는지 안죽였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수하 : (형사와 싸우는 혜성을 보며/E) 미안하게도 난 저 사람이 기억이 안난다. 저렇게 열심히 내 편을 들어주는데도..
저 목소리, 저 눈빛이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강형사 : 기억상실인 척 하는건지도 모르죠! 우린 법대로 합니다. 구속영장 청구할거고 영장 떨어지면 무조건 구속입니다!!
혜성 : 왜 박수하가 살인을 했다고 단정을 하십니까?
수하 : (E) 저들의 대화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 난 1년 전에 누군가를 죽였나보다.
강형사 : 자백에 이 정도 증거면 충분히 살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건 일주일 전에 민준국을 죽이겠다고 칼들고 간 놈이에요!
미수에 그치니까 다시 또 시도한 겁니다!
수하 : (E) 기억을 찾고 싶지 않다. 내가 그렇게 끔찍한 사람이란걸 알고 싶지 않다.
혜성 : 박수하 쟤요. 공부 엄청 잘해요. 성적도 몽땅 다 1등급이라서 대학도 골라갈 수 있구요.
억울한 친구 살리겠다고 지일처럼 나서서 싸웠던 애에요. 지 몸 다쳐가면서까지 남을 지키던 놈이라구요!
수하 : (E) 그러나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강형사 : 공부 잘하는 놈도 사람 죽일 수 있습니다. 착한 놈도 아차하다 사람 죽일수도 있구요.
혜성 : (자기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약속을!! (다시 이성 찾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지만) 나하고 약속을 했어요.
절대로 사람 해치지 않을거라고.. 쟤요. 약속 하나는 엄청 잘 지켜요. 10년전에 한 약속도 지키는 애라구요!
수하 : (그런 혜성을 막연히 보며/E) 저 사람이 저토록 애타게 편을 들어주는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 타이틀 - 아픈 기억을 찾아 헤매이는 건 왜일까
#2. 연주 경찰서 유치장 면회실 (D)
혜성, 유치장 유리를 사이에 두고 수하를 계속 응시하고 있다.
혜성 : (뚫어져라 보며/E) 그동안 어디서 지냈어?
수하 : ...
혜성 : (E) 너 지금 내 생각 읽고 있지? 대답해.
수하 : ...?
혜성 : 안들려?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수하 : (?) 생각? 무슨 생각이요?
혜성 : (실망해 한숨 폭) 하.. 능력도 사라진거야?
수하 : 무슨 능력이요?
혜성 : (수하를 보며/E) 그래. 차라리 다행이다. 이제 세상이 좀 조용해졌겠네. (ON) 됐어. 몰라도 돼.
수하 : 나 몇 살이에요?
혜성 : 20살..
수하 : 생각보다 어렸네요.
혜성 : 응. 니가 나이에 비해 얼굴이 좀 삭았어. (하다) 니가 존댓말 하니까 진짜 어색하다.
수하 : 내가 변호사님한테 반말 했어요?
혜성 : 응.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한번도 존댓말 안했어.
수하 : (씁쓸한 미소로) 버릇 없는 놈이었나봐요. 나 진짜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혜성 : (그런 수하를 잠시 보고) 너 어깨 쪽에 흉터 있지?
수하 : 네.
혜성 : 그거 나 지켜주다가 대신 다친거야.
수하 : (의아) 내가.. 왜요?
혜성 : (윽박지르는) 왜긴 왜야! 니가 착한 놈이니까! 나쁜 사람이면 그런 짓 하겠니?!
(칸막이를 탕 치며 엄하게) 그러니까 나쁜 사람 같다느니, 죽인거 같다느니 그딴 말 절대 형사들 앞에서 하지마!
나중에 다 너한테 불리한 진술이 된단말이야! 알았어?
수하 : (끄덕) ..
혜성 : 너 맘 단단히 먹어. 지금부터 험한 꼴 많이 볼거야. (하다 수하 보고) 옷은 그 옷 밖에 없지?
수하 : 네.
혜성 : 옷이 너무 구질구질하다. 내가 새옷 넣을테니까 현장검증 때 깔끔하게 입고 나가. 알았지?
수하 : 현장..검증이요?
혜성 : 응. 거기 가면 절대 허튼 소리 하지말고, 내가 하란대로만 해.
수하 : (끄덕) ..
#3. 혜성집 거실 (N)
혜성, 들어온다. 불을 켜면 지저분한 집의 풍경이 들어온다.
그 집안을 한심하게 보는 혜성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아합!! 기합을 외치고 들어선다.
<컷튀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혜성, 전투적으로 집안을 치운다.
바닥에 널부러진 옷들 착착 접어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커다란 쓰레기 봉투에 쓰레기 담아버리고 바닥을 걸레로 박박 닦는 혜성.
마치 지난 1년간 자신의 방만함을 청소하듯이..
<컷튀면>
깔끔해진 집안의 풍경 거실 탁자에서 혜성, 노트북을 켜고, 각종 책들과 서류를 놓고 보고 있다.
수하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서 형광펜으로 줄을 치고.
#4.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 서류를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복사를 하고 있는 유창.
상덕 : (챙기면서) 오늘 영장실질심사 몇 건이나 된대?
유창 : (복사하면서) 세건이요.
상덕 : 좀 많네. (하다) 짱변은?
유창 : (궁시렁) 몰라요. 어디서 또 빈둥대고 있겠죠. 요즘 접견도 다 전화로 돌리고 환장하겠습니다.
변호사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상덕 : (못마땅한) 갔다 올게.
#5.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상덕, 나서는데 혜성과 딱 마주친다.
혜성은 뭔가를 뒤에 감추고 있다.
상덕, 불편한 기색으로 옆으로 비켜가려는데 혜성도 그쪽으로 비킨다.
상덕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데 혜성 역시 반대편으로 간다.
상덕 : (거슬려) 뭡니까?
혜성 : (상덕이 매번 마시는 음료를 건네며) 신변호사님 이거 좋아하시죠? 레드베리 아이스티.
상덕 : (이상하다 싶어 받지 않고) 무슨 일입니까? 짱변 나랑 말 안했잖아요.
혜성 : 지금 구속영장실질심사 들어가시는거죠?
상덕 : 네, 이번에 내 순번이라서요.
혜성 : (계속 건네며) 그거 제가 대신 들어가고 싶은데요.
상덕 : (!) 왜요? 이번 피의자들 중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혜성 : ..네, 거기 박수하가 있어요.
상덕 : !!!
혜성 : (결연히) 그 심사에 들어가야 제가 수하 국선이 될 수 있어요.
상덕 : (냉소적으로) 글쎄요. 요즘 짱변 하는거 봐선, 짱변이 선임되는게 박수하한테 독이죠.
내가 짱변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요? (가고)
혜성 : 어떤 다른 변호사도!
상덕 : (돌아보고) ..!
혜성 : 나보다 박수하를 잘 알지 못해요. 나만큼 믿지 않을거구요.
(돌아서 상덕을 보며) 그러니까.. 부탁합니다. 저한테 맡겨 주세요.
상덕 : (잠시 혜성을 보고는 혜성에게 와서 그 건네는 음료를 받는다.) ...
혜성 : (미소) 감사합니다.
#6. 연주 경찰서 (D) - 날 경과
수하, 얼굴을 가리도록 깊게 눌러쓴 캡모자, 그 위로 후드티 모자까지 쓴 채 포승줄과 수갑을 찬 채 경찰서를 나선다.
양쪽에는 형사 둘이 수하를 연행하고 있고 강형사는 진두지휘.
봉고차에 오르려는데, 어느새 혜성이 오르려 한다.
수하 : 장변호사님..
강형사 : (놀라 잡고) 뭐하십니까?
혜성 : 국선변호인 선정서 제출했거든요? 저 박수하 담당 국선전담변호삽니다. 그러니까 현장검증도 같이 갈거에요.
(뿌리치고 오르려는데)
강형사 : (다시 잡고) 아니. 현장검증에 변호사가 왜 갑니까?
혜성 : (받아치는) 아니. 현장검증에 변호사가 왜 안갑니까? (확 뿌리치고 오르는)
강형사 : (휘청) 엄마나..
형사 : (기막히고) 엄청 극성이네.. 요즘 국선전담들 다 저래요?
강형사 : (어이없고) 몰라. 거기다 힘두 엄청 쎄.
형사들 봉고차에 오른다.
