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성경의 창세기에 쓰여진 노아 대홍수 기사는 비단 성경을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것(딤후 3:16)으로 믿는 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비기독교인들의 마음도 사로잡았고, 뭇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창세기의 단일 사건으로는 6장 1절부터 9장 17절에 걸쳐 가장 길고 상세하게 기록된 전대미문의 이 대홍수 사건은 오늘날엔 이미 상식화 되어서, 심지어 어린아이들 조차도 노아 할아버지와 방주와 홍수이야기를 훤히 알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 그 엄청난 사건의 역사적 사실성 여부와 소위 과학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그 과학으로 인한 전 지구적인 파국을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던져주는 종말론적 교훈에 대
하여 깊이 묵상하고 그 사건에 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만일 창세기의 기록대로 하나님께서 홍수전 세상을 엄청난 물로 심판하시고 노아와 그 식구들을 제외한 당시의 모든 인간들을 지면의 모든 생물과 함께 쓸어버리신 기사가 실제 역사적 사건이었다면, 우리가 결코 그 사건을 가볍게 지나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며, 도대체 어떤 원인으로 홍수 전 인류가 멸망 당하였는지, 또 그 사건이 오늘날의 우리의 삶에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등을 심각하게 고려함이 마땅할 것이다. 또한 기록대로 큰 깊음의 모든(원문을 따름)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들이 열려 사십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져 (창 7:11,12), 천하에 높은 산이 (물로) 다 덮히고(7:19), 지면의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고(7:23), 물이 일백오십일을 땅에 창일하였다(7:24)고 한다면, 이 땅에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지질, 화석학적 흔적을 남겼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서구 기독교국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의 연대를 포함한 인류의 역사가 성경의 기록대로 수천년에 지나지 않으며, 지표의 대부분을 두껍게 덮고 있는 퇴적층과 그 속에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는 동식물의 유해인 화석들이 창세기의 노아 홍수의 결과라고 별 의심없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백여년 전부터 영국의 허튼(James Hutton), 라이엘(Charles Lyell), 스미스(William Smith) 등에 의한 동일과정설(同一過程說, Uniformitarianism)이 세속적 지질학계에 정설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면서 창세기 홍수 기사의 역사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심지어 신학계에서도 팽배하게 되었다. 동일과정설이란 지구지질역사에 대한 세속적 학설로, 이 이론에 의하면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질변화의 비율(rate), 강도(intensity)와 스케일 등이 과거에도 그대로 일어났었다고 하는 것으로, 허튼은 '현재는 과거의 열쇠이다'(The present is the key to the past)라는 유명한 말로 이 이론을 함축하였다. 한편 백여년전 라이엘의 지질 동일과정설에 영향을 받은 다윈(Charles Darwin)에 의해 진화론의 효시가 된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이 출간 되었으며, 이후 생물학적 진화론과 지질학적 동일과정설이 서구의 지성계를 뒤흔들며 지구의 연대는 수천년에서 수십억년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그 오랜 지질기간동안 생물체는 무생물로부터 저절로 생겨나고, 이어 원시 하등생물로부터 인간에 이르는 고등생물까지 진화하였다는 이론이 오늘날까지 세속적 과학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성경의 노아홍수를 역사적 사건으로 믿고 그 증거를 자연을 통하여 증거하려는 대격변설(大激變說, Catastrophism) 혹은 대홍수설(大洪水說, Great Flood Theory)은 소수의 이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1961년 미국의 수문학자(水文學者, hydrologist)인 모리스(Henry Morris)와 신학자인 휘트컴(John Whitcomb)의 공저인 창세기 대홍수(The Genesis Flood)가 출간된 이후 대격변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며, 모리스와 그에 동조하는 일단의 창조과학자들에 의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고에 창조과학연구소(ICR, 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가 설립되었고, 이후 소위 