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 ] 《재벌가의 야한얘기 21》

[NARU:]

 


글쓴이 : 햇님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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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말꼬리말 ㅠ_ㅠ(왕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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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의 야한얘기 21》



앗.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표출해내고 말았다. 

깜짝 놀란 시후가 전화를 다급히 끊어버렸다. 아,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인 거야. 차시후! 

시후가 핸드폰을 내던지고, 머리를 마구 헝클며 소파에 앉아 짜증을 삼켜냈다. 



그때, 다련은 어이없게 끊겨진 전화기를 바라보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남자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고 있어, 곱게 잠이나 쳐 잘 것이지! 

한참 은후에게 온 전화로 들떴던 마음이 시후로 인해 천천히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자 

짜증이 솟구쳤다. 에이씨,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잘 보려 해도 마음에 안 들어. 

다련이 퉁명스레 중얼거리다가 잠자리에 누웠다. 꿈속에서 은후 왕자님을 만나기를 바라며.




너무 기대했던 탓이었나. 꿈속에 은후 왕자님은 나타나지 않으셨다. 

괜한 대왕오징어와 바닷물에서 사투를 벌이는 꿈을 꾸고 일어난 다련은 허무함에 눈뜨기가 싫다. 

그토록 꿈속에서 또 보길 바라고 바랬것만! 

아쉬움에 다시 잠을 청하려 누워 바동거리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안 받으려 뻐기고 있던 다련이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끌어가다 발신번호를 확인했다. 

어머나, 꿈속에서 만나자던 은후다.



“여, 여보세요?”



잠에서 바로 깨어나 메인 목소리로 다련이 전화를 받았다. 



“아…. 아직 자고 있던 중이었어요? 제가 잠 깨운 거면, 그냥 전화 끊고 다시 자요. 다련씨.”



그녀의 메인 목소리를 듣고서, 은후가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화를 끊으려 했다. 

어찌 기다린 사람인데, 꿈속에서 얼마나 기다린 사람인데… 전화를 끊겠는가. 

다련이 전화를 꽉 붙들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잠 다 깼어요!”



목을 가다듬고, 기침을 해대며 제 목소리를 찾으려 갖은 노력을 다하고서 다시 은후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아침 일찍 무슨 일이에요?”

“다련씨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곱상하게 전화 받을걸. 뒤늦게 자신의 걸걸한 목소리를 들려준 것을 

후회하는 다련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오늘 뭐해요?”



은후가 물어왔다. 어쩜, 이 남자는 아침에도 목소리가 이리 부드러운 거야. 

다련이 황홀에 젖었다. 금세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은 그녀다. 다련이 목을 가다듬고 은후에게 대답했다.



“아뇨, 아직 뭐 할 계획은 없는데요. 그냥 집에서 글이나 쓸까 생각 중이긴 한데.”



다련이 머리를 북북 긁었다. 자기가 대답해놓고서 멋대가리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냥 모닝커피나 한잔할까 생각중이에요 이렇게 대답하는 게 나을 뻔 했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중에 은후가 물어왔다.



“글은 나중에 쓰면 안 될까요?”

“네?”



은후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오늘 데이트해요, 우리.”



헉! 이 남자 갈수록 적극적이다. 몇 시간 뒤에 집 앞으로 오겠다는 은후의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끝이 났다. 다련은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욕실로 향했다. 

샤워하고, 세수하고, 머리 감고, 머리 말리고, 화장하고, 옷 고르고… 입고, 

액세서리 착용하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디 가는 거니?”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던 시후를 눈여기던 은후가 막 나갈 채비를 끝내고 현관으로 나서는 

시후를 향해 물었다. 멈칫한 시후가 뒤를 돌아 은후를 바라보았다. 그도 어딜 나갈 모양인지 

옷을 반듯하게 차려입었다. 그저 묻기만 했을 뿐인데 화가 난다. 그 물음을 차은후가 했다는 자체로. 

눈에 가시처럼 여겨진다. 



“너 요새 부쩍 친한 척이다. 왜, 형 노릇이라도 하게?”



시후가 아니꼽게 그를 바라보며 말을 비꼬았다. 



“까칠하게 굴지마. 난 단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물어본 거니까.”



