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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1816.4.21~1855.3.31]
영국의 여류 소설가.
원어명 Charlotte Bronte
국적 영국
활동분야 문학
출생지 영국 요크셔주의 손턴
주요저서 《제인 에어》(1847), 《셜리》(1849)
영국 요크셔주의 손턴 출생. 에밀리 및 앤의 언니이다. 원래는 셋째 딸이었는데, 두 언니가 일찍 죽는 바람에 그녀는 브론테 세 자매의 맏이가 되었다. 1820년 요크셔의 하워스로 이사하였다. 소녀시절부터 공상력과 분방한 상상력을 지녔고, 글을 쓰는 습관을 붙여 뛰어난 표현기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1842년 브뤼셀의 여학교에 유학하여 프랑스어·독일어를 배웠다.두 동생과 합작으로 익명의 시집을 자비출판하였고(1846), 이어 소설 《교수 The Professor》(1857)를 썼으나 출판을 거절당하였다. 그러나 정열적인 고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제2작 《제인 에어 Jane Eyre》(1847)가 출판되자마자 큰 평판을 얻었으며, 뒤이어 《셜리 Shirlye》(1849), 《빌레트 Villette》(1853)를 발표하였다. 아버지의 대리목사 A.B.니콜스와 결혼하였으나 이듬해 결핵으로 죽었다.
제인에어 [Jane Eyre]
영국의 여류작가 C.브론테의 장편소설.
저자 C.브론테
장르 장편소설
발표 1847년
1847년 영국의 여류작가 C.브론테가 남자 이름 커러 벨(Currer Bell)이라는 필명으로 출판하였다. 격렬하고 정열적인 고아 제인 에어는 심술궂은 숙모집에서 자라 반항적인 성격이 된다. 로드기숙학교에서 불행한 생활 속에 학교를 마친 후, 손필드 홀이라는 저택의 가정교사가 된다. 그리고 이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나, 로체스터에게는 미친 부인이 있어, 저택 내의 한 밀실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안다. 제인이 그 길로 그 집을 뛰쳐나와 눈 쌓인 광야를 걷다가 지쳐서 빈사상태에 있는 것을 목사 센트 존 리버스가 구조한다. 그의 감화를 받고 그와 결혼하여 인도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 때, 그녀는 환상 속에서 로체스터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게로 달려간다. 저택은 불타고 그의 부인은 불에 타 죽었으며 그는 실명했는데 그의 반려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출판 당시, 이 작품의 낭만적인 내용과, 격렬한 정열에 불타는 작중 인물, 당시의 인습적인 도덕에 대한 대담한 반항 등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더욱이 작자가 여성이라는 것이 밝혀져 인기는 상승하였다. 1840년대 영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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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어
Ⅰ. 서론
19세기의 영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에 대한 억압과 이상화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대이다. 여성은 경제적으로나 법적으로 성적으로 남성에게 의존적이고 복종해야만 하는 처지였을 뿐만 아니라 천사나 마리아와 같이 순결하고도 도덕적인 존재여야만 했다.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ё)는 『제인 에어(Jane Eyre)』에서 여성의 삶을 억압하거나 여성성을 왜곡시키는 당대의 제반 이데올로기에 반감을 품고, 제인이라는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을 등장시켜 이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즉 여성을 정신적 존재와 육체적인 존재로 이분한 후 철저하게 정신적인 존재가 되기만을 강요하거나 예속된 삶을 조장하는 성이데올로기와 이를 유도한 가부장적 문호, 청교도 주의의 병폐 등을 폭로하고 있다.
여기서는 산업 사회로 전환된 후 발생한 소유사상과 더불어 서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온 기독교의 가부장적 신관과 여성에 대한 유혹자, 죄인 이미지가 여성을 이러한 특수한 억압 상황으로 몰아넣어 왔음을 인식하고,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여성학적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즉,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제인이 어떻게 19세기의 이데올로기에 대응하고 갈등하며, 결국에는 이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화, 새로운 여성상을 일구어 내는지, 제인의 주체적 삶을 추적함으로써 브론테의 여성론적 인식을 고찰해 보았다.
불우한 고아였던 제인이 유년 시절부터 성장의 각 단계를 거치면서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한 자립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게이츠헤드(Gateshead), 로우드학교(Lowood Institute), 손필드(Thornfield), 무어하우스(Moor House), 펀딘(Ferndean) 등으로 이어지는 공간적 이동에 따라 살펴볼 것이다.
