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드리블과 호쾌한 측면침투가 돋보이는 박주호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 |
2007년 현 U-20 대표팀은 다양한 재능의 유망주들로 가득하다. 출범 전부터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큰 기대를 모았던 U-20 대표팀이지만, 이전 대표팀과는 다르게 국내에서의 평가전이나 TV 중계 등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이 팀의 전력이나 선수 개개인의 기량 등이 국내 축구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
TV 중계가 있었던 2월 카타르 8개국대회 결승전(일본전)과 8월의 부산컵을 통해서만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U-20 대표팀은 지난 해 11월초 인도에서 열렸던 U-19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이미 알려진 대로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탁월했고, 축구를 알고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U-20 대표팀은 4강전에서 만난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대회 3연패 달성에는 실패했다. 3-4위전에서 요르단을 꺾고 3위를 차지한 U-19 대표팀은 대회 4강까지 주어지는 2007년 세계대회 진출권을 획득한 것에 위안을 삼은 채 귀국해야 했다.
비록 결과는 목표했던 우승에 미치지 못했지만 젊은 재능들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실전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쌓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는 평가.
특히 그 중에서 왼쪽 측면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친 주장 박주호(20세, 숭실대)의 재능은 눈부셨다. 네덜란드 대표팀과 첼시에서 활약중인 아르엔 로번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한국의 로번’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독특한 그의 드리블과 호쾌한 측면 돌파는 경탄할 만 했다.
박주호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세계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벌어진 3-4위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출전하면서 조동현 감독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이미 8강 진출이 결정된 상황이었던 조 예선 3차전 인도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것을 제외하고는 풀타임 출장이라는 점도 놀랍다.
박주호의 진가 드러난 아시아선수권
이미 몇 차례의 경기를 통해 ‘왼쪽 측면의 지배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박주호였지만, 아시아선수권은 그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줬던 대회였다. 열악했던 환경과 최악의 그라운드 컨디션으로 인해 팀 전체가 100%의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박주호 특유의 호쾌한 드리블 돌파와 날카로운 왼발은 한국의 주 공격옵션이었다.
“여러가지 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잠도 잘 못자고 제 컨디션이 아닌 아이들이 많았어요. 현지에 도착하고 이틀 정도 지나면서 선수들이 하나둘씩 탈이 나기도 하고 그랬죠. 저도 첫 게임 치르기 전날부터 배탈이 나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박주호가 밝혔듯이 요르단과의 1차전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경기를 펼쳤다. 첫 경기라는 부담감까지 겹쳐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요르단을 압박했고, 3-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아무래도 첫 경기이기 때문에 어려웠어요. 상대가 약팀인지 강팀인지를 떠나 첫 게임은 항상 부담이죠. 다행히 초반(전반15분)에 골을 뽑아내긴 했는데, 너무 빨리 들어가서 그런지 긴장이 늦춰져서 전반에 조금 힘들었어요. 후반에는 자기 플레이를 찾으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고, 골도 쉽게 터졌죠.”
이후 한국은 키르키즈스탄을 7-0으로 대파했고, 예선 마지막 상대인 인도마저 3-0으로 꺾으며 3연승으로 8강에 안착했다. 특히 인도전에서 전반을 0-0으로 비기며 고전하던 상황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박주호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활기차게 팀 공격을 주도, 결국 3골을 뽑아내는데 기여했다.
“키르키즈스탄전은 경기 시작 전부터 마음이 편했어요. 골이 쉽게 잘 들어가면서 쉽게 승리했고요.(웃음) 반면 인도전은 조금 힘들었죠. 우리는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라 편하게 가려는 마음이 있었고, 반대로 인도는 어떻게든 이기려고 강하게 나왔어요. 여기에 인도 홈이기 때문에 판정도 약간 불리했고요.”
“전반에는 인도가 강하게 나오니까 우리가 조금 당황해서 힘든 면이 있었는데, 후반 들어서는 우리 선수들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왔고, 감독님도 느슨하게 하면 안 된다고 하셔서 정신 차리고 나갔죠.(웃음) 1골만 넣으면 무너질 거라 생각했고, 그게 적중했어요.”
3연승으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을 맞이한 팀은 호주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편입된 오세아니아의 강자 호주는 피지컬 면에서 매우 강한 팀이었고, 한국으로서는 많이 상대해본 스타일이 아니기에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 했다. 더구나 무덥고 습한 현지 기후와 논두렁을 연상시키는 최악의 그라운드 컨디션은 선수들의 체력을 바닥나게 만들었다.