#7. 경찰차안 (D) - 봉고차
혜성, 수하 옆에 앉아있고, 맞은편에 형사들 앉았다.
혜성 : (가방에서 마스크 꺼내며) 기자들 많이 오나요?
강형사 : 많이 오겠죠. 뉴스로 다 나갔는데..
혜성 : (수하에게 마스크 건네며) 너 이거 하구 있어. (모자 꽉 눌러 씌워주며) 그리고 생각 안나는건 생각 안난다고 해야돼.
(혜성 자켓 벗으며) 괜히 지레짐작으로 대답하지 말고! 알았지? 마음 단단히 먹고. (자켓을 수갑을 찬 손에 걸쳐 가려준다)
수하 : (끄덕)
강형사 : (갑갑해서 한숨 하) ..
혜성 : (형사들에게) 지금 피의자는 기억이 없는 상태거든요? 예단해서 하는 질문은 삼가주세요.
(으름장) 조금이라도 강압수사하면 제가 재판에서 전부 문제 삼아서 무죄 받을겁니다!
강형사 : (화 누르며) 적당히 합시다. 적당히..
수하 : (두 사람의 대사 위로 자신의 팔을 꼭 잡은 혜성의 손을 내려다 본다) ...
#8. 낚시터 밖 (D)
경찰차에서 수하가 내리자 많은 기자들이 따라붙는다.
기자들 달려들고, 주변에 낚시꾼들과 주민들도 몰려 구경하고, 경찰들이 이들을 제지하고 정리하느라 혼란스럽고 시끄럽다.
기자, 주민, 경찰들의 소리가 마구 뒤섞어 아우성이다.
기자들 : 비켜요! 가리지 좀 마세요!! 포토라인 지킵시다! (등등)
경찰들 : 진행 좀 할께요. 비켜주세요! (등등)
낚시꾼/주민 : 살인범이래. 것도 토막살인범.. / 어린거 같은데.. / 싸이코패슨가? (등등)
수하, 처음 겪는 풍경에 겁을 먹어 눈이 커진다.
혜성 : (이와 중에 군중들 틈에서) 잠깐만요! 저 변호사거든요!! (악착같이 수하를 따라붙는다)
강형사 : (거슬려서) 좀 비키세요. 수사에 방해가 됩니다. (거칠게 혜성 밀고 진행하는)
혜성 : (휘청하며 넘어지는) 악!
수하 : (놀라 욱해서) 변호사님!! (하지만 양쪽에 형사가 잡고 있어서 갈 수가 없다)
혜성 : (무릎 까졌는데도 바로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나 따라붙는) 걱정마! 나 여깄어!!
수하 : (끌려가며 계속 혜성 쪽을 보는) ..
앵커 : (E) 10여년에 걸친 원한관계 때문에 살인 후 시체손괴를 저지른 일명 ‘손가락 살인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됐습니다.
#9. 네일샵 (D)
성빈 화면을 보면서 안타까와하고 있다.
# 뉴스 화면 속 (낚시터 안)
계속 셔터소리 요란하고, 수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다.
피해자라고 씌인 푯말을 목에 건 형사가 민준국 대신으로 서있다.
여전히 기자들이 모여 있어서 계속 시끄럽고 정신없는 분위기.
수하의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져있지만 그 옆 구석에 엉망이 된 혜성은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모습들 위로 앵커 멘트.
앵커 : (E) 현장검증은 1년전 피해자 민모씨의 손가락이 발견된 실내낚시터부터 시작됐습니다.
성빈 : (눈물 고여서) 수하 어떡해.. 우리 수하 어쩜좋아.
#10. 자동차 정비소 (D)
충기, 얼굴에 기름때 묻은 얼굴로 망연자실 TV를 보고 있다.
수하가 현장 검증하는 장면이다.
앵커 : (E) 경찰은 40분 동안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피의자 박모군에게 살인 방법과
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시신 은닉장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 뉴스 화면 속
강형사 : (수하가 칼을 잡은 손을 휘휘 휘두르며) 이렇게 찔렀을거 같지?
수하 : 네? 아니 그게..
혜성 : (화면 구석에서) 그렇게 물어보면 안되죠! 기억이 없는데! 다 추측이잖아요.
#11. 찜질방 (D)
# 뉴스 화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현장검증 화면.
앵커 : (E) 그러나 경찰 조사 당시 혐의를 시인했던 피의자 박모군은 1년 전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혜성 : (끼어드는) 마스크 벗겨졌잖아요. 얼굴 보호해주세요!
아줌마 : 리모콘 어딨어? 뉴스 말고 딴데 틀어봐.
아저씨 : (다른데 틀려는데)
관우 : (시선 TV에 고정한 채 버럭) 가만 놔두세요!
아저씨 : (움찔 놀라는)
TV 화면의 한 귀퉁이에서 항변하는 혜성이 계속 걸린다.
#12. 국선전담 사무실 (D)
컴퓨터로 뉴스를 보고 있는 상덕과 유창.
앵커 : (E) 경찰은 이번 주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입니다.
혜성의 목소리가 앵커멘트 뒤로 계속 작게 섞여 나온다. ‘마스크 벗기지 마세요! 아직 피의자 신분입니다.!’ 등등..
유창 : (영상 스틸 잡으며 감탄한다) 우와~ 짱변호사님 웬일이래? 원래 저런데 안나갔었잖아요.
상덕 : (보며 속상하다) 피의자 얼굴은 지켰는데 짱변 지 얼굴은 전국에 다 팔렸네.
남의 인권 챙기기 전에 본인 인권이나 챙기지..
상덕, 생각이 많은 얼굴로 화면 구석에 스틸로 잡힌 혜성을 본다.
헝클어진 머리에 악착같은 모습이 26년전 자신의 모습이 겹쳐진다.
#13. 달중집 근처 주택가 (D) - 26년전 (짧게 인서트식으로)
젊은 상덕(43세), 취재진들 사이에서 현장검증을 받던 달중을 보호하려고 애쓰던 모습.
헝클어진 머리와 엉망이된 넥타이로 기자들 틈에 따라붙으며.
상덕 : (마스크 벗겨진 달중을 보고) 얼굴 가려주세요. 아직 피의자 신분입니다!!
#14.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 화면 속 혜성을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본다.
#15. 연주 경찰서 전경 (N)
#16. 연주 경찰서 유치장 (N)
다들 누워서 잠을 자는데 혜성이 해준 옷을 입은 수하만이 벽에 기대 뜬눈으로 지새고 있다.
오늘 있었던 현장검증이 떠오른다.
#Ins. 수하 시선 컷으로 현장검증
기자들이 어지럽게 누르던 카메라 셔터소리.
자기 손에 칼을 쥐어주는 강형사.
칼을 든 자기 손 등등이 몽타쥬처럼 흐르고 그 위로 사람들이 하던 말들이 에코처럼 울린다.
강형사 : 여길 이렇게 찔렀지? 몇 번 찌른거 같애? 나머지 시체는 어디다 숨겼는지 기억 안나?
낚시꾼 : 살인범이래. 것도 토막살인..
수하, 애써 생각을 털려는 듯 고개를 젓는다.
혜성 : (E) 너 어깨 쪽에 흉터 있지? <컷> 그거 나 지켜주다가 대신 다친거야.
수하, 손으로 흉터가 있는 어깨 쪽을 만져본다.
수하 : (불안한/E) .. 난 어떤 사람인거지..
#17. 법조타워 앞 (D)
유창, 캐리어에 음료 세잔을 담고 흥얼거리면서 가고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연이 가방을 메고 서있다.
유창 : (의아) 혹시 서검사님 아니세요?
도연 : (까딱 인사) 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탄다)
#18. 엘리베이터 안 (D)
유창, 도연 오르고.
유창 : 몇 층 가세요?
도연 : 5층이요.
유창 : (말갛게 누르며) 어? 우리 사무실도 5층인데..헤헤. (하다 뒤늦게) 혹시 우리 사무실에 오시는건가요?
도연 : 장변호사 지금 있죠?
유창 : (뭐지 싶다) 네에.
#19. 면담실 (D)
혜성, 뭐지 싶은 얼굴로 도연을 보고 있다.
도연, 가방에서 책상 위에 통화기록, 유심칩, 사건 현장 족적 사진, CCTV가 담긴 CD를 꺼내놓고 있다.
혜성 : 이게 뭐야?