Ⅱ. 본론
(1)게이츠헤드(Gateshead) - 외부 세계의 위협과 그를 통한 자아의 인식
제인은 여자아이이자 고아로 아름다운 외모를 소유하고 있지도 않고 빅토리아 시대에 훌륭한 여성으로 칭송 받을 수 있는 고분고분한 성격의 여성도 아니다. 자유를 갈구하며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가부장적 질서에 위협이 되는 여성이다. 제인의 인물설정은 여성의 미모에 대한 인습적인 사회 관념과 잘못된 여성상에 대한 브론테의 비판적 입장을 극명히 보여준다. 가부장제 축소판으로 상징되는 게이츠헤드는 여성으로서 자의식의 눈을 뜨는 시기이다. 고아로서 게이츠헤드에서 더부살이하던 제인은 온갖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로 그녀의 정체성 자각은 소외감과 이질감으로 시작한다. 나는 게이츠헤드에서 불협화음이었다. 거기서 나는 누구와도 같지 않았다. 리드(Reed)부인이나 그녀의 아이들 또는 그녀의 심복 하인들과 나는 전혀 어울리는 점이 없었다.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니와, 사실 나도 그들을 거의 사랑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그들 중 누구와도 통하지 않고, 성격, 재능, 취미에 있어 그들과 맞지 않는 이질적인 아이, 그들에게 전혀 이롭지 않고 즐거움도 주지 않는 무용지물, 그들의 대우에 분노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성싶은 해로운 아이인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어야 할 의무는 없었다. )
I was a discord in Gateshead Hall; I was like nobody ther; I had nothing in harmony with Mrs. Reed or her children, or her chosen vassalage. If they did not love me, in fact, as little did I love them. They were not bound to regard with affection a thing that could not sympathise with on-e amongst them; a heterogeneous thing, opposed to them in temperament, in capacity, in propensities; a useless thing, incapable of serving their interest, or adding to their pleasure: a noxious thing, cherishing the germs of indignation at their treatment, of contempt of their judgment.(12)
게이츠헤드에서 제인은 자신이 “불협화음”이자 “이질적인 아이”라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그곳에서 뛰쳐나갈 수도 없다. 이러한 강압적인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창문과 커튼사이의 공간에 몸을 숨긴 채 비윅(Bewick)의 영국조류사(History of British Birds)를 보면서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뿐이다. 실내에서 분리되었으나 쫓겨난 것도 아닌 이 창문과 커튼 사이의 공간은 가부장제 사회에 포함되지도 못하고 또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는 그녀의 위치를 잘 보여준다. 제인은 현실 도피처인 상상의 세계를 갖는 자유조차 제한 당한다. 사회의 특권을 부여 받은 남성이며 게이츠헤드의 미래의 주인으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존 리드(John Reed)에 의해서 말이다. 존은 제인을 항상 때리고 못살게 구는 육체적 폭군인 동시에 정신적 폭군이다. 그가 남성으로서 갖는 사회적 세력과 리드가의 가부장적 인물로 소유한 위력은 “나의 모든 신경이 그를 두려워했으며, 그가 다가오자 내 뼈에 붙은 살 한점 한점이 움츠러들었다”(8)라고 표현할 만큼 제인에게 위협과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이 그에게 대들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로운 공간마저 빼앗겼다는 완전한 절망감 때문이다. 그 동안 존의 폭행을 참고 견디던 제인은 존에게 책으로 육체적 포행을 당하자 일순간 공포심을 잃고 끓어오르는 분노로 “심술궂은 잔인한 녀석! 넌 살인자 같아. 너는 노예감독, 로마황제 같아”(8)라고 반항한다. 내재된 반항성이 무의식적으로 분출한 것을 계기로 제인은 고아이며 여자 아이라고 해도 반드시 수동적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 즉 현실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는다. 이러한 반항정신은 제인에게 사회적 억압과의 갈등 속에서도 자체적인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정당한 자기 방어였던 반항으로 제인은 ‘붉은 방(Red-Room)’(9)에 감금 당하는 벌을 받게 된다. ‘붉은 방’은 삼촌이 임종을 맞은 곳으로 남성적 권위를 상징하는 곳이다. 남성적 위협으로 가득 찬 방은 제인에게 춥고 조용하고 음산하게 느껴진다.이 붉은 방은 빈 방이었고 여기서 잠자는 일은 좀체로 없었다. 아니 게이츠헤드에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몰려와서 이 집의 모든 방을 사용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이 방을 사용하는 일이 없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은 이 집에서 제일 크고 위풍당당한 방이었다. 침대가 방 한가운데 신전처럼 서 있었는데 장엄한 마호가니 다리로 받쳐져 있었고 짙은 붉은 능직 커튼이 그 위에 늘어져 있었다. 언제나 덧문이 내려진 두 개의 큰 창문에는 비슷한 천의 커튼이 쳐져 있었고, 리본으로 반쯤 덮혀 있었다. 카펫트도 붉은 색이었다. 침대 끝에 있는 탁자는 선홍색 테이블보로 덮여 있었다. 벽은 엷은 황갈색이었는데 사이 사이에 분홍색이 섞여 있었다. 옷장, 화장대, 의자 등은 검은 광택을 내는 오래된 마호가니였다. 이런 주변의 짙은 색을 배경으로 층층이 쌓아 올려진 매트리스와 베개는 눈처럼 하얀 마르세이유 침대덮개로 덮힌 채 높이 솟아올라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앞 발판 달린 안락의자에는 큼직한 쿠숀이 깔려 있었는데, 그것은 침대 못지 않게 하얀 색이었고 그 당시 생각으로는 창백한 왕좌 같이 보였다.
