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2월의 독백<BR><BR>남은 달력 한 장이 <BR>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BR>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BR><BR>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BR>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BR>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BR><BR>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BR>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BR>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BR><BR>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BR>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BR>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BR><BR>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BR>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BR>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BR>(오광수·시인, 1953-)<BR><BR><BR>+ 12월 어느 오후 <BR><BR>덜렁 달력 한 장 <BR>달랑 까치 밥 하나 <BR>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BR>썰렁 저녁 찬바람 <BR>뭉클 저미는 그리움 <BR>(손석철·시인, 1953-)<BR><BR><BR>+ 12월<BR><BR>잊혀질 날들이 <BR>벌써 그립습니다 <BR>따뜻한 차 한 잔이 <BR>자꾸 생각납니다 <BR>상투적인 인사치레를 <BR>먼저 건네게 됩니다 <BR>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BR>우리 모두가 <BR>대견스러울 뿐입니다 <BR> <BR>그 어느 때보다도 <BR>아이들을 꼭 품고 싶습니다 <BR>또 다른 12월입니다<BR>(임영준·시인, 부산 출생)<BR><BR><BR>+ 12월은 <BR><BR>사랑의 종 <BR>시린 가슴 녹여 줄 <BR>따뜻한 정이었음 좋겠다. <BR><BR>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 주는 <BR>등불이었음 좋겠다 <BR><BR>딸랑딸랑 소리에 <BR>가슴을 열고 <BR>시린 손 꼭 잡아주는 <BR>따뜻한 손이었음 좋겠다 <BR><BR>바람 불어 낙엽은 뒹구는데 <BR>당신의 사랑을 <BR>기다리는 허전한 가슴 <BR>(하영순·시인)<BR><BR><BR>+ 12월은 <BR><BR>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BR>한 장 남은 달력 속에 만감이 교차한다. <BR>정월 초하룻날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설계했을까 <BR>지나고 보면 해 놓은 일은 <BR>아무것도 없고 누에 뽕잎 갉아먹듯 <BR>시간만 축내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BR><BR>죄인이다 시간을 허비한 죄인 <BR>얼마나 귀중한 시간이냐 <BR>보석에 비하랴 <BR>금 쪽에 비하랴 <BR><BR>손에든 귀물을 놓쳐 버린 듯 <BR>허전한 마음 <BR>되돌이로 돌아올 수 없는 <BR>강물처럼 <BR>흘러버린 시간들이 가시 되어 늑골 밑을 찌른다. <BR><BR>천년 바위처럼 세월에 이끼 옷이나 입히자 <BR>생각하면 생각할수록 <BR>문틈으로 찾아드는 바람이 차다 <BR>서럽다! <BR>서럽다 못해 쓰리다 <BR>어제란 명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가?<BR>(하영순·시인)<BR><BR><BR>+ 12월 <BR><BR>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BR>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BR>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BR>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BR>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BR><BR>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BR>가슴속에 접어놓고 <BR>아수라장 같은 <BR>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BR>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BR>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BR>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BR>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BR><BR>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BR>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BR>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BR>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BR><BR>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BR><BR>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BR>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BR>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BR>(반기룡·시인)<BR><BR><BR>+ 12월 중턱에서 <BR> <BR>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BR>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BR>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BR>무엇을 얻었고 <BR>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BR>누구를 사랑했고 <BR>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BR>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BR>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BR>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BR>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BR>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BR>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BR>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BR>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BR>무의식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BR>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BR>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있고 <BR>꼭 기억해야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BR><BR>이런 저런 일들을 머리 속에 그리는데 <BR>12월의 꽃 포인세티아 <BR>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BR>(오정방·미국거주 시인, 1941-)<BR><BR><BR>+ 12월의 단상 <BR><BR>저기 벌거벗은 가지 끝에<BR><BR>삶에 지쳐<BR>넋 나간 한 사람 <BR>걸려 있고<BR><BR>숭숭 털 빠진 <BR>까치가 걸터앉았고<BR><BR>세상 물정 모르는<BR>참새는 조잘거리고<BR><BR>지나던 바람은<BR>쯧쯧,<BR>혀차며 흘겨보는데<BR><BR>추위에 떨던 고양이 한 마리<BR>낡은 발톱으로 기지개 편다.