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1일 서울에서 시행된 버스체계개편을 계기로, 국내에도 BR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BRT란 Bus Rapid Transit의 약자로서 우리말로는 흔히 첨단버스체제, 간선급행버스 등으로 번역되곤 한다. BRT라는 단어를 보면, 다분히 LRT(Light Rail Transit), 즉 경전철이 연상되는데, 이는 BRT가 기존 버스의 서비스 수준을 경전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BRT는 하나의 물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중앙버스전용차로, 고급버스차량, Hub and Spoke 형태의 노선개편, 버스정보시스템, 버스관리시스템, 환승센터, 준공영제, 교통카드와 새로운 요금체제 등 버스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높이고자 하는 정책의 총합을 말한다. 즉 작년에 서울시가 추진했던 모든 정책들이 BRT의 요소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강조되는 것은 원활한 BRT서비스 제공을 위한 차량이다. 기존의 버스차량들은 바닥 면이 높아 타기가 어렵고, 수송력이 작으며, 디젤엔진을 사용하여 진동과 소음, 매연과 냄새가 심했다>
하지만 BRT가 추구하는 경전철 수준의 서비스제공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버스 차량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최첨단 버스는 필연적으로 철도차량을 닮을 수밖에 없다. BRT가 추구하는 대용량, 정시성, 쾌적성, 안전성 등은 바로 철도가 제공하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에 BRT 도입 붐이 부는 이때에, 새로운 미래형 궤도계 교통수단으로써 BRT의 첨단굴절버스를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첨단굴절버스란?
BRT의 첨단굴절버스는 기존 버스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기존 버스는 크기가 작아서 승객 수송량이 적다. 이는 복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차내 혼잡이 심하다는 뜻이고, 혼잡을 줄이기 위해 운행횟수를 늘리려면 버스운전기사를 더 고용해야 하므로,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뜻이다.
철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대의 차량을 하나로 이어서 사용하는 방법을 예전부터 사용해왔는데, 버스에서도 이것을 배운 것이 바로 굴절버스이다. 굴절버스는 2, 3대의 버스차량을, 접히는 굴절부위를 이용하여 하나로 합쳐놓은 것으로써, 한명의 운전기사로도 대량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철도의 특징을 갖고 있다. |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굴절버스 (c)현대자동차 |
또한 굴절버스는 저상형으로 제작되어 있다. 일반버스는 차내의 바닥 면을 오르기 위해 계단을 2개 올라가야 했으나, 저상버스는 바닥에서 버스로 발을 딛는 그 부분이 곧바로 바닥 면이 된다. 버스탑승장의 높이를 조정한다면, 바닥 면과 버스정류장 높이를 일치시킬 수도 있다.
이 같은 특성을 플랫폼과 차량 바닥면의 높이가 동일한 도시철도에서 예전부터 쓰던 방식인 것이다.
자동유도장치
두 번째로 미래형 궤도계 교통수단으로써 첨단굴절버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자동유도장치’ 때문이다. 기존 버스의 큰 불만중 하나는, 운전기사가 난폭운전을 하다보니, 주행 중에는 이리저리 갈지자(之)로 달리고, 특히 버스정류장에 제대로 정차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궤도계 교통수단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궤도로 달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원하는 방향을 가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주행안정성을 가져온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도시철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플랫폼의 정해진 위치에 정확하게 정차하는 이유가 바로 궤도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첨단굴절버스는 이 같은 점을 배워서, 차량의 방향 조절을 위한 유도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다만, 도로에는 궤도가 없기 때문에, 유도를 위해서는 카메라를 이용한 광학적인 방법이나, 자기장을 이용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
첨단굴절버스의 광학유도주행 (c) Iris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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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을 보면, 첨단굴절버스가 달리는 도로의 바닥에 하얀 점선을 미리 그려놓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버스의 이마에 부착된 카메라가 점선을 파악하여, 자동으로 핸들을 조작한다.
