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칼세이건 -
우주 _ 낯설고도 먼 그러나 현재 진행형
2021년 12월 25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되었다. 제임스 웹의 임무는 우주의 탄생과 기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 관측자료를 수집하는데 있다고 한다. 기존의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할 수 없었던 아주 먼 거리에 위치한 심우주 천체를 관측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7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구로 보내온 첫 번째 관측사진이 지구로 도착했다. 은하단과 스테판 5중주 운하군, 용골자리 성운의 모습들이 찍힌 사진들이었다. 반짝이는 별모양으로 보이는 이것은 행성 즉 별이고 뿌였게 흩어져 보이는 것이 은하라 설명한다. 은하간 거리는 태양계 행성간의 거리보다 더 멀다고 하니 그 거리는 가늠하기 불가능한 상상 너머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구라는 작은 점, 그 점 속 먼지보다 작은 존재로 사는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
벽돌책_더이상 인테리어가 아니예요.
얼마 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게 되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완독 할 수 없는 책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렇다. 700페이지 가까운 이 책을 만났을 때 후회가 밀려왔다. 읽지 않고 진열하는 벽돌책이 될 것 같은 걱정이 올라왔다. 두꺼운 책을 보면 지레 겁을 먹고 시작을 미루다가 결국 책장에 그럴듯한 인테리어로 박아둔게 한 두권이 아니다. 이번에도 첫페이지 넘기기가 얼마나 어렵던지 간신히 넘기고 넘기다 그만 코스모스의 감동에 젖어들게 되었다. 벽돌처럼 두꺼운 책들은 시작이 어려우나 막상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 저자의 방대한 지식, 이론, 사상, 철학, 성과, 업적, 고뇌, 연구에 대한 애정, 삶의 깊이, 인류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 한 인간의 생을 통으로 만나고 온 느낌이 진하게 남는다. 코스모스는 내게 벽돌책의 위력을 진하게 선물한 책이다. 칼세이건의 위대함과 그의 존재 자체가 이루어낸 아름다운 발자취를 존경하게 된 그런 책이다.
외계 생명에 대한 탐구 곧 인간에 대한 이해
이 책은 제목처럼 우주에 대한 책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지만 더 나아가면 우주의 입장에서 보는 인류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근원적 호기심과 과학적으로 드러난 사실들의 논쟁과정, 연구와 고증의 과정, 증명해 낼 수 없는 혹은 증명된 수많은 사건들의 유기적 관계들, 우주 탐사의 계획과 추진 그에 대한 결과들이 함의 하는 의미들을 인문학과 철학, 과학적 설명으로 주장하고 설득하며 이야기 한다. 1977년 보이저 1,2호를 띄우며 칼 세이건은 지구의 소리, 지구인의 소리, 60개의 언어로 된 지구인의 인사말을 골든 디스크에 저장해 실어 보냈다. 인간의 모습과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우주 어딘가에 반드시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라 믿었다. 그들에게 지구의 소식과 지구인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했다. 그것은 골든 디스크라는 LP판에 저장되어 지금도 우주의 어딘가에서 항해 중이다. 그리고 이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마지막 경계인 명왕성을 넘어갈 때 잠시 지구를 향해 돌아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 자칫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었던 찰라의 순간 계획에도 없던 지구로 향한 위치 전환으로 카메라 셔터는 눌렸다. 그것은 우주 속 지구의 모습, 그 유명한 ‘Pale blue dot, 창백한 푸른 점’이다.
기승전 지구
이 책에서 칼세이건은 지구와 가장 흡사할 것이라 여겼던 금성이 표면온도 460도, 공기 중 대기의 조건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지옥 그 자체라는 확인하였다. 금성의 대기와 지질의 변화는 어쩜 지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깊었다. 우주를 연구하며 저자는 동시에 지구를 본다. 초록별 지구가 품고 있는 생명과 수많은 생명 현상들,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인류와 방대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살고 있는 지구를 품는 것이라 말한다. 1980년에 발표된 이 책 코스모스는 핵무기와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파괴, 인간의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붕괴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 전쟁을 좋아하는 부류의 파충류적 뇌구조까지 파헤치며 평화와 반전, 반핵을 주장한다. 현재 2022년 이상기후로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남극과 북극의 여름이 길어지며 지구촌 곳곳은 폭우와 가뭄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 이미 이 책이 나오던 그때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의 핵심 요인임을 명확하게 주장하고 성장과 발전의 패러다임을 재구성해야 할 것은 말하고 있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중략>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로 이 책은 마지막 문장이 채워진다.
이 책의 총평
읽다가 과학이론이 나오면 막히기 일쑤다. 이론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때면 그냥 패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책은 아름다운 문장이 이론만큼 가득하다. 밑줄 치고 싶은 문장이 자주 나온다. 어려운 단어에 헤매다가도 이런 문장을 만나다 보면 이해가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독자가 이론을 몰라도 독자의 가슴이 움직여지는 건 이책에 저자 칼 세이건의 진정성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와 우주에 대해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이전에도 이후에도 과연 있었을까? 이 책이 내게 인생 책인 이유는 존재에 대한 숙연함을 우주적 관점에서 너무나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나 그리고 인류, 그리고 지금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칼세이건을 인류애 가득한 우주 덕후라 부르고 싶다. 덕후의 삶이 기여한 선한 영향력은 그 어떤 인위적 노력도 따라갈 수 없으리라 본다. 다시한번 밑줄 그으며 읽어 보리라. 그리고 그가 말하는 인류의 역할을 하나씩 새겨보리 마음먹는다. 벽돌책을 안고서 밑줄 긋고 생각 적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오래도록 좋을 책이다.
첫댓글 글쓰기 연습중이라 그런지 잘 쓰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