도연 : 이건 박수하 핸드폰 유심칩 복사한거야. 이건 통화기록, 이건 사건현장 사진들이고.. 변호할 때 참고해.
혜성 : 갑자기 왜 이러는건데? 너 이 사건 검사야.
도연 : 내가 너한테 주는 쿠폰이라고 생각해.
혜성 : 쿠폰?
도연 : 1년전 민준국 재판.. 검사로서, 절대 무죄로 놔주면 안되는 재판이었어. 그래서 피해자인 너한테 부채감이 있어. 꽤 크게..
혜성 : 그래서 이런 식으로 빚을 갚겠다?
도연 : (끄덕) 나도 민준국 그 인간,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박수하한테 10년을 구형 할 생각이야.
토막살인에 사체 은닉인데 10년이면 나 징계받을 각오하고 하는 구형이야. 알지?
혜성 : (담담히) 박수하는 범인이 아니야.
도연 : (진심으로 달래는) 니가 이럴까봐 온거야. 봐. 무죄라고 우기기엔 증거가 너무 많잖아.
혜성 : (증거들을 본다) ..
도연 : 유죄 인정해. 그러면 참작동기 살인으로 봐서 10년 정도 구형할게. 니가 잘만 변호하고 박수하가 모범적으로 복역하면
서른전에 출소 할 수 있어. 인생 새로 시작하기에 나쁜 나이 아니야.
혜성 : (도연을 보며) 무죄를 끝까지 주장하면?
도연 : 무죄 주장하면 참작동기 살인으로 봐주기 어려워. 유죄로 판결나면 최하 20년이야.
니가 왜 이러는지 알지만, 너무 무모해. 이건 박수하한테도 독이야.
혜성 : (증거들을 보는) ...
도연 : 박수하 입장, 나도 충분히 이해해. 어떻게든 선처해주고 싶어. 내가 진심이란거 너도 알지?
혜성 : 어..
도연 : 그치만 악인을 죽였다고 무죄를 줄 순 없잖아. 그러니까..
혜성 : (OL) 고마워. 무슨 얘긴지 충분히 알아들었어. 잘 생각해볼게.
#20.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 면담실에 귀를 바짝대고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유창, 그런 상덕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 상덕도 뒤늦게 유창 본다.
상덕 : (유창에게 들킨게 머쓱해서 되려) 뭐뭐뭐?
유창 : (안쓰럽게 보며) 참.. 없어보이세요.
#21. 등산로 (D)
관우, 유창 함께 등산을 하고 있다.
관우는 쌩쌩한 반면 유창은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이다.
유창 : (쇳소리 내며) 차.. 차... 차변호사님.. 좀 쉬었다가.. (거의 주저앉는)
관우 : (이해가 안간다는 듯) 안그렇게 봤는데 유창씨.. 상당히 부실하네요. 겨우 30분 왔습니다. (유창쪽으로 가는)
유창 :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데 손이 떨려 입에 넣지도 못한다) ...
관우 : 이럴거 왜 등산을 오자고 한겁니까?
유창 : (숨 넘어가서) 등산..할 얘기.. 있..
관우 : (이하 유창의 숨넘어가는 소리를 관우는 다 알아듣는 설정입니다) 무슨 얘기를 할려구요?
유창 : (헥헥 거리며) 서도연.. 검사.. 무죄.. 10년.. 안하면 20....
관우 : (놀라) 서도연 검사가 그런 딜을 해왔어요? 무죄 인정하면 10년, 인정 안하면 20년이라고요?
유창 : (끄덕이며) 증거.. 너무 많고.. 난감..
관우 : 그러게요. 진짜 난감하겠네요. 유죄 증거가 너무 많아서 마냥 무죄라고 우길 수도 없을텐데..
유창 : (끄덕) 짱.. 머리 꽝..
관우 : (속상하다) 그러겠네요. 짱변 머리가 복잡해서 터질 지경일거에요.
유창 : (끄덕) ..
관우 : (생각이 많다) ...(결심한 듯) 유창씨. 혹시 박수하 기록 나한테도 복사해줄 수 있어요?
유창 : (기다렸다는 듯이 배낭에서 엄청난 양의 기록을 내놓는다) 안그래도.. 이거..
관우 : (그런 유창보고 놀라) 세상에 이걸 다 배낭에 지고 왔어요? 뭐야. 나 유창씨 작전에 휘말린겁니까?
유창 : 네. (하며 그대로 뒤로 넘어간다)
#22. 국선전담 사무실 (N)
다 퇴근한 사무실.
혜성, 홀로남아 원형 테이블에 앉아 서류를 보며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누르고 있다.
혜성 : 10년 하고 20년.. (머리 책상에 꽝 박고) 서도연 이 나쁜년! 날 끝까지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엎어진 채로) 아. 아파...
그때 책상에 뭔가 땅 놓여진다.
혜성, 기겁하며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는.
혜성 : 악!! (하고 보면 상덕이다) 신변호사님!! 애 떨어질뻔 했어요!
상덕 : (책상에 50cm는 족히 넘는 아주 두꺼운 사건기록에 손을 얹은 채) 떨어질 애가 있습니까?
혜성 : 아뇨. (하다) 이게 뭐에요?
상덕 : 황달중 사건 기록입니다. 26년전에 내가 맡았었어요.
혜성 : 황달중? (하다 확 표정 굳어 까칠) 이 사람 사건기록은 왜 봐야되죠?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요.
상덕 : 이 사건이 박수하 사건하고 많이 닮았어요.
혜성 : !
상덕 : (끄덕) 당시 황달중도 박수하처럼 사건 당시 기억을 못했습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거든..
# 달중집 (D)
달중의 현장검증 장면들,
달중, 형사의 손에 이끌려 마네킹을 찌르는 장면 재연하는.
상덕 : (E) 무죄를 주장하기엔 증거가 너무 많았어요. 칼에 지문도 찍혔고, 아내 신체 일부가 발견됐고,
거기다 전날 심하게 부부싸움까지 했어요. 막막하던 차에 검사가 날 찾아왔습니다.
혜성 : 검사가요?
상덕 : 아까 서도연 검사처럼 제안을 하더군요. 유죄 인정하면 15년 구형해주겠다.
아내가 외도를 해서 한 우발적 살인이고 심신미약 인정해주겠다고..
혜성 : (솔깃하다) 받아들였어요?
# 합의부 법정 (D)
젊은 상덕 열띠게 달중을 변호하는 모습, 재판장은 젊은 대석(38세).
상덕 : (E) 아뇨. 무죄 주장을 했습니다. 결코 황달중은 죽이지 않았고, 범인은 아내의 내연남일거라고 주장을 했는데..
패소했습니다. 내연남의 알리바이가 나왔거든요.
혜성 : ...!
상덕 : 그래서 지금 황달중은 26년째 복역 중입니다. 남은 인생 얼마나 더 감옥에서 보내야할지 몰라요.
혜성 : 만일 검사 제안대로 유죄 인정했으면, 벌써 옛날에 석방이 됐었겠네요.
상덕 : (끄덕, 기록을 쓰다듬으며) 이건 내 부끄러운 실패의 기록입니다.
짱변이 무죄로 변론하든 유죄로 변론하든 공부가 될겁니다. (일어나는)
혜성 : 신변호사님..
상덕 : (돌아보는)
혜성 : 다시 26년전으로 돌아가신다면 유죄 인정 하실건가요?
상덕 : ...
#23. 구치소 변호인 접견실 (D)
혜성과 미결수복을 입은 수하가 마주보고 있다. 가운데는 수하의 사건서류가 있다.
수하 : 그러니까.. 죄를 인정을 하고 선처를 바라면 10년 이하.. 인정 안하고 무죄 주장을 하다 잘못되면 최하 20년 선고 받는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거 맞죠?
혜성 : 응.
수하 : 나 어떻게 해야되요?
혜성 : (혼란스럽다) 무죄 주장하자. 너 무죄야.
수하 : 알았어요.
혜성 : (고개 저으며) 아냐아냐. 유죄 인정하자. 너 유죄일지도 몰라. 괜히 우겼다가 니 인생 감옥에서 끝날 수 있어.
수하 : 네, 알겠습니다.
혜성 : (답답해서 책상 땅 치며 버럭) 야!! 생각을 해보고 대답해!
수하 : (담담히) 생각을 해봤잡니다. 지금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사람이 변호사님이잖아요.
