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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세상이 시작된 곳에서 나의 근원을 묻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화제의 강의!
‘고대 그리스 세계의 매혹적인 안내자’ 김헌 교수와 함께 지중해로 떠나다
‘단단한 신념을 만드는 고전의 힘’을 강조해왔던 서양고전문헌학자 김헌과 함께 떠나는 그리스 문명 답사. 이 책은 ‘신화’와 ‘축제’라는 열쇳말을 가지고 고대 그리스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두 차례의 그리스 문명 기행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규정해왔던 문명의 근원을 인문적 통찰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현해낸다. 오늘의 세계를 이루는 근간이 서구 문명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 문명을 읽어내는 작업은 긴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스 본토를 비롯해 크레타, 산토리니 등의 에게해,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카르타고, 몰타 등을 답사하며 주요 유적지 현장에서 오늘의 세계로 향하는 길을 잇는다. ‘단단한 신념을 만드는 고전의 힘’을 강조해왔던 서양고전문헌학자 김헌과 함께 떠나는 그리스 문명 답사. 이 책은 ‘신화’와 ‘축제’라는 열쇳말을 가지고 고대 그리스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두 차례의 그리스 문명 기행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규정해왔던 문명의 근원을 인문적 통찰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현해낸다. 오늘의 세계를 이루는 근간이 서구 문명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 문명을 읽어내는 작업은 긴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스 본토를 비롯해 크레타, 산토리니 등의 에게해,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카르타고, 몰타 등을 답사하며 주요 유적지 현장에서 오늘의 세계로 향하는 길을 잇는다.
🏫 저자 소개
김헌
고대 그리스의 문학과 신화, 고전기 아테네의 수사학과 철학을 연구하는 서양고전학자로,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로 재직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비극, 역사,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 연구로, 서양고전학과에서 《일리아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수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그리스 문명 기행》 《질문의 시간》 《천년의 수업》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무엇이 좋은 삶인가》(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리스 지도자들에게 고함》 《두 정치연설가의 생애》 《‘어떤 철학’의 변명》 등이 있다. 〈벌거벗은 세계사〉 〈차이나는 클라스〉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 〈지식의 기쁨〉 〈최강 1교시〉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서양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목차
프롤로그 - 전쟁과 모험의 끝에서 오뒷세우스의 후예들은 잔치를 벌였다
1부 그리스 문명을 찾아서
1. 우승자여, 불멸의 명성을 얻으리라 - 이스트미아 제전
2. 진혼의 제전, 아들을 가슴에 묻다 - 네메이아 제전
3. 최고의 신 제우스를 위한 축제 - 올륌피아 제전
4. 매혹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숭배하던 코린토스 - 아프로디시아 제전
5. 활짝 핀 문명, 비극으로 막을 내리다 - 뮈케네 문명
6. 치유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거룩한 신전 - 아스클레피오스 신전
7. 생명과 부활의 밀교의식 - 엘레우시스 제전
8. 파르나소스산에서 신들과 함께 제전을 즐기다 - 퓌티아 제전
2부 그리스 본토를 떠나 에게해로
9. 찬란한 고대 역사를 품다 - 델로스
10. 풍요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도시 - 에페소스
11.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도시 - 로도스
12. 아테나 신전을 품은 아크로폴리스 - 린도스
13. 제우스의 고향에서 유럽 문명이 시작되다 - 크레타
14.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가는 길에서 - 산토리니
15.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아테네의 쇠락 - 아테네
16. 함께 자책하고 정화하다, 오이디푸스처럼 - 아테네
3부 지중해를 떠나며
17. 이집트에 새겨진 그리스의 흔적을 찾아서 - 알렉산드리아
18. 로마의 건국 신화를 만나다 - 카르타고
19. 로마를 꿈꾸다 - 몰타
찾아보기
📖 책 속으로
이 모든 여정을 따라가면서 고대 그리스 역사를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의 뼈대 위에 유적을 소개하면서 신전과 축제의 현장감을 살리고자 한다. 당연히 관련 신화가 빠질 리 없다. 정치, 군사, 외교, 경제와 같은 묵직한 항목들이 역사를 이끌어나가는 큰 힘을 이룬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의 삶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들, 즉 신화와 종교, 축제와 문화가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이루었음을 기억하며 이 길을 가려고 한다. 그리고 그 힘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그리스와 함께 고대 지중해 문명을 형성했던 카르타고와 로마의 이야기를 살짝 덧붙일 것이다.
