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박태환의 도핑 의혹이 그것이다. 1월 마지막 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박태환의 도핑 양성반응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수영연맹에서 실시한 불시 도핑테스트 결과 박태환이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태환 측은 고의가 아닌 그를 치료했던 의사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지만, 금지약물 사용이 확인된 이상 중징계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그 심각한 것은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 전체가 박탈됨으로 인한 아시안게임 개인 최다 메달 획득자의 명예를 비롯 그동안 그가 쌓아올린 성과들이 모두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당 기간 선수 자격 박탈이라는 징계가 예상되는 가운데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선수 생활 은퇴가 예상된다.
이는 있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무대를 자신의 수영선수 인생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려 했던 그의 계획도 물거품이 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수영, 나아가 아시아 수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수영 영웅 박태환으로서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선수로서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박태환은 10대였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그동안 맥이 끊겼던 수영 남자 경영부분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높기만 했던 국제 대회 수영 부분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의 등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박태환은 이에 머물지 않고 2년 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미터 금메달로 수영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20대 초반의 우리나라 선수가 거구의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내며 금메달을 획득하는 장면은 온 국민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엄청난 유명세를 그에게 안겼다. 이는 아직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박태환이 감당하기에는 무거운 짐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대회에서의 부진은 그에 대한 환호를 비난으로 바꿔놓았다. 그의 훈련 방식이나 사생활까지 악의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선수 생활의 정점에서 큰 추락을 경험한 박태환은 이를 재기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심기일전한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다시 수영 영웅으로 돌아온 박태환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구제되는 우여곡절에도 메달을 획득하며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올림픽에서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의 역사는 그가 처음이었다. 세계 무대를 향한 그의 도전은 우리 수영의 새로운 역사였다.
런던 올림픽 이후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세간을 평가를 뒤로하고 박태환은 다시 도전에 나섰다.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2014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았다. 이전과 달리 풍족한 지원은 없었고 그가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했다. 수영선수로서는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 속에 그를 앞서는 세계 수영의 새로운 강자 쑨양의 등장으로 그의 금메달 가능성이 적은 것도 원인이었다.
박태환은 악조건을 딛고 대회를 준비했고 그가 출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목에 나섰다. 그는 맏형으로 어린 선수를 이끄는 리더 역할까지 하면서 많은 메달을 수확했다. 비록 그것이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그가 걸어온 과정을 알기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그의 선수 생활도 마무리를 되는 듯 보였다. 이제 20대 후반이 된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당장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박태환은 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그의 시선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으로 향했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가 그를 가로막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신체 조건을 엄청난 훈련량으로 극복하며 수많은 메달을 따냈던 그였기에 그의 도핑 양성반은 소식은 대부분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중 도핑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우선이다. 여기에 세계수영연맹에서 특별 관리하는 상위 클래스 선수인 그가 도핑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시기에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부주의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국가대표 선수가 개인적으로 외부에서 몸 관리를 받고 이런저런 시술을 받았다는 점에서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조사를 더 거쳐야 할 부분이지만, 금지약물 복용 사실만으로도 이는 큰 충격이다. 다만, 이것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고 부주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박태환의 말이 사실이길 국민들을 바라고 있다. 만약 그것마저 사실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국민들의 상실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체육계의 역사에 있어 최악의 도핑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어찌 되었건 우리 스포츠 영웅과의 이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아직 소명의 기회가 남아있고 이에 따라 징계 기간 단축 등의 변수가 있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고려하면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박태환을 더는 보기 힘들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 수영계 더 나아가 스포츠계의 큰 손실이다. 은퇴 후 수영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박태환에게도 너무나 큰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를 그동안 성원했던 국민들도 다르지 않다. 많은 이들은 최소한 박태환이 의도적인 약물 사용이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이를 통해 그의 마지막 명예만큼은 잃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박태환의 도핑 파문의 결말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