은후가 낮은 보이스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의 친절한 말투까지도 마음에 안 든다. 

시후가 인상을 잔뜩 쓰며 그에게 말했다.



“나도 단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말하겠는데, 내 일에 참견마.”



기분 나쁜 티 팍팍 내며, 차갑게 말을 하고 현관을 나서는 시후의 뒷모습을 보고서 은후는 

쓴 웃음을 지었다. 씁쓸함을 가지고서 은후도 다련을 데리러 현관을 나섰다. 자신을 뒤따라 

계단을 내려오는 은후를 힐끗 돌아본 시후가 욕을 작게 읊조리며 차고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떼었다. 은후의 관심이 짜증나기만 한다. 친하지도 않았던 녀석이 친한 척을 하고, 자신에게 

친절하지도 않았던 녀석이 친절하게 굴고 같잖게 여겨진다. 




차고 문이 열리고 은후의 차가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서 자신의 차에 올라탄 

시후가 다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연이어질수록 인상이 찌푸려진다.



“내 번호 뜨면 전화 좀 재깍재깍 받아봐, 좀.”



손가락으로 핸들을 까닥거리며 시후가 중얼거렸다. 

핸드폰이 울리자 다련이 방에 두었던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차은후일 것이라 생각하고 잔뜩 

들떠 있었것만. 그가 아닌 그의 동생이다. 은후가 이쪽으로 오면 연락을 할 것 같아서 시후

에게 걸려온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고. 망설이던 다련이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는 거야!”



이 사람은 여보세요 하기도 전에 성질부터야. 

다련이 인상을 쓰고 귓가에서 떨어트린 전화기를 다시 가까이 가져다댔다.



“안 받는 것보다 낫지 뭘 그래요!”



다련이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시도 때도 없이, 용건도 없이 전화하면서 소리부터 질러대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드레스와 반지, 목걸이도 갖다 주었는데 또 무슨 전화란 말인가. 

다련이 인상을 썼다. 또 퉁명스레 자신에게 말하는 다련의 목소리를 듣고서 시후도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인상을 썼다.



“오늘 어디도 가지 말고 집에 있도록 해.”



하, 이 남자봐라? 아주 고분고분 말 들어주니깐 누굴 한고분으로 아나!



“약속이 있어서 그건 안 되겠는데요.”

“취소하고 집에 있어.”

“내가 왜 약속까지 취소하고 당신을 만나야 하는데요? 그럴 이유 없잖아요. 

드레스도 갖다 줬고 그 값비싸다는 목걸이랑 반지도 돌려줬잖아요!”



아, 제길. 만날 이유가 사라졌다. 

유일하게 드레스와 반지, 목걸이만이 그녀와 만날 수 있는 매개체였는데. 뭐라고 하지? 

시후가 말을 떠올리려 애썼다. 시후가 아무 말이 없자, 다련이 서둘러 그에게 말을 던졌다.



“저기요, 할 말 없으면 끊을게요. 급하게 전화 올 때가 있어서 말이죠.”



시계를 보니 그가 도착할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곧 연락이 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후의 대답도 들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다련이 전화를 급히 끊었다. 

자기는 무슨 말을 할까 생각중에 있는데, 그녀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이 허탈한 기분이란. 시후가 허탈과 허무함에 어이없는 웃음소리만 내보였다. 

그나저나, 급하게 전화 올 때라는 곳이 차은후 녀석한테 인가. 

갑자기 속이 뒤틀림을 느낀 시후가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은후씨, 어디에요?”



준비를 다 끝내고 그를 기다리던 다련이 은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은후가 거의 다왔다며 다련에게 밖으로 나올 것을 권유했다. 

다련이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밖으로 나왔다. 

다련이 춘자씨 미용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은후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뛰어 내려갔다. 

그 순간 엇갈리게도 자신을 지나치며 올라가는 시후의 차를 다련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 미안해요. 기다렸어요?”



은후가 조금 늦은 것 가지고 사과를 건네 왔다. 