선택은 변호사님이 하세요. 그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혜성 : (수하의 무한한 믿음에 답답해서) 너.. 내가 뭐라고 생각해?
수하 : ..국선전담변호사..요.
혜성 : 그게 뭔진 알고?
수하 : 잘은 모르겠지만.. 느낌은 알겠어요.
혜성 : 느낌?
수하 : ..아무도 내 편 안들어줄 때 내 편들어주는 사람.. 아닙니까?
혜성 : !!
수하 : 왜요? 내가 틀렸나요?
혜성 : (미소) 아니. 맞는 말이네. 맞는 말인데.. 몰랐어.
수하를 보는 혜성의 표정 위로.
혜성 : (E) 신변호사님.. 다시 26년전으로 돌아가신다면 유죄 인정 하실건가요?
#Ins. 사무실 - 22씬 이어서
상덕 : ...그 질문 지난 26년간 수천번 수만번을 물어봤어요. 그리고 답은 늘 같았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난, 무죄를 주장할겁니다.
혜성 : (잠시 생각 후 심호흡 한번 하고는) 나, 무죄를 주장할거야.
수하 : (미소로 끄덕) 알겠습니다.
혜성 : 뭐 생각나는 거는 없니? 조금이라도?
수하 : (고개를 젓고) 네 아직.. 죄송해요.
혜성 : (실망스럽지만 수하의 손 토닥이며) 괜찮아. 천천히 생각하면 돼.
혹시 떠오르는게 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야된다. 알았지?
수하 : 네..(자기 손을 감싸는 혜성의 손을 본다) ..
#24. 법조타워 회전문 (D)
혜성, 생각이 많은 얼굴로 계속 그 안에서 돌고 있다.
혜성 : (E) 할 수 있을까? 내가 수하를 구할 수 있을까? 유죄 인정한다고 할걸 그랬나?
고민이 많은 혜성, 계속 돌다가 뭔가를 보고 멈춰선다.
혜성의 시선 끝 말끔한 양복차림, 변호사 뱃지까지 단 관우다.
관우 : (그리움을 담아 혜성을 보며) 오랜만이에요. 짱변..
#25. 법원 정원 일각 (D)
혜성과 관우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다. 조금 떨어져서..
관우 : (애써 밝게) TV에서 현장검증하는거 나올 때 짱변 봤어요.
진짜 안젤리나 졸리처럼 화면발 죽이던데요? 하하하.. 하.. (잦아드는)
혜성 : (웃지 않고) 웬일이에요?
관우 : 수하사건 말입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는게 어때요?
혜성 : (생각지 못했다) !!? 국민참여재판?
관우 : 참여재판이 일반 형사재판보다 무죄율이 한 8배 높아요. 배심원들은 판사보다 감정에 호소하기도 좋으니까,
박수하 사건에 잘 맞을 거 같은데.. 수하는 나이가 어리고 초범이니까 배심원들한테 어필하기도 좋고.. 어때요?
혜성 : (수긍이 간다) 좋네요.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관우 : 참여재판이면.. 변호사가 짱변 말고 한 명 더 필요한거 알죠?
혜성 : 네.
관우 : 그거 내가 하고 싶어요.
혜성 : (놀라 관우를 보는) !
관우 : 나 지난 1년간 지옥에서 살았어요. 저 앞에 등대만 보고 열심히 망망대해를 헤쳐왔는데
그 등대가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랄까.. 내 세상이 다 무너진 느낌이었어요.
혜성 : ...
관우 : 그런데 멍청하게도 나.. 아직도 법을 믿고 싶어요. 지난번 사건이 실패가 아니라 교훈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박수하 사건으로.. 그걸 확인하고 싶구요.
혜성 : (일어나며) 좋아요. 같이 변호합시다.
관우 : (놀라고) ...
혜성 : (차갑게 관우를 내려다보며) 난요. 차변 세상이 어떻게 됐든 법을 믿든 말든 그런거 관심 없어요.
나한테 차변은 그저 유죄를 무죄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자에요.
관우 : (상처가 되고) ...네..
혜성 : 난 지금 그 실력자가 필요해요. 아주 절실하게..
관우 : (일어나 마주보며 씁쓸하지만) 네. 돕게 해줘서.. 고마워요.
혜성 : ...잘 부탁해요. (손 내밀고)
관우 : (그 손을 잡으며 생각이 많은 표정) 이 손을 잡는데.. 1년이 걸렸네요.
#26. 구치소 면회 신청실 (D)
가방을 멘 충기, 수하 접견 신청서를 쓰고 있다.
관계란에 ‘철천지원수’라고 썼다가 찍찍 지우고 ‘친구’라고 쓴다.
#27. 구치소 일반 면회실 (D)
충기와 미결수복을 입은 수하가 마주 앉아있다. 뒤에 교도관 책 읽고 있고..
충기 : (삐뚜룸 앉아서) 박수하 너 그동안 옷발이었다야. 그거 입으니까 너도 X라 후지네.
수하 : 나를 잘 압니까?
충기 : 웬 존댓말! 말까! 새꺄. 나 니 동창이거덩!
수하 : (좀 어색) 어? 어.. 알았어.
충기 : 기억 찾을려고 뭐 하고는 있냐? 약 같은거 먹어?
수하 : 아니.
충기 : (가방에서 수하의 노트를 꺼내며) 작년에 내가 니 사물함에서 이걸 빼돌렸거든?
일긴지 편진지 잘 모르겠는데 읽어봐. 혹시 아냐? 보면 니 기억이 돌아올지.
수하 : !! (놀라 노트를 보는) 내거 확실해?
충기 : 어! (교도관에게) 아저씨! 이거 얘한테 어떻게 전해줘요? 얘 일기거든요?
교도관 : (책 보며) 일기는 반입 안되는데..
충기 : 진짜요? 이거 이 자식이 꼭 봐야되는데..
교도관 : 정 그럼 지금 여기서 니가 읽어주든가.
충기 : (일그러져서) 네에?? 이거 되게 닭살인데..
수하 : 너 그거 읽었어?
충기 : 아니 몇장 읽다 말았다. 너무 오글거려서 말이지.
수하 : (적극적으로) 읽어줘. 나 지금 어떻게든 기억을 찾아야 돼.
충기 : 얌마! 면회시간 꼴랑 10분이야. 이거 다 읽어줄려면 나 여기 맨날 와야돼.
수하 : 그래주면 안돼?
충기 : (일그러지며) 뭐어? 싫어. (일어나려는데)
수하 : (면회실 칸막이 유리벽을 짚으며) 가지마! (간절히 충기보며) ..제발..
충기 : (그런 수하 보다 귀찮다는 듯 머리 긁적이며 다시 앉는) 아..씨.. X됐네. (펼치며) 처음부터 읽어?
수하 : 어.
충기 : (읽기 시작하는) 2003년 9월 13일, (수하에게) 2003년이면 초등학교 3학년 때냐?
수하 : 어..
충기 : (심드렁하게 읽는) 누나. 나 태권도 1단 땄어요. 심사받을 때 처음엔 좀 떨려서 품새가 헷갈렸지만
누나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구역질 시늉/너무 과하지 않게) 오웩~
태권도 1단 박수하! 멋있죠? (노트에 대고 버럭 화내는) 안멋있어. 하나도!!
수하 : 제대로 좀 읽어줘봐.
충기 : (참고 다시) 그 나쁜 아저씨가 감옥에서 나오면 내가 발차기로 때려줄게요. 나만 믿으세요.
(닭살이라 몸서리치며) 어우~ 나 이러다 닭 되겠다. 씨..
수하 : (경청하는) ...
#28. 법원 옥상 (D)
커피 마시고 있는 공숙과 배석들. (공숙은 카메라에 등져있다)
우배석 : 들으셨어요? 박수하 사건, 참여재판 신청 했든데요?
공숙 : (뒷모습) 들었어. 짱변은 왜 이렇게 일을 키우는지 모르겠어.
참여재판을 하면 사람들 눈도 많아지고 기자들도 몰려들텐데 말이지.
카메라 팬하면 공숙, 코팩을 하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공숙 : (거울 보며 옆머리 매만지는) 아.. 정말 여러모로 신경 쓰인단 말이야.
