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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축제 명성산 걷기 후기
ㅇ 날짜 : 2008. 10. 19.(일)
ㅇ 동행 : 12명(우초님, 채송화님, 세상사님, 살다보면님, 따라2님, 따라따라님, 날씬이님, 수선화님,
나리모님, 푸른솔님, 엔젤님, 아리수)
일요일 새벽 5시55분.
푸른솔님과 만나 신도림역 입구 포장마차에서 아침으로 먹을 토스트를 하나씩 받아 들고
얌냠 맛있게 먹으며 전철을 타러 올라갑니다.
토스트 한 입 베어 먹으랴 이런 저런 얘기하랴 바쁩니다.
소요산행 타는 홈에서 마침 우초님과 채송화님을 만나 함께 전철을 타고
의정부역에 내리니 부지런한 우리 님들 다들 와계십니다.
10명이 역사 밖으로 나가 산정호수 가는 버스를 타러 달려갑니다.
버스는 7시50분에 있습니다.
정류소를 잘 찾아 버스를 타고 산정호수로 고고~~
산정호수로 직접 오신 따라2님과 따라따라님을 만나니 오늘 함께 할 님들이 다 모였습니다.
우초님, 채송화님, 세상사님, 살다보면님, 따라2님, 따라따라님, 날씬이님, 수선화님, 나리모님, 푸른솔님, 엔젤님, 아리수 12명입니다.
산정호수 주차장(행사장)에서 단체사진
행사장은 오늘이 명성산 억새꽃축제 마지막날이라 떠들썩합니다.
화장실 다녀오고 장비를 꾸리고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식구가 열두명인데 단체사진에는 아홉명밖에 없네요.
따라2님은 이 사진을 찍고 계시니 당연히 안보이지만
채송화님은 어디 가셨을까요?
방앗간을 절대로 그냥 못지나는 우리 채송화님,
글쎄 벌써 장비점에 들어가셔서 공짜로 무릎에 테이핑을 하시고 테이프도 사셨다고...
날씬이님은 형님 따라 강남 간다고 아마 따라서 구경 가시느라 빠졌나요?
"빨리 오세요, 이리 오세요..."
등산객들과 축제 구경꾼들 사이에서 등산로입구를 찾아 이동합니다.
등산로 입구가 억새꽃축제장으로 가는 입구와 같아서 등산객과 나들이객이 같이 올라갑니다.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1번 코스.
약 14~15km 거리의 제일 긴 코스입니다.
지압로를 지나면서 우리 팀은 등산로 옆 벤치로 빠져 무거운 배낭도 비울 겸
빵과 과일, 막걸리로 간단한 아침을 먹습니다.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 온 나라가 가뭄으로 타들어갑니다.
아랫지방은 식수조차 모자라 며칠에 한번씩 급수하고 난리라는데
명성산도 마찬가지로 가뭄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먼지가 폴폴 일어납니다.
그래도 우리는 꿋꿋이 올라갑니다.
비선폭포를 지나서 길이 두갈래로 나뉩니다.
둘 다 억새군락지로 가는 길이지만 한쪽은 바로 치고 올라가는 가파른 등산로이고
오른쪽은 완만하게 돌아서 올라가는 평탄한 길입니다.
여기서 두 팀으로 나눠 땀 흠뻑 흘리고 싶은 분들은 가파른 등산로를 택했고
설렁설렁 올라갈 분들은 돌아서 가는 길을 택해 올라가 억새군락지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역시 가파른 길은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땀도 흘리고 숨도 쌕쌕거리며 간식도 먹고 쉬어가며 억새군락지에 당도합니다.
가이드라인 겸 세워 놓은 바람개비 옆에서 사진도 찍고 더워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습니다.
채송화님은 억새밭에서 뭐 하셨어요? 바지가 좀 수상한데요...
완만한 길로 올라온 님들이 드디어 억새군락지에 도착, 사진을 찍습니다.
억새는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에 제격인데
요즘 날씨는 며칠째 바람 한 점 없이 안개와 미세먼지가 많은 날들의 연속이라 기대만큼 장관은 아닙니다.
그래도 즐겁기만 합니다.
억새군락지에서 다시 함께 모여 팔각정을 향합니다.
팔각정 오르는 길에 궁예약수(천년수)를 만납니다.
가물어 물이 너무 적게 나오지만 그래도 우초님은 한모금 맛보시고
팔각정을 배경으로 멋진 억새밭을 구경하며 올라갑니다.
궁예약수에서 단체
걸음 빠른 수선화님과 나리모님은 벌써 팔각정을 향해 올라가고 계시고...
억새밭 꼭대기에 있는 팔각정을 배경으로...
팔각정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은 가짜 명성산이라 불리는 곳으로
억새군락지까지만 올라왔다 내려가는 나들이객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가짜 명성산 표석이 있는 곳입니다.