<BR>(구경애·시인, 1961-) <BR><BR><BR>+ 12월 <BR><BR>올 데까지 왔구나 <BR>막다른 골목 <BR>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BR><BR>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BR>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BR>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BR>외투깃을 세우며 서성거린다 <BR><BR>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BR>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BR>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BR>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BR>뼈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BR><BR>뒤돌아보지 말자 <BR>더러는 잊고 <BR>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BR>사랑이며 증오는 <BR>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BR><BR>새로운 출발을 위해 <BR>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BR>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BR>이 춥고 긴 여백 위에 <BR>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BR>(임영조·시인, 1943-)<BR><BR><BR>+ 12월의 공허 <BR> <BR>남은 달력 한 장 <BR>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BR>되물어 보지만 <BR>돌아보는 시간엔 <BR>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BR>덩그러니 서 있고 <BR><BR>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BR>알고도 못함인지 <BR>모르고 못함인지 <BR>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BR>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BR><BR>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BR>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BR>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BR>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BR>12월의 공허 <BR><BR>작년 같은 올 한 해가 <BR>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BR>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BR>(오경택·교사 시인)<BR><BR><BR>+ 12월<BR><BR>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BR>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BR>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BR>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BR><BR>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BR>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BR>허무를 위해서 꿈이 <BR>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BR><BR>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BR>안쓰러 마라. <BR>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BR>사랑은 성숙하는 것. <BR><BR>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BR>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BR>눈 떠라, <BR>절망의 그 빛나는 눈. <BR>(오세영·시인, 1942-)<BR> <BR><BR>+ 12월의 기도 <BR><BR>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BR><BR>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BR>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BR>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BR>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BR><BR>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BR>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BR>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BR>여기다 풀어놓습니다. <BR><BR>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BR>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BR>숨이 찹니다. <BR><BR>겨울 바람 앞에도 <BR>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BR>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BR>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BR>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BR><BR>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BR>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BR>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BR>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BR>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BR>(목필균·시인)<BR><BR><BR>+ 12월<BR><BR>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BR>쓸쓸하라고 <BR>눈이 내린다 <BR><BR>닫혀 있는 거리 <BR>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BR>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BR><BR>가난한 날에는 <BR>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BR>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BR>길이 막힌다 <BR><BR>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BR>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BR>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BR>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BR>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BR>지워지고 있다 <BR>(이외수·소설가, 1946-)<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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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모두가 다 12월에 관한 '시'들을 어쩌면 그리도 적절하게 잘 표햔한 '시' 들인지 감동이 오네요.특히나 '사랑의 종 /시린가슴 녹여줄 / 따뜻한 정이었음 좋겠다. / 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주는 / 등불이었음 좋겠다.' 라는 구절을 읽고는 얼마지 않아 성탄에 종이 울리면, 이땅위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구주의 사랑이 온 만방에 퍼져 울리는 평화의 종소리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리얼님! 아직도 메일 도착 안했는데, 어제 내가 보낸 메일은 받았는가요?
며칠전에 눈속을 헤매이면서 12월을 생각했습니다. 아 ! 오늘도 12월의 하루가 지나가나보다고... 허허한 벌판처럼 마음이 외롭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 이었지요. 바쁘게 하루가 돌아가는 게 어쩌면 숙명같은 것.... 길을 걸어면서 혼자서 주고 밭는 문제와 해답속에 내일이 있음에 그냥 허허한 미소 띄어봅니다. 좋은 귀절들이 맘에 닿습니다. ㄳ
첫댓글 모두가 다 12월에 관한 '시'들을 어쩌면 그리도 적절하게 잘 표햔한 '시' 들인지 감동이 오네요.특히나 '사랑의 종 /시린가슴 녹여줄 / 따뜻한 정이었음 좋겠다. / 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주는 / 등불이었음 좋겠다.' 라는 구절을 읽고는 얼마지 않아 성탄에 종이 울리면, 이땅위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구주의 사랑이 온 만방에 퍼져 울리는 평화의 종소리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리얼님! 아직도 메일 도착 안했는데, 어제 내가 보낸 메일은 받았는가요?
이상하게 안나님과는 이메일이 전달이 안되네요~ 저도 못받았습니다 메일주소를 다시 이생기심한테 문자로 받아서 정확하게 보냈드렸는데도~ 전달이안되네요
며칠전에 눈속을 헤매이면서 12월을 생각했습니다. 아 ! 오늘도 12월의 하루가 지나가나보다고... 허허한 벌판처럼 마음이 외롭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 이었지요. 바쁘게 하루가 돌아가는 게 어쩌면 숙명같은 것.... 길을 걸어면서 혼자서 주고 밭는 문제와 해답속에 내일이 있음에 그냥 허허한 미소 띄어봅니다. 좋은 귀절들이 맘에 닿습니다. ㄳ
예전에 보내주신 책은 아직까지도 못받았습니다,우체국에 가서 확인해보셨나요? 왜그런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