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홍해 해협을 장악하고 있는 예멘 후티반군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함대 구성을 제안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의 제안이 이번처럼 참담하게 무위로 돌아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미국의 연합함대 구성을 거부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보는 것 같았다. 한국 국방부장관은 긍정적인 대답을 한 것 같은데 외신에 한국의 입장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실과 국방부장관의 입장이 달랐던 것인지 아니면 내부의견 조정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번 예멘 연합함대 구성 제의가 실패한 것은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미국이 예멘에 대한 연합함대 구성을 요청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미국 패권의 결정적 약화를 의미한다. 미국이 연합함대를 구성한 것은 미국 단독으로 세계 에너지 생산의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지역의 수송로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본위 폐지이후 달러의 기축통화가 가능했던 것은 페트로 달러 덕분이었다. 페트로달러는 석유를 달러로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 중동지역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그 배경으로 한다.
문제는 이번 예멘의 홍해 해협 차단사건으로 드러난 것 처럼 미국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국제 원유 수송로의 보호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조그만 예멘과 같은 국가조차도 제대로 관리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앞으로 페트로 달러의 위상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아라비아 반도 국가들도 자신들의 안전과 원유수송도 보장하지 못하는 미국의 달러만 받고 페트로 달러체제를 지지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는 기축통화로서 달라의 약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은 미국의 패권이 결정적으로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에서 미국이 예멘을 독자적으로 제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과거 처럼 압도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패권국의 상징이었던 항공모함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대형함정은 아주 좋은 표적에 불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비교하기 어려운 정도의 국력을 지닌 국가지만 예멘의 미사일은 한때 막강했던 미국의 군사력을 충분하게 억제했다.
물론 미국이 단순히 예멘의 군사력 때문에 연함함대를 구성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결정에 어떤 이유가 있었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현상적으로 나타난 것은 미국이 단독으로 중동지역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지역 국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우방이라고 했던 서유럽 국가들의 참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유럽국가들은 섯불리 예멘에 대항한 연합함대에 참가했다가 수에즈 운하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미국 주도의 연합함대에 참가하더라도 예멘을 통제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함께 무력으로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통항을 확보하기 보다는 차라리 예멘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지 않음으로써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연합함대 구성 실패는 앞으로의 국제정치 동향에 중대한 변화의 기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힘이 과거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둘째, 이란의 간접접근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자지대의 상황이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가자지대의 하마스는 예상과 달리 매우 잘 버티고 있다. 이스라엘이 무차별 폭격을 감행할 때는 전선에서 많이 밀렸지만 최근 폭격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전선의 상황도 많이 바뀌고 있다. 하마스가 강력한 저항을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가자지대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인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마스가 장기간 버티게 되면 이스라엘도 매우 곤란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군을 공격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지금 세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첫번째는 가자지대, 두번째는 헤즈볼라, 세번째는 예멘이다. 이스라엘군은 예멘지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선포한 것은 이란에 대한 입장표명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에서는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하고 자신들이 손을 쓸 수 없는 홍해지역을 차단해서 압박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응이 헤즈볼라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자지대 사태 발생이후 이란이 왜 이렇게 소극적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란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전략적인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신들이 전쟁에 말려들어 갈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헤즈볼라의 직접적인 참전은 억제하되 이스라엘이 손을 쓰지 못하고 미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예멘지역에서 세계 경제의 숨통을 죄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은 예멘 단독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마도 이란과 예멘후티간에는 긴밀한 전략적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난데없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위협하고 나선 것은 바로 이란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 판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이번 예멘에 대한 미국의 연합함대 구성 실패는 국제정치에서 변화의 분수령이 아닌가 한다. 미국이 실질적인 힘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지아가 이스라엘의 말레카 해협 통과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이제까지 말레카 해협의 봉쇄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레카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그동안 미국 해군이 담당했던 중요한 역할이었다. 앞으로 말레카 해협은 더 이상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영향하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해양법은 미국과 영국 등 패권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질서였다. 최근 홍해해협과 말레카 해협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은 그동안 당연시 되었던 해양국가 주도의 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중요한 해협을 통과할때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첫댓글 중동에 이어 동남아시아까지 금방 왔네요.
동북아시아(한,일) 남았네요.
괌까지 빠져야 그림이 완성됩니다.
홍해(예맨),호르무즈해협(이란)은
안전하지 않아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들어도
희망봉을 돌아가겠다는
영국.유럽 입니다.
창피하지 않은가 보네요.
여하튼
미국,유럽이 허세덩어리라는걸
세상이 또 한번 똑바로 알게되었네요.
얻어터져서 개쪽당하느니 불편을 감수하는편이ㅋ 격세지변이란 말이 세삼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ㅎ
트럼프가 괜히 해외주둔 미군철수를 외치는게 아닙니다.
돈을 핑계삼아 개망신을 최소화하려고 한건데 몰락이 너무 빨리 와버려서 물거품이 되었네요.
바이든 실적으로 평가 받을수도 있겠네요.
말레이,아프리카,하마스,예맨의 용기는 어디로부터 온걸까요?
트럼프가 대통 당선 확실한거 같죠
@아탈라 아니라고 하는 사람 못 봤어요
트럼프가 자리에 앉으면
현정부 운명은 고통인거죠.
그래서 그전에 일을 벌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