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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성스러운 예식을 마친 탓일까...
고요한 그늘 아래서 숨 쉬고 있는 백하수오의 씨방이 너무 곱다.
마치 규방규수를 보는 듯하다.
더 옳게 말하자면 꿈속의 내 연인을 보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만남이 한없이 기쁘고, 바라봄이 한없이 즐거우니.....
입산 후 서너 시간을 지나 비로소 한 장소에서 만난 백하수오 두 점에
자유가 밀려오고, 평화가 밀려온다.
늘 이렇다.
좀처럼 백하수오를 만나지 못하는 날은
시시각각 긴장으로 가득 차 조급한 발길을 옮기게 되니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 점이라도 취하게 되면,
이미 절반 길을 걸은 듯 느긋한 심정이 되어,
이때부터 마음과 발길이 한결 자유롭고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휴식도 달콤하다.
배부른 놈, 찬 밥 더운 밥 가리듯이 쉼터도 가린다.
응달은 아직 춥고, 양달은 너무 따갑다나 어쩐다나.....
돈 많은 사람 S석 차지하듯, 반그늘 공터를 찾아 여유롭게 앉는다.
만약 빈손이었노라면 필경 대충대충 아무데나 앉았다가,
금새 허겁지겁 산비탈로 떠난다.
숲 속의 공터에 앉았노라니 아늑함이 너무 좋고,
주위의 해맑은 햇살을 보니 봄의 포근함이 너무 좋다.
이미 두 점을 채취한 뒤에야 이제부터는 어떻게 되건 상관없다.
나의 백하수오 산행은 늘 이렇다.
나는 하루의 백하수오 채취량을 잘 해야 서너 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서 만족한다.
두 점이라면 이미 목표치에 가깝다.
그러니 긴장도 사라지고, 조급함도 사라진다.
이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숲속의 모습들.....
쉼터 저 편에 바라보이는 <노봉방>.....
잔가지에 매달렸으면서도 한겨울 거센 바람을 용케 견뎌낸 참으로 용한 말벌들의 둥지.....
그러나 그보다 더 용한 것은 자신들의 침을 괴어 저토록 큰 집을 만든 말벌들의 능력.....
도대체 자연의 신비는 어디까지일까?
말벌은 어떻게 해서 주로 침엽수에서 흐르는 하얀 액체,
즉 수지를 자신의 침에 괴어 강력한 항균작용이 있는 집을 만들게 될 수 있었을까?
프로폴리스(Propolis).....
<노봉방>은 하나의 도시사회(polis)이며,
그 도시사회를 지키기(Pro) 위해 항균성 독성물질을 첨가한 성분을 이루고 있다는데.....
어쨌든 독성인 정유성분을 제거하는 법제만 잘하면,
<노봉방> 역시 <노봉주> 못지않은 효험이 있으며,
그 효험은 곧 거시기에 힘 보태기.....
즉 양기부족과 ‘토끼신공’의 조루에 좋다고 하니, 변강쇠를 위한 ‘고고씽’인 셈인가!
에긍~~~ 금방 채취해 놓은 백하수오가 웃는구나!
“나는 뭐꼬~~~” 하면서.....
<노봉방>을 뒤로 하고 사부작사부작 걷는 발길 앞에 붉은 자태가 탐스러운 <영지버섯>.
심심하면 툭 나타나 그 붉은 입술로 입맞춤 하자는데, 어찌 혹 하지 않으리오.
입맞춤 하려고 다가서보니 쉿! 조용!
열반에 들고 있는 중이니.....
실제로 영지버섯과의 입맞춤은
십장생의 하나인 불로초와의 입맞춤인 셈이니 결국 신선이 되는 길.....
그리고 그에 질투하듯 나타나는 <운지버섯>.
하도 흔하여 눈길 한번 주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러나 때로는 잘린 <노간주나무(열매/두송실)>에 풍성하게 붙어
예술이란 예술은 다 지닌 듯이 멋진 자태를 보이고 있는 운지버섯.....
둘 다 약성도 무궁무진.....
수백 년을 사는 손오공이 구름위에 타고 놀듯이 그렇게 되고 싶거든
영지버섯차와 운지버섯차를 마시게나!
<열반에 들고 있는 영지버섯>
자연 드라이플라워인 겨울의 <삽주>꽃.
