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이 고전적인 질문들에 대해 어떤 답을 제공하고 있을까? 무엇보다도 큰 난관은 성경이 일관되게 어느 하나의 견해를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성경 여기저기에는 위의 견해들을 뒷받침할 만한 본문들이 보이지만, 그것들은 하나의 관점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어느 견해도 일반화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히브리적 관점에서는 인간을 전일적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고, 헬라적 영향을 받은 신약적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이분설적 경향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 가운데 삼분설은 성경에서 영과 혼이 서로 교차 혼용되고 있는 정황이 대체로 분명하므로 그 근거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 나온 용례들만으로 인간의 구성요소를 판별하기 위한 근거를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구성요소를 통해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성경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용어들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발휘되는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방편으로 간주하는 것이 무난하다. 이는 전인적 인간에게서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기능상의 활동이 표현된 것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밀라드 에릭슨은 물질적 요소와 비물질적 요소의 관계를 “조건적 통일체”(conditional unity)라는 개념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인간을 물질적 요소와 비물질적 요소로 구성된 통일적 복합체로 간주할 수 있다. 인간의 영적 요소와 육체적 요소는 언제나 구별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물질적 본성과 비물질적인 본성 사이에 투쟁은 없다. 그러나 이 복합체는 분해될 수 있는데, 그 분해는 죽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부활할 때 하나의 복합체가 다시 형성될 것인데, 이 때 몸에 붙은 영혼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을 것이다.
이 견해는 본체론적인 입장에서 일원설, 구성적 입장에서 이분설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조건적 일원설’(conditional monism) 혹은 ‘이원적 일원설’(dual monism)이라고도 불릴 수 있다. 인간을 창조할 때 동원되었던 요소는 성경에 따르면 흙과 하나님의 숨이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둘이라는 것을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연적 일원론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의 숨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그것을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에 비해 영적 일원론은 인간 창조에서 하나님의 기원을 고려한 것이므로 좀 더 성경적이다. 따라서 흙과 숨은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지만, 이 둘이 함께 작용해서 인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일원적이다. 그런데 둘이 하나가 되었으니, 이원적 일원론으로 볼 수 있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2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