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지방 소멸의 위기’
1. 중대한 문제임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문제 중 하나가 ‘지방소멸 위기’이다. 조사에 따르면 조만간 사라질 마을이 전국에 수없이 많다고 한다. 출생률이 감소하고,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상황에서 남은 노인들이 사라지면 그 지역은 소멸되는 것이다. 전국의 ‘균형발전’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임에도 수도권 집중이라는 ‘기형적 성장’은 도를 더하고 있다.
2. 지역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부족과 생활여건의 열악함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에 대부분의 좋은 직장이 몰려있고 모든 삶의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은 지방의 상황을 점차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긴급 이송했다는 산모의 이야기는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지역의 거점대학 또한 신입생을 받지 못해 미달사태가 반복되고 있으며 동네의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영화관도 이제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3. 우리나라의 지방정책은 ‘유기체론’에 입각하여 각 지역별로 특정 산업을 발전시켜 국가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특성화 정책은 그 지역에 전체적인 생활환경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었고, 특성 산업이 무너졌을 때 지역의 황폐화를 막을 수 없었다. 얼마 전 군산 사태와 경남 지역에서 공장이 폐업한 후 발생한 공동화 현상은 국가 정책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람들의 삶의 욕구는 커지고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을 때 사람들이 떠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현재의 지방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점차 폐허의 장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4. 국가가 ‘지방 소멸’을 예측하고 지방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 없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 이전’과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었다. 특히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지는 못했다. 혁신도시를 통해 지방의 활성화를 추구했지만, 지방으로 이전한 공무원이나 직장인들 가족 전체의 이전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현상을 ‘진천 혁신도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과 저녁때마다 줄지어 서있던 통근 버스가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던 풍경이었다.
5. 2021년 창비에서는 <지방 소멸, 대안을 찾아서>라는 대담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지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특집을 마련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지방 전문가들이 제기한 해결책은 지방에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지방 정책은 중앙 정부의 프로젝트에 의해 결정되며 지방 정부는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예산을 획득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독자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담 중에도 나왔지만 지방 정부에 독자적 권한을 제공하는 문제는 행정가들의 비리와 부정 그리고 지역 토호들과의 결탁이라는 오래된 지방 정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6. 지방 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결책은 지방 대학의 역량을 키우는 방법으로 지자체와 대학에 지역에 맞는 학과를 개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대학 정책은 공정성 문제에 대한 시비를 벗어나기 위해 지나치게 ‘수량적인 조건’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대학 정책은 결국 기존의 대학들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 지방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독립적인 학사 운영을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방 대학의 폐교는 지역 경제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문제이다.
7. 지방에 국가 시설을 건설하는 문제에 대한 토론 중. ‘가덕도 공항’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지방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가덕도 공항’은 지방민들에게 매우 필요한 교통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통하여 김해 공항의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밝혀졌고, 현재 외국에 가기 위해서는 수도권 시민들에 비해 엄청난 시간과 경비를 지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항의 건립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절차를 무시한 사업 강행은 필요성보다는 정치적 야합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 시설 건설이 지방의 이기심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극복하는 점도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8. 최근 부각되고 있는 ‘부울경’과 같은 ‘메가시티’의 개념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방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충분한 경제, 문화, 교육, 교통의 편의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근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별 이익과 손해의 편중, 정책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비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마을 살리기’ 프로그램을 통한 ‘지방 정책’은 자칫 지방의 문제를 소수의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편중된 개별적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고 전체적 발전과 개별적 운영에 대한 효과적인 투 트랙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9. 최근 대통령 후보들의 ‘지방 정책’도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 어차피 그들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의 진정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면 이러한 의심은 분명해지는데, 그들이 강조하는 정책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는 것에서 시작하며 수도권 전체를 아우르는 교통망의 추가 건설을 공약으로 내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 꼭 필요한 철도 건설은 예산 부족과 경제적 수익 문제를 핑계로 추진하지 않으면서, 모든 국가 정책에 대한 올인을 수도권에 퍼붓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도권 중심의 정책은 지방 시설 확충에 대한 공약이 수도권 정책과 충돌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지방 정책은 허구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0.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후보자들의 말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50% 가까이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소수의 지방민의 불만은 파급력을 가질 수 없다.(지방민의 불만을 희석시키기 위해 교묘하게 지역적-이념적 대립을 조장할 뿐이다)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정책적 결정이 철저하게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져 ‘지방 소멸’의 위험을 확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 관료들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의식도 기본적으로 ‘서울 지향적’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주택을 갖고 있으며, 언제든지 지역을 떠날 생각과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1. 유력 대통령 후보자들의 도덕성의 문제 뿐 아니라 이번 선거의 진정한 문제는 ‘욕망과 이기심’에 휘둘리는 인간의 탐욕적 본성이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덕적 중요성’은 이제 경쟁력을 잃은 언어적 유희에 불과하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가운데, ‘도덕성’은 이제 ‘욕설과 공격’을 위한 수단적 도구에 불과하다. 지방민의 표를 위해서 ‘지방정책’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지만 그것에 대한 실현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한 포퓰리스트의 정책적 남발 속에서 사람들은 국가 전체에 대한 통찰을 팽개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만 몰빵한다. 수도권 조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으며 현재 내가 살 집을 헐값에 얻을 수 있어야 하며, 국가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우리 집 앞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이 우선적인 국가 정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후보자들이 욕망을 부추기고, 유권자들의 탐욕이 이에 부응한다. 현재의 선거판은 탐욕과 이기심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무대일 뿐이다.
첫댓글 - 지방 소멸의 위기를 모두다 말하고 있으면서도 글쎄... 출세, 성공, 이익의 욕망을 위해 모두 대도시로 몰려드는 현상을 쉽게 막을 수는 없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현대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항상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스스로 파멸해가는 과정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