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홍 고문님을 영결종천 하오며
대한민국 우정역사를 고이 간직하신 채 하늘의 부름을 받으시고 은하를 건너심에 저희들 존전에 없드려 손을 모읍니다.
아주 옛날 옛적 1933년 전주우편국으로 체신부에 몸담으시고 광주체신청장으로 재직 시까지 온몸을 불살라 종사하셨던 그 힘은 다시금 우정역사를 밝혀내는 고귀한 흔적으로 되돌아와 한국우취연합 회장직을 수행하시며 우리 우취계의 든든한 정신적인 지주로 옳았습니다. 97 성상의 연만하신 세월이 고스란히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정녕 살아있는 우리 우정의 근원이셨습니다.
몇 년 전 만 하여도 서울지부 새해 인사에 나오셔서 특유의 카랑카랑하신 목소리로 거침없이 사자후를 토해 내시던 정정하신 모습이셨는데 역시 세월만은 우리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는가 봅니다. 명년에도 나오셔서 덕담을 꼭 해 주시마든 굳은 약속을 떨치시며 이렇듯 훌훌히 떠나가시니 우취계의 큰 어버이를 잃어 차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남기어 주신 귀하디 귀한 대조선국의 우정사 등의 책자가 우취계를 오롯이 지킬 량이면 저희들 그 정으로 면면히 이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명을 밝히셨던 우편역사가 영전에 아로 새겨져 빛으로 영원히 남습니다.
드리옵기는 땅에서 원만히 이룩하신 것처럼 하늘에서도 훨훨 날아 주유하시다 혹시라도 미욱한 저희들이 문위우표 5문짜리 사용봉투라도 발견되었다고 혼비백산 떠들썩하며 텔레비전에 나와선 우왕좌왕 옥신각신 하거든 얼른 쉬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셔서 감정에 참견하여 주시오면 그 또한 정이라 여기지 않겠는지요. 꼭 그리 하셔야 될 줄 믿습니다.
기축년을 보내옵고 경인년이 오릅니다.
참의 길로 가시는 길 어제 내린 눈으로 환히 밝혀 더더욱 곱습니다.
임의 뜻인가 하여 지이다. 년년히 또 오마든 명년의 그 덕담 가슴 깊이 올올히 새기오며 이제 저희들 예를 갖추어 영결종천 하고자 하오니 부디 영령은 편안히 승천 하시어 유유장장 억겁의 하늘을 결 따라 음미하시며 아름따라 누리소서.
어르신 지키던 밤에
조문하던 발걸음도 뜸해지고 나, 정암, 소암선생 이렇게 셋이 앉아 딱 한 잔만 하고 돌아갈 기라고 기울이는데 술이 술을 불러 어느덧 이슥해 지더이다. 술병은 딩굴고 영전에 촛불만 너울너울 타올라 님그려 웁니다.
정암이 평소에 많이 들었노라고 추임새를 넣드니 금새 술친구가 되었니라. 우취학문이 진고문님과 천년지기를 만들었을 법한 숨은 이야기 밤새워 듣노라니 이밤사 아조 깊어만 가더라니. 그간에 우취로 지새우던 이야기로 아뿔싸 새벽은 가까워 오고 집 생각은 끊어진지 오래여서.
고구려, 발해가 소암 선생의 흉중에 있는 줄을 이제야 겨우 고문서 하신단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먼발치에서 그저 우럴어 뵙더니 오늘 어르신 영전에서 술 한 잔에 어려듭니다. 몇 가지 역사서로 일깨워 주시니 고이 품어 뒷날을 기약하려 합니다.
정암은 술이술이 마술이 하더니만 저 혼자 지켰노라고 한국우취연합 장례 어떻게 할거냐고 울분을 토하다 님의 영전에 술 올려 재배하고 아뢰었나이다. 이내 곡 울음마저 어이 어이 새벽잠에 취해 그만 엉기더이다.
새벽을 가르며 달려오신 김장환 회장님을 비롯한 우취인님들(김요치,김갑식,윤범식,엄원용,남창우,이재원,박승랑,유용상,송부종,신차식,여해룡,김영린,정순종,이배정,김종우,오송해)유족들과 장례식 근검하게 올리더이다. 고인의 약력소개가 지나온 업적을 곤곤히 깨우고 조사와 조시 추도의 마음 한없이 추슬려 높아 뵙니다. 없드려 재배하며 하직코자 하오니 영면하옵소서
첫댓글 고인의 은덕 깊이 새기며. 머리숙여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의 우취계의 별이 떨어지고 수많은 족적을 남기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