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게 고비를 넘겼다. 경기 상황들이 쉽게 잊히질 않을 것 같다.
“경기 전부터 힘들 거라곤 예상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쿠웨이트 선수들이 전반에 강하게 나올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후반 60분에서 70분 정도에 승부를 걸자고 얘기했었다. 중요한 경기라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하고 들어갔다. 내가 선수들의 마음을 아무리 편하게 해주려 해도 자기들만의 부담을 안고 있었고, 쿠웨이트가 예상보다 더 강하게 밀어붙이니까 많이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 전반전 마치고 후반전에 대해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쿠웨이트 선수들이 전반에 오버페이스를 했기 때문에 후반에는 우리한테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반에 골만 먹지 말자고 했는데 다행이 실점을 하지 않고 후반전을 맞이했다. 오늘 경기 내용은 정말 형편없었다. 그러나 결과를 얻어야 했기 때문에 경기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 박주영 선수를 선발로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가?
“축구인들이라면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송한 카드를 전반이 아닌 후반에 투입시킬 경우, 자칫 이상한 형태로 문제시될 수 있다. 주영이가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했고, 몸 상태도 썩 좋은 게 아닌 것 같아 일단 전반에 투입시켰다가 아니다 싶으면 빼려고 했다. 그런데 주영이의 몸 놀림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뛰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최종예선을 고려한다면, 주영이한테 더 힘을 실어줘야 했다.”
- 이번에 대표팀 소집 후 박주영 선수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나.
“경기 전날 주영이를 불러서 많은 얘기를 했다. 내가 강조했던 말은 ‘희생정신’이었다. 그러면서 선발로 뛸 것임을 미리 통보했다. 네가 내일 선발이니까 90분을 책임지고 뛰라고. 그런데 뛰다가 너무 힘들면 손을 들어 표시하라고 부탁했다. 난 주영이한테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고 싶었다. 주영이가 어려운 가운데서 열심히 해줬다.”
- 박주영 선수가 공식 인터뷰를 비롯해서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회피한다. 이에 대해 감독으로서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겠나.
“경기 후 믹스트 존 인터뷰도 안했나?(아예 믹스트 존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는 기자의 얘기를 듣고) 어휴, 좀 당당해졌으면 좋겠는데…, 피해간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선수 25명이 모두 성격, 스타일 다 다르다. 주위에서 어떤 조언을 해줄 때 귀 기울여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한데, 많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주영이랑 얘기를 해보니까 그 선수만의 독특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 기성용과 김신욱 카드를 조금 일찍 꺼내 들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 전부터 두 선수는 후반전 카드였다. 빠른 선수들이라 경기 분위기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 전반에 내세운 김두현, 김상식 카드는 좋지 않았다. 수비라인이 뒤로 물러서고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전혀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해보이지 못하더라.”
- 경기 후 기성용 선수가 이런 얘기를 했다. 앞으로 최종예선전이나 본선에는 큰 대회 경험이 많은 해외파 선수들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감독 입장에선 기성용 선수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오늘 경기는 결과를 내야 했던 경기라 내가 계속 봐왔던 K리그 선수 위주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8월 올림픽대표팀의 경기가 모두 끝나면 유럽파, K리거, J리거 모두를 후보 명단에 올려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식 기자회견 때도 얘기했지만 대표팀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대표팀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종예선전에 나설 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이 지금과 많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난 K리그 선수들도 소중하다. K리그에 숨은 보석들이 많다고 본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오픈 마인드의 자세로 선수들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 이동국 선수가 꽉 막혔던 흐름에 숨통을 틔워주는 첫 골을 터트렸다. 그런데 골이 터졌는데도 최 감독의 표정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를 풀어가다가 골이 터졌다고 해서 방방 뛰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닌가. 동국이는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난 단 한 번도 동국이한테 골을 넣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서로 무언의 믿음? 그런 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으론 ‘저 놈이 해주겠지’였고, 동국이는 ‘감독님을 위해 한 방 터트려야지’ 하는 마음의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동국이 말고도 다른 선수들과 그런 신뢰를 쌓아야 한다.”
첫댓글 최강희 감독님의 말씀 속에는 왠지 모를 힘과 신뢰감 이런게 느껴지네요
조감독과 확연히 차이나는 인터뷰네요...못하면 조기교체도 당연하다라는 감독과 마음의 교감이 있어야 된다는 감독...누가 더 잘할 확률이 높은 감독인지는 뻔하네요...
저도 많은 신뢰가 가지만,다른건 모르겠고, 선수 선발 및 기용 문제에 대해는 축협에서 제발 관여 안했으면 좋겠네요.
기술위에서 많은 간섭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그럴지 참 걱정입니다.
감독입장에서 자기 스스로 '오늘 경기 내용은 형편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감독이 대한민국에 몇명이나 될까요?
정말 이런 분이..축구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나타나셔야 되는데..존경합니다. 감독님..!!
정말 글을 읽으니 감독님에게 더믿음과 신뢰가 가네요..선수한명 한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마음의 상처받지않을까 세심하게 신경써주시고 감독님 정말 짱 멋지십니다!
진짜 신뢰가 가네요 .. 이번경기는 어쩔수없는 선택이엿죠 경기내용보다는 이겼다는데 만족을해야..
저는 골을 넣어도 무표정 감독님의 얼굴이 잊혀지질 않네요
“그렇게 경기를 풀어가다가 골이 터졌다고 해서 방방 뛰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닌가."
아!! 이장님 정말...하아. 이건 뭐 정말 시크하지만 진짜 남자라는 느낌.
리더십이 대단한 감독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박주영을 풀타임 뛰게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데 있어서 정면승부를 하고있다는 생각이드네요.
어떤 곳이든 신뢰는 참 중요하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믿음을 만든다는 건 어려운일~~ 전북이 3년동안 2번의 k-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천은 역시 신뢰와 믿음으로 무장한 닥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