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고 수평선조차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茫茫大海). 살짝 부는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 일렁이는 바다, 바다 위로 반짝거리며 반사되는 햇살로 인한 기분 좋은 눈부심.
영화 속에서 파랗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대양 위를 속도감 있게 흝어가는 카메라의 앵글은 보는 이로 하여금 햇살이 반짝거리는 바다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듣노라면 이런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음악을 서울 한 복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004년 9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재일 교포 뮤지션인 양방언이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3년만의 산고 끝에 발표한 신보 <Echoes> 홍보차 5월 한국을 방문했던 그가 이번에는 정식공연으로 한국의 청중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간 양방언의 공연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동양의 야니’라고도 불리우는 양방언은 그의 개인적인 이력만으로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뮤지션이다. 우리의 분단현실로 인해 조총련이 존재하고 있는 일본에서 제주도가 고향인 아버지와 신의주가 고향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원래 직업이 의사였던 것만으로도 양방언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적인 이력은 이 모든 이슈 요소를 덮고도 남을 만큼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5세 때부터 동경예술대학원 교수 다끼자끼 시즈요꼬에게 피아노를 사사했던 양방언은 일본의과대학 재학 시 여러 아티스트들의 키보디스트로 음악활동을 시작하였다. 퓨전 팝 밴드 샴바라 활동(전 카시오페아 멤버인 아키라 짐보, 사쿠라이 데쯔오와 함께)을 거쳐 일본의 대중음악계의 신화적 존재인 하마다 쇼고의 프로듀서 및 키보디스트를 비롯, 홍콩의 유명 록 밴드 Beyond. 중국의 Dai Rao등 해외 아티스트의 프로듀서로 활약, 성룡의 썬더볼트, 홍콩 드라마 정무문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하는 등 일본 국내외의 수많은 아티스트를 위한 프로듀서,작곡가,뮤지션으로 활동하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공식음악 “ Frontier!”, MBC 특별기획드라마 “상도(商道)”의 메인 타이틀 음악을 작곡,편곡,연주(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그 실력을 인정 받았으며 통산 5매의 솔로앨범과 2매의 싱글(일본)을 포함, 각종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음악을 맡아 국제적으로도 폭넓은 활약을 해 왔다.올해 처음으로 제정되는 제 1회 MBC 대한민국 음악축제에 출연할 예정이며 9월에는 KBS에서 방송하는 6부작 특별다큐멘터리 “KBS 문명탐사 도자기의 길”의 음악감독을 맡을 예정이다.
지적인 외모, 풍부한 음악성, 그리고 타고난 성품이라는 세 박자와 더불어 특유의 친화력으로 누구나 한 번 만나면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양방언. 그의 음악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긍정적이고 따스하며 코스모폴리탄적인 시각이 녹아있다. 한국을 거쳐 아시아의 몽골과 유럽의 아일랜드를 만날 수 있는 광활한 대지와도 같은 음악, 눈을 감고 음악을 듣다 보면 저절로 머리 속에 그려지는 지구의 풍경.
이번 서울 공연에서 양방언은 베이스, 드럼, 기타, 바이올린, 퍼커션, 태평소 등과 함께 광활한 대륙과도 같은 음악을 우리에게 선사해 줄 것이다. 특히나 민족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하여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세계적인 음악을 맛볼 수 있는 그 흔치 않은 무대를 살짝 엿보는 것은 어떨까.
일 시: 2004년 9월 22일 수요일 오후 8시
장 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주 최: 잎섬㈜
티 켓: R석 8만원 / S석 6만원 / A석 4만원/B석 2만원
공연문의: 잎섬㈜ 02)720-3933
티켓문의: 티켓링크 1588-7890 인터파크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