좌배석 : (뭔가를 보고) 어.. 어.. (우배석에게 보라고 눈짓)
우배석 : (보고 얼른 일어나서) 저희는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판결문 써야되서요. (둘 다 도망치듯 가는)
공숙 : 왜 저래? (돌아보다 관우가 성큼성큼 걸어오는걸 보고 식겁) 차변호사. (얼른 코팩 쫙 뜯는)
관우 : (말끔한 차림,꾸벅) 오랜만입니다. 김판사님.
공숙 : (뭔가 불편하고) 그러네요. 무슨 일이십니까?
관우 : 작년에 저한테 민준국 사건 맡기시면서 빚진 기분이라고 하셨죠?
공숙 : 그랬죠. 근데 그 얘길 갑자기 왜..
관우 : 그 빚, 이번에 갚아주세요.
공숙 : (무슨 말인지 몰라서) 네?
관우 : 박수하 변호.. 저한테 맡겨 주세요. 짱변과 함께 변호하겠습니다!
공숙 : 차변호사님은 작년에 국선전담변호사 그만두지 않았습니까?
관우 : 국선전담이 아니라 국선으로 참여시켜주세요. 그건 가능하지 않습니까?
공숙 : (끙..)
#29. 국선전담 사무실 앞 복도 (D)
Power of love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유창 기쁨에 겨워 사무실에서 슬로우로 뛰어오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걸어나오는 관우의 위풍당당한 모습, 가슴에는 변호사 뱃지가 반짝인다.
유창 : (반가움에 달려오며/슬로우로 늘어지는 테잎톤) 차변호사님~
유창, 관우를 반가움에 안으려는 순간, 관우 상덕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유창, 삐끗 실패하고 뚱.
상덕 : (미소로) 왔나?
관우 : (씩씩하게) 네. 이번에 박수하 사건 국선을 맡았습니다. 사무실이 없어서 당분간 여기 좀 빌려 써야 될거 같아요.
상덕 : 그래. 짱변 많이 좀 도와줘라. 그 친구 간만에 변호사다워졌어.
관우 : 네, 걱정마십쇼. 짱변은 어딨습니까?
상덕 : 사무실에 있어. 며칠 밤을 새서 아주 엉망이야.
#30. 국선전담사무실 (D)
관우, 들어와보다 뭔가를 보고 미소..
혜성, 중앙 테이블에 관우를 등진 채 고개를 박고 자고 있다. 옆에는 서류를 잔뜩 쌓아놓아져 있다.
관우 : (안되겠다 싶어서 소리를 내며) 짱변..
혜성 : (기민하게 고개를 반짝 들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차갑고 싸늘하게) 왔어요?
관우 : (혜성 앞쪽으로 가서 앉으며) 네. (하다 혜성 얼굴보고 미소)
혜성 : (뺨에 작은 페이지마커가 붙어있다. 차갑게) 왜 웃죠? 내가 잤다고 생각해요?
관우 : 아뇨. 아닙니다. (가방에서 서류 꺼내며) 뭐부터 시작하면 되죠?
#31. 구치소 면회 신청실 (D)
성빈, 면회 신청서 내는데 직원 신청서 보고는.
직원 : 박수하는 오늘 면회 안되는데.. 지금 친구가 면회하고 있어요.
성빈 : 또요? 꼭 하루에 한명만 면회가 되요?
직원 : 네. 내일 다시 오세요.
성빈 : (발 구르며) 아 미치겠네. 벌써 몇 번째야.
#32. 일반 면회실 (D)
충기, 심드렁한 자세로 수하에게 일기 읽어주고 있다.
충기 : 당신은 수족관에 가봤나요? 난 너무 가보고 싶습니다. (낄낄대는) 애냐? 수족관은 왜...
(읽는) 나의 세상은 너무 시끄러운데, 그곳에 가면 세상이 조용하고 평온할 것 같습니다.
(갸우뚱) 이게 뭔소리야? 세상이 왜 시끄러워? (읽는) 언젠가 꼭 당신과 함께 수족관에 가보고 싶습니다.
(저번만큼 몸서리치지는 않고) 으엑~ 야.. 이거 읽다가 내 위장 다 버리겠다.
수하 :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다)...
#Ins. 8회 엔딩 - 아주 짧게 수족관을 보던 혜성의 모습.
수하 : (충기를 다그치는) 계속 읽어봐.
충기 : (다음장 넘기고)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입니다. (수하 눈치보고 좀 진지해져서 자세 바로 잡는)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당신이 늘 함께 생각납니다. 당신이 법정에 들어왔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만일 그 순간 당신이 없었다면..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억울함에 숨이 막혔을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당신은 날 숨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수하 : ...
충기 : (장난 아니고 진짜 궁금해서 진지하게) 야. 여기 나오는 여자, 계속 한 여잔거지? 10년 내내..
수하 : 어.
충기 : (슬쩍) 혹시 그 변호사 누나야?
수하 : (답답하고) 그런거 같애. 근데 잘 기억이 안나..
충기 : (수하의 순애보가 좀 안쓰럽다) ...새끼.. 안그렇게 봤는데 X라 순정파네. (다음장 넘기고) 오늘 기말고사를 봤습니다.
#33. 구치소 앞 (D)
충기 나오면서 생각 많은 표정으로 구치소를 본다.
성빈 : (사납게/off) 야! 김충기!!
충기 : (성빈 보고) 오~ 고성빈이! 오랜만이다~
성빈 : 니가 맨날 면회 다 쓰는 바람에 내가 수하 면회를 못하잖아. 하루에 한번밖에 면회 못한다는데
넌 친하지도 않으면서 왜 맨날 오구 X랄이야! (발로 충기 무릎 확 차는)
충기 : (들이 받으려/때리려는게 아님) 아우! 이게 진짜! (하다) 됐다. 내가 불쌍해서 참는다. 불쌍해서..
성빈 : 뭐가 불쌍해!
충기 : (그런 성빈 잠시 보다 진지) 고성빈. 너도 이제 삽질 그만하고 정신차려.
성빈 : !
충기 : 박수하, 니가 열 번 아니 만번 찍어도 안 넘어가. 절대! (하고 가는)
성빈, 그런 충기를 노려보다가 달려가 발로 등판을 꽉 찍는다.
충기 : (진짜 성질나서) 야!! (하고 돌아보다 성빈, 눈물 흘리는거 보고 멈칫해 수그러든다) 야아...
성빈 : (눈물 그렁그렁해서) 안다! 이 나쁜 새끼야! 내가 삽질하고 있다는거 X나 잘 안다구!! (가버리는)
충기 : (미안하고 머쓱해서) 야~ 뭘 그런걸로 우냐? (따라가는)
#34. 구치소 변호인 접견실 (D)
미결수복 입은 수하와 혜성 마주 앉아있다.
혜성은 서류 보면서 적고 있고 수하는 혜성을 보고 있다.
혜성 : (서류 보면서) 그러니까 어느날 깨보니까 그 할아버지 집이였다 이거지? 할아버지는 널 그냥 조카손주라고 했고?
수하 : 네.
혜성 : (이상하고) 이상하다. 생판 남인데 왜 조카손주라고 했을까?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 왜 이렇게 열심이에요? 원래 변호사들이 다 이래요? 아니면..
(정말 알고 싶다) 변호사님한테 내가 특별한건가요?
혜성 : (수하를 보는) 응. 특별해. 아주..
수하 : !!
혜성 : 니가 죽였다고 하는 민준국이란 사람.. 니 아버지를 죽이고, 내 어머니를 죽였어.
근데 법이란 걸 이용해서 도망가 버렸고..결국 널 살인자로 만들었어.
수하 : ...
혜성 : 만일 이 재판에서 지면.. 난 정의도 법도 다 믿지 못하게 될거야. 변호사 짓도 더 이상 못할거고..
난 그 꼴 못 봐. 어떻게든 법으로 널 지킬거야. 그러니까.. 넌 지금 나한테 아주 특별해.
수하 : ... 나한테 변호사님은요?
혜성 : 어?
수하 : 나한테 변호사님은 어떤 사람이었죠?
혜성 : 그냥 아는 사람. (다시 서류보기 시작)
수하 : 그게 다에요? 좋아한다거나.. 특별하다거나.. 뭐 그런거 없었어요?
혜성 : (멈칫) !
#Ins. 8회 마지막씬
수하 : (슬픈 미소로) 당신이 모르는게 하나 더 있는데..
혜성 : ?
