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당시까지만 해도 70%였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35%까지 낮추는 대대적인 부자 감세를 실시했다. 그러면서 감세를 하면 부자들이 신이 나서 일도 더 열심히 하고 투자도 더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것이 소위 래퍼곡선(Laffer-curve)의 논리였다. 이는 케인즈의 수요관리정책에 대항하여 감세와 규제완화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공급중시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의 핵심논리가 되었다.
필자가 대학원 시절에 들은 얘기에 의하면 래퍼 교수는 어느 날 워싱턴의 한 음식점에서 대통령 후보 레이건에게 자신의 논리를 설명하면서 냅킨 위에다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을 그려 보였는데, 이것이 래퍼곡선이 처음 탄생한 사연이었다고 한다. 세율이 0이면 당연히 세수는 0이고, 세율이 증가함에 따라 세수가 증가한다. 그런데 세율이 너무 높으면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이 꺾여서 국민소득이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래퍼는 극단적으로 세율이 100%라면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 테니 세수는 0이 될 것이라는 추론에 입각해서 원점에서 시작하여 세율이 증가하면 세수가 증가하다가 세율이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세수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마침내 0으로 떨어지는 곡선을 그렸다. 이 냅킨 위의 그림 하나는 레이건 이후 전 세계의 우파 정치인들에게 과도한 사랑을 받았다.
래퍼곡선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문제는 그것이 '복지여왕'과 마찬가지로 단지 머릿속에서 생각해낸 것이었을 뿐 실제로 현실에서 검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세율이 80~90%가 되어야만 세율과 세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날까 말까인데 우파정치인들은 무조건 지금 세금이 너무 높으니 세율을 낮추면 공급확대 효과로 세수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부자감세의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레이건은 갈고 닦은 연기력과 말솜씨 덕분에 인자하고 친근한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풍기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레이건은 겉보기와는 달리 교묘한 거짓에 의한 여론조작과 국론분열을 도모하고, 노골적인 탐욕과 살벌한 정쟁이 판을 치는 참 나쁜 정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복지여왕' 같은 거짓 선전이나 공급중시경제학 같은 허황된 이론을 동원해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후원세력인 부유층의 이익을 추구하고 강경보수 세력을 만족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레이건의 감세정책은 물론 이후 부시나 이명박의 감세 정책은 한결같이 세수감소를 초래했건만 아직도 이러한 주장을 내세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래퍼곡선은 태생부터 지극히 정치적인 편향성을 지닌 이론이었고, 사실관계를 엄밀하게 검증해볼 생각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첫댓글 레이건 이전에, 금권세력에 저항 하거나 순응하지 않다가 저격당한 미국대통령들이 있었죠.
이후에는 레이건 처럼 그들 금권세력이 내세운 허수아비 대통령이거나, 부시 부자처럼 금권세력 그 자체이거나..
공화나 민주나 정당에 의미없이 이미 미국의 정치권력은 금권세력에 의해 초토화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MB정부 부터 현정부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진행되는 모습이 흡사 미국의 1980년대 레이건 시절을
반복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습니다. 진보의 계륵으로 전락해버린 '오바마'는 2번의 임기를 채웠지만 미국 사회는
계속 후퇴하고 악화일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정치에 속고 찍어주면 오늘날 처럼 됩니다. 양의 탈을 쓴 여우에게 넘어가서 요 모양이 되었으니..ㅜ.ㅜ
그래도 오바마는 의료개혁을 그나마 했죠. 이민법도 발표하고...
영국은 레이건과 마찬가지로 대처도 있었죠. 그리고 영국이 별볼일 없어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