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 중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식까지 두 달의 여유가 있어
고졸까지는 못 버틸 것 같아 양다리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학교를 갔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고등학교 교문을 지나
호원 고 언덕을 오르면서 모든 것이 생소하고 두려움에,
가슴 떨리던 그때가 엊그제만 같다.
어느새 일 년이 훅 지나가 버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누가 누군지 몰라봐 이제 겨우 얼굴도 익히고, 친해지려 하는대
2022년 연말 이별의 시간이 돌아왔다.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또 일 년을 함께 지낼 우리 반 친구들은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을 졸이면서 10대 어린학생과 70대 노장인 나와
주를 이루고 있는 5층 1학년3반.
예쁘고 단아한 원피스 차림의 담임한국사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중요한 수업시간에 폰을 하고, 잠자는 어린학생들 속에서도,
늦깍이 학생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한순간도 놓이지 않고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주말에도 가족들과 쉬지도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방통 고 선생님들.
생각 같아선 공부도 좀 더 열심히 하고 잘할 걸.
후회도 해보지만 기회는 아쉬움만 남기고 이미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의 똑 소리 나는 명 강의를 졸지도 않고 열심히 듣고 배우고 외웠는데도,
중간고사 시험때, 10311학번 신영숙
<문제>생각안남
4.친일파를 양성하고 민족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정답은 4번인데...
3. 한국인에 대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뜬금없이 엉뚱한 3번에 체크를 하다니.
밤새 외우고간 한국사 공부 긴장한 탓이었을까, 까맣게 잊어버리고 머리속이 하얗다.
생각처럼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보호자인 아들에게 성적표를 보여주며 확인을 하려는대
120명 중에 중간은 하니 그래도 아주 잘한거라고 칭찬과 용기를 주었다.
젊은 학생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일 년 동안 예쁜 추억도 많았고 학교생활 정말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봄 소풍 때 청송공원에서 재치 있는 건우의 사회로,
신발 던지기와 보물찾기도 하고 선물도 나누어 주었다,
게임하던 시간들과 처음 먹어본 학교에서 준 설익은 딱딱한 김밥과,
호원 고 교정 나무 아래서 손 모으고 하하 호호 하며,
예쁘게 하고 찍으려고 머리도 매만지며 사진 찍던 추억들도 있고,
식판을 들고 줄서서 기다려 맛나게 먹던 점심시간도 있었다.
생각은 안 나고 시험 보는 날은 죽을 맛이었다.
왜 그렇게 바꿔놨는지, 안 바꿔도 긴가민가해서 못 맞히는걸,
생각이 아리송해 4번인지 2번인지 정답에 체크를 했다가 하필이면,
정답을 지워버렸으니 한 문제5점이 아쉬워,
문제를 사정없이 바꿔논 선생님을 미워도 하고 원망도 했다.
많은 기대를 했던 가을소풍,
느닷없이 내리는 폭우로 근린공원은 가보지도 못하고,
음식을 해온다던 친구는 전화도 안받고 오리무중, 쫄쫄이 굶고 비를 맞으며
두 시간 반을 집으로 오던 날도 있었다.
이 모두가 여고시절 잊지 못할 예쁜 추억이 되어 먼 훗날에도 기억되겠지!
2학년이면 5개 반으로 편성되어 5명씩 갈린다.
또 어떤 친구들과 한반이 되어 일 년을 함께할지 기대해본다.
나는 돌아오는 주일 수업시간에 배울 교과서를 가방에 챙기며 두 시간 반을
선생님과 친구들 만나 공부하러 학교에 간다.
지금부터 마음은 설레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즐겁게 사는 76세 할머니,
꿈이있고 희망이 있는 씩씩한 고2여고생이다.
2023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