The red-room was a spare chamber, very seldom slept in; I might say never, indeed, unless when a chance influx of visitors at Gateshead Hall rendered it neccessary to turn to account all the accommodation it contained: yet it was on-e of the largest and stateliest clambers in the mansion. A bed supported on massive pillars of mahogany, hung with curtains of deep red damask, stood out like atabernacle in the centre; the two large windows, with their blinds always drawn, were half shrouded in festoons and falls of similar drapery; the carpet was red; the table at the foot of the bed wascovered with a crimson cloth; the walls were a soft fawn colour, with a blush of pink in it; the wardrobe, the toilet-table, the chairs were darkly-polished old mahogany. Out of these deep surrounding shades rose high, and glared white, thd piled-up mattresses and pilows of the bed, spread with a snowy Marseilles counterpane. Scarcely less prominentwas an ample, cushioned easy-chair near the head of the bed, also white, with a footstool before it; and looking, as I thought, like a pale, rhrone.(10-11)
‘완전한 순종과 조용한 상태’(10)까지 제인을 붉은 방에 감금하는 것은 정력과 개성을 말살시켜 가부장제 사회가 바라는 여성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길버트와 구바는 ‘붉은방’이 제인이 갇혀있는 가부장제 사회를 나타낸다고 하면서 이 안에서 여성을 결국 광란(madness)으로 도피하게 된다고 주장한다.(재인용 송명희 19)
제인이 자기방어의 권리를 주장한 대가로 감금되는 붉은 방은 제인이 어린 시절에 겪는 그리고 이 소설 전체를 통하여 겪는 고통에 대한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블라인드와 커튼이 쳐진 창문과 잠긴 문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으면 묶어놓겠다는 위협에 의해 그 방은 문자 그대로 감옥이라고 할 수 있다. 차갑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그 방은 저항하는 어린아이와 제한하는 환경 사이의 갈등에 대한 냉엄한 은유인 것이다. 길버트와 구버에 따르면, 그 붉은 방은 “그녀가 갇힌 사회에 대한 그녀의 시각을 완전히 대표하고 있다”(재인용 오정화 69). 제인의 창조적이고 자기주장적인 활력은 제인의 유일한 보호자였던 리드 씨가 죽은 그 방에서 죽어 없어지기를 요구 받는 것이다.외부세계에 대한 시각을 모두 단절 당한 채 제인은 붉은 방에서 거울 속 깊이를 들여다보는데 거기에서 ‘이상한 작은 인물’(11)을 보게 된다. 거울 속에서 하얀 얼굴에 두려움으로 번쩍이는 눈빛을 한 그 이상한 작은 인물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제인은 그것이 길 저문 여행객들의 눈앞에 나타난다는 반요정 반꼬마 도깨비와 같다고 생각한다. 제인이 이때 거울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 안에 있는 “타자성(otherness)”이다. 자신과 거울 사이의 정상적인 관계가 무너진 것은 그녀 자신과 그녀가 타자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사이의 괴리에 대한 그녀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송명희 20)
붉은 방의 감금 이후에 제인은 이제까지의 태도와 다르게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철저히 맞서는 의식화된 모습을 보인다. 어린 제인의 반란이 극에 달한 것은 붉은 방 사건 후 제인이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가고 싶어하게 된 학교의 교장인 브로클허스트(Brocklehurst)씨에게 리드 부인(Mrs. Reed)이 제인을 거짓말쟁이라고 믿게 한 것을 발견했을 때이다. 제인은 격한 분노가 가슴속에서 끓어 올라옴을 느껴 “말해야만 해, 난 호되게 짓밟혀왔으니 반격해야만 해(30)”라고 말함으로써 여성 해방적인 인식의 발전을 보여준다.게이츠헤드에서 제인이 받았던 소외와 억압은 오히려 그녀를 수동적인 여성에서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이에 반항하는 여성으로 만든다.
(2)로우드 학교(Lowood Institute) - 사회적 관습의 내면화
로우드에서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 교육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좀더 체계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내면화 된다. 이곳의 지배원리는 로우드의 유일한 남성이며 가부장적 인물인 브로클허스트의 위력이다. 그는 소녀들을 혹독한 추위와 영양실조가 걸릴 정도의 기아 속에서 이상하게 보이는 갈색 옷을 입히고 자연적인 곱슬머리까지 자르게 한다.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그의 위력은 ‘검은 기둥’에 비교된다. 쇼왈터는 로우드를 빅토리아 시대의 ‘성의 억압’을 대표하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여성들은 체계적으로 굶주림을 당하고 브로클허스트는 극단적인 정신적 존재인 빅토리아조의 이상적 여성상인 가정의 천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악한 육체를 굶주리게 한다”고 주장한다.(송명희 24)
이 시대의 종교적, 교육적 신조에 의해 제인과 같이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소유하지 못한 여성들은 더욱 가혹하고 잔인하게 억압된다. 이들은 육체를 부정하고 기본적인 욕망조차 억제하도록 하여 극단적인 금욕적 존재로 만들어 결국 자기부정과 희생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길러진다. 즉 여성의 개성과 본능을 말살시켜 억압에 복종하고 순종하는 기계적인 여성을 양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반면 브로클허스트의 아내와 딸들은 빅토리아 시대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의 역할-매력적인 외모로 남성에게 선택되어 애완동물과 같은 삶을 사는-에 충실하도록 양육된다.이 귀부인들은 좀더 빨리 와서 브로클허스트씨의 옷에 관한 강의를 들어야 했을거였다. 벨벳, 비단, 모피로 굉장한 치장을 하고 있었으니까. 세 사람 중에 젊은 두 사람은(열여섯과 열일곱짜리 아름다운 소녀) 타조 깃털로 장식하고 당시 유행이던 회색 수달피 모자를 쓰고, 그 아담한 모자 차양 밑에서 정성껏 지진 탐스러운 연한 머리 체가 늘어져 있었다. 중년부인은 흰 담비가죽으로 테를 두른 값진 벨벳 쇼올을 두르고 프랑스식 지진 머리털 가발을 이마에 달고 있었다.