_프롤로그, 14~15쪽
그리스인들에게 연대감을 불어넣어준 가장 구체적이고 오래된 전통은 바로 올륌피아 제전이었다. 올륌피아 제전은 ‘모든 그리스인들이 모이는(Panhellenic)’ 축제였다. 그리스어로 ‘판(Pan)’은 ‘모든’이라는 뜻이며, ‘헬라스(Hellas)’는 ‘그리스’를 가리키는 전통적인 표현이었다. 올륌피아 제전이 열리는 기간 동안 그리스의 도시들은 전쟁도 멈추고 한곳에 모여 평화와 공존을 기원하는 축제를 즐겼다. 올륌피아 제전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그리스 전역에서 권위를 인정받자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축제를 만들었다. 먼저 제49회 올륌피아 제전 직후인 기원전 583년에 코린토스는 이스트미아 제전을 열었다. 이에 뒤질세라 델피는 그다음 해에 퓌티아 제전을 열어 4년 주기를 취했다. 그러자 그다음 해에 또다시 이스트미아 제전이 개최되면서 2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 이로써 2년마다 올륌피아 제전과 퓌티아 제전이 번갈아가며 개최되고, 그 사이 2년마다 이스트미아 제전이 열리게 되었다. 기원전 573년부터는 이스트미아 제전이 열리는 해에 맞춰 네메이아 제전이 2년마다 열렸다. 결국 그리스인들은 1년에 적어도 한 번씩 범그리스 제전으로 모일 수 있게 되었다.
_1. 우승자여, 불멸의 명성을 얻으리라, 27~28쪽
올륌피아는 그리스 여행의 필수 코스다. 이곳을 좀 더 풍부하게 즐기려면, 범그리스 4대 제전의 개최지를 모두 방문하여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델피는 따로 코스를 잡아야 하지만, 아테네에서 올륌피아까지 가는 길엔 이스트미아와 네메이아를 차례로 들를 수 있다. 아침에 아테네에서 출발해서 차로 1시간 정도면 이스트미아에 도착해 오전 동안 볼 수 있다. 그곳에서 다시 30분 정도 달리면 점심쯤엔 네메이아에 이른다. 네메이아를 1시간 정도 둘러본 후에 2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올륌피아에 도착한다. 실제로 우리 일행은 아테네에서 이스트미아, 네메이아를 거쳐 올륌피아까지, 고대 범그리스 축제의 3대 제전의 유적을 하루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
_3. 최고의 신 제우스를 위한 축제, 55~56쪽
뮈케네 궁전은 터가 좋다. 동쪽으로는 병풍처럼 높은 산이 둘러서 적들의 방어에 용이하고, 서쪽으로는 넓은 평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아가멤논은 아침에 일어나 서쪽 평원에서 백성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에우리피데스는 복수의 무대를 왕궁이 아닌 뮈케네 변경의 언덕 위에 있는 초라한 농가로 잡았다. 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결혼한 엘렉트라는 궁전에서 쫓겨나 있었다. 그곳으로 오레스테스가 찾아오고, 둘은 어머니를 잡을 함정을 판다. 엘렉트라가 아이를 낳았다는 거짓 전갈을 궁으로 보내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유인한 것이다. “오레스테스와 나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죽여야 해요. 어머니의 행위가 정당한 것이라면 우리의 행위도 정당해요.”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는 훨씬 더 강력하다. 그녀는 농가를 찾아온 어머니를 오레스테스와 함께 찌른다. “얘들아, 제발 이 어미를 죽이지 마라!” 그러나 둘의 서슬 퍼런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왕궁 터에 서서 평원을 내려다보며, 에우리피데스의 두 남매는 어디쯤에서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죽였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게 뮈케네의 문명은 몰락하고, 그리스는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_5. 활짝 핀 문명, 비극으로 막을 내리다, 87~88쪽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스클레피오스가 간절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과 피로감이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만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곤 해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힘든 상황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터널 속이다. 모두가 힘든 가운데, 각별히 고단한 시기를 보내는 이들은 방역 담당자들과 의료진이다. 그들의 노력 덕택에 우리의 두려움 이상으로 사태가 악화되진 않고 최악의 상황은 피하는 것 같다. 옛 그리스인들이라면 이들의 헌신을 신비로운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의사’와 ‘간호사’를 한갓 인간이 아니라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사제들이고 후예라 믿었다. 병으로 고통을 겪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의술은 연약한 인간에게 신이 베푸는 은혜로운 섭리로서 경외의 대상이었으며, 병원은 치유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거룩한 신전이었다.
