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으로
만드는 인생
어느 가난한 부부가
딸 하나와 살고 있는데 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여보,
오늘 수술을 못하면
'수미'가 죽는대
어떡해?
어떻게든 좀 해봐!”
눈물 반 울음 반 아내의 말이
남편의 가슴을 훑고지나간다.
힘없이 병실 문을 나서는
남자가 갈 수 있는 데라고는
포장마차였다.
아픔의 시간에
혼자 외로이 견뎌내는 슬픔앞에는
소주 한 병과 깍두기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우울한 마음으로
술을 마신 남자가
어둠이 누운 거리를 헤매다가
담배 한 갑을 사려고 멈춰 선 곳은
불 빛마저 졸고있는
조그만 가게 앞이었다.
술김에 문손잡이를 당기니
문이 열렸다.
두리번거리던 남자의 눈에
히미한 불빛에
금고가 들어왔다.
동시에,
'여보 어떻게 좀 해봐!' 하던
아내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금고를 열고
닥치는 대로 주머니에
주워 담고 있었다.
그때 자신을 바라보는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는 순간,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서 있었다.
남자는 주머니에 담았던 돈을
다시 거내 넣고 있을 때,
다가선 할머니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 나왔다.
젊은이가
“잔돈을 가져다 어디에 쓰려고?
무슨 딱한 사정이 있어 보이는데
이리 앉아 술이나 한잔 하시게
남자는 할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嗚咽)했다.
“자세0한 말 하지 않아도 알겠네.
오죽 힘들었으면,그리했겠나
살다 보면 뜻하지 않는 일들이 생기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 힘내게!”
할머니는 남자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며 말했다.
“부족하겠지만
이걸루 급한 불을 끄게나.”
가게 문을 나서
걸어가던 남자가
어둠 속에서
할머니를 뒤돌아보면서 울먹일 때
할머니가 말했다.
“열심히 살아,
그러면 좋은 날이 올 거야.”
똑같은 가을이
세 번 바뀌어 가던 어느 날,
할머니 가게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
가게 주인은 젊은 여자였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두리번거리기던 남자가 물었다.
“저어... 여기 혹시 할머니...”
“아, 저의 어머니를 찾으시는군요.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남자는 할머니의 딸에게
지난 사연을 말하고 돈을 갚았다.
몇달이 지난 후 물어물어
남자가 찾아간 곳은
할머니가 묻힌 산소였다.
“할머니께서 빌려주신 돈 잘 쓰고
따님한테 돌려 드렸습니다.
그땐 너무 감사했습니다.”
우리 딸아이도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던 남자의 눈에
묘비(墓碑)에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간다.'
다시 계절이 두어 번 바뀐 후
해맑은 하늘에 사랑비가
간간히 뿌려지는 날 오후,
공원에 푸드 트럭 한 대가
할아버지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남편은 밥,
아내는 국,
딸은 반찬을 맡아서
나눠주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트럭의 지붕
맨 꼭대기 깃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람은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간다.' / ㉿
맹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