They ought to have come a little sooner to have heard his lecture on dress, for they were splendidly attired in velvet, silk, and furs. The two youger of the trio(fine girls of sixteen and seventeen) had gray beaber hats, then in fashion, shaded with ostrich plumes, and from under the brim of this graceful head-dress fell a profusion of light tresses, elaborately curled; the elder lady was enveloped in a costly velvet shawl, trimmed with ermine, and she wore a false front of French curls.(56)
로우드의 생활은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으나 게이츠헤드에서 이질감과 소외감과 사랑의 결핍으로 괴로운 날을 보냈던 제인은 학생들과의 동질감과 헬렌 번즈(Hellen Burns)과 마리아 템플(Miss Temple-Maria Temple) 선생의 유대감에서 비롯된 따뜻한 믿음과 격려 속에서 정신적 균형을 이루고 지적소질을 개발하는 성과를 얻는다.
헬렌은 제인에게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에 대해 매여있지 말고 초월하여 오히려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고 자신의 양심을 선악의 기준으로 삼을 것을 충고하여 도덕적 독립성을 세우게 한다. 헬렌은 현실에서의 고통에 부딪쳐 투쟁하는 대신 죽음 이후에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보상으로 도피한다.
너는 인간의 사랑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해. 너무 충동적이고 너무 격렬해 . . . 그래서 하나님은 듬뿍 상을 주실려고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는 것만을 기다리고 계셔. 그런데 너는 왜 슬픔에 잠겨있니. 생명이란 덧없이 끝나는 거구 죽음은 행복의 영광의 문이라는게 이처럼 확실하잖아.
You think too much of the love of human beings, you are too impulsive, too, vehement. . . . and God waits on-ly the separation of spirit from flesh to crown us with a full reward. Why, then, should we ever sink overwhelmed with distress, whom life is so soon over, and death id so certain an entrance to hapiness-to glory?(60-61)
헬렌은 여성의 정신과 육체를 분리시켜 정신적인 인내만을 강조한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상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모욕과 처벌과 억울함을 묵묵히 참아내고 순종하며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헬렌에게 제인은 부당함에 철저히 맞서 투쟁하기를 주장한다.만일 우리들이 잔인하고 옳지 못한 사람들을 친절한 순종으로 대해 주면 나쁜 사람들은 무엇이나 자기네 마음대로 해치울 거야. 그들은 두려움도 타지 않을 거구, 따라서 마음을 고치려 들지 않아서 점점 더 나빠질 거야. 우리가 이유 없이 얻어맞으면 힘껏 시원히 매로 갚음을 해 줘야 해. 그래야 한다고 믿어-우리를 때린 사람에게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힘껏 매로 가르쳐줘야 해.
If people were always kind and obedient to those who are cruel and unjust, the wicked people would have it all their own way; they would never feel afraid, and so they would never alter, but would grow worse and worse. When we are struck at without a reason, we should strike bach again very hard; I am sure we should-so hard as to teach the person who struck us never to do it again.(50)
분노와 저항으로 점철된 제인은 헬렌으로부터 인내와 진정한 용기, 성숙된 지성에 감명 받지만 “헬렌이 가져다 준 안정 속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섞여 있었다(but in the tranquillity she imparted there was an alloy of inexpressible sadness)"(50)라는 고백처럼 헬렌의 정신적 세계는 인간의 세상에 존재하는 제인의 격렬한 세계와는 상반되는 것이었다.헬렌은 결국 자신이 도피코자 했던 천상의 세계로 희생된 반면 제인은 이를 견뎌내어 개선된 로우드에서 교사로서의 영예를 얻게된다.템플선생은 제인의 정신적 어머니이며 삶의 이상형을 제공한다. 제인은 템플선생으로부터 균형된 사고와 설득력 있는 언어 구사 능력을 배우게 된다. 템플선생은 브로클허스트의 지배 아래서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한다. 그러나 템플선생의 지적, 정신적 원대함이나 자비로운 사랑의 실천은 사회를 변혁시키지 못하는 한계점을 지닌 것이다. 학생들이 받는 억압은 브로클허스트라는 사회를 개혁해야 극복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브로클허스트의 부당한 행위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거나 비판하는 대신 스스로 굳어짐으로서 항의하는 자기 소모적인 것이다. 이러한 소극적 행위는 위선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를 묵인하고 여성을 성적 사물화 시키는 제도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헬렌과 템플선생에 의한 정신적 균형은 결국 제인이 사회제도를 내면화하게 됨을 뜻한다. 제인에게 내재된 반항성을 억제시켜주었던 두 여인이 떠나자 제인은 자신의 내면의 본성을 재인식하게 된다.훗날 템플선생이 결혼을 하여 로우드를 떠나자 제인은 자신의 동경과 갈망이 로우드의 삶 속에서 억압되고 있었음을 비로소 의식한다. “나는 잘 교육 받은 얌전한 사람처럼 보였다”(73)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제인은 겉으로 로우드에 동화된 것처럼 보였을 뿐이고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로우드의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현실 세계는 넓고 그 속은 희망과 불안, 감동과 흥분 등 여러 변화로 가득 차 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삶에 대한 진정한 지식을 얻으러 그곳으로 올 용기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 . . 나는 자유를 원했다. 자유를 갈망했다. 나는 자유를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기도의 말은 바로 그때 불어 온 미풍에 부딪쳐 흩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기도를 그만두고 나는 좀 더 겸손하게 애원했다. 변화와 자극을 달라고 그 탄원마저도 희미한 공간 속으로 휩쓸려 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 나는 거의 필사적으로 외쳤다. “내게 최소한 새로운 노역이라고 주소서”(74)
now I remembered that the real world was side, and that a varied field of hopes and fears, of sensations and excitements, awaited those who had courage to go forth into its expanse, to seek real knowledge of life amidst its perils. . . . I tired of the routine of eight years in on-e afternoon. I desired liberty; for liberty I gasped; for liberty I uttered a prayer; it seemed scattered on the wind then faintly blowing. I abandoned it and framed a humbler supplication; for change, stimulus; that petition, too, seemed swept off inot vague space; 'Then,' I cried, half desprate, 'grant me at least a new servitude!'(74)
제인은 ‘자유’, ‘변화’, ‘새로운 노역’을 추구하며 “삶에 대한 진정한 지식”의 열망을 품고서 쏜필드(Thernfield)로 향한다.
