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55 --- 쭉정이와 알곡의 고민
쭉정이가 속이 꽉 찬 알곡에게 말을 건다. 나는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넘어지지 않고 가을이 되어도 낟알을 내려놓거나 빼앗길 일 없어 걱정거리가 없다. 하지만 너는 매번 걱정거리에 시달리겠다며 연민이 깃든 안쓰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알곡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쭉정이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넘어지지 않고 가을이 되어도 낟알을 내려놓거나 빼앗길 것이 없어 홀가분하다. 순간 알곡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잠깐 흔들릴 듯하다가 아니야, 그건 일시적인 달콤한 유혹일 뿐이라며 살랑살랑 고개를 젓는다. 주인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 얼마나 떳떳하면서 행복한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다.
단순한 비교이지만 이처럼 아주 상대적이다. 얼핏 양쪽이 다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한다. 물론 당사자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도 있다. 삼자의 눈으로 보면 대부분은 쭉정이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다. 있으나 마나 한 존재, 아니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차라리 좋아 잡초나 다를 것 없어 아무렇게나 다루어도 된다. 그러나 알곡은 아주 소중하다. 조심스럽게 다루며 보호를 받는다. 특히 농민에게는 절대적이면서 한 해의 농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것이라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쁜 것이라고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떻게 고치고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 바로 잡으며 적응해가는 것이다. 희망이 있는 한, 꿈을 저버리지 않는 의지가 있는 한, 기회를 잃지 않는 한, 필요에 걸맞거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자신의 처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수준에 맞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단번에 안 되면 조금씩 한발씩 나아가면서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늘은 비록 쭉정이일 뿐이라도 아끼고 돌보다 보면 알곡으로 채워진다. 지금은 알곡이라도 무관심에 외면하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오히려 쭉정이나 다르지 않게 될 수 있다. 쭉정이를 새 알곡으로 만드는 것도 중하면서 알곡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