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漢灘江)은 강원도 평강(平康)군과 함경남도 안변 사이에 있는, 해발 590m의 추가령에서 발원해 추가령구조곡이라 불리는, 원산과 서울 사이에 전개된 좁고 긴 골짜기를 따라 흘러 임진강에 합류되는 강이다. 한탄강의 길이는 136㎞. 남북의 허리가 잘리면서 남과 북을 달리던 경원가도(京元街道)와 경원선은 끊긴 지 오래지만, 한탄강만은 오늘도 북에서 남으로 쉬임없이 흐르고 있다.
한탄강을 석체천(石切川)이라 부른 것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이다. “철원부의 동쪽 20리 지점에 있고, 근원이 회양부(淮陽府) 철령에서 나온다. 남쪽으로 흘러 경기 양주 북쪽으로 들어가 대탄(大灘)이 된다. 양쪽 언덕의 석벽이 모두 계석체(階石切)와 같아 ‘체천’이라 했다”는 기록이다. 무덤 앞 평평하게 고른 땅에 놓는 매끈한 섬돌을 계석체라 하는데, 한탄강의 양편 석벽이 마치 계석체와 같다 했으니 얼마나 웅장한 기암이고 절벽이겠는가.
그 체천이 언제부터 한탄강이라 불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름에 얽힌 사연도 여럿이다. 철원이 태봉국의 도읍지였던 어느 날, 남쪽으로 내려가 후백제와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궁예는 이 강가에 와서 마치 좀먹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검은 돌들을 보고는 “아하, 내 운명이 다했구나” 하고 한탄을 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한탄강이라 불렸다고 전한다.
8·15 해방 후 북에서 남으로 넘어오던 피난민들은 이 강에서 길이 막혔다. 또 제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며 싸웠던 한국전쟁 때 수많은 젊은 생명들이 스러져간 곳이라 해서 한탄강이라 불렸다는 슬픈 내력도 있다. 해서 민족의 아픔과 한을 끌어안고 있는 한탄(恨歎)강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탄강에 대한 『연천군지』의 내력은 밝고 푸근하다. 한탄강은 본래 한여울, 곧 큰 여울(大灘)이라 불렀다는 기록이고, 지금도 이 고장 노인들은 한여울이라 부른다. ‘한’은 본디 은하수(漢)를 뜻하는 말이며 크다·맑다·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로써 한탄강은 ‘한여울’의 한자 표기에서 왔음을 알 수 있으며, 현대에 민족의 아픔이 이 강에 이입됐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물이 범람하여 충적평야가 형성되는 게 보통인데 한탄강의 지형은 많이 다르다. 이 지역의 화산폭발은 함경도 원산에서부터 한반도의 내리막길로 서울까지 뻗어내리며 길고 긴 띠 모양의 깊은 골짜기인 추가령구조곡을 만들었다. 이 푹 꺼져버린 상태의 길고 깊은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강이 한탄강이다. 옥같이 맑은 강물은 계곡을 굽이쳐 돌고 물살은 빠르다. 강폭은 평균 60m 정도밖에 안되는 협곡인데 계곡 양편으론 기라성 같은 수직의 기암들이 늘어서 있다.
웬만한 홍수에도 끄떡없는 한탄강변에는 서귀포 천지연폭포와 같다는 미인폭포를 비롯하여 전곡유원지·재인폭포·순담계곡·고석정·직탕폭포 등 명승지가 널려 있다. 게다가 민통선과 군사분계선이 가까워 손때 안 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