우체통도 설치했는데 편지를 부치면 1년 후에나 배달한다고 하는군요... 쩝...
다시 님들을 독려하여 점심먹을 장소를 찾아 계속 진행합니다.
인파와 먼지 없이 오찬을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를 헌팅하러 앞서 가신 우리의 따라2님,
볕 좋고 전망 좋고 뉘어진 억새풀이 푹신한 널따란 장소를 찾아내셔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돗자리를 깔고 점심상을 차리니 세상에나~~~ 진수성찬입니다.
어젯밤부터, 또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회원들을 위해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들이 정말 맛있습니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에서는 따라2님이 20대 군복무 시절 팀스프리트 훈련을 했었다는 <승진훈련장>이
뚜렷이 내려다보입니다. 따라2님이 감회가 새로우신 모양입니다.
점심을 먹고 정담을 나누다가 우초님도 따라2님도 나리모님도 스르르 한숨 주무시고,
실력꾼 파파라치 세상사님은 부지런히 몰카를 찍으시고~~ ㅋㅋ
우리는 이런 저런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저녁에 느긋하게 귀경하기로 하니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여유롭습니다.
점심 먹고 푹 쉬고는 다시 짐을 정리하여 걷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906m 고지의 삼각봉입니다.
팔각정에서부터 삼각봉을 지나 명성산까지는 산정호수와 억새밭을 내려다보며 오르락내리락 능선길을 걷는 것이
힘도 많이 들지 않고 즐겁습니다.
이 구간은 억새꽃축제 나들이객들이 올라오지 않는 구간이라 한결 한적하게 능선을 걸을 수 있습니다.
능선과 산정호수를 배경으로 따라2님
꼭대기에 올라 전화도 시원하게~~~~
억새 구경이 끝나니 이젠 단풍이 우리를 맞아 줍니다.
아직도 날씨는 30도를 넘나드는 여름날인데 명성산에는 벌써 단풍이 들어 겨울로 향하고 있나 봅니다.
은빛 억새꽃만 보다가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니 화려한 색감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단풍 아래서 시커먼스...
단풍 아래서 알록이...
단풍 아래서 삼총사의 포스...
참 다정하신 우리 님들...
점심을 많이 먹었지만 오래 쉰 까닭에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삼각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삼각봉에는 어마어마한 정상석이 서 있습니다.
명성산에 지천으로 피는 구절초를 새겨 넣고 양 옆으로 산명(山名)을 썼습니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선지는 모르겠으나 해태를 그 위에 턱 올려놓았습니다.^^ ㅎㅎ
삼각봉을 찍고 다시 룰루랄라 걸어서 삼각봉에서 10여분 거리인 정상을 향해 갑니다.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잘 걸어 가뿐하게 정상에 올라섭니다.
뿌듯하고 자랑스런 얼굴로 명성산 증거사진을 남깁니다.
인파에 먼지에 체력 소모에 힘이 들기도 하였지만 모두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소녀처럼 뽀얗고 어여쁜 날씬이님이...
정상에서는 이런 표정으로 바뀌어...
"헤이, 나도 전에 껌 좀 씹었다구..." ㅎㅎㅎ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오른 우리는 정신력도 체력도 조금 더 강인해졌을 것이고
건강하고 굳건한 이런 정신으로 또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라 우리는 궁예능선 안부까지 내려가 신안고개로 하산합니다.
먼지에서 해방된 것도 기쁜데...
곱게 물든 단풍이 하산길을 더욱 즐겁게 해 주니...
기분이 좋아서 이런 퍼포먼스도 펼쳐 보고... 무슨 의미인지는 아무도 몰라...
본인들 말씀으로는 인간담쟁이가 되는 거라나 뭐라나...
3km의 계곡길을 다 내려오자 군사도로가 나옵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군사도로를 내려가는데 차량 몇 대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잔인한 차량들은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그놈의 흙먼지를 또 선물해주며 지나갑니다.
이런, 된~장!!!
도대체 어디를 가는 차량들인데 이 도로를 지나는 거야...
궁시렁대며 내려가는데 ㅎㅎ 운전이 서툰 어떤 운전자가 비포장도로에서 계속 헛바퀴를 돌립니다.
여성 운전자가 드물던 시절부터 운전을 하셨다는 수선화님이 저단기어로 놓으라고 얘기하고 알려줘도
도무지 차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뒤로는 수많은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기다리고 이 운전자는 입이 바짝 바짝 타는데
"오호 쾌재라~~~!"
우리는 쾌재를 부릅니다.
"고거 참 쌤통이닷! 계속 그렇게 좀 헤매고 있으시오.... 우리 팀이 비포장도로를 다 내려갈 동안..." ㅋㅋㅋ
산정호수까지 가려면 포장도로를 30여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산정호수에는 식당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찼을 것입니다.