_6. 치유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거룩한 신전, 90~91쪽
어둠에 검게 물들었던 에게해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이 노을로 번져가는 모습은 자연이 짓는 한 편의 시다. 아침저녁의 노을이 아니더라도 그저 바다 위에서 배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신난다. 호메로스가 표현했듯이 “불모의 바다를 쟁기질하며 달리는 것” 자체가 가슴 전체를 파랗게 물들인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잔잔한 옥빛 바다, 드문드문 보이는 짙은 황톳빛 섬들, 양떼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새하얀 구름들, 햇볕에 따뜻이 데워진 살갗 위로 스쳐가는 상쾌한 바람, 그리고 다시 바람에 식은 피부를 데우는 강렬한 태양, 이 모든 것들이 온몸에 잠자던 감각들을 산뜻하게 깨운다. 6월의 에게해 위에 떠 있는 것이라면, 그저 좋다.
_10. 풍요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도시로, 146~147쪽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는 그렇게 문명사적 상처를 안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화산 폭발로 절단 난 섬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 위로 눈이 쌓이듯이 하얀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반을 숭덩 잘라낸 생일케이크 같다.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사람은 복이 있도다”는 말은 바로 이곳을 두고 한 것 같다.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건물들에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파란색 지붕이 하늘과 바다, 작열하는 태양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날이 저물어가면서 세계 전역에서 온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형형색색 옷차림으로 서쪽으로 향한 언덕 경사면에 모여드는 광경도 장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꼽으라면 이곳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수평선으로 서서히 저무는 해를 보는 동안, 바다에 몸을 던진 아이게우스가 떠올랐다. 마침 하얀 돛을 단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_14.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가는 길에서, 205~206쪽
델로스에서 출발한 배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크라테스의 친구들과 제자들은 서둘러 감옥으로 모여들었다. 소크라테스를 구할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간수들을 매수해놓았고, 그를 감옥에서 빼내어 아테네를 빠져나와 아테네 바깥으로 갈 모든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처럼 독배를 고대하는 모습이었다. 왜일까?
_15.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아테네의 쇠락, 211~212쪽
기원전 429년쯤, 그리스 비극의 백미로 꼽히는 〈오이디푸스 왕〉이 공연되었고 아테네 시민들이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리듯 비극을 관람했다. 무대 깊숙한 곳에서 문이 열리고 오이디푸스가 걸어 나와 마치 제단 위에 올려지는 제물처럼 무대 중앙에 선다. 그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탄원한다. 사악한 역병이 도시 전체를 덮치면서 전염된 사람들이 죽어가니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오이디푸스는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신탁을 구했다. 아폴론의 여사제는 답을 주었다.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자가 벌을 받지 않고 도시에 숨어 있다. 도시를 오염시킨 범인을 찾아내서 처벌하라!” 오이디푸스는 신탁에 따라 도시를 구하기 위해 범인을 잡으려고 혼신을 다한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찾고 있었으며, 결딴내기로 했던 그 범인이 결국 자기 자신임이 밝혀진다. 모든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피하지 않고 약속대로 자신의 두 눈을 찌르며 자기 징벌을 감행한다. 역병으로 물든 도시를 정화하고 고통으로 죽어가는 시민들을 구하는 희생의 제물이 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관객들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 그로부터 불과 2년여 전,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시작했다.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스파르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려고 모든 시민들을 도성 안으로 피신시킨 후, 해군력을 이용해 적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 그것은 기막힌 전략의 묘수였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그였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역병이 급속히 퍼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페리클레스마저 역병에 걸려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오이디푸스 왕〉이 공연되었을 때,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전쟁 중에 지도자를 잃고 허탈하고 불안했음은 물론, 아테네를 휩쓴 전염병에 부모, 형제, 친구를 잃은 참담한 상태였다. 무대 위의 비극은 먼 옛날의 전설이 아니라, 그때 거기의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생생한 진혼곡이었던 것이다.