수하 : (혜성의 허리를 당겨 키스를 한다)
혜성 : (수하를 단념시키고 싶은 생각에 서류보며) 굳이 따지자면 싫어하는 쪽이야.
수하 : !!
혜성 : 너 나 싫어했어. 지저분하고 속물 같다고..
수하 : ! (거짓말이다) 거짓말.. 아니죠?
혜성 : (자르듯 서류 보며) 응.
수하 : (재차 혜성을 보며) ..근데 왜 거짓말 같죠?
혜성 : 거짓말 아냐. 진짜야. (수하 보며 마음 접으라고 자르는 톤으로) 그리고 나도 그게 진짜였으면 해.
수하 : ...!
혜성 : 이제 재판에 집중해. 알았지?
#35. 합의부 법정 (N)
아무도 없는 법정에서 혜성 방청석에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앉아있다.
관우 : (off) 뭐해요? 여기서?
혜성 : (보고) 재판 준비를 해볼까 해서 왔어요. 참여재판은 처음이라.. 차변은요?
관우 : (서류 보이며) 나도 리허설을 해볼까 하고 왔죠. (빙긋) 많이 떨리죠?
혜성 : 아뇨. 전혀. (라고 당차게 얘기는 했지만 역시 불안하다)
관우 : 난 떨려요.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수하 인생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겁나고 떨립니다.
혜성 : (걱정스레 본다) 떨면 안되는데..
관우 : (법대를 보며 결연히) 걱정마요. 내일 나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울겁니다. 어떻게든 무죄 받아낼거에요.
그게 내가 두 사람한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혜성 : (함께 법대를 보며) ..
관우 : 그리고.. 무죄 받아내면..
혜성 : (관우를 본다) ?
관우 : (혜성을 보며) 나 다시 짱변한테 물어볼겁니다. 나를 다시 생각해줄 수 있는지..
혜성 : !! (거절할 생각으로) 저기 차변. 나는..
관우 : (대답을 막듯이) 아직 안물어봤어요. 그러니까 지금 대답하지 말고 기다려줘요. 내가 물어볼 때까지..
혜성 : ...
#36. 검찰 전경 (D)
#37. 도연 사무실 (D)
법복을 입은 현범과 도연, 그리고 양계장 카트에 서류를 착착 싣는다.
#38.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과 관우 역시 서류를 가방에 착착 넣고 있다.
관우 : 유창씨. 내가 부탁한거 잊지 않았죠?
유창 : (끄덕) 네, 걱정마세요.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 전에.. 이거.. (하며 혜성에게 뭔가를 준다)
혜성 : (받고) 이게 뭔데요? (하고 보면 변호사 뱃지다) !
유창 : 1년전에 챙겨놨었어요. 언제 드릴까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딱 지금인거 같아서요.
혜성 : (잠시 보다가) 고마워요. (주머니에 넣는) ...
유창 : (?) 안차고 가요?
혜성 : 아직 때가 아닌거 같아서요. (관우에게) 준비 다됐으면 가죠.
#39. 법원 피고인 대기실 (D)
수하, 미결수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교도관 : (돌아선 채로 미결수복 챙기며) 변호사님이 옷까지 챙겨주신거냐?
수하 : (윗옷 갈아입으며) 네..
교도관 : 참여재판이라 배심원들한테 선입견을 안줄려고 그러는거구만.. 아이고, 변호사님 정성이 대단하시네.
수하 : ...
교도관 : 하루만에 선고까지 일사천리로 끝날텐데.. 많이 떨리겠다.
수하 : (그때 뭔가 펑하고 짧게 과거가 떠오른다) ...!!
# Ins. 실내 낚시터 안 (N) - 아주 짧게
야비한 미소로 눈물을 흘리는 준국과 마주한 수하의 뒷모습.
수하, 갈아입다 말고 멈칫한다.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교도관 : 왜 그래? 어디 아퍼?
수하 : (떠오른 기억의 조각이 혼란스럽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경위 : (E) 모두 일어나주십시오!
#40. 합의부 법정 (D)
공숙과 배석들 들어서면 배심원을 비롯한 법정에 모든 이들이 일어나 있다.
피고인석에만 자리가 비워있다.
공숙, 평소보다 화려한 동작으로 법의를 펄럭이며 의자에 앉는다.
경위 : 착석해주십쇼.
일동 : (앉는)
공숙 : (멋있게 중저음톤으로) 변호인측 검사측 모두 출석 하셨죠?
혜성/관우/도연/현범 : 네.
공숙 : 이제 피고인 입장시켜 주시죠.
교도관 수하를 데리고 들어온다. 사복을 입은 수하, 들어선다.
배심원들 일제히 수하를 본다.
혜성과 제일 먼저 눈을 맞추는 수하.. 불안한 표정이다.
혜성, 안심시키는 눈빛으로 끄덕.
#41. 도연의 집무실 (D)
현범, 도연, 양계장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양계장 : 그럼 이번 참여재판에 두 분이 같이 들어가시는거에요?
도연 : 네, 제가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아무래도 참여재판이 처음이라..
현범 : 모두진술은 니가 할거지?
도연 : 네. 근데 모두진술은 일반재판처럼 준비하면 되나요?
현범 : 아니. 참여재판은 화법이 아주 중요해. 잘난척 하지 말고,
배심원들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다는 겸손한 화법으로 접근을 해야돼.
#42. 합의부 법정 (D)
도연 리모컨을 들고 배심원 앞에 선다.
도연 : (배심원에게 친절한 톤으로) 저는 이 사건의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한 서도연 검사입니다.
전 여러분의 판단을 보좌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배심원 여러분의 이해를 돕는데 좋을 것 같아서
화면으로 공소사실을 준비를 해봤습니다. (프로젝트에 리모콘 조정을 하면서)
커다란 화면에는 모두진술에 관한 요약본이 프레지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어 배심원들에게 보여지고 있다.
혜성 : (화면 보고 낭패다 싶고) 왜 저렇게 현란해. 우린 그냥 피피틴(ppt)데..
관우 : 걱정마요. 저런건 괜히 눈만 어지럽히고 별 효과 없어요.
도연 : (배심원들을 향해) 11년전 피해자 민준국에 의해 피고인 박수하의 아버지가 살해됐습니다.
민준국은 출소 후에도 피고인을 끊임없이 위협했고, 결국 지난해에는 피고인에게 상해까지 입혔습니다.
수하 : (도연의 모두진술 위로 혼란스러운 표정) ...
도연 : 피고인은 민준국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던 중 2012년 7월 22일 23시경.. 연주시 소재 월척실내낚시터에서 피해자를 만나
살해하고 사체를 절단한 후 강물에 은닉하였다는 사실로 공소가 제기됐습니다.
수하 : (뭔가가 다시 떠오른다) ...!!
# Ins. 실내 낚시터 안 (N) - 아주 짧게
야비한 미소로 눈물을 흘리는 준국과 마주한 수하.
이번엔 수하의 앞모습이 보인다. 야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수하의 혼란스러운 표정 위로 도연의 모두진술은 계속된다.
도연 : 피고인은 이 사실을 수사단계에서 이미 자백을 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여러 가지 증거로 배심원 여러분들에게
공소사실을 입증 할 예정입니다. (배심원을 보는) 피고인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의 사체를 잔인하게 훼손하였고,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기는 커녕 발각을 피하고자 주소지를 떠나 강화도에 숨어 지내다가 주민의 신고로 발각이 됐습니다.
이에 피고인을 형법 250조와 161조 규정에 따라 살인 및 사체손괴∙사체은닉죄로 기소하는 바입니다.
수하 : (두려워진다. 진짜 내가 살인범일지 모른다.) ...
공숙 : 피고인. 공소사실에 대해 잘 들었죠?
수하 : 네? 네..
공숙 :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수하 : (혼란스럽다. 대답 못하는) ...
혜성 : (왜 저러지? 걱정스레 보면) ...
수하 : (혜성을 보며) 아뇨. 인정하지 않습니다.
공숙 : 무죄를 주장한다는 뜻인가요?
수하 : 네.
공숙 : 알겠습니다. 변호인 모두진술을 해주시죠.
혜성 : 네. (일어나 나가며 상덕을 본다) ....
#43. 면담실 (D)
상덕, 유창, 관우, 혜성 가운데 서류를 쌓아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상덕 : (혜성에게) 모두진술 할 때가 중요합니다. 배심원들 앞에서 검사를 존중하고 칭찬해주세요.
