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희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성원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꾸벅^^
제가 이 드라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 가을의 일입니다.
기획자인 김승모 PD가 동료 PD들에게 보낸 메일을 열었더니,
'재미있는 대본이 있는데 혹 연출 의향 있으십니까?'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이거다!'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내가 드라마국에 와서 절치부심하며 기다리던 대본이 이제야 나타났구나!
저는 98년 '남자셋 여자셋' 야외연출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MBC 예능국에서 청춘 시트콤 제작에 청춘을 바쳤습니다.
연출 데뷔작인 '뉴논스톱'부터 '논스톱 3', '레인보우 로망스'까지
청춘 시트콤만 500회 이상 연출한 열혈 시트콤 매니아지요. ^^
그랬던 제가 마음의 고향인 예능국을 떠나 드라마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건,
'10년 동안 청춘 시트콤만 만들다 연출가로서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닌가,
나이 40이 되었으니, 내 인생에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드라마국에 지원하며 가졌던 각오는 하나입니다.
'드라마의 영역 속에서 새로운 시트콤의 진화를 꿈꿔보고 싶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장르에 적응하기란 쉬운 법이 아니더군요.
드라마국으로 자리를 옮겨 온 첫 해에
시즌드라마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를 맡게 되었는데요,
아직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공력도 모자란 탓에
좋은 대본과 탁월한 연기자들을 갖추고도 연출로서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비포 앤 애프터' 이후, 절치부심하며 드라마의 높은 벽을 절감했지요.
그러다, 김승모 PD가 보내 준 '내조의 여왕' 대본을 받아들고, 저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시트콤같이 빠르고 경쾌한 전개, 사회 모순을 통렬하게 비트는 풍자와 해학,
그러면서도 인물 하나 하나 애틋한 사연과 강한 감정선이 살아있는 드라마.
이 작품이야 말로, 제가 드라마국에 와서 만들어 보고 싶었던
바로 그, 유쾌 상쾌 통쾌 코믹 발랄 드라마입니다.
좋은 대본을 만난것도 큰 복이지만
'달콤한 스파이'와 '메리 대구 공방전'을 연출하신
고동선 선배님의 연출을 옆에서 보며 배우게 된 것도 제게는 복입니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와 연기 톤을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드라마 연출가 특유의 집념과 열정을 많이 배웠습니다.
드라마로 자리를 옮겨와 아직은 정극 연출의 틀이 잡히지 않은 제게
이번 '내조의 여왕' 공동 연출은, 크나큰 배움의 장입니다.
시트콤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가로서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한준혁 부장이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부하직원들에게 딱 걸리는 장면을 찍을 때는,
호통치고 나가는 장면을 두가지 버전으로 찍어두기도 했습니다.
한준혁이 나가다 휘청하고 가오 빠지는(?) 방송 버전을 미리 찍고는,
혹시나 극의 흐름을 해치는 코미디의 과잉이 아닐까 싶어
그냥 시침 뚝 떼고 멀쩡한 표정으로 걸어나가는 (그러나 셔츠 깃은 내놓고...^^)
정숙한 버전도 함께 찍어 두었습니다. (그래요, 아직은 소심한 연출이에요...)
시트콤 만들때 버릇이 남아있어, 가끔 오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혹 드라마를 보시다, '저건 오버아냐?' 하고 눈살을 찌푸리신 장면이 있다면,
아직은 드라마를 배우는 중인 초보 연출가의 미숙함 탓이려니,
너그럽게 보아 웃어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삐질삐질...꾸벅^^)
벌써 중반을 훌쩍 넘기고 후반을 향해 맹렬히 돌진 중입니다.
하루 3,4시간 씩 자며 촬영하느라, 집에 못 들어간 지 열흘이 다 되어 가지만
그래도 게시판 들어왔다가 재밌게 보셨다고 써주신 분들 덕에 힘을 얻어갑니다.
그간 게시판에 몰래 몰래 들어와 눈팅만 하다가
오늘은 성원글 읽다, 뿌듯한 감동과 따뜻한 격려에 감사한 마음으로 자판을 잡았습니다.
편안하게 앉아, 웃으며 보실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조의 여왕, 화이팅!!!
(공홈에 올린 글입니다.)
카페 게시글
연출일기 (읽기)
'내조의 여왕' 공동 연출의 변...
김민식
추천 0
조회 553
09.04.15 15:5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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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웃다보면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사실, 불륜에 막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스토리임에도, 맛깔나게 만드니까 웃으며 볼 수 있는거 같습니다. ㅎㅎ 아참, 이글 내조갤에도 올리신거예요"? 갤에도 올라와 있길래 ^^;;;
주위에서도 다들 모처럼 정말 재밌게 웃다가도 가슴 한켠이 아리는 좋은 드라마라고 입소문이 자자해요...나름 뿌듯하기도 하구요...^^ 모처럼 이번에 좋은 경험 많이 쌓으셨다가 담번에 내공 팍팍!! 사용하실 수 있게 끝까지 힘내세요~~ ^^
역시나... 민식피디님의 내공이 뭍어나는 연출.. 사랑합니다..^^ 정말 재밌게 보고 있답니다.. 울언니가 특히나 즐거워 깔깔대면서 보는데... 즌 그모습을 보면서 더 재밌게 드라마 본답니당^^
피디님 화이팅하세요, 요즘 시청률도 올라가고 다들 피디님의 노력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으신거예요~~^^ 저는 방학하면 몰아볼 요량입니다..ㅋㅋㅋㅋㅋ 다시 예전 피디님의 활기찬 작품을 보는 것 같아서 가끔씩이지만 저는 즐겁네요!! 화이팅!!!
글은 자주 못남겨도 열심히 시청하고 있습니당 ^^ 요새 정말 인기가 하늘을 찔러요 ^^ 힘드시겠지만 끝까지 홧띵 해주세용 ^^ 아자!!!
그래도 내조의 여왕이 큰 인기를 얻고있는것을 보면 그만큼 피디님의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요 ^^ 피디님 정말 수고하십니다 ~~~
초창기 시트콤사랑 피디님 글 하나도 빠짐없이 보던 팬임다!! 요새 시트콤사랑에 거의 못들어와봐서 내조의 여왕 피디님 연출인줄 오늘 알았어요!!!!!!!!!! 우와~~~~ 역시나!!!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