_16. 함께 자책하고 정화하다, 오이디푸스처럼, 228~229쪽
🖋 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을 잊고 영원한 가치를 품었던
신화와 축제의 현장, 그곳에서 오늘의 세계가 시작되었다
호메로스의 위대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주인공 오뒷세우스는 주목할 만한 답을 내놓는다. 그는 트로이아 전쟁을 10년간 치르다가 목마 작전을 성공시켜 전쟁에 마침표를 찍은 영웅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10년간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다. 그는 폭풍에 난파된 후 고조섬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칼?梔秊遮? 아름다운 뉨프를 만났다. 그녀는 날마다 흥겨운 축제를 벌이고 요정들로 시중들게 하며, 그를 영원히 자기 곁에 두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오뒷세우스는 낙원을 뒤로하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쪽배에 몸 하나 겨우 싣고 바다를 건너다가 간신히 알키노오스 왕이 다스리던 섬에 도착하였다. 왕은 그를 위해 다양한 운동 경기를 열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오뒷세우스는 감회를 털어놓는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오뒷세우스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함께 어우러져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떠드는 축제를 보고 감탄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이 짧은 삶은 찬란하고, 그 찬란함의 정점에 축제가 있었다. 축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을 잊고 영원한 존재인 신들과 하나가 되는 현장이기도 했다. 불멸의 신들을 기리면서 자신들의 삶이 언젠가는 없어질 것임을 가슴 깊이 새기는 역설의 순간이었다.
오뒷세우스의 후예들은 축제를 열었다. 각 도시마다 고유한 성격의 축제를 열어 그들만의 삶의 주기를 만들어나가며 찬란한 문명과 고유한 역사를 일구었다. 저자는 질문을 품은 채 그리스 문명 답사를 떠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지중해의 찬란한 풍경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
“자연이 선사하는 그 선명한 대조의 풍경 속에서 의연하게 돋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지금은 비록 폭풍에 휩쓸린 폐허처럼 잔해만 남아 있지만, 수많은 신들을 위해 세운 신전들의 가지런한 터와 우뚝 솟은 기둥들의 위용이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건장하게 터를 잡은 파르테논 신전은 많이 부서졌고 복원의 길이 아직도 멀어 보이지만,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에는 충분한 잔해들이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달려볼 그리스의 풍경은 현재 남아 있는 유적들과 그에 관련된 오래된 기록들, 그리고 그것들이 나에게 불러일으킨 감성과 상상이 결합된 현장이다. 특히 ‘신화’와 ‘축제’라는 열쇳말을 가지고 고대 그리스 세계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려고 한다.” _본문에서
‘고대 그리스 세계’와 ‘지금 여기’를 잇는 문명 기행
이 책은 서양고전문헌학자 김헌이 두 차례 다녀온 그리스와 지중해 문명 기행의 결과물이다. 첫 번째 그리스 문명 기행은 2019년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이루어졌다. 아테네, 코린토스, 이스트미아, 네메이나, 올륌피아, 델피 등의 그리스 본토에서 4대 ‘범그리스 제전(Panhellenic festival)’을 비롯한 주요 유적지를 살펴본 후(1부), 크루즈를 타고 델로스, 에페소스, 로도스, 린도스, 크레타, 산토리니 등 에게해의 주요 유적지를 답사했다(2부). 두 번째 지중해 문명 기행은 그 이듬해인 2020년 1월 16일부터 26일까지 이루어졌으며, 알렉산드리아, 카르타고, 몰타 등을 주요 유적지를 답사했다(3부).
“역사적인 순서로 따지면 미노아 문명의 요람이었던 크레타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본토를 무대로 한 최초의 그리스 문명인 뮈케네 문명을 지나, 아테네의 황금기를 여행한 셈이다. 그리고 아테네의 몰락 이후 혼란스러웠던 그리스를 통합하고 동방 원정을 떠나 거대한 헬레니즘 제국의 초석을 닦은 알렉산드로스의 발자취의 일부를 따라갔으며, 카르타고를 제압하고 지중해의 서부를,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를 제압하며 지중해 전체를 자신의 바다로 삼았던 로마의 힘을 맛보았다.” _본문에서
범그리스 4대 제전은 올륌피아 제전, 퓌티아 제전, 이스트미아 제전, 네메이아 제전 등을 일컫는데, 올륌피아 제전과 퓌티아 제전은 2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자리를 잡았고, 그 사이 2년마다 4~5월에는 이스트미아 제전이, 7~8월에는 네메이아 제전이 열렸다. 결국 그리스인들은 1년에 적어도 한 번씩 범그리스 제전으로 모일 수 있었다. 제전이 열리는 동안 그리스의 도시들은 전쟁을 멈추고 한곳에 모여 평화와 공존을 기원했다.
