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월 시고 〈秋月〉
【원운】 〈入瑞巖道間[서암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淸溪流過碧山頭 맑은 시내 흘러서 푸른 산머리 지나니
空水澄鮮一色秋 깨끗한 하늘 맑은 물이 일색의 가을일세
隔斷紅塵三十里 뿌연 먼지 떠나서 삼십 리를 나와 보니
白雲黃葉兩悠悠 흰 구름 단풍 잎새만 서로 한가롭구나
○이 글은 명도(明道) 정호(程顥) 선생의 글이 아니라,
주자(朱子)의 ‘〈서암산으로 들어가는 길에[入瑞巖道間]〉’ 네 절구 중 한 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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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流澗水繞山頭 맑은 시냇물은 산을 돌아 흘러가고
靜影沈江已暮秋 달그림자 강에 들어 가을 이미 저물었네.
霜菊籬邊香欲吐 상국은 울 가에서 향기를 토하고자 하고
勁松雪嶺節悠悠 눈 내리는 재에 곧은 솔은 절의가 끝없네.
河星 金弼培
紅黃方染碧山頭 홍황으로 물드는 푸른 산 머리에
野渡凉風爽氣秋 들 지난 바람이 상쾌한 가을이라.
明鏡淸光書室訪 밝은 거울 달빛이 서실을 찾아와
終宵同伴想悠悠 밤새도록 동반하니 생각이 끝없네.
學松 宋泰鍾
砥石江流大野頭 지석강 흐르는 큰 들머리에
西成多事不閑秋 일 많은 가을이라 한가롭지 않구나
高翔鴻雁白雲逐 높이 나는 기러기는 흰 구름 쫓고
靜影昇東勝景悠 동편에 달빛 오르니 승경이 여유롭네
江齋 梁一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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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碧亭高城邑頭 능주읍 성마루 영벽정 높은 곳
煒煌皓月葉紅秋 달빛 휘황하고 잎새 붉어 가을이로다
先親詠韻鮮明照 선친께서 읊은 시를 선명하게 비추는데
懷古悲今感激悠 옛 생각에 지금에도 슬픈데 감격 깊도다
春壽堂 梁會翊
○춘수당 선생의 이번 달 〈추월(秋月)〉은 영벽정에 걸린 선친의 시를 생각하며
風樹之歎의 슬픔과 그리움을
주자의 〈서암으로 들어가는 길에[入瑞巖道間]〉 시에 차운하여 읊었다.
춘수당 양회익의 先考는 諱 재경(在卿), 字는 자윤(子潤), 號는 효재(曉齋)로,
甲午年(1894)에 태어나서 丙辰年(1976) 겨울(11.6)에 83세를 일기로 작고하셨다.
문집으로는 《효재유고(曉齋遺稿)》가 있다.
춘수당은 孝心으로 선친과 관련된 樓亭의 시(詩)를 화순 군내 5개 누정에 걸었으니,
고사정(高士亭) 봉서루(鳳棲樓) 송석정(松石亭) 영벽정(暎碧亭) 환산정(環山亭) 등이다.
영벽정에 걸린 〈次暎碧亭板上韻〉은 아래와 같다.
百里風煙盡此欄, 東南山水竝回盤。
祥光日出聯珠上, 瑞氣雲留鳳峀端。
太守絃歌敎化洽, 文章詩賦宇量寬。
登臨却忘塵間事, 幾度遊人各得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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輕裝緩步廣郊頭 가벼운 장비 느린 걸음 교외 나서니
燈火可親明月秋 등화가친의 밝은 달 가을이로다.
意外逢君言娓娓 뜻밖에 그대 만나 장황하게 말하나
心中無我興悠悠 마음속 나는 없고 감흥만 끝이 없네.
玄湖 鄭永基
楓林萬樹繞峯頭 나무마다 단풍들어 산봉우리까지 둘렀으니
錦繡江山已報秋 금수강산은 이미 가을임을 알렸도다
滿月揚明淸水印 휘영청 보름달은 맑은 물에 도장 새겼는가
霜天深夜雁聲悠 서리 내린 깊은 밤 기러기 소리만 아득하네
竹山 金萬源
三椽茅屋土牆頭 세 석가래 모옥의 흙담 머리에
古木鮮紅熟枾秋 고목에 빨갛게 감이 익어가네
似螮華奢閨秀夢 무지개처럼 화사했던 규수의 꿈은
老來水沫路悠悠 나이 듦에 물거품 되어 길은 멀고 머네
磻溪 李正淑
〈가을 달의 낭보(秋月朗報)〉
※주자의 〈서암산으로 들어가는 길에[入瑞巖道間]〉 시에 차운하여,
스웨덴 한림원의 한강(漢江)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 慶賀하다.
大韓文學萬邦頭 대한민국 시문학이 만방에 으뜸이라니
快擧龍年大有秋 통쾌하고 장하도다, 갑진년 대풍년일세
歷史精神評滿點 역사에 대한 정신을 만점 평가하였다네
時維九月讚悠悠 때는 구월에 유유히 수상을 찬미하도다
淸路 宋富鍾
長江古渡頭 장강 옛 나루터
明月鴈聲秋 명월에 기러기 우는 때로다
獨坐空亭上 빈 정자에 홀로 앉아
吟詩興自悠 읊으니 흥취 절로 그윽도다
우당 노병덕
淸流谷水繞村頭 고랑에 맑은 물이 마을 머리를 감돌고
月印千江已晩秋 달그림자 천 강에 떠 이미 가을 깊었네
東籬黃菊勝三月 동쪽 울타리 황국은 꽃 피는 봄보다 좋고
高飛雁陣日悠悠 기러기 높이 날고 날은 유유하다
金谷 朴炯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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