“호주는 체격조건이 좋은 점을 이용해 공격할 때 공중으로 경합을 시키더라고요. 크로스도 날카롭고요. 그런데 수비가 전체적으로 느리다보니까 그것을 우리가 많이 이용했죠.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긴장할 만큼 잘하는 팀은 아니었어요.”
“전반 초반부터 우리 선수들 몸도 좋았고, (송)진형이가 멋진 프리킥을 넣으면서 앞서 나갔죠. 플레이 자체가 좋다보니까 호주가 동점골을 터트린 이후에도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실제로 진형이가 바로 넣어줘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죠.”
“그렇지만 체력적인 부담은 많았어요. 뒷근육도 많이 올라오고 그랬죠. 그래도 주장이니까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더구나 왼발은 저 혼자였거든요. 물론 (이)청용이나 (최)철순이가 제 자리에서 뛰어줄 수 있지만 제가 이를 악물고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
일본에 덜미 잡히며 설욕에 실패
호주를 꺾고 4강에 진출하면서 한국은 2007년 캐나다 U-20 세계선수권 진출 자격을 확보했다. 1차 목표는 달성한 상태에서 이제는 2002년과 2004년에 이은 아시아대회 3연패라는 최종목표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4강전에서 맞붙은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2006년 2월 카타르 8개국대회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8월 일본 SBS컵에서도 0-3으로 패한 한국이었기에 반드시 설욕해야 한다는 각오가 남달랐다. 박주호는 두 대회에서 모두 주장으로 경기에 나섰던 터라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더욱 치열했다. 그리고 전반 1분 만에 심영성(제주)이 선제골을 뽑아내자 경기는 쉽게 풀려나가는 듯 보였다.
“그 전에 두번을 패했기 때문에 다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갔어요. 실제로 전반에 골이 쉽게 들어가면서 이길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정신도 없고, 일본 선수들이 예전에 비해 조직력이 많이 강해져서 힘든 경기를 했어요.”
개개인의 기량 우위를 바탕으로 세밀한 축구를 펼치던 한국은 그렇잖아도 최악이었던 그라운드에 폭우까지 쏟아지자 자신들의 리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예전 같으면 일본을 상대로 수중전이 된다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반기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반대가 되어버린 것.
“사실 전반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후반 지나면서 그나마 비가 그치고 하니까 우리 페이스로 흘렀죠. 그런 점에서 후반 1분 만에 동점골을 내준 것이 너무 아까워요. 이후에도 1골이 들어가긴 할 것 같은데, 그게 쉽게 터지지 않으니까 속 터지더라고요.(웃음)”
“연장에 들어가서도, 그리고 1골을 내줬을 때도 진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죠.” 승부차기에서의 패배는 박주호에게 오히려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차라리 필드에서의 정면승부에서 패했다면 결과를 수용했겠지만, 승부차기에서 패배는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
“솔직히 승부차기로 졌기 때문에 패했다는 느낌은 없어요. 승부차기는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커요. 게다가 저는 연장까지 마친 뒤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키커로 나서지도 못했어요.”
“당연히 우승하지 못한 점에 대해, 그리고 일본에게 진 것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죠.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승부차기에서의 패배는 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어차피 세계대회가 진짜 승부처라고 생각해요.” |
|
부산컵 슬로바키아전에서 박주호의 드리블 돌파 모습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 |
‘박주호 드리블’의 독특함
“주호는 왼발잡이에다가 특이한 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 스피드와 지구력도 모두 갖췄다. 특히 드리블은 상당히 독특하다. 드리블을 하는데 있어 다른 선수들보다 템포가 빠르다. 잔발로 드리블을 시도하니 수비수들이 붙지 못하고 자꾸 뒤로 물러나게 된다. 첼시의 로번과도 흡사한 드리블이다.”- 숭실대 윤성효 감독
윤성효 감독이 밝혔듯이 박주호의 드리블은 매우 독특하다. 볼을 툭툭 잔발로 치고 들어가며 순간적으로 방향을 꺾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상대 수비수로서는 템포가 빠른데다가 드리블을 치는 타이밍을 읽기가 힘들어 정면대결을 펼치는 것을 매우 곤혹스러워 한다.
첼시의 아르옌 로번과 흡사하다는 이야기도 이와 같이 빠른 리듬으로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 스타일 때문에 나온 말이다. 잔발을 활용한 빠른 드리블 스타일이란 점에서 ‘한국 최고의 드리블러’ 최성국(울산)과도 비교될 수 있다. 최성국이 좀 더 화려한 드리블이라고 한다면, 박주호는 좀 더 전진해서 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저도 어떻게 그런 드리블을 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어떻게 연마했다기보다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웃음) 로번과 드리블이 닮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 선수 플레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은 없어요. 다만 세계적인 선수와 닮은 점이 있다니 저로서는 그냥 감사하죠.”