결국 운전기사는 핸들을 붙잡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이 같은 자동유도장치는 흔들림 없는 안정된 주행을 하게 해주며, 특히 버스정류장에 정차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자동유도장치의 도움을 받아, 버스정류장에 버스차량을 정확하게 밀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유도장치의 도움을 받아 버스정류장과 밀착 정차된 첨단굴절버스차량 (c) Irisbus |
마지막으로 미래형 궤도계 교통수단으로써 첨단굴절버스의 특징은 그 동력에 있다. 지금까지의 버스는 대부분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어서, 매연과 진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 그나마 개선된 것이 압축천연가스(CNG)를 이용하는 방식이지만, 아직도 전기철도 수준의 환경친화성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첨단굴절버스는 외부에서 전기를 받거나, 배터리 등을 동력원으로 삼기 때문에, 철도와 보다 닮은 미래형 궤도계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첨단굴절버스의 해외연구사례
현재 해외에서는 BRT의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첨단굴절버스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1) Advanced Public Transport Systems 의 Phileas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의 이름을 딴 필리어스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2~3량 1편성의 첨단굴절버스이다.
LPG나 디젤엔진을 이용하여 생산 및 저장된 전기를 이용하여, 구동모터를 돌리는 하이브리드 동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속도를 줄일 때 발생되는 전기를 다시 저장하여 사용하는 회생제동을 쓰는 등 철도의 장점을 많이 채용하였다.
또한 도로바닥에 4m 간격으로 설치된 자석에 의해 자동유도가 가능한 미래형 교통수단이다. |
Phileas (c) Advanced Public Transport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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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IVECO-Irisbus의 Civis
Civis는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굴절버스의 제작사인 IVECO-Irisbus의 첨단굴절버스이다.
프랑스에서 시운전되고 있으며, 역시 동력은 내부에 장착된 엔진에서 생산된 전기로 달린다. 또한 여건이 될 경우, 전차선을 통하여, 직접 전기를 외부에서 받아서 구동될 수도 있다.
도로상에 표시된 점선을 통하여 광학적으로 유도되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첨단굴절버스는 철도차량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미래형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
 Irisbus Civis (c) IVECO-Irisbus. |
(3) Lohr의 Translohr
마지막으로 프랑스 소재의 Lohr社에서 개발한 첨단굴절버스인 Translohr 가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운행되고 있으며, 고무바퀴를 이용하고, 바닥에 설치된 한 가닥의 중앙궤도를 통해 유도된다.
기본적으로 전차선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달리는 방식이며, 대용량 배터리를 이용하여 달릴 수도 있는 유연성 있는 시스템이다. |
 Translohr (c) Lohr |
첨단굴절버스의 우리나라 전망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첨단굴절버스는 전 세계적인 BRT의 확대도입에 따라 더욱더 주목을 받게 될 미래형 궤도계 교통수단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의 초급 BRT도입에 이어, 건설교통부의 수도권 BRT도입계획, 전남 남악신도시의 BRT도입 예정 등 BRT 수요가 늘고 있어, 이에 걸맞은 첨단굴절버스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5월 23일 서울시는, 대표적인 교통혼잡지역인 난곡지역에서 신대방 전철역까지의 2.8km 구간에 광학 또는 자기장을 이용한 운행유도장치를 부착한 고무차륜 신교통 수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바로 정확하게 첨단굴절버스를 말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첨단굴절버스는 국내에서도 연구되고 있다.
현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건설교통부 주관의 국가교통핵심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 “도시형 연료전지 궤도차량 개발” 사업이 바로 첨단굴절버스 개발사업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개발하는 도시형 연료전지 궤도차량은 동력으로써 연료전지를 사용한다는데 주목할만하다.
연료전지는 물이 전기분해되는 과정을 반대로 응용한 것으로, 친환경적인 차세대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젤엔진이 배기가스를 만들어내는데 비해 연료전지는 수증기만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대용량 연료전지를 이용한 첨단굴절버스는 선진국에서조차 연구 중인 첨단기술이다. 연구개발이 성공을 거두어, 수도권 BRT나 난곡의 신교통수단으로 우리나라 기술로 개발된 첨단굴절버스가 신나게 달리기를 기원해본다* |
 철도기술연구원의 첨단굴절버스 ‘도시형 연료전지 궤도차량’ 개발사업 (c) 철도기술연구원 - 한국철도기술 5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