(3) 쏜필드(Thernfield) - 여성으로서의 자각과 정체성 확립
넓은 세계에 대한 갈구는 쏜필드 저택의 양녀인 아델(Adel)을 가르치는 교사의 형태로 나타난다. 비교적 좋은 보수와 대우를 받으며 사람들과 다정한 관계를 갖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지평선 너머 앞을 내다 볼 시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듣기는 했지만 여지껏 본적 없는 큰 세계, 도시, 활기로 가득찬 지역까지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지금 생활보다 더 풍부한 실제 경험을, 나와 같은 류의 사람과의 사귐을, 내 주위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갈망했다.
I longed for a power of vision which might overpass that limit; which might reach the busy world, towns, regions full of life I had heard of but never seen: that then I desired more of pratical experience than I possessed; more of intercourse with my kind, of acquaintance with variety of character, than was here within my reach.(95)
제인은 나아가 자신이 느끼는 개인적인 불만과 답답함을 여성 전체의 삶이라는 확대된 맥락 속에서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의례 매우 차분하려니 하지만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느끼며 남자 형제와 똑같이 능력을 기르고 그것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필요로 한다. 엄격한 속박이나 너무 심한 정체는 남자에게와 마찬가지로 여자에게도 고통스러운 것이다. 여자보다 특권적인 위치에 있는 남자들이 여자는 푸딩을 만들고, 양말을 짜고, 피아노를 치고, 주머니에 수나 놓으면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속 좁은 짓이다. 여자가 관습상 여자답다고 규정된 것을 넘어서서 더 배우고자 하고 더 일하고자 한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비웃는 것은 경솔한 짓이다.(96)
Women are supposed to be very calm generaly; but women feel just as men feel; they need exercise for their faculties and a field for their efforts as much as their brothers do; they suffer from too rigid a restraint, too absoluted a stagnation, precisely as men would suffer; and it is narrow-minded in their more privileged fellow-creatures to say that they ought to confine themselves to making puddings and knitting stockings, to playing on the piano and embroidering bags. It is thoughtless to condemn them, or laugh at them, if they seek to do more or learn more than custom has pronounced neccessary for their sex.(96)
제인은 여성은 ‘여성의 영역’에 제한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는 당대의 성 이데올로기에 반발하며, 여성이 침묵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 속에는 “반항”이 들끓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인의 여성의 반항에 대한 사색은 버사(Bertha)의 웃음소리에 의해서 깨지고 만다.
버사의 고립과 광란은 사회규범에 대한 반항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결과에 대한 경고로 작용한다. 버사는 자신을 감금한 로체스터(Rochester)나 이를 묵인하는 메이슨(Mason)과 같은 가부장적 인물을 공격한다. 로체스터가 집시분장으로 제인을 낭만적인 함정으로 빠뜨리려 하자 불을 지르고 결혼식이 다가오자 결혼베일을 찢어버린다. 결국 쏜필드를 태우고 로체스터를 불구로 만들어 여성에게 위협이 되는 가부장제와 남성의 위력을 제거함으로써 제인에게 평등하고 동등한 결혼의 대안을 제공한다.
버사의 모습은 결혼이라는 가부장적 산물에 의해 여성이 얼마나 왜곡되는가를 보여준다. 가부장제에 갇힌 여성들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으로 버사처럼 유폐되어 미치거나 푸른 수염의 성의 아내들처럼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쏜필드의 지붕에서 이루어지는 제인의 명상이 슬픔과 자조가 섞인 버사의 웃음으로 방해 받는 것은 이러한 영국사회에 제인의 상상이 위험한 것임을 경고하는 것이다.(재인용 손명희 31) 버사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로 묻혀지는데 이것은 버사가 현실세계에서 언급할 수도 없고 언급되어져서는 안 되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버사에 대한 이야기는 오직 로체스터의 입을 통하여 악의적으로 표현되며 버사의 언어는 ‘소름 끼칠 웃음소리’나 ‘이리와도 같은 아우성의 소리’로 취급된다. 결국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은 언어로서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나타낸다. 사회의 성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인간의 자연적 본성을 추구하는 여성, 즉 가부장제 사회에 위협을 주는 여성은 가부장적 제도에 의해 감금되고 광기로 몰릴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제인의 갈망은 로체스터와의 만남으로 구체화된다. 제인은 인습적인 성 역할과 연관된 관습적인 예법이나 언어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로체스터의 태도에 호감을 느낀다. 또한 자신이 열망하던 넓은 세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로체스터에게 이끌리고 그의 관심과 사랑을 받자 아주 행복하고 아주 만족스러운 느낌을 갖는다. 사실 로체스터에 의해 제인의 여성적인 본능이 일깨워지고 그녀가 강렬한 환희를 느끼는 것은 로우드의 일면인 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이기도 한다.
