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김영모 빵집에서
2022년 1월 13일 목요일인 바로 어제의 일이다.
낮 12시쯤 해서 빵집을 찾았다.
집 가까운 곳인 전철 2호선 서초역이나 교대역 부근의 빵집을 찾은 것이 아니다.
거리가 제법 있어서 걸어가기에는 마뜩치 않고, 차를 몰아서도 10분 정도는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는 빵집을 찾았다.
바로 서초동 성당 인근의 김영모 빵집이었다.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내 아직 검찰수사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인연이 된 빵집이다.
어느 날, 고등학교 후배 몇몇이 신년 인사차 나를 찾아왔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었다.
“저 김영모입니다. 서초동에 빵집을 하나 냈습니다. 제 딴에는 빵 좀 만든다고 냈는데, 오셔서 맛 좀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얼마 뒤에 그 빵집을 찾아가봤었다.
혹 후배에게 부담이 될까봐서, 사전 연락을 하지 않고 문득 생각이 난 김에 그 즉시로 찾았다.
뜬금없는 방문에, 그 빵집 주인인 후배를 만나지는 못했다.
모든 빵의 기본인 식빵에, 내 특별히 좋아하는 앙꼬빵에 곰보빵 등, 빵 한 봉지를 사들고 왔었다.
그때만 해도 장모님도 살아계셨고, 두 아들은 대학 재학 중일 때여서, 온 가족이 그 빵 맛을 봤다.
하나같이 엄지를 척 내세워 최고의 맛임을 증명해줬다.
그 이후로, 틈틈이 그 빵집을 찾고는 했었다.
어제도 찾았다.
이번에는 내가 먹고 싶어 찾은 것이 아니다.
내 사랑하는 손자 서율이를 비롯해서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찾았다.
서율이가 첫 돌을 지나면서 이유식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먹성이 좋아져서 빵까지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던 차에 어제 오전에 어미인 막내며느리 은영이가 가족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카카오톡 가족방에 메시지 한 통을 게시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이번 주말이면 서율이 애비 시험이 끝나요. 그러면 서울로 올 건데, 서율이도 데리고 서초동으로 갈게요.’
그 글을 읽으면서, 내 문득 한 생각을 했다.
서율이가 이제 막 먹기 시작했다는 빵을 좀 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빵집을 찾는다는 것이, 김영모 빵집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당장 빵을 사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지금 사두면 서율이가 오는 주말쯤에는 상하고 말 것이어서, 당장에 빵을 살 것은 아니었다.
내가 빵집을 달려간 것은, 서율이가 좋아하는 빵이 어떤 것인지, 그 빵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어놓고, 주말이 되면 다시 그 빵집으로 가서 그 좋아하는 빵을 사가지고 올 요량에서였다.
그 사실을 카카오톡 가족방에 공개했다.
빵집을 들러서 이 빵 저 빵 진열된 빵들을 찍은 영상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했다.
‘오늘 점심때, 김영모 빵집을 다녀왔다. 오는 일요일에 서율이가 오면 무슨 빵을 자주면 좋을까 하고 미리 가본 거다. 영상을 찍어왔으니, 골라봐라. 혹 서현이도 올 수 있다면, 서현이도 고르면 더 좋고...이날은 한우카페 갖가지 고기로 점심 잔치판도 벌일 것이니, 웬만하면 다들 서초동으로 모이면 좋겠구마는...’
그 즉시로 은영이로부터 답이 왔다.
내가 게시한 동영상의 한 장면을 캡쳐한 사진이었고, 그 사진 아래로 한 줄 글을 적고 있었다.
딱 한 줄이었지만, 내 마음에 흡족하게 담겼다.
곧 이랬다.
‘서율이는 요 카스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