그래야 배심원들이 짱변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란 사람이라고 생각할겁니다.
그런 사람이 피고인 편에 서면 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생각하게 될거에요.
혜성 : (일그러져서) 도연이 그 기집애를 칭찬을 하라고요? (고개 저으며 단호히) 그거만큼은 저 절대 못해요!
#44. 합의부 법정 (D)
배심원들 앞에서 혜성, 평소답지 않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선다.
혜성 : 피고인 박수하의 변호인 장혜성이라고 합니다. (도연을 향해 미소) 모두진술에 앞서 먼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주신 검사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도연을 향해 가볍게 목례)
도연 : (왜 저래?) ?
상덕 :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
혜성 : (배심원을 보며) 저 역시 공소사실을 보며 피고인이 의심할 여지 없는 범인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검토해보고 피고인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유죄로 인정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수하를 보며) 피고인의 자백은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강압적인 신문에 의해 나온 자백이었습니다.
증거들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죽였다는 직접증거라기보다 정황증거들 뿐입니다.
(다시 배심원 보며) 피고인이 강화도에서 1년간 머물렀던 것도 죄를 은폐하기위해서가 아니라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주소지로 찾아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검사님이 여러분께 공소사실에 관한 입증계획을 말씀드리겠지만,
저희들도 그 증거들을 탄핵할 수 있는 증거들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입니다. 이상입니다.
수하 : (혜성의 모두진술 하는 모습을 눈에 담는다.) ...
#45. 도연의 집무실 (D)
현범, 도연, 양계장 함께 회의 중이다.
도연 : 통화기록하고 진술조서를 보여줘볼까요?
현범 : 빼는게 좋을거 같은데? 그런 증거는 배심원들한테 어렵고 지루할거야.
대신 배심원을 자극할만한 증거들로 추려봐. 눈으로 보기에 충격적인걸로..
#46. 합의부 법정 (D)
화면에 햄버거 가게에서 수하가 민준국을 마구 패는 장면이 나온다. (CCTV화면 / 소리없음)
배심원들 보고 조금 동요하는 느낌이다.
수하 역시,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도연, 일부러 수하의 가장 과격한 동작에서 스틸을 건다.
도연 : 보시다시피 피고인은 피해자 민준국에 대한 원망이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망은 민준국이 법망을 빠져나가면서
극대화 됐고, 결국 법을 믿지 못한 피고인은 민준국을 살해를 해 스스로 직접 심판을 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원망으로 사체를 손괴하였고, 철저하게 은닉하고 1년간 숨어지냈습니다. 그러나
(리모콘 누르면 다음 화면으로 준국의 손가락 사진이 나타난다) 이 작은 손가락이 발견되면서
피고인의 완전범죄는 미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배심원들 : (여자 배심원 몇몇은 손가락사진을 차마 못보고 고개를 피한다) ..
수하 : (역시 동요한다) ...
혜성 : (혼잣말로 궁시렁) 나쁜 기집애. 저걸 흑백으로 뽑지 칼라로 뽑냐.
<컷튀면>
관우 : 검찰에서는 이 사건의 범행 시간을 밤 11시부터 새벽 3시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밝힌 이 사건의 흉기는
칼날의 길이가 15cm 가량이고 피해자 민준국은 80키로를 넘는 적지 않은 체구였습니다. (리모컨 켜면 화면 켜지는)
#Ins. 정육점 (화면 속)
관우, 정육점에서 머리에 위생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채 커다란 소를 15cm 칼로 해체하고 있다.
빠른 화면으로 나오고 화면 하단에는 스마트폰으로 타이머를 켜놨다.
배심원들 영문 모르겠다.
배심원 몇몇은 우스꽝스러운 관우의 모습에 풉..웃음 삐져나온다.
관우 : (화면을 보며) 얼마전 정육점에서 80키로 상당의 소갈비를 범행도구와 똑같은 크기의 칼로 제가 해체를 해봤습니다.
손가락 크기로 조각내는데 꼬박 7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사건당시 피고인은 피해자 민준국에게 왼쪽 어깨를 찔려
부상을 크게 입은 상황이었습니다. 한쪽 팔을 못쓰는 피고인이 단 4시간 안에 80키로를 넘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처리할 수 있었을까요?
배심원들 : (수긍하듯 끄덕) ...
#47. 면담실 (D)
혜성, 관우, 상덕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다.
유창 : (앉으며) 너무 힘든 싸움이네요. 피고인은 기억이 없고, 증거는 지문 묻은 칼에, 손가락에, 통화기록에, 족적까지..
너무 많고 탄탄해요.
상덕 : 증거가 너무 많다는 건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 진짜 박수하가 범인이거나 아니면..
#48. 합의부 법정 (D)
관우가 진술을 하고 있다.
관우 : (앞씬을 받아오듯) ..아니면 누군가 박수하를 범인으로 만들려고 짰거나!
검사님 말씀대로라면 피고인은 범죄사실을 숨기기 위해 토막살인을 하고, 철저하게 숨어 살만큼
영악하고 치밀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남겨진 이 수많은 증거들은 그런 사람이 남겼다고 하기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위적입니다. 마치 저 사람을 범인으로 봐주세요..라고 얘기하는 듯이 말입니다.
배심원 : (몇몇이 수하를 보며 수긍하듯 끄덕) ...
관우 : 어쩌면 우리는 진범이 따로 있다는 걸 모른 채, 그 진범의 수에 놀아나고 있는건 아닐까요?
또 피고인이 아닌 다른 용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해봐야합니다.
그 의심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면 피고인은 무죕니다!
#49.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 관우, 상덕, 유창 함께 회의 중이다.
상덕 : 다른 용의자를 대는건 좀 위험하지 않나? 검찰이 알리바이라도 갖고 오면 낭팬데..
나도 26년전 황달중 사건때 그 작전을 쓰다가 졌거든.
관우 : 그래도 배심원들을 흔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 아닌가요?
혜성 : (끄덕) 지금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합리적인 의심을 던지는 것 뿐이에요.
위험하긴 하지만 한번 해볼만한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50. 합의부 법정 (D)
혜성, OTP 기계 쪽에 사건기록을 들고 서서.
혜성 : 경찰과 검찰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피고인 박수하 이외의 인물은 용의선상에 전혀 두지 않은 채 수사를 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그 시각, 그 현장에 피고인 이외에 사람이 있었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리모컨 키면)
# 화면에 족적이 나온다.
혜성 : 사건 당일 현장에는 세 사람의 족적이 나옵니다. 하나는 피해자 민준국, 또 하나는 피고인 박수하,
그리고 마지막은 낚시터주인 지철수. 사건이 일어난 실내 낚시터는 연중무휴 라는데, 사건 당일만 낚시터를 개방 안했어요.
(갸우뚱)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하필 그날 쉬었을까요?
(배심원에게 의심을 심어주듯) 마치.. 이 사건을 준비한 것처럼말이죠.
배심원들 : (갸우뚱, 진짜 이상하긴 하다) ...
<컷 튀고>
관우 : 김기호씨는 기억을 잃고 연고도 없는 피고인을 신고도 하지 않은 채 1년이나 보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이웃들에게 조카손자라고 속이면서 말이죠.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도연을 보며)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숨기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린 그 무언가를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연 : (의미심장한 표정) ...
#51. 도연의 집무실 (D)
도연, 현범, 양계장 함께 회의 중이다.
도연 : 아마 박수하측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들이대면서 다른 용의자가 있을 가능성을 얘기할거에요.
현범 : 그게 오히려 우리한테 득이야. 다른 용의자를 들이대는 대로 다 받아줘.
#52. 합의부 법정 (D)
도연, 배심원들 앞에서 진술을 한다.
도연 : (여유롭게) 변호인의 진술대로 수사선상에서 다른 용의자를 배제한 것은 인정합니다.
너무나 많은 정황증거들이 피고인 한 사람만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혜성 : ...
도연 : 방금 변호인측에서 다른 용의자의 가능성을 제시하셨는데요. 이분들의 알리바이를 제시하기 이전에..
변호인측에서 이미 이분들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셨습니다.
관우 : (이게 무슨 소린가?)
