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다소나무
당신을 처음 만날을 때 당신은 한 그루 리기다소나무 같았지요 푸른 리기다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던 바다의 눈부신 물결 같았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솔방울이 되길 원했지요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솔가지가 되여 가장 부드러운 솔잎이 되길 원했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서 비로소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만남을 위하여 기도하라
누가 나에게 이십 대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지금 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 말을 하고 싶다.
만남을 위하여 기도하라.
누가 나에게 이십 대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또 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 말을 하고 싶다.
만남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라.
인생에는 비밀이 있다. 나는 인생에는 비밀이 있다는 사실만알 뿐, 어떠한 비밀이 있는지 잘 모른다. 별이 왜 어둠 속에서 빛나는지 아는데 평생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비밀을 아는 데도 평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인생의 비빌이 무엇인지 알기 위하여 평생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혀 눈치챌 수 없는 것은 아니다.내 생각에 인생의 비밀을 크게 나누어보면, 태어나는 일과 사랑하는 일과 죽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인생은 이 세 가지 비밀 속에서 이루어지고 소멸되어간다. 그리고 이 비밀 속에는 반드시 만남이라는 비밀이 존재한다.
그렇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진다. 어떠한 부모를, 어떠한 스승을, 어떠한 찬구를, 어떠한 배우자를, 어떠한 자녀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은 그 모습을 달리한다. 한 인간이 이루는 그 만남의 연속적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회나 국가도 어떠한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지지 않던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우리의 삶이 만남의 결과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특히 이십 대 때의 만남이 한 인간의 일생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감각하다. 올바른 만남, 진실된 만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만큼 중요한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오늘 내 삶의 형태도 이십 대 때 만남이 낳은 한 결과일 수 있다. 이십 대 때 만난 친구를 통해서 인간의 맑고 깨끗한 우정을 배웠으며, 이십 대 때 만난 스승을 통해서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인생을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웠고,이십 대 때 만난 여성을 통해서는 인간의 사랑이 무엇이며, 그 사랑이 가정을 이루어 나로 하여금 아버지가 되게 한다는 사실도 배우게 되었다.
불행이도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행이도 친구나 스승이나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우리가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이 유일한 선택권을 어떻게 훌륭하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러나 훌륭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남이 없으면 선택은 불가능하다,만남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곰곰 생각해보면 친구와의 만남도, 스승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남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인생은 그 사랑에 의해서 결정되어버린다. 어쩌면 인생은 배우자와의 사랑을 실천하고 이루고 성숙시키는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을 계절로 치면 이십 대는 봄이다. 어느 하루 민들레가 피어나는 들길을 걸으며 만남에 대하여 간절히 기도해보라. 봄비가 오면 고요히 빗소리를 들으며 진실된 만남에 대한 꿈을 키워보라. 삶의 크기는 꿈의 크기다. 늘 노력한다면 인생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는 그 무엇이다.
나는 아직도 좋은 만남을 위한 기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좋은 친구와 좋은 이웃과 인륜을 지킬 줄아는 자녀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기도의 시간을 고요히 갖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만남을 위하여 기도하라. 잘못된 만남이 있으면 바로잡고, 내팽개쳐버린 채 돌보지 않은 만남이 있으면 다시 돌아보고 돌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생은 운명을 낳고, 운명은 만남을 낳고, 만남은 결혼을 낳고, 결혼은 가정을 낳고, 가정은 인생을 낳기 때문이다.
- 정 호 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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