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어느날부터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끊어질 듯 아프더니 팔을 잘 올리지 못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오십견이라며 그냥 지내다 보면 통증이 없어질 거라고 했다. 그 후 아팠다 괜찮아졌다 반복하길 3년째. 올 여름 들어서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밤이 되면 어깨가 쑤셔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다.
오십견은 어깨 근육과 관절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있거나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주로 50대 즈음에 발병해 이렇게 불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제 발병 연령이 2,30대에서부터 6,70대까지 다양해져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는 듯하다. 앞서의 사례도 30대 후반부터 오십견이 온 경우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십견 증상을 보인 환자 중 40대 이하 환자가 10명 중 3명꼴인 28.5%인 것으로 조사됐다. 50대 환자가 35.5%로 가장 많았지만 40대가 22.1%, 30대 이하가 6.4%로 젊은 청장년층도 오십견 증상을 보이고 있다. 또 남성에 비해 여성의 발병률이 더 높고 당뇨병 환자, 냉증이 심한 환자, 피로가 누적된 경우에도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40대 이후로 가면 여성 환자의 수가 남성보다 무려 2배나 많다. 그 중에는 주부들이 상당수를 차지해, 우리나라 주부의 어깨가 과중한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혈액순환이 안돼 뭉친 어혈이 주원인
오십견의 주요 증상이기도 한, 바늘로 꼭꼭 찌르고 쑤시는 것 같은 이 통증은 어혈(瘀血)로 인한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어혈은 어깨를 굳게 만드는 성질이 강해 동결견(어깨가 굳는 것)이라고도 불리며 오십견의 주요 발병원인이 된다. 어혈은 혈액순환이 잘 안 돼 죽은 피가 한 군데 고여 뭉친 것이다. 이것이 어깨 관절이나 인대, 근육에 달라붙어 손상을 일으켜 어깨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평소에 손발이 냉하고 멍이 잘 드는 체질이라면 어혈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크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있다. 혹은 팔을 다쳐 깁스를 하는 동안 근육이나 관절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방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어깨와 팔 부위의 신경이나 근육에 무리를 줘 생기기도 한다. 노화, 운동 부족 역시 일반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그 밖에도 풍(風), 한(寒), 습(濕), 담(痰)의 사기(邪氣)가 경락을 막아 어깨의 기혈이 막혀 일어나거나 오장 중 간장, 비장, 심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육의 피로 손상과 노화로 인해 기혈이 허한 것도 발병원인 중 하나다.
오십견의 초기 증상은 팔이 저리듯 아프다가 점차 관절을 움직이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팔을 뒤로 돌리거나 위로 올릴 때 어깨 특정 부위의 아픔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하면 목과 손가락까지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강해지고 오래간다. 어깨와 팔을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좁아지는 탓에 팔을 뒤로 젖히기가 힘들어지고, 나중엔 팔을 옆으로 뻗거나 앞으로 움직이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옷을 갈아입거나 세안 및 머리를 감는 일 등 기초적인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진다. 밤이면 어깨가 더 쑤셔대는 바람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기도 한다.
장덕한의원 신광순 원장은 흔히 오십견 환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을 꼽는다. 오십견인 줄 알면서도 즉각 치료를 받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줄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의학 보고서에 따르면 오십견 발병 환자 가운데 30~50% 정도는 3~7년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고 한다. 또 오십견은 보통 한쪽 어깨에만 나타나지만, 6~12개월 이상 내버려두면 반대편 어깨에 증상이 옮겨갈 확률도 높아진다. 신 원장은 “아팠다 괜찮아졌다 반복하는 동안 오십견 통증은 더 심해지고 오래가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 적극적인 관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임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나친 냉방과 차가운 음식 피해야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자고 일어났더니 오십견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밤새 에어컨을 켜고 잤거나, 차가운 바닥에 등을 붙이고 잔 경우가 대부분. 어혈은 차가운 기운을 만나면 잘 생기고, 더욱 굳어지므로 통증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십견을 예방하려면 찬 기운을 피해야 한다.
지나치게 냉방을 하거나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은 금물.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도 이열치열이란 말로 대표되는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이나 추어탕처럼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청량음료보다는 어혈과 습을 제거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모과는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계피는 기혈순환을 도우며, 홍화는 어혈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수시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 반면에 냉면이나 냉국, 아이스크림, 맥주, 아이스커피, 팥빙수 등 차가운 음식이나 차가운 음료 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평소 컴퓨터를 오래 사용해 어깨를 긴장시키거나, 골프나 테니스 등 어깨를 많이 쓰는 운동을 즐길 경우, 근육 및 관절에 무리가 가서 오십견이 생기기 쉽다. 그러므로 반복적으로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장인들은 1시간당 5분꼴로 목을 돌려주고 어깨 운동을 하면 오십견 예방에 효과가 있다. 주부들도 설거지하면서 목과 어깨 운동을 하면 좋다.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손뼉을 치거나, 팔을 양쪽으로 편 뒤 새의 날갯짓과 같은 동작을 틈나는 대로 잠깐씩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골프, 테니스 같이 어깨 근육을 많이 사용한 후에는 가볍게 주물러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단, 근육에 무리가 갈 정도로 마사지를 하거나 지압을 강하게 하는 것은 역효과만 낼 뿐이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엎드린 채 책을 보거나,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고이고 자거나, 옆으로 누워 팔을 베고 TV를 시청하는 등 목과 어깨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조심한다.
온열요법이 오십견 통증 완화
병원에서는 오십견의 통증을 없애기 위해 침술법과 더불어 통증의 원인이 되는 어혈을 풀어주기 위한 약물처방과 관절의 움직임을 좋게 하기 위한 수기요법(운동요법)을 사용한다. 치료를 시작하면 굳는 순서와 반대로 먼저 팔을 앞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수월해지고, 그 다음 옆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잘된 후 마지막으로 뒤로도 팔이 잘 움직이게 된다.
흔히 오십견의 통증을 없애기 위해 가정 및 한의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부항은 오십견의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부항은 혈액 및 기 순환을 촉진시켜 통증을 감소시켜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모든 통증에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항을 뜨는 자체가 물리적인 자극이 되어 오히려 오십견의 통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피를 빼는 습부항은 금물이다. 습부항은 부항을 뜨기 전에 먼저 침으로 찌르는데 이것이 강한 자극이 되어 통증을 악화시킨다.
오십견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는 부항보다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열요법이 좋다. 신 원장은 “오십견의 원인인 어혈은 몸이 차면 잘 생기고, 없어지기도 힘드므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온열요법이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40~42℃ 정도의 약간 뜨거운 물에서 10~15분 정도 온탕을 하거나, 핫팩이나 뜨거운 물수건을 등을 이용하면 몸이 따뜻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촉진돼 통증이 완화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