도연 : 낚시터 주인 지철수씨는 현재 61세로 중증 당뇨를 앓고 계십니다. 피고인을 1년간 보호하고 있었던 김기호씨는
현재 나이 74세이십니다. 변호인의 말씀대로라면 범인은 4시간 안에 80키로가 넘는 피해자의 시체를 훼손할만한 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죠. 최소한.. 이 두 분은 피고인보다 체력이 현저하게 낮은 노인분들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두 분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야 되는거 아닐까요?
배심원들 : (웅성/강하게 수긍이 간다)
상덕 : (낭패다. 눈을 질끈 감는) ...
도연 : (혜성을 보며) 근거 없이 던지는 의심은 오히려 피고인의 죄를 더욱 더 강하게 의심하게 만들죠.
다른 용의자들이 있었다는 것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용의자들 중 가장 확고한 용의자는
(수하를 보며) 피고인 박수하입니다.
수하 : !!
혜성 :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
관우 : (혜성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귀에 대고 속닥) 일단 뭔가 대단한 걸 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봐요. 웃으면서 자신있게..
혜성 : (영문 몰라서) 네?
관우 : (속닥) 배심원들 속이게 아주 놀라는 척 해봐요.
혜성 : (고개를 끄덕이며 화색돌아 놀라는 척하며 속닥)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속여요. 지금 우리가 완전히 깨졌는데..
관우 : 일단 이 재판 흐름을 끊어야되요. (일어나 환한 표정으로) 재판장님! 장혜성 변호인과 변론방향을 정리하고 싶은데
잠시 휴정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혜성 : (그런 관우가 어이없어 억지 미소로 이 악물고 복화술로) 미쳤어요. 지금..
공숙 : 그럼 잠시 휴정을 하도록 할까요? 검사측 어떠세요?
현범 : (끄덕이며) 좋습니다.
공숙 : (배심원들에게) 배심원 여러분, 휴식시간 중에는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시면 안됩니다.
(시계보고) 그럼 네시에 개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53. 가평 시외버스터미널 앞 (D)
유창 버스에서 내려서는 거리 쪽으로 서둘러 걸어가 택시를 잡는다.
유창 : (손들고) 택시!!
#54. 택시안 (D)
유창, 기사에게 쪽지를 건네며.
유창 : 기사님.. 이 주소로 부탁드립니다.
#55. 변호인 준비실 (D)
관우, 상덕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혜성, 홀로 초조한 듯 왔다갔다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상덕 : 흐름은 잘 끊었다만.. 길이 별로 안보여서 원..
혜성 : 어떡하죠. 이대로면 판이 검사 쪽으로 넘어가 버려요. 지철수씨랑 김기호씨를 용의자로 더 물고 늘어져볼까요?
상덕 : (고개 젓고) 너무 무모해요. 검사측에 알리바이가 있다는거 보니까.. 괜히 더 쑤셨다간 이쪽이 당합니다.
관우 : (골똘히 생각하다) 확률은 적지만.. 마지막 용의자가 하나 있긴 해요.
혜성 : 누구요?
관우 : 박수하를 신고하고 현상금 받은 사람 말이에요. 문성남..
혜성 : 그 사람은 가평에 사는 사람이라면서요? 연주시에 연고도 없고..
관우 : 그러니까 이상하죠. 박수하는 강화도 시골 구석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130키로나 떨어진 가평에서 알고 신고를 해요?
혜성 :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
상덕 : 그래서 유창이를 가평에 보낸거였냐? 그 사람 찾으려고?
관우 : 네, 이건 그냥 변호사가 아니라 경찰의 촉인데요. 그 사람 분명 뭔가 있어요.
(그때 유창에게 전화가 온다. 벌떡 일어나 받으며) 여보세요. 유창씨!!!
혜성/상덕 : (주목한다) ..
관우 : 네, 신고한 놈 만났어요? 어때요? 등치 좀 커요? 토막살인 할만큼 힘이 쎄보여요?
#56. 국도변 과일가게 (D)
민이네 농장이라고 써있는 플래카드.
유창, 실망스런 얼굴로 전화를 하고 있다.
유창 : 아뇨. 그런 분위기 아니에요. 아줌마세요.
유창, 보면 한 아줌마(문성남/50대/왜소한)가 못마땅한 얼굴로 유창을 노려보며 파리채로 파리를 쫓고 있다.
#57. 변호인 준비실 (D)
관우 : (맥이 탁 풀려 주저앉는) 아줌마라구요?
혜성/상덕 : (실망) !
관우 : (성질나서) 아니 그 아줌마는 이름이 헷갈리게 문성남이래요! 남잔 줄 알았잖아.
유창 : (E) 그러니까요. 하긴, 김공숙이란 이름으로 남자인 사람도 있는데요. 뭐.. (맞는 듯) 아야! 왜 때려요. 금방 갈께요.
(하다) 아니. 현상금 뺏으러 온거 아니라니까.. 차변호사님! 저 지금 바로 올라갈께요.
관우 : 네.. (실망해서 끊는)
혜성 : (머리를 감싸고/E)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유죄를 인정해야하나..
#58. 피고인 대기실 (D)
수하, 사복 차림으로 수갑과 포승줄을 한 채 불안한 얼굴로 앉아있다.
불현 듯 떠오르는 또 한편의 기억.
#Ins. 실내낚시터 (N) - 짧게
수하, 눈물을 흘리며 오른손으로 준국의 멱살을 잡고.
수하 : (처절하게 외치는) 전부 다 거짓말이야!!!
수하 : (혼란스러운) 대체 이게 뭐야.. (자신이 범인인 것 같은 회상이 자꾸 떠오르자 수하 불안한 듯 머리를 감싼다.)
#59. 변호인 준비실 (D)
상덕과 혜성 관우 모두 고심 중이다.
상덕 : 어떻게? 유죄를 인정할건가?
관우 : (난감하고) 증거가 너무 많아요. 깨기에 너무 견고해요.
혜성 : (초조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까요?
관우 : 다른 용의자는 더 없는데.. 사고사라고 할 수도 없고..
상덕 : 26년전 황달중 사건하고 똑같이 흘러가고 있어.. (자조적으로) 참 얄궂네.. 사건 별명도 똑같애. 손가락 살인사건..
혜성 : (뭔가 좀 이상하다) 황달중? 손가락 살인사건..? (뭔가 퍼뜩 떠오른다)
관우 : (역시 뭔가 떠올라 책상을 땅 치며) 생각났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합리적인 의심!! (놀라움에 혜성 보면)
혜성 : (놀라 차변 보며) 혹시 차변도 내가 지금 생각하는거.. 생각해요?
관우 : 네. 이 모든 증거가 딱 들어맞는 용의자가 하나 있어요!!
상덕 : (영문 모르겠고) 그게 누군데?
#60. 법정 복도 (D)
개정 중에 불이 들어온다.
#61. 합의부 법정 (D)
도연 현범은 검사석, 공숙과 배석들은 판사석, 그리고 수하는 피고인석, 혜성 관우는 변호인석에 앉아있다.
상덕은 방청석에 있다.
혜성, 수하의 손을 꼭 잡아준다.
수하, 불안함을 쫓으려는 듯 그 손을 꼭 잡는다.
공숙 : 변호인, 다시 진술하실거 있나요? 아니면 심리에 들어갈까요?
혜성 : (일어나) 재판장님과 배심원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공숙 : 네, 말씀하세요.
혜성 : (중앙으로 나오며 도연을 보는) 검사님께서 지적하신대로 근거없이 다른 용의자를 의심했다는 점 인정합니다.
(공숙을 보며) 그런데 이 많은 증거들이 딱 한명, 피고인 박수하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다고 하셨는데..
사실 한명 더 있습니다.
배심원 : (동요한다.) ??
혜성 : (배심원들을 보며)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고 모든 정황이 들어맞으며, 통화기록도 있고, 무기인 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손가락을 자를 정도의 힘이 있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도연 : (누구?)
공숙 : (궁금하고) 그게 누구죠?
혜성 : 바로 피해자 민준국입니다!!!
도연 : (황당하다) !
수하 : (믿음으로 혜성을 본다) ...
공숙 : (어이없고) 변호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민준국은 이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잡니다. 어떻게 용의자가 될 수 있습니까?
혜성 : (목소리에 힘을 실어)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변호인은 피해자 민준국이 아직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법정 안 술렁댄다.
변호인석의 관우, 방청석의 상덕, 긴장을 잔뜩한 얼굴이다.
혜성, 수하를 보며 안심시키듯 끄덕이며 결연한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