제인과 로체스터의 상호이해와 열정으로 약혼이 이루어졌지만, 그 후 로체스터는 남성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제인을 여신, 요정 등으로 이상화 시키는 한편 미인이라고 호칭하며 보석이나 화려한 옷으로 장식 시켜 남성의 성적인 소유물로서 재구성시키려 한다. 제인은 고유한 자아를 왜곡시키고 가부장제 세계로 감금 시켜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려는 로체스터의 행동에 불안함과 거부감을 느끼고 자아를 보존하려 애쓴다.
저는 당신의 영국식 셀린 바랑이 되기는 싫어요. 끝내 아델의 가정 교사로서 처신하겠어요. 그것으로도 의식주는 보장이 되고요. 더구나 한 해에 30파운드의 연봉을 받으니까 그것으로 제 옷은 지어 입게 되겠죠. 그러니까 당신이 주시는 것은 다만.. . . . 당신의 호의지요. 그리고 저의 호의로 그 보답을 갚으면 빚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I will not be your English C line Varens. I shall continue to act as Ad l's governess; by that besides. I'll furnish my own wardrobe out of that money, and you shall give me nothing but-. . . Your regard: and if I give you mine in return, that debt will be quit.(237)
‘제인 로체스타’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제인은 공포를 느낀다. 결국 그녀는 신앞의 평등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성적, 경제적, 사회적 차이로 인한 현실적인 불평등이 둘의 관계를 규정짓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즉 경제적인 의존 속에서 제인은 항상 로체스터의 타자(other)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쏜필드에서의 제인의 경험은 관능 및 의식의 발전과 더불어 남녀관계에 있어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다.제인은 억압에 대한 인식과 불평등에 대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깊어 감에 따라 로체스터를 우상화하고 그의 자아 속에 함몰되고 싶어하는 모순을 보인다. 이러한 의식은 꿈을 통해 나타난다. 결혼식 전날밤 제인은 자신에게 매달려 칭얼대며 잘 걷지도 못하는 아이 때문에 멀어져 가는 로체스터를 쫓아가지 못하면서도 아이를 놓지 못하고, 폐허가 된 쏜필드에서 로체스터를 보려다가 매달렸던 어린 아이와 같이 떨어지는 꿈을 꾼다. 제인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어린 제인의 정신-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제도에 반항하던-은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주체성을 위협 받는 제인을 저지하는 것이다. 꿈 속에서, 폐허가 된 쏜필드에서 반항적인 자아인 어린애와 사랑을 잡으려는 제인이 함께 떨어짐으로써, 쏜필드라는 가부장제 사회는 파괴되고 제인이 두 가지 극단적인 측면을 극복하고 이상적인 삶으로 나아갈 것임을 보여준다.
꿈에 나나탄 어린 제인과 함께 버사는 낭만에 유혹받는 가부장적 위협으로 이끌리는 제인을 저지한다. 결혼예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며 불안해하는 제인에게 버사가 나타나 베일을 찢어버린다. 버사의 이러한 행동은 제인이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던 결혼식이 버사의 존재가 알려짐으로 제거된다는 결과를 예시한다. 베일을 거울에 비춰보고 찢어버리는 버사의 행동은 결혼에 대한 분노와 함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제인이 결혼식 날 아침 베일을 쓴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은 거울 속에서 ‘가운인지 수의인지 모를 축 늘어진 옷을 입고서’ 베일을 써보는 버사의 이미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인이 결혼이라는 과정에서 자신이 버사의 모습으로 될 가능성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러한 종속적 삶 속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은 자아에 위배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결혼식이 중단되고 버사의 존재가 밝혀지자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자신과 함께 살아줄 것을 애원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러한 로체스터의 태도는 결혼이라는 인습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인에게 정부로 살면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기를 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로체스터는 과거를 후회하며 새로운 삶을 살 것을 맹세하지만 그의 참회는 정부를 두었던 자신의 행동보다 정부와 같은 열등한 존재를 만난 것을 후회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정부를 갖는 것은 노예를 사는 것 다음으로 나쁜 짓이오. 정부나 노예는 가끔 천성이, 그리고 항상 지위 때문에 나쁘게 마련이오. 그 질이 떨어지는 사람들과 가깝게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타락시키는 일이오. 지금의 나는 셀린이나 지아친타나 클라라와 같이 살았을 때의 추억은 생각하기도 싫소.
Hiring a mistress is the next worst thing to buying a slave: both are often by nature, and always by position, inferior: and to live familiarly with inferiors is degrading. I now hate the recollection of the time I passed with C line, Giacinta, and Clara.(274)
로체스터는 여성에게는 순결을 강요하면서 남성들의 성적인 문란을 묵인하는 이중적 사회규범을 그대로 소요하고 있는 것이다.브론테는 자신을 희생하고 로체스터를 돌보려는 낭만적 욕망과 자아보존과 주체성을 지키려는 욕구사이에서 갈등 하는 제인의 심리적 갈등을 탁월하게 묘사해 낸다. 내면화 된 억압을 받아들이고 싶은 욕망과 거부하고자 하는 심리 속에서 갈등 하는 여성내부의 혼란을 효과적으로 그린다. 제인은 강렬한 사랑의 욕망 속에서도 로체스터와의 삶 속에서 자신도 다른 정부들과 같아질 것을 인식한다.
