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철학
김 해 영
분망한 여름과
진한 초록을 보내고
깊은 갈색에
침잠한다
서둘지 않고
제 빛깔을 고르는
잎새들과
두툼한 구각을 떨구는
나무에게서
슬기를 배운다
가을숲은
느리게 걸어야 제 맛이다
젊음의 갈무리는 어찌 하는지
삶의 마무리를 어찌 해야 하는지
오롯이 살아낸 빛깔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작은 것들이 어우러낸 삶이 얼마나 값진 건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일러주는
소슬한 바람 만나려면
인생의 숲을
헐렁하게 돌아보며 걸어야겠다
작은 생명 짓밟지 않았나
소중한 것 빠뜨리지 않았나
나의 빛깔로 살아왔나
어느 계절에 사는가
낙엽이 들려주는
침묵의 웅변을 들으려면
서툰
사랑의 고백과
어눌한
기도가 하늘에 닿도록
느리게
오랜 세월을 살아낸
댓잎과
가파른 절벽에 걸친
솔향이
은은한 미소로 배어들게
느긋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