다련이 손을 휙휙 내저으며 그런 것쯤은 백 번쯤 용서해줄 수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다련이 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는 순간, 다련의 집에 도착한 시후는 차에서 내려 그녀의 집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영남이도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간 터였고, 다련은 방금 전 은후의 

차를 타고 떠났기에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후가 핸드폰을 꺼내들고 다련에게 통화를 시작했다.



“다련씨,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있는데 그거 대게보고 싶어요. 은후씨만 괜찮으면 그거 봤으면 좋겠는데.”

“다련씨가 보고 싶어 하는데 꼭 봐야죠.”



은후가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은후의 차가 다련의 동네를 빠져나갈 무렵에 그녀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가방을 뒤져 핸드폰을 꺼내든 다련이 찍힌 발신번호를 보고 받을까 말까 

고민했다. 핸드폰만 멍하니 내려다보고 안 받는 그녀를 이상하게 여기며 은후가 물어왔다.


“왜 전화 안 받아요?”

“아, 그냥. 스팸 전화예요, 스팸. 막 오빠 오늘 밤 어때? 막 이런 전화 있잖아요.” 



야들야들한 그녀의 목소리 흉내를 듣고 은후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전화가 스팸전화로 둔갑한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전화를 하는 시후는 긴 신호음 

끝에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여성 목소리를 듣고서 짜증을 내버렸다. 집에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젠장. 어쩌다가 여자에게 목 매달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시후가 다련의 집 앞에 세워둔 차에 올라타며 그녀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매진이래요?”



매표소에서 걸어 나오는 은후를 향해 다련이 물었다.



“네. 저쪽도 매진이라는데요?”



은후가 다른 쪽 건물도 가리키며 대답했다. 다련이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매라도 해놓을 걸 그랬어요. 정말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그렇게 재미있어요?”



은후가 다련에게 물었다. 



“그럼요! 정말 재미있어요. 이게 성적인 관계를 적나라하게 만든 영화인데 말이에요. 

이 감독이 수위조절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서 막 나가는 감독 중에 하나에요. 정말 죽인다니까요!”




다련이 침이 마르도록 그 감독을 칭찬했다. 

그것이 영화의 내용에 대한 것인데 남들하고는 좀 다른 평이었다. 

아차, 또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네. 다련이 말을 다 내뱉고서 자기를 바라보는 은후의 

눈을 보고 허허 어색하게 웃어 버렸다. 이놈의 주둥이가 말썽이다, 진짜.



“음, 그럼 꼭 봐야겠네요. 다련씨 글 쓰는데도 도움 되겠는 걸요?”



아, 이 남자. 뭔가 다르긴 다르다. 이해심도 깊고, 배려심도 깊고, 자상함 끝내주고… 

정말 완벽에 가까운 남자가 따로 없다. 남들 같으면 여자가 성적에 환장했다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며 쑥덕거릴 텐데, 이 남자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면이 있다. 

생각해주는 센스까지 갖추고. 다련이 감동 받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 정말 은후씨 같은 사람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저 감동 받았어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요. 우리 식사나 안 할래요? 다련씨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음, 이번엔 은후씨가 먹고 싶은 걸로 먹어요. 전번에 제가 먹고 싶어 한 거 먹었으니까요.” 




은후가 싱긋 웃어보였다. 그녀와의 영화 보는 것은 물 건너갔을지 모르나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만으로도 기분 좋다. 다련과 영화관을 벗어나 식사를 하러 가까운 식당으로 걸음을 뗐다. 




핸드폰 배터리를 완전 분해시켜 놓은 다련의 사정도 모르고 시후는 계속해서 꺼진 핸드폰에 

전화를 해댔다. 이제 핸드폰 배터리까지 빼놔? 점점 속이 뒤틀려진다. 

이런 식으로 집으로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여차저차 사정을 만들어 부당한 이유를 

만들어서 데려오려고 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자꾸 차은후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거슬리게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차은후, 차은후… 차은후. 

자기 앞에서 은후 이름만 거들먹거리는 이 여자를 일방적으로 집에 머물게 해야겠다. 

꼭 그래야 하겠다. 이렇게 치사하고 일방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그녀를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게 만들어야겠다. 그때였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영남이 대문을 따고 

들어서려 하는 게 시후의 눈에 보였다. 시후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불렀다.



“저기요!”