나는 그러한 말의 진실성을 믿을 수 있었다. 또한 그 말에서 확실한 추리도 할 수 있었다. 즉 내가 어떠한 구실로라도. 어떠한 자기 정당화에 의해서라도. 어떠한 유혹에 의해서라도. 그 가엾은 여자들의 대리로 들어앉을 정도로 완전히 나를 잊고 지금까지 마음에 새겨왔던 모든 교훈을 잊고 지낸다면. 이 사람은 언젠가는 지금 그의 마음에서 그 여자들의 추억을 더러운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과 같은 감정으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I felt the truth of these words; and I drew from them the certain inference, that if I were so far to forget myself and all the teaching that had ever been instillde into me as-under any pretext-with any justification-through any temptation-to become the successor of these poor girls, he would on-e day regard me with the same feeling which now in his mind desecrated their memory.(274)
제인은 마침내 강한 내면적 유혹을 물리치고,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바탕으로 도덕적 원칙과 심리적 통찰의 합일에 이른다. “그러나 여전히 굴하지 않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고독하고 벗도 없고 의지할 데가 없을수록 더욱 더 나 자신을 존중할거야” 이때 제인이 말하는 자존심은 로체스터가 비난하듯 이기적인 것도 아니고 엘리어트가 파악하듯 자기 희생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희생이나 이기심을 넘어선 진정한 주체성의 주장이다. 즉 제인은 로체스터라는 엄청난 힘-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부여한 힘과 아울러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신화가 로체스터에게 부여하는 힘-앞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쏜필드를 떠난다.(재인용 장정희 154)
브론테는 제인이 최초에 기대했던 로체스터를 통한 풍요로운 삶과 제인의 현실인 정부로서의 삷 사이의 간극을 보여줌으로써 자아의 포기에 의한 자아성취라는 당대의 지배적 가치의 허구를 밝혀주며, 제인의 치열한 갈등과 결단을 통하여 성적, 계급적 억압에 맞서는 새로운 주체성을 보여준다.
(4)무어하우스(Moor House) -경제적·정신적 독립과 자립의 획득
안락한 생활을 제시하며 정부로서의 삶을 요구하는 로체스터의 애원을 뿌리치고 쏜필드를 떠난 제인은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방황과 외로움을 겪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의 굴레로부터 벗어났을 때 생존과 정체감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맛보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통에 지쳐 죽음으로의 도피를 생각하던 결국 무어하우스에 정착하고 메어리(Mary)와 다이아나(Diana) 자매로부터 자매애를 느낀다. 다이아나와 메어리는 템플선생과 같이 제인에게 이상적인 여성상이다. 제인은 시골의 여교사의 생활로 독립적인 생활을 꾀한다.
무어하우스의 유일한 남성 세력인 세인트 존(St. John)은 제인의 삶에 다시 위협을 주는 존재이다. 그는 신의 교리를 실천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이나 감각은 모두 억제하고 오직 희생과 봉사만을 추구한다. 또한 하나님의 교리를 이루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랑도 억제한다. 이러한 그의 성격은 ‘얼음’과 ‘차가운 대리석’으로 상징된다. 죽음 이후의 보상을 위해 인간의 모든 것을 억압한다는 면에서 헬렌과 세인트 존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헬렌이 모든 희생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피학적인 성격임에 반해 세인트 존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자신의 영광을 위해 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가학적이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인간의 감성과 개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신적 가치로 사람을 억누르는 독재자로서 세인트 존의 위력은 브로클허스트와 유사한 것으로 제인에게 ‘둥근 기둥’처럼 보인다.
선량하고 위대한 분이에요. 그러나 자신의 큰 목적을 추구하는 나머지 소인들의 감정이나 권리 같은 것은 사정없이 잊어버리시는 걸요. 그러니까 그분이 걸어나가실 때 짓밟히지 않도록 비켜 서는 편이 소인들에게는 상책이에요.
He is a good and a great man; but he forgets, pitilessly, the feelings and claims of little people, in pursuing his own large veiws. It is better, therefore, for the insignificant to keep out of his way lest, in his progress, he should trample them down. . .(358)
로체스터가 사랑과 낭만을 가장하여 제인을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려 했던 가부장적인 인물이라면 세인트 존은 신의 이름 아래 정신적인 압력으로 삶에 보조자로 희생적인 삶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인물이다. 제인은 사랑이 없는 결혼, 즉 정신적인 종속관계에 의한 결혼생활은 자신을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하나의 도구적인 존재로서 타락시켜 자아를 말살시킬 것임을 인지하고 거부한다. 세인트 존은 헬렌처럼 인간의 사랑을 중시하는 제인의 태도를 비난한다. 제인은 계속되는 세인트 존의 강요와 정신적 위력에 압도되어 그의 요구에 복종하고 그의 지배 밑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는 센트 존에게 존경심을 느꼈다.-그 존경심은 그 자극이 내가 그처럼 오랫동안 피해오던 곳으로 대번에 나를 밀어 넣을 만큼 힘찬 것이었다. 나는 그와 싸우는 것을 이젠 중지하라는 유혹을 느꼈다.-그의 의지의 격류에 밀려가서 그의 생활의 심연에 들어가 거기에 나 자신이 빠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I felt veneration for St. John-veneration so strong that ts impetus thrust me at on-ce to the point I had so long shunned. I was tempted to cease struggling with him-to rush down the torrent of his will into the gulf of his existence, and there lose my own.(360)
제인은 기도 중에 로체스터의 영적인 목소리를 듣고 세인트 존으로부터 벗어난다. 이 소리는 제인이 로체스터를 떠날 때처럼 내면화 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즉 남성에게 희생코자 하는 욕구로 위협 받는 자아를 구출하려는 본성의 소리로 사회 속에서 왜곡되지 않은 순수하며 자연적인 것이다. 제인은 희생과 자아포기의 강요를 다시 한번 거부하고 자유로운 자아를 확인한다.