“고교 시절부터 볼을 가지고 수비 쪽으로 치고 들어가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야 수비수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었죠. 앞으로 향하는 드리블은 수비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 점을 많이 연구했죠. 특별히 드리블의 기술이라든지 리듬을 연마한 것은 없었어요.”
물론 박주호가 보완해야할 부분도 존재한다. 본인 스스로 털어놓는 약점은 정확한 크로스 능력. 아무리 상대를 제친다 해도 윙어라면 마지막 크로스가 정확해야하는 것은 불문가지. 마지막 순간에서 좀 더 정확한 킥을 해줄 필요가 있다. 윤성효 감독 역시 “왼발을 잘 쓰지만, 크로스와 킥은 좀 더 보완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
|
숭실대 전성시대를 이끈다.
최근 몇 년간 숭실대는 대학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발돋음했다. 수원에서 오랜 기간 선수와 코치 생활을 했던 윤성효 감독은 팀을 새롭게 조련했고, 고교 유망주들을 대거 데려오는데 성공하며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박주호 역시 숭실대 축구의 부흥에 일조했다.
생일이 빨라(1월 16일) 또래보다 한 학년 높은 박주호는 지난 2년간 숭실대를 3차례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지난 해 11월 열린 추계대학연맹전 결승에서는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팀이 역전승을 거두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2005년에는 공격 포지션에 고학년 형들이 많아서 결정적인 것을 많이 해줬는데, 지난 해에는 저학년들이 주축이어서 공격력이 조금 부족했어요. 추계연맹전 당시에는 아시아대회 때문에 인도를 갔다 와서 얼마 되지 않아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죠. 부상 선수들이 많아 자원이 부족했음에도 처음에는 20-30분 정도만 투입됐어요. 8강 이후에야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었죠.”
“청소년대표팀에 갔다 온 뒤에 주위에서 플레이가 성숙해졌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주위에서 그렇게 느끼신다니 기분 좋고요.(웃음) 대표팀도 좋지만, 팀에서 동료들과 뛰는 것도 즐거워요.” |
|
프로무대, 그리고 세계무대로의 도전
이제 대학 3학년을 맞이하는 박주호는 본격적인 프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출하고자 하는 무대는 K리그가 아닌 J리그이다.
실제로 지난 해 말에 팀 동료 박종진, 대학 선배 김영후(울산미포조선)와 함께 일본 J리그의 제프 치바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은 바 있는 박주호는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일본 프로팀의 입단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인해 성사되지는 못했었다.
박주호가 K리그를 뒤로 하고 일본 무대 진출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드래프트제 때문. 드래프트제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고, 원하는 팀으로도 갈 수 없다는 것이 박주호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 이것은 비단 박주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어서 지난 해 대학축구의 대어급 선수 상당수가 드래프트제에 불참한 채 해외무대 진출을 노리거나 실업무대를 통해 향후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래도 드래프트 때문에 주위에서도 프로행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없고, 대우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고요. 일단 윤성효 선생님의 뜻에 따르려고 합니다. 어쨌든 일본어 공부는 하고 있어요.(웃음)”
뿐만 아니라 2007년은 U-20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박주호로서는 세계축구의 벽과 맞서 싸우는 첫 번째 무대이기에 가슴이 설렌다. 지난 2005년 대회를 앞두고 연습멤버로 합류하기는 했지만, 결국 최종 엔트리 선발에서는 제외되어 세계무대에 서보지 못했기에 이번 대회를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2005년초 수원컵 앞두고 상비군 훈련할 때 합류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탈락했어요. 이번에는 제가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대가 됩니다. 아직 우리 팀이 조직적으로 완성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더 많이 다듬어야 해요. 개개인으로는 잘하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조직력을 좀 더 갖춘다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강팀들과도 더 많이 붙어야할 것 같아요. 지난 번 부산컵에서 아르헨티나와 경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 그런 강팀들과의 경험이 필요해요. 또 우리 선수들이 볼을 예쁘게 차는 반면 파워가 조금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느 정도 사실이에요. 피지컬적으로 강한 선수들이 계속해서 거세게 압박했을 때 그것을 헤쳐 나가지 못하면 힘든 경기를 펼치게 될 것 같아요. 대비해야죠.”
|
| |
첫댓글 드래프트제도 폐지
드래프트 근시안적인 연맹의 탁상공론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
안습 드래프트....j리그....ㄷㄷㄷ 주호선수 재활 쾌유하시길...
드래프트 폐지..제발 부디 이런 유망주 같은 선수들 잃고 싶지 않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짜증나 슬퍼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드래프트하고 병역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