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56 --- 초가 타면 촛불이 타고
촛불은 자신을 위해 몸을 태우고 불을 밝히지 않는다. 오로지 누군가를 위해 어둠을 밝힌다. 한 사람도 좋고 여러 사람도 괜찮다. 촛불이 달구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작아져 끝내는 다 타고 스스럼없이 사라진다. 그러면 주위는 어둠보다 더 어둡다. 때로는 촛불도 진한 감정이 있는지 곧잘 눈물 같은 촛물이 따끈따끈하게 흘러내린다. 오히려 눈물보다 진하디진한 촛물이 밑으로 하얗게 쌓이면서 식으면 한 덩이가 된다. 아낌없이 몸을 사른다. 고요한 시간 기도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도 한다. 예전엔 바느질도 했다. 제사를 지내고 고사를 지내는 의식에서 촛불을 켜두기도 한다. 불꽃이 힘 있게 타올라야 혓바닥이 날름날름하며 잡념을 쓸어내리듯 춤을 춘다. 제 몸을 태워야 붉을 밝힐 수 있다. 누군가 밝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 몸집을 키워보라고, 더 오래 타라고, 욕심 같은 것이 있을 수 없고 부릴 수도 없다. 다만 제한된 시간에 신들린 듯 펄럭펄럭 춤추듯 타오르면서 몸집이 작아져 안타깝다. 두 손을 모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있다. 또랑또랑한 두 눈에 책을 읽는 모습이 듬직하며 믿음직하게 앞날을 훤히 밝히는 것 같다. 주위를 밝혀 많은 사람이 두런거리기도 한다. 그 모습은 너무 다양하다. 촛불은 그토록 열정적으로 몸을 태우다 보니 한 줌 재도 남지 않는다. 영혼까지 깡그리 태우고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그 미친 듯 타오르는 촛불이 황홀하다. 초가 타야 촛불이 탄다. 그 어둠을 밝히는 촛불 아래에서 무슨 일을 하든 무슨 일이 있든 무관하고 몇 푼 돈이 놓여도 관심 밖이며 촛불의 몫이 아니다. 오직 봉사이며 희생으로 끝난다. 부끄러움도 욕심도 자랑도 아낌없이 모두 태운다. 아픔도 미안함도 죄스러움도 아낌없이 태워 깨끗이 흔적조차 없이 지워버린다. 바람아, 시간아, 조금만 참고 기다려다오. 초가 타야 촛불이 탄다. 촛불이 타면 아무것도 없는 그뿐이다. 더는 생각지도 찾지도 기억하지도 마라. 한번 사라지면 그뿐 어디에도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