한편 이 영적인 교감은 제인이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 이유를 정당화 시킨다. 결혼에 방해가 되는 버사의 죽음을 모르고 있는 제인에게 쏜필드로 돌아올 대의적인 이유를 줌으로써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 제인의 행동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든다.세인트 존을 거부함으로써 제인은 붉은 방에서 시작해서 손필드를 떠나면서 지속한 자립을 향한 움직임을 완성한다.
(5)펀딘(Ferndean) - 대안적인 평등한 결혼
가정 교사였던 제인과 로체스터가 평등하게 만나게 하기 위해서 브론테는 첫째 제인이 유산을 상속 받게 하여 사회적,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만들고, 둘째 바사를 죽였으며, 셋째 바사를 구하려하다 로체스터가 불구가 되게 만들었다.
『제인 에어』의 결말은 많은 여성문학비평가들에게 비난 받는 부분이다. 경제적 독립을 이룬 제인이 로체스터의 팔과 눈의 역할을 하는 것은 남성에게 희생하는 기존의 여성의 영역의 이데올로기를 다시 생산한다는 것이다. 로체스터와 제인의 결혼은 상호 발전적인 결합이 아니라 상호 제한적인 결합이며(재인용 송명희 43) 더구나 그들의 결혼은 외부와 거의 격리된 곳에서 국한됨으로써 브론테의 여성론적 주장은 사회적 변혁으로서 나아가지 못하고 개인적 성취로 제한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브론테가 제시하는 결혼은 좀 더 여러 차원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독자여! 나는 그와 결혼을 했다”라는 제인의 선언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이 말은 제인의 결혼이 남성에게 선택되어 종속되는 수동적인 차원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는 능동적인 행위임을 보여준다. 고아이며 경제력이 없는 제인에게 유산상속과 함께 리버스가의 가족으로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격상된다. 유산으로 경제력을 획득한 제인은 경제적, 정치적, 정신적인 독립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로체스터의 불구는 남성이 가진 육체적 우위나 여성의 육체적 열세의 문제를 제거하는 차원이 아니다. 로체스터는 한쪽 눈을 잃으면서 편협한 남성적 시각을 탈피하게 된다. 제인의 눈으로 세상을 봄으로서 보다 확대된 시야를 갖게 되고 남성 위주의 인습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게 된다. 또한 제인을 진정 평등하고 동등한 존재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로체스터에 대한 제인의 보살핌은 희생적인 삶보다는 협력자로서의 삶으로 볼 수 있다. 제인의 봉사는 복종이나 명령 또는 종속의 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고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로체스터라는 남성이 제인이라는 여성 없이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제인의 봉사가 하녀로서의 의무가 아닌 보호자로서의 보살핌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미루어 볼 때 제인의 결혼은 겉으로 보이는 결혼 자체보다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써 또한 남성에 대해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여성의 삶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Ⅲ. 결론
우리 사회에서 요즈음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문화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고착된 구조에 대해 도전하는 시도도 많이 목격된다. 문화 형성의 주요 매개체인 글쓰기 행위에 있어서도 가부장적 전통은 역사적으로 그 뿌리를 깊이 박고 있어 여성 작가를 그 전통에서 배제된 주변부로 내몰았다는 반성을 낳게 한다. 문화의 중심권에서 소외된 여성 작가들의 자의식은 첨예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중심 권력과 절충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방자로 영원한 떠돌이가 되기도 하여 그들의 글에서 타협과 대립이 복합된 미묘한 심리적 긴장을 발견하게 된다. 두터운 문화적 권력의 층을 비집고 터져 나오는 긴장의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인해 여성들의 글은 새롭고 낯선 경험을 갖게 만든다.
19세기 빅토리아조에 쓰인 『제인 에어(Jane Eyre)』가 갖는 매력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성장 소설의 전형적 틀을 빌려 어린 소녀가 성숙한 여성으로서의 고유한 진이를 발견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나간 작품으로 제인은 교육과 사랑을 통해 사회와 타자를 접하면서 억압적인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저항하며 여성의 주체성을 선언하고 불합리한 문화적 편견을 거부하며 여성만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옹호한다.
* 참고자료*
베리V. 퀼즈, 「우리의 생각을 말하자: 브론테 자매들과 여성 작가들」, 『영국소설사』근대영미소설학회 역, 신아사 출판(2000)
송명희, 「『제인 에어』와 『테스』: 페미니즘적 고찰」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전공 석사학위논문(1998)
양경식, 「Jane Eyre와 Villette에 나타난 여성의 사랑과 결혼의 이중성」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사학위논문(1995)
오정화, 「제인 에어-샬롯 브론테의 <반란노예>」『영미여성소설의 이해-제인오스틴에서 앨리스 워커까지』에서 발췌, 민음사 출판(1994)
장정희, 조애리 공저, 「『제인 에어』에 나타난 새로운 주체성」,『페미니즘과 소설 읽기』에서 발췌, 도서출판 동인(1998)
헬렌 모글렌 지음, 오세아 옮김 「『제인 에어』의 결말과 페미니스트 신화의 창조」, 『영미여성소설론』에서 발췌, 정우사 출판(1995)
Brontё, Charlotte 『제인 에어 Jane Eyre』, 배영원 옮김, 범우사 출판(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