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학습권을 우선하는 미국의 대학 스포츠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은 선수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결과 스포츠로 세계 정상을 제패하면서도 일상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 활동을 하는 선수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미국대학스포츠협의회의 운영 시스템을 소개한다.
우리와 다른 미국의 운동선수 직업 문화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이브티하즈 무하마드
2016년 리우올림픽 배영 200m, 계영 800m 금메달리스트
마야 디라도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선수단에는 부업으로 참가한 대표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펜싱 사브르에서 미국선수로는 최초로 히잡을 쓰고 출전해 동메달을 딴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는 자신의 고유 브랜드인 ‘루엘라’를 론칭해 잘 나가는 의상 디자이너이다. 수영에서 배영 200m와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마야 디라도는 명문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회사에 취업해 운동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라톤에 출전한 레너드 워드는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이렇듯 운동선수가 본업이 아닌 다양한 직종에서 대표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미국 대학의 선수 육성 시스템이 학습권과 경기력을 병행하려는 학사운영 의지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국가가 운동선수를 위한 지원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미국올림픽위원회(이하 USOC)에서 국제대회 참가나 훈련비용을 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선수들은 자신의 직업 수입이나 펀딩활동으로 훈련 자금을 마련한다. USOC에서 선수 직업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레슬리 크라인은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리겠지만 선수로만 은퇴하면 이후의 삶이 힘겨울 것”이라고 한다. 바로 이것이 국가대표급 선수여도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미국대학스포츠협의회(NCAA)의 디비전 운영 시스템
미국대학스포츠협의회(이하 NCAA)는 1906년 미국대학경기연맹(IAAUS)으로 출범하여 1910년 오늘의 NCAA로 발전하였다. 현재는 1,121개의 대학기관과 138개의 지부, 단체 또는 개인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3개로 구분된 디비전(Division), 약 48만 명의 학생선수, 24종목 90개 챔피언십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디비전 I은 최고 수준의 경기력으로 관중지향적 운영을 하며 주로 미식축구와 농구를 통해 천문학적인 고수익 창출을 하고 있다. 이 수익으로 회원대학 학생선수에게 체육특기자 장학금 제도를 운영·지원하고 있다.
디비전Ⅱ는 비인기 종목이나 경기력 수준이 낮은 종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학금 수혜도 적다. 디비전Ⅲ는 체육특기자 장학금이 없으나 학교 내에서 스포츠단 타 부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동되고 있다. 학기 중 지역 클럽대회에 참가하는 우리의 동아리 수준 활동을 의미한다.
디비전 I 대학 선수로 입학하려면 먼저 체육특기자 자격 부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운동선수로 미국대학에 진학하려면 NCAA 자격센터(NCAA Eligibility Center)에 등록하여야 한다. 여기서는 학생선수의 고교 학업성적을 포함하여 아마추어 선수 자격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여기서 대학 입학 학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미국수학능력시험(SAT) 2,400점 만점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둘째, 고교 6학기까지 10개의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셋째, 고교 평균학점이 2.3을 넘어야 하고 학업기준표에 따라 평균학점과 대입 입학시험 성적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체육특기자 입학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디비전 I 소속 대학생 선수의 학위취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우리의 대학생 선수는 2016년부터 시행된 최저학력제 일명 ‘C0룰’ 규정으로 학점 취득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졸업을 위한 학위취득에 역점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학위취득에 필요한 사항으로 첫째는 학생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학업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는 학점 취득이다. 매학기 6학점 이상 수강해야 하며 매년 18/27학점 이상(계절학기 제외)을 취득해야 한다. 다만 신입생은 24/36학점 이상(계절학기 포함)을 취득해야 한다.
NCAA는 회원대학에 소속된 장학금을 받는 학생선수의 이수율과 학생선수 졸업률 등을 학업진행률로 평가하여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1단계 페널티로 주당 훈련일수 및 일일 훈련시간에 제재를 받게 된다. 1단계에서 개선되지 않으면 2단계 페널티로 시즌 중 출전 제재, 비시즌 훈련시간 제재 등이 추가로 가해진다. 제재를 받아 줄어든 시간은 해당 대학의 스포츠단 또는 체육위원회 주관으로 학습 보충시간을 갖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화된 스포츠 교육 문화 정착 필요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하키경기
우리의 대학생 선수는 2016년부터 시행된 최저학력제 일명 ‘C0룰’ 규정을 시행함으로써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다. 40여 년 동안 비정상적 학생선수 운영은 미래의 진로 교육을 간과한 탓으로 스포츠 교육이 절름발이였다는 것을 깊이 반성해 볼 시점이다. 선진화된 스포츠 교육 문화를 정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학습권 보장과 경기력 향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주된 철학은 강제가 아닌 선수보호라는 책임의식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 문화가 수동적, 타율적이라는 구조에서 선수 스스로가 좋아해서 즐기는 그래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운동만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특기생 제도에서 학습권이 병행되는 가산점 제도로 전환하면 스포츠 재능이 더욱 존중받을 것이다. 하루빨리 학생선수뿐만 아니라 일반학생 모두가 스포츠를 애호하고 즐기는 활기찬 스포츠 캠퍼스 문화가 활짝 열리는 날이 오기를 상상해 본다.
글 | 한종우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학사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