캘리포니아사단에 의해 현대적 의미의 창조과학운동이 미국을 중심으로 호주, 유럽과 남미국가들, 일본 등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우리 나라에도 1981년 당시 한국과학원의 김영길 박사를 중심으로 한국창조과학회(KACR, Korea Association for Creation Research)가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리스와 휘트컴은 그들의 저서인 창세기 대홍수에서 과거 이 땅이 한 차례의 엄청난 대홍수에 의한 격변을 치뤘음을 증거한다고 여겨지는 수많은 지질화석학적 자료들을 근거로 창세기 노아홍수가 확실한 역사적 사실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후 대격변설을 믿는 창조과학자들에 의해 노아의 홍수 기사가 역사적 사건임을 증거하기 위한 고고학적, 문화인류학적, 지질화석학적 논문들이 적지 않게 발표되고 있으며, 그동안 그들에 의해 신학계나 진화론적 과학계에 가해진 충격과 반응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실로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세속적 지질학자들 사이에서도 과거의 전통적인 동일과정설은 빛을 잃어가고 있으며2), 그들 중 일부는 이른바 신격변설(新激變說, Neo-catastrophism)을 제창하여 기왕의 창조과학자들의 대격변설과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3)
필자는 주로 미국의 창조과학자들의 저술이나 논문들을 중심으로 창세기 대홍수 기사에 따라 예상되는 지질양상들을 간략히 살펴보고, 그들이 제시하는 대격변설을 증거한다는 지질, 화석학적 자료들의 분석을 토대로 창조과학의 관점에서 본 창세기 노아 홍수 기사의 역사적 사실성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려 보고자 한다. 여기서 필자가 생각하는 창조과학의 관점이란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여진 글로 하나님께서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을 성경의 창세기에 쓰여진 대로 창조하셨음을 믿으며, 성경의 기록이 영적으로도 진리일 뿐 아니라 노아의 대홍수를 비롯한 성경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들과 하나님의 창조물인 자연에 대해 밝힌 성경의 기술들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피조물인 자연에 대해 인간의 지성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지는 사실들이 성경의 기록과 모순되거나 부조화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려는 믿음체계 혹은 선입견을 의미한다.
창세기 대홍수 기사에 따라 예상되는 지질양상들
만일 창세기 노아 대홍수 기사가 전지구적인 규모로 실제 과거 이 땅에 발생한 사건이었다면, 창세기와 기타 홍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성경의 기록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몇몇 지질, 화석양상들을 예상해볼 수 있다.
1. 강우에 따른 엄청난 침식
현대 수문학(水文學, hydrology)은 강우시 빗방울에 의한 지면 강타가 침식(浸蝕, erosion)현상을 유발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인자임을 밝혀 내었다.4) 비가 계속 내려 이미 어느 정도 침식물을 함유한 물들이 모여 낮은 곳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난류(亂流, turbulent flow)와 마찰에 의해 침식작용은 더욱 강화된다. 드디어 개울들을 형성한 빗물은 근처의 하천과 합류하면서 침식은 더 진행되어 그것들이 만들어낸 수계(水系, channels)를 더욱 깊게 한다. 이와 같은 작용의 결과 오늘날에도 한번의 큰 강우로 깊은 우곡들(雨谷, gullies)이 만들어지곤 한다. 만일 창세기에 기록된 대로 사십일을 주야로 비가 쏟아졌다면, 계속되는 강한 빗방울의 지면 강타, 면상침식(面床浸蝕, sheet erosion)과 우곡침식(雨谷浸蝕, gully erosion)이 합해진 결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침식은 가히 엄청났을 것이다.5)
2. 전대미문의 퇴적활동과 짧은 시간에 형성된 퇴적층들
대홍수의 물의 작용에 의해 엄청난 양의 흙과 바위들이 깎이고 운반되어 궁극적으로는 어딘가에 층을 형성하면서 마치 우리가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퇴적암 형태로 퇴적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성경의 홍수 사건은 1년 정도 걸렸으므로, 위아래의 퇴적층간에 긴 지질연대(地質年代, geologic age)의 증거가 없이 짧은 시간에 두터운 퇴적층들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3. 확장된 대양분지(大洋盆地, oceanic-basins)