만성위장병, 소화불량, 복통, 위통 등의 위장약에서의 어머니격인 <삽주>는 소가 즐겨먹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어디 소뿐이랴! 어린 싹의 삽주나물은 시어머니에게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먹는다는 진미의 산나물.....
<백출>과 <창출>로 불리는 뿌리를 달고 있는데,
건조지역에서 자라는 약초들의 공통적인 기능이 인체의 습열을 몰아내는 것.
삽주뿌리 또한 우리의 땀을 관장해 주기도....
거시기 같은 창출은 땀을 쪽쪽 나게 하고,
불알 같은 백출은 땀을 바싹 마르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
한 뿌리에 두 효과의 신비함을 지닌 약초가 바로 삽주뿌리.....
<산행하느라 땀에 젖은 제 거시기를 잠시 떼어 말리고 있는 중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
그러고 보니 옷 속에 스며든 봄의 기운에 넌지시 땀이 난다.
이 놈의 땀 때문에 난닝구 값이 이만저만 드는 것이 아니다.
채취한 백출을 먹어볼까?
아니면 조기~~ 조기~ 보이는 멧돼지 목욕탕에 목욕이나 할까?
얼마 전 퐁당거린 듯한 멧돼지 목욕 흔적.....
암놈이 목욕했을까, 수놈이 목욕했을까?
발가벗고 했을까, 훔쳐 볼만 했을까?
‘선녀와 나뭇꾼’의 사랑의 이야기는 어딜 가고,
‘멧돼지와 약초꾼’의 음탕한 이야기만 흐르는 숲.....
백하수오 두 점 채취하고는 태평한 산행.....
이 구경 저 구경,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재미든 여유로움.
나는 언제 철이 들까,
쌀독 비어있는 줄 모르고 이토록 만사태평이라니.....
안돼!
부지런히 약초를 캐야 해!
그러나 정신 번쩍 들자마자 해 떨어지는 하루.....
나는 늘 이렇게 산행을 마칩니다.(__)^^
첫댓글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소설 같아요
관심을 갖고 애독을 해주셨는데,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__)^^;;
1초 1초가 바쁘게 돌아가는 이 사회의 현실 속에 너무 글이 길지요?
생활상 누군가와 대화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보니,
온라인 상으로나마 이렇게 장황하게 조잘되게 됩니다.^^::
시끄러운 참새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태화강]님의 생활에 돌아온 생동의 봄빛이 완연하길 빕니다.(__)^^
좋은글 ,그림 잘 보고 갑니다
[민중의지팡이]님, 안녕하십니까!
하찮은 글임에도 응원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__)^^
좋은 닉네임처럼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역활을 하시며,
그로써 영광의 보람이 가득하시길 기원 드리겠습니다.(__)^^
수고하셨습니다 산행기 즐감하고 골고루 보심 축하합니다
[자연사랑]님, 반갑습니다.^^
언제나 고요히 지켜봐 주셔서 감사드리며,
지치기 쉬운 봄의 산행길에 늘 시원한 감로수를 들이킬 수 있는 은총이 내리길 빕니다.(__)^^
잘~보고 갑니다...
[청해]님, 반갑습니다.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__);;
한 이틀 너무 덥더니,
간 밤의 보슬비에 메말랐던 산야가 시원스런 목욕을 한 듯 하여 기분이 좋은 주일 하루입니다.
날씨가 개이고 나면 본격적인 따가운 봄빛이 시작될 것 같은 만큼,
지치지 않는 산행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늘 안산, 풍산하시길 빕니다.(__)^^
즐거운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세상]님..... 어김없이 지켜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__)^^
이곳 거창엔 비 내린 뒤의 흐린 날씨로 온 산야가 고요합니다.
오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 지 모르겠으나,
늘 기분 좋은 나날을 속을 걷고 계시길 빌겠습니다.(__)^^
잘 보고 갑니다.
[까스차]님, 안녕하십니까!^^
문득 들러 동행해 주고 가심을 감사드립니다.(__)^^
산행을 자주 하시는지 모르겠으나,
산행을 할 때마다 생동감 넘치는 산야의 정기를 듬뿍 받으셔서
언제나 활기 찬 삶의 행로를 엮어 가시기 빕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