고대 그리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터를 잡은 파르테논 신전은 많이 부서졌고 복원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벼락 창을 들고 서 있었다는 올륌피아의 제우스 신상이나 로도스의 수호신 헬리오스 신상 등은 이제 사라지고 없으며,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은 그 규모를 짐작할 만큼의 잔해만 남아 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서양고전문헌학자로서 천착해왔던 저자는 인문적 통찰과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의 잔해들 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저자는 네메이아 제전의 유적지 도면을 제시하며, 라커룸에서 대기하던 선수들이 자신들을 호명하던 소리를 듣고 ‘숨겨진 출입구’를 향해 스타디온(스타디움)으로 뛰어 들어가던 모습을 재현한다. ‘숨겨진 출입구’는 선수들의 통로이기도 했지만, 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해 선수들의 함성에 관중들의 환호성까지 더해졌다. 2천 년이 훨씬 넘은 스타디온, 선수들이 나란히 섰던 출발선 돌판 위에서 저자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저자는 크레타의 미궁에 들어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고 돌아온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의 아버지 아이게우스의 죽음을 둘러싼 ‘테세우스 음모론’을 제시하기도 하고, 디오뉘소스 극장 무대에서 올려진 소포클레스의 연극 〈오이디푸스 왕〉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생생한 진혼곡’으로서의 비극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치 디오뉘오스 극장의 관객들처럼, 자신의 슬픔과 상처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반신반인(半神半人)의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의술의 신이 된 아스클레피오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의사와 간호사를 한갓 인간이 아니라 아스클레피오스의 후예로, 병으로 고통을 겪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의술을 신이 베푸는 은혜로운 섭리로 여겼던 고대의 지혜를 소환한다. 그러고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오늘의 지혜를 궁리하기도 한다.
“뮈케네에서 저자는 변사가 되어 ‘얘들아, 제발 이 어미를 죽이지 마라!’라고 외친다. 크레타에서 그는 음모론자가 되어 익숙한 비극을 현대적인 정치 드라마로 다시 보여준다.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를 대담하게 잇고, ‘테스 형’과 ‘나인뮤지스’를 재치 있게 엮는다. 영혼과 죽음에 대한 고대의 지혜를 파고들면서 낙조와 싱싱한 해산물 요리도 빼놓지 않는다. 아아, 그리스. 꼭 가보고 싶다. 지금 당장 떠나고픈 욕구를 참을 수 없이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이 책의 아주 큰 단점이다.” _장강명 작가의 추천사
매혹적인 안내자와 함께 떠나는 그리스 여행
무엇보다 이 책은 서양고전문헌학자 김헌의 절창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세계를 정확하고도 유려한 언어로 풀어내는 독보적인 안내자다. 〈벌거벗은 세계사〉 〈차이나는 클라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등에 출연하며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던 그는, 이제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을 고대 그리스 세계로 초대한다.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경이 김헌의 언어로 정확하게 옮겨지고, 우리는 그가 우리의 안내자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어둠에 검게 물들었던 에게해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이 노을로 번져가는 모습은 자연이 짓는 한 편의 시다. 아침저녁의 노을이 아니더라도 그저 바다 위에서 배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신난다. 호메로스가 표현했듯이 ‘불모의 바다를 쟁기질하며 달리는 것’ 자체가 가슴 전체를 파랗게 물들인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잔잔한 옥빛 바다, 드문드문 보이는 짙은 황톳빛 섬들, 양떼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새하얀 구름들, 햇볕에 따뜻이 데워진 살갗 위로 스쳐가는 상쾌한 바람, 그리고 다시 바람에 식은 피부를 데우는 강렬한 태양, 이 모든 것들이 온몸에 잠자던 감각들을 산뜻하게 깨운다. 6월의 에게해 위에 떠 있는 것이라면, 그저 좋다.” _본문에서
그렇다. 김헌과 함께 떠나는 그리스 여행이라면, 그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