오늘날의 구름의 양으로는 4O일을 계속해서 비가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대홍수 사건 시 내린 비의 대부분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였을 것이며, 그렇다면 그 많은 물이 오늘날 있을 곳은 바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이것은 과거 대홍수 이전의 바다의 면적은 현재의 그것보다 훨씬 작았을 것을 의미한다. 한편 그 많은 물을 바다가 수용하고 마른 육지가 다시 나타나려면, 현저한 지반운동(地盤運動, tectonic movenment)과 그에 따른 지각평형(地殼平衝, isostasy)의 조절에 의해 대양분지는 깊어지고 대륙은 융기하여야 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편 104:6-9에 시적으로 쓰여 있는, 마치 홍수 끝 무렵의 극적인 지질변화를 시사한 듯한 다음과 같은 기록은 예사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옷으로 덮음 같이 땅을 바다로 덮으시매 물이 산들 위에 섰더니 주의 견책을 인하여 도망하며 주의 우뢰 소리를 인하여 빨리 가서 주의 정하신 처소에 이르렀고 산은 오르고 골짜기는 내려 갔나이다'
'주께서 물의 경계를 정하여 넘치지 못하게 하시며 다시 돌아와 땅을 덮지 못하게 하셨나이다'
4. 격렬한 화산폭발 및 지진활동
양과 질에 있어 엄청난 화산폭발 및 지진활동이 대홍수클 수반하였을 것이라는 것은 큰 깊음의 모든(본문을 따름) 샘들이 터지며...(창 7:11)에 암시되어 있다. 이것은 또한 오늘날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지하수가 마그마와 함께 땅밑의 어디엔가에 상당한 압력을 받은 채 창조시부터 존재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늘날에도 화산폭발시 많은 양의 지하수가 수증기의 형태로 마그마와 함께 분출된다. 한편 오늘날의 화산폭발 시에 흔히 동반되는 지진과 흔히 해일(海溢, tidal wave)로 알려진 쮸나미(tsunamis)가 당시에도 질과 양에 있어 더욱 엄청나게 지각을 흔들었을 것이며, 이것들은 또한 대홍수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배가시켰을 것이다.
5. 화석이 형성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조성
홍수전 육상의 동식물들은 현재의 그것들 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성했을 것이다. 이것은 당시의 육지가 지금보다 더 광대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홍수전의 기후가 지금과 사뭇 달랐을 것이라는 데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창세기의 기록에 의하면 지면의 모든 생물들이 방주에 탄 것들만 제외한 채 홍수에 의해 빠른 시간에 다 멸절하고 말았으며, 이는 당시에 동식물의 유해인 화석이 형성되는데 전무후무한 환경이 조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8)
6. 대홍수에 의해 수몰되고 마는 동일과정설
성경의 대홍수 기사가 실제 역사적 사건이었다면, 이는 현재 역사적 지질학의 주류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동일과정설에는 그 존폐마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홍수 이전의 어떠한 퇴적물들도, 대홍수에 의한 수력학적, 구조적 힘에 의해 근본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따라서 홍수 이전과 홍수 기간에 형성된 지질변화를 동일과정설에 입각한 절대적 지질연대로 추정하는 것은 그 의미를 상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9)
참고문헌
1. John C. Whitcomb and Henry M. Morris, The Genesis Flood (Press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Company, 1961), Forward by John C. McCampbell pp. XV-XVⅡ.
2. Henry M. Morris, Recent Creation is a Vital Doctrine, Impact SERIES No.132, Acts &Facts (E1 Cajon, California: 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 June 1984). p.3
3. Dreak V. Ager, The Nature of the Stratographical Record, 2nd edation (New York : John Wiley & Sons Publishers, 1981)., p.54
4. W. D. Ellison, Protecting the Land Against the Raindrops Blast, Scientific Monthly, Vol.68, April 1949, pp. 241-251.
5. John C. Whitcomb and Henry M. Morris, op.cit., pp.120-121.
6. Ibid., pp. 121-122.
7. Ibid., p. 122
8. Ibid., p. 123
9. Ibid., pp. 123-124
*한국창조과학회 자료실/노아의 홍수/홍수지질학
http://www.kacr.or.kr/library/listview.asp?category=C03
*한국창조과학회 자료실/노아의 홍수/격변적 지층형성
http://www.kacr.or.kr/library/listview.asp?category=C04
*한국창조과학회 자료실/지질학/지질주상도
http://www.kacr.or.kr/library/listview.asp?category=G02
*한국창조과학회 자료실/노아의 홍수/그랜드 캐년에 있는 많은 자료들을 참조하세요
http://www.kacr.or.kr/library/listview.asp?category=C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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