우리 삼총사 세분이 멋있는 펜션을 겸한 식당을 잡아
운천터미널까지 식당 차량으로 데려다 주는 조건으로 저녁을 먹는 딜을 합니다.
우초님, 세상사님, 따라2님께 얼마나 감사한지요...
답사 없이 온 이 곳에서 식당 잡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세분이 앞장서서 식당을 잡아 주시니 진행이 훨씬 수월합니다.
펜션 겸 식당은 우리 독차지, 주인과 종업원이 신나는 몸짓으로 너른 마당에 그릴을 준비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마무리 스트레칭도 하고...
15km 걸은 것이 부족했는지 아직도 힘이 남아 이렇게 파라솔을 뽑아들고 장난도 치고...
시원한 암반수에 세수를 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뒤풀이 저녁상에 앉습니다.
지글지글 고기가 맛있게 익어가고...
숯불에 구운 우리 국산 돼지고기와 시골에서 직접 키운 야채로 만든 반찬들이 정말 맛있습니다.
식당 주인 부부와 종업원이 우리 열두명의 식사 시중을 드느라 바쁘고
따라2님이 또 직접 고기를 구워 상마다 배달해 주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니
지난 여름 축령산에서의 하룻밤이 생각나는 저녁이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도 헤어질 시간이 아쉬워 그릴에 둘러서 노래 부르며 가을 밤의 캠프파이어 분위기도 내고...
명성산에서의 추억을 사진 한 장에 남기고...
아쉬워서 또 한 장...
채송화님, 헤어스따일이 엘레강스하십니다~~~ 우아한 사람은 점퍼를 저렇게 걸치는 거이랍니당~ ㅋㅋㅋ
시골에서는 깊은 한밤중 같은 시각, 저녁 7시 10분에 식당 차에 올라
사람들 다 도시로 돌아간 고요한 길을 달려
산정호수에서 따라2님, 따라따라님과 작별하고 우리는 운천터미널까지 왔습니다.
운천터미널에서 마침 서울로 향하는 버스가 바로 있었고
그다지 정체에 시달리지 않고 무사히 귀경하였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또 한 군데의 미답지를 잘 걷고 왔습니다.
가는 길에 편안함과 재미만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 님들과 함께 걷는 길에 부딪치는 약간의 불편함과 고통, 괴로움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즐거운 추억으로 남겠지요?
모두 모두 수고 많이 하셨고 즐거웠습니다.^^
첫댓글 아리수님의 섬세한 후기가 다시한번 더 진한 추억과 즐거움을주네요....정말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억새꽃밭에 웬 천사가 이렇게 많으신지....근데 왜 푸른솔님과 수선화님 모자에서만 광채가 나는지요.....너무 이쁘서 그런가....ㅎㅎㅎ
ㅋㅋㅋ 모자에 무슨 반사되는 게 붙어 있어요. 정확한 용어로 "재귀반사"인가 뭔가 하는... ^^
요즘 한국 날씨가 가을답지 않게 느무느무 미세먼지 가득한 날이라 산에 올랐어도 시계가 안좋았어요. 안그랬으면 억새가 훨씬 아름다웠을 텐데요...^^
아리수님의 후기를 꼼꼼하게 읽으니 명성산을 다시 한번 제대로 다녀온 느낌이 드네요... 정상석에 새겨진이 구절초인 것도 알고 표지석에 올라앉은 해태에 기대선 날씬이님 어깨에 얼굴을 기대는 순간 까닭모를 슬픔이 밀려왔는데 나라 잃은 궁예의 애통함이 전이되었던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너무 오버하는거 아닌감 아무튼 조아요
저도 좀 한가하게 왕건과 궁예의 전투도 상상해보고 궁예의 울음도 느껴보려 했는데 비감에 젖기엔 때가 때인지라...ㅠㅠ 이번엔 그냥 정상 밟은 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아리수님 후기는 점점 맛갈나고 정감이 넘칩니다 앞으로도 쭈우욱
이젠 손가락이 자꾸 파업한다고 해서리 매번은 힘들고 특별한 걷기 때만...^^ ㅎㅎㅎ ㅋ~~
저도 같이 무사히 잘 다녀와서거움 만땅입니다 정상을 밟으신 살다보면님도
아리수님 맛갈스런 후기 짱입니다요~~~수고하셨습니다.!!
수선화님의 맛깔스런 음식 솜씨가입니다요 지리산에 이어 명성산까지 같이 걸어서 거웠습니다.^^
잼나는 책을 읽는느낌인데.. 으흠 예쁜팔랑개비에서 나는 빼놓고사진을 박었네요? 아이스크림도 나는 안먹었는데 뒤늦게 후기보니 아이스크림보고싶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통째로 가져다 퍼먹으며 사진구경합니다....잘읽었어요. 젬나여..
팔랑개비..^^ 채송화님에게서는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마구마구 나와서 저도 잼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