영남이 퀭한 눈으로 시후를 바라보았다. 저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시후가 서류 봉투를 들고 영남에게로 다가가 그것을 내밀었다. 

아리송함에 고개를 갸웃거린 채, 그가 내민 서류봉투를 받아든 영남이.



“그거 좀 이 집에 사는 한다련씨께 전해주세요.”



시후가 간단히 목례를 하고서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떠나는 외제차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서는 영남이었다. 

옷을 다 갈아입고 소파에 옆으로 누워 있던 그녀가 시후가 건네준 서류봉투를 호기심에 열어

보았다. 허, 이 남자. 다련과 무슨 관계야? 그것을 보자마자 영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저기. 아주머니, 김…떡순 주세요.”

“에? 은후씨!”



다련을 데리고 포장마차로 온 은후가 중얼거리며 김떡순을 읊조리자 그 말을 듣고 다련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다련이 웃자, 은후의 얼굴이 붉어져버렸다. 



“아, 그렇게 웃겼어요?”

“아뇨, 아뇨.”



다련이 손을 내저으며 배를 움켜쥐었다.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집에 사는 도련님이 김떡순이라니.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웃긴다. 

다련이 은후가 무안해 할까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주문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은후씨가 김떡순이라고 하니까 이상해서요.”

“아, 저는… 다련씨가 김밥, 떡볶이, 순대를 줄여서 김떡순이라고 하길래.”



은후가 머쓱하게 웃었다. 다련도 함께 웃어버렸다. 이 남자, 귀여움까지 있다. 



“먹고 싶은 게 고작 순대에요?”



다련이 못 미더운 눈초리로 물을 들이 키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 컵을 내려놓으며 은후가 다련에게 진심이라는 듯, 고개까지 끄덕이며 말했다.



“차마 혼자 사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랬지… 얼마나 먹고 싶었다구요.”



이 남자가 접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순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그 이유는 

자기 자신 때문에 잊을 수가 없는 음식이 되었다고. 은후가 자기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다련의 볼이 금세 붉어졌다. 



떡볶이 국물에 순대를 찍어, 김밥을 찍어 배부르게 먹고 나온 은후에게 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아쉽지만 오늘도 데이트는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전화로 머쓱해져버리자, 

은후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전화 왔던데, 급한 일이면 먼저 가셔도 되요, 은후씨.”

“아, 그래도 태워다 드려야 하는 건데.”

“아니에요. 가까운 걸요, 뭘. 어서 가세요.”



다련이 서운함과 아쉬움을 애써 감추며 은후를 부추겼다. 

은후가 도로로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아 세웠다. 



“택시 타고 가요.”

“네? 아니 안 그래도 되는데.”



은후가 택시를 잠시 멈춰 세우고 명함홀더와 만년필을 꺼내어 택시 번호를 자신의 명함에 

휘갈겨 적고 다련을 그 안에 태웠다. 다련이 버스를 타고 간다고 박박 우기자 은후가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걱정 되서 그래요, 조심해서 가요. 미안해요, 못 데려다줘서.”

“아뇨, 괜찮아요. 그럼… 갈게요.”



다련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택시를 출발시켰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남자친구가 여자 친구가 걱정되어 택시번호를 쪽지에 적는다는 것을. 

그런데 은후가 그런다. 정말 매너 좋은 사람이야. 황홀함에 젖어 집까지 도착한 다련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영남이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앞에 앉혔다.



“아파! 왜 그래.”



영남이 고집은 팔을 문대며 자리에 앉은 다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그 갑부 남자랑 잘 되가는 거 아니었어?”

“지금도 만나고 오는 길인데?”  



영남의 물음에 희한함을 느끼며 다련이 대답했다. 

영남이 허둥지둥 거리며 소파에 올려 진 서류봉투를 다련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눈짓으로 영남에게 묻자, 그녀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서류봉투에 있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그것을 보고서 다련도 영남이처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거 누가 갔다 줬어?”

“몰라. 외제차 타고, 생긴 건 멀쩡하게 생긴 남자!”

“하. 이 남자가 미쳤나!”



계약서를 손에 움켜쥐고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누구 마음대로 계약이야, 계약이! 

