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추석(秋夕)
*. 한가위
달이 변하는 모습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의 일생과 같다.
-퍼 온 그림
초승달로 태어나 상현달로 자라서
보름달 청년 되서 하현달 어른으로
그믐달 노인 되어서 가는 게 인생이네.
나는 이 만월(滿月)로 찾아오는 추석의 달을 앞으로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10번 더 보면 79세요, 20 번이면 89세인데-.
고운 색 둘러 입고 과일은 하산(下山)하고
아낙네 장바구니 가을이 가득하네.
반달은
송편 얼굴로
고향 하늘 향하고.
추석(秋夕)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가배(嘉俳), 중추(中秋),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하며 우리말로는 가윗날, 한가위라고 한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란 가배(嘉俳)의 어원 '갑(中)'의 가운데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가웃'이 반(半)이란 뜻이고 보면 한가위란 큰 보름이란 뜻이 된다.
추석은 설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 중의 하나다.
김매순의《열양세시기》에서는 한가윗날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하였고, 전해오는 속담에서는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 하였다. 오는 비 기다리며 태풍을 걱정하며 땀 흘려 일하다가 맞게 되는 추석이라 수확의 기쁨과 함께 햇곡식과 햇과일을 넉넉히 먹게 되는데다가 날씨마저 여름처럼 덥지도 겨울처럼 춥지도 않으니 신선 같다는 말이다.
퍼온그림
*반달 같은 송편
같은 날 같은 재료로 만든 똑 같은 음식을 상하 빈부 차이 없이 누구나 먹음으로써 서로 평등한 지위로 우리를 서로 공유하게 되는 음식이 절식(節食)이다.
추석의 절식(節食)은 송편이다. 중국 사람들은 달 모양으로 동글납작한 월병(月餠)을 만들어 먹는다지만, 우리네는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먹는다. 달이 가장 예쁜 때는 둥근 만월인 보름을 향하고 있는 반달 모양을 하고 있는 상현달일 때이기 때문이다.
송편은 맛을 내기 위하여 넣는 소의 종류에 따라 팥송편, 깨송편, 대추송편, 잣송편, 쑥을 넣어만든 쑥 송편, 소나무 껍질을 넣어 만든 송기송편 등 가지가지 종류가 있다.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가고, 예쁜 딸을 낳게 된다 하며 추석 전날 집집마다 아낙네가 모여 한껏 모양내어 정성으로 만든 것에 솔잎을 깔아 찐다. 그래서 이 떡을 소나무 송(松) 떡 편 송편이라 하는 것이다.
송편을 제대로 먹는 법 중에 하나가 눈으로는 그 예쁜 여인의 손맛을 보며, 코로는 솔잎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는 약간은 딱딱한 껍질 맛을 즐기며 소의 맛을 볼 것이다. 그러기에 만두는 소의 맛이요, 송편은 껍질의 맛이라고 하지 않던가.
옛날에는 송편을 나이 떡이라 하여 자기 나이만큼 먹는 풍습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식(小食)이 건강에 좋다니 어른들은 나이 위 한 자리를 빼고 먹을 일이다.
*추석 연휴
추석을 전후하여 추석 연휴가 되면 우리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어 가면서 도시로 간 사람들이, 그 자식과 그 손자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을 찾아 꿈에도 그리던 정든 고향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승용차가 가장 필요한 때도 요즈음이다.
그래서 고향 가는 길이 아무리 막히고 힘들어도 행복한 마음이 되어 하루하루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게 된다. 객지를 살던 사람이 가장 행복한 때요, 도회가 고향인 사람들이 오히려 외로운 때가 오고 있다.
이런 귀성 길의 첫째 목표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을 위함이다. 자기가 태어나서 자라던 근본을 잊지 않고 조상의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벌초와 성묘와 차례를 지내기 위한 위선(爲先)의 길이 귀성(歸省)하여 제일 먼저 할 일이다.
어버이와 조상님께 보은하기 위해서 살아생전에 하여야 하는 길이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는 제사이기 때문이다.
예서(禮書)에도 말하기를 제왕(帝王)은 하늘에 제사 지내는 것이요, 제후(諸侯)는 산천에 제사 지내며, 사대부(士大夫)들은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백성들은 사대부에 준하여 제사를 지냈다.
*. 골육상쟁의 추석
'더도 말고 절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고향에 가시거든 화목을 우선하시며 건강한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고향을 찾는 형제가 꼭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일은 부모를 모시고 묵묵히 고향을 지키고 사는 형제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세상에는 장남이나 그 아내가 된 것을 억울해 하고, 장남의 역할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런 형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우리 형과 형수에게 감사를 드리고 모셔야 할 일이다. 세상을 둘러보니 부모를 모시는 이가 장남 아닌 능력 있는 아우인 나라도 많았다.
형들도 그렇다. 피해 의식을 행동으로 옮겨 일방적으로 제사를 떠맡겼을 경우에 올 일을 가정하여 보시라.
아우들은 고향을 찾을 이유가 없어질 것이고, 형네는 무슨 체면으로 동생 집에 차례나 제사 지내러 가겠는가. 형네가 빠진 제사 지내러 다른 아우들은 오겠는가. 계수는 그 시아주버니를 전처럼 대접하여 주겠는가.
한 마디로 집안이 깨지고 형제들은 이산가족을 오히려 부러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제사는 공처럼 주고받는 것이 아니어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이렇게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수십 배, 수 백배로 큰 제사를 아내를 위하여서나, 종교를 이유로 아우들에게 떠맡기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일이다.
우리들의 돌아가신 부모는 부모일뿐이지, 신으로 생각하는 자식들이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있겠는가. 돌아가신 부모가 섬겨야할 신앙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돌아가신 어버이는 절대로 십계명에서 말하는 우상이 아니다. 나무나 돌이나 쇠붙이로 만든 신불이나 사람의 형상, 신과 같이 여겨 섬기는 대상, 하나님 이외에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우상인 것이다.
절하는 것이 우상 숭배라고 생각하는 이 있다면 살아계신 부모님께도 기독교인들은 절대로 절하지 말아야 한다.
제사에서 두 번 절하는 것은 우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예의격식일 뿐이다. 산 자는 양(陽)이요, 즉은 자는 음(陰)이라는 음양오행에 따라서, 살아 계신 부모에게는 양(陽)인 홀수로 한 번 절하는 것이요, 돌아가신 분에게는 음(陰)인 짝수로 두 번 절하는 것일 뿐이다. 지방에 쓰는 '신위(神位)'란 말이 거슬리면 그것 빼면 되지 않는가.
종교인과 신앙인은 엄밀히 구별하여야 한다. 종교인이 아닌 신자가 왜 종교인의 청렴주의를 따라 가정을 파괴하면서까지 기독교인 아니었던 어버이의 제사까지를 멀리 해야 하는가.
세기를 초월하여 천하에 몹쓸 놈인 놀부도 제사에 쓸 돈을 아끼기는 했지, 자기 마누라 편하라고 제사를 흥부에게 물려 주려는 생각은 꿈에도 안했다.
"연 생원(놀부)의 제삿날에는 종이 위에 대추, 곶감, 사과, 조기 등을 그려서 제사상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냈것다."
그래서 나는 민족의 대이동인 명절이 올 때마다 기원하는 말이 있다. '제발 작거나 큰 골육상쟁 없는 귀성길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