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세 건너가세 깨달음의 세계로

이달 초순에 양산 통도사를 다녀왔습니다.
대웅전 바로 뒤쪽 전각의 모서리 기둥 앞에 한 젊은 비구승이 합장하고 서 있었습니다.
전각의 문이 닫혀있어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알 수 없었으나 보초를 서듯 서 있었습니다.
절에서 스님 보는 거야 이상할 일 아니지만, 이 젊은 스님은 여느 중들처럼 퉁실하게 몸집이 붙어있지도 않았고
얼굴에 기름기도 없이 도수 높은 뿔테 안경 너머로 시선을 내린 채 조용히 합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절에서 젊은 비구나 비구니를 만나면 가슴 한켠 애처럽단 생각이 늘 들었습니다.
모두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품고 불문에 들어오진 않았을 텐데, 이 좋은 나이에 무슨 속세의
사연으로 여기에 서 있을까?
머리 깍고 중이 되었다면 어딘가 병이 들었을 터인데 그것이 마음인지 몸인지, 부모 때문인지, 돈 때문인지,
애인 때문인지, 직장에 적응할 수 없거나 사람과의 갈등을 참지 못해서거나, 어쨋거나 속세에서 적지않은 고통
번뇌를 겪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그 중에 일부는 멀쩡한 정신으로 들어오기도 하겠지만, 세속적인 이름을 떨치기 위해서나 생계를 위해서일 수도
있겠지요.
법정스님이 출가 수행자들에 대해 한 말씀 하셨는데,
"어찌하여 하고 많은 인생의 길을 접어두고 하필이면 출가 수행의 길을 택하였는가.
누가 스님이 되라고 초대라도 했단 말인가.
불교 승단에서는 모집광고 같은 건 없다.
동국대 불교대학도 승려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일반 학생을 위한 교육기기관이다.
출가 희망자들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제발로 찾아든다. 한 생각을 일으켜 부모형제 친지들을 여의고 살던 집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생각할수록 희한한 도리다"
행자를 거쳐 사미계를 받을려면 매일 새벽 서너시에 일어나 예불을 올려야 하고,
無明草머리카락을 금강보검 면도칼로 밀어 世緣을 잘라내고, 팔뚝에 쑥으로 불을 놓아 살점을 태우는 연비를 한 후
10가지 계율을 수계 서약해야 합니다.
오로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서 만족과 온화함과 지혜를 찾아 혼자서 외롭게 정진 해야 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것이 수행자의 길이라 했습니다.
다 버리고 다 끊지 않으면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했습니다.
행복의 조건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있지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큼 자유로운가에
있다고도 했습니다. 속박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오늘날 인간사회는 포식사회가 되었습니다.
신문에 구속되는 어느 엘리트 여자 변호사 이야기가 연일 보도 됩니다.
하나가 필요하면 하나만 가지면 되는데, 둘을 가지려다 그 하나마저 잃고 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우연히 마주쳤던 한 젊은 비구를 생각해 보고,
우리 중생이야 인생에서 어차피 苦는 못 없애는 것, 이를 견디는 힘을 얻는 것이 행복이라는 말도
생각해 봅니다.
HJ

첫댓글 석가탄신일 뜻깊은 날, 여행기를 적절히 다루어주신 배려 입니다. Travel 이라는 TV찬넬에서 북유럽 핀란드 헬싱기 시민의 삶을 보았습니다. 행복도란 나라마다 그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마음 비우고 편히사는게 그 척도 인듯 합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미움 없이 자비스러운 일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좋은날 되십시요.
글 내용도 의미가 깊지만 항상 호재씨의 글은 마음에 와 닿네요.
오늘 부처님 오신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게 만들어 줄것 같아 흐뭇합니다.
통도사, 멀리 있는 곳이라 쉽게 갈수 없는 곳인데 고맙네요.
호재씨도 이젠 도사가 되어가는군요♡
사실 인간이 신의 세계를 어떻게 상상하겠읍니까만 욕심,증오,갈등,등등으로 어지러운 이세상을 경험해온 우리가 더좋은 세계로 나아가고져 바라(波羅)의 언덕을 넘어가봅시다 부쳐님오신날 오늘 하루만이라도•••나무관세음보살!!!
통도CC 앞을 지나 통도사 가는 길은 여느 곳과는 감회가 달랐습니다.
마산 양산... 모두 한 시절의 이런 저런 사연과 추억이 묻혀있는 곳이라서요.
하찮은 글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해탈 성불하십시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