신호음이 길어지자 짜증이 온 세포를 휘저었다.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서 받지 

않는 시후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지금쯤 확인 했을 거야. 열 받아서 전화 했겠지. 

보지 않아도 뻔 한 그녀의 스토리를 떠올리며 울려대는 핸드폰을 묵음으로 해버리는 시후였다. 



“아악! 이 남자 왜 전화도 안 받고 지랄이야!”



다련이 긴 신호음 끝에 음성메시지를 남겨달라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서 소리쳤다. 

시후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때였다. 은후의 발신번호가 뜨며 전화벨이 울렸다. 

다련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목을 가다듬고, 크게 호흡한 후에 전화를 받았다.



“네, 은후씨.”

“잘 도착 했어요?”

“네. 방금 막 도착했어요.”

“그럼… 지금 좀 나올래요?”



방금 헤어졌는데, 어딜? 다련이 의아해하며 입을 뗐다.



“어딜요?”

“여기… 춘자씨 미용실이에요. 

일이 취소 되서 다련씨 얼굴 한 번 더 보려 왔어요. 나와 줄 수 있어요?”




아무렴요. 거절 하겠어요? 다련이 구긴 계약서를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갔다. 

다련이 오기를 기다리며 자신이 주문한 꽃바구니의 꽃향기를 맡아보는 은후였다. 



포장마차에서 걸려온 급한 전화는 주문해 놓은 꽃바구니가 완성되었다는 전화였다. 

오늘로써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다. 정식으로. 



멀리서 다련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다련을 향해 은후가 묵직하게 그녀를 불렀다.



“다련씨.”

“네?”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목소리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음에 다련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은후가 힘없이 다련에게 말을 건넸다.



“이상해요, 나.”



은후가 아기처럼 굴며 다련의 허리춤을 살며시 끌어안자, 다련이 살며시 놀랐다.



“…은후씨?”

“단지 다련씨를 생각하는 것뿐인데, 자꾸 두근거려요.”

“…….”



꿀꺽. 은후의 말에 다련이 굵은 침방울을 넘겼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안 되겠어요.”

“네?”



은후가 다련의 허리춤을 놓고 뒤를 돌았다. 

시후가 보낸 계약서에 화가 잔뜩 난 상태에다가 집 앞으로 찾아온 은후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어안이 벙벙하고, 복잡하다. 다련이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은후가 뒤에 

숨겨 놓은 꽃다발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다련의 앞에 내밀었다. 




자신의 시야에 빨간 장미꽃과 하얀 안개, 그리고 백합, 히아신스… 여러 꽃들이 보이면서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를 젖어왔다. 




“우리 연애해요.”






★더불어 쪽지 보내주신 체리맛입술、님과 다크써클♪님도 감사드립니다.

	 					
	

[쉬고싶다]

흥미 진진 한데 ?

[Miss진]

은후 넘 멋쟁이~~꺄아아아아아아아아

[고대로멈추지]

은후다운멋진프로포즈ㅎㅎㅎㅎ 머싯따!히히히히 근데시후불쌍해.......................ㅜ

[율하™]

저는 둘다 좋아요111ㅎㅎㅎ

[은해규종♡]

>>ㅑ>ㅁ<

[특이보조개]

은후 너무 멋지다~ㅋㅋ근데 다련이는 시후와 잘됬으면...ㅋㅋ

[해말근아이]

어뜩케 ㅜㅜㅜ멋있오!!나한테도저런남자나타났으면좋겠따 ㅠㅠ

[★별.바.다★]

오옷 은후로 은후로 미는거야~~~

[인터넷소?E]

은후도 좋고 시후도 좋다

[현데렐라님]

아 짜증나 여자애 왜 은후랑 되는건데 맨날 밥타령하는 은후를 밥먹을래요?밥사줄게요?라고맨날그런말하는은후를왜 시후시후시후랑 잘되지

[If。]

꺄아>///////< 넘 멋있어요 ~~~~~!

[♡오렌지빛하늘]

은후고백했네요~ㅎㅎ재미있어요~

[미모사양]

시러시러시러시러 시후조아조아조아

[뽀因ㅁΓ녀_☆]

꺄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