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으로 순직한 고(故) 김재익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부인이 남편과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했다.
2일 서울대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의 부인 이순자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72)는 1일 오연천 서울대 총장을 만나 평생 모은 돈 20억원을 서울대에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수는 사후(死後) 지금 살고 있는 집까지 서울대에 기증하기로 했다.
- ▲ (자료)1983년 10월 13일 영결식장에서 슬픔을 억누르고 있는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의 유가족. 이순자여사가 눈을 감은채 두아들 한회,승회군의 손을 잡고 있다. /조선일보DB
이 교수는 지난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들의 폭탄테러로 이국에서 남편인 김 전 수석비서관을 잃었다. 김 전 수석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제 스승’이자 한국 경제에 ‘안정, 자율, 개방’을 심은 경제관료였다. 황망히 남편을 잃은 이 교수는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 전한 글에서 “과거 우리가 선진국 원조와 장학금의 수혜자로 배운 학문과 기술로 나라를 일으킨 것처럼, 이제는 우리보다 불우한 나라에 힘을 보태는 것이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는 일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 교수는 1960년대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생활을 하던 시절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던 경험이 있다.
서울대는 2일 이 교수의 뜻을 존중해 기부금으로 ‘김재익 펠로십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젊은 학생과 관료가 서울대에 와서 경제정책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웅산 폭탄테러
북한이 1983년 10월 9일 당시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중이던 전두환대통령 및 수행원들을 대상으로 아웅산 묘역에서 감행한 테러. 북한 정찰국 특공대들이 미리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장관,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국회의원·취재진 17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