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분실기 / 文耕 양귀순
복사뼈 골절로 수술을 했다. 통깁스하고 퇴원한 다음 날부터 출근이다. 멀리 걸어 나갈 수 없어 집 앞에서 택시 호출을 부르지만 4~50분이 지나도 택시 호출을 잡는 기사는 없다. 결국, 10분 지각이다. 퇴근 때도 마찬가지다. 금요일 오후 6시 넘어서 택시 호출하니 오지 않는다. 결국, 50분 지나서 택시를 탔다. 기사님 이야기를 들으니 퇴근 시간에 밀려서 아예 콜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은 저녁을 먹고 첫 손님이란다. 에구 식당 직원이 손님들 저녁 식사 시간에 저녁을 먹는가? 속으로 직업의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택시 호출을 잡는 것은 전화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야 부를 수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핀을 당겨 정확하게 옮겨 놓으면 택시는 어긋남이 없이 정해진 장소에 온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콜이 잘 잡히지 않아 1시간 전에 출근 준비를 한다. 목발 사용하여 다니려니 굼뜨다. 7시 40분 전에 콜을 하면 택시가 온다. 퇴근은 6시 5분 전에 부른다. 그렇게 출퇴근을 한다.
어느 날, 퇴근 시간에 택시가 앞에서자 마자 가방을 뒷좌석에 던지고 목발을 넣으며 택시에 올라탔다. 다른 날 같으면 스마트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렸을텐데 그날은 그렇게 하질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아 내 스마트폰’ 택시는 10여 미터 떠났고, 나는 깁스한 발에 목발로 따라잡을 수가 없다. 택시 탈 때 차량번호 네 자리 외운 걸 잊지 않게 웅얼거리며 집에 들어서 메모지에 적었다.
그때부터 분주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개인 휴대전화 있다고 집 전화를 없앴지만 나는 없애지 않고 설문 조사만 오는 전화를 그냥 두고 산다. 바로 이럴 때의 난감함 때문에.
티머니온다에 전화를 하지만 상담사와 통화를 할 수 없다. 차량 기사를 찾기 위해 전화를 하지만 이미 퇴근 시간 이후이기 때문에.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뒷좌석에 있는 것을 승객이 가져가면 어떻게 찾나? 집 전화로 계속 전화를 하지만 전화는 받지 않는다. 보통 사무실에서 무음으로 하므로 퇴근 후에도 무음으로 있다. 아무리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사면 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그것을 알 수가 없다. 돈을 몇백만 원 잃어버린 것보다 더 난감했다.
113에 전화했다. 판암파출소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판암파출소에 전화하니 파출소에 나와서 신고하란다. 요즈음 세상에 나와서 신고를 하라니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리를 다쳐서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고 하니 생각해보더니 직원을 집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사이 나는 SK텔레콤에 전화했다. 분실신고 및 일시 정지를 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PC 카톡이 있어 매일 전화 오는 가족들에게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카톡에 띄웠다. 전화 통화 안 되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을 하니 안 할 수가 없다.
파출소에서 경찰관 두 명이 나왔다. 분실신고서를 써야 한다고 집안으로 들어온단다. 내 발이 멀쩡했으면 현관문 발을 내려놓는데 경찰관이 현관문을 완전히 닫고 들어온다. 속으로 ‘어 저건 경찰관 예의가 아닌데’ 하며 어쩔 수 없이 태연한 척했다. 분실신고서를 쓰는 동안 경찰관이 정보를 알려주었다. 아이폰인가, 삼성 휴대전화기인가 묻더니 삼성 휴대전화기면 컴퓨터에서 내 디바이스 찾기를 하면 된다고 했다. 3년 전 스마트폰 살 때 자급제폰으로 백삼십만 원에 샀기에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삼성 계정을 만들었던 기억이 났다. 위치추적을 할 수 있다고 하여 계정에 가입했었다.
경찰관이 떠난 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위치추적을 했으나 잡히지 않았다. 방전되었을 때 마지막 집 위치가 잡혔다. 왜 이럴까 생각하다가 SK텔레콤에 분실신고한 것이 생각났다. 분실신고하고 일시 정지를 해 놓아서 네트워크가 안 되는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SK텔레콤에 다시 전화했다. 분실신고와 일시 정지 신청했는데 해지해달라고 했다. 위치추적을 하겠다고 하니 못 찾으면 바로 정지시키라고 한다.
다시 삼성 내디바이스 찾기 버튼을 눌렀다. 빙그르르 돌더니 드디어 잡혔다. ○○동이었다. ○○동에 주공아파트가 있는 것을 안다. 8시 30분이 넘어서 잡히기에 승객이 가지고 간 줄 알았다.
택시 기사 같으면 그렇게 일찍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몇 분 간격에 위치를 계속 검색했더니 아파트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가 얼마 후 밖에서 위치가 잡혔다. 내 디바이스 찾기에서는 1분 동안 강제로 소리 나게 하고 비밀번호를 걸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전원을 마음대로 끌 수도 없게 할 수도 있다. 전화기에 비밀번호를 걸지 않았는데 원격으로 비밀번호를 걸 수가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화면의 변화가 생겨서인지 전화기 위치가 바뀌었다. 날씨가 따뜻한 날이라면 담배 피우려고 밖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그 순간 주차한 차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파출소에 전화했다. 위치추적을 하니 ○○동 아파트에 있는데 찾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게는 찾을 수가 없단다. 분실신고를 받으면 단순히 분실물 습득이 되면 돌려주는 것을 하는 것이지 그것을 수사해서 찾지는 않는다는 대답이다.
‘어쩌나, 3년간 사용했던 전화기는 내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데. 전화기기야 사면 되지만, 당장 내일 아침 출근 시 택시는 어떻게 부르나. 걱정이다. 목발을 집고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간다 해도 택시 잡기는 어려울 텐데.
야속하다. 누구든 발견하면 전화도 받고 적극적으로 돌려주려 하면 될 텐데. 수십 통의 전화는 아예 받지를 않는다. 내 전화기는 비밀번호도, 패턴도, 지문도 걸어놓지 않았는데. 가져간 사람은 몇 푼에 영혼을 팔아버리려 하나.
할 수 없다. 파출소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하니 내가 찾을 수밖에. 내일이면 전화기 배터리도 방전될 터이고. 밤 10시 넘어서 ○○동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다.
“늦은 밤에 상당히 죄송한데요. 제가 핸드폰을 택시 안에서 잃어버려 위치추적을 했더니 그 아파트 몇 동 앞에서 잡히는데요. 혹시 아파트 주차장 몇 동 앞에 ○○○○호 차량에 주차되어 있나 살펴보아 보실 수 있을까요?”
전화 받는 분의 목소리는 안정감이 있고 무언가 해결해 주려는 의지가 있는 목소리였다. 무언가 찾더니 “몇 동 몇 호 누구 차이네요. 제가 이따가 돌아보고 11시 넘어서 전화를 해드릴게요” 하였다.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났다.
플래시로 차 안을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 11시 반쯤 통화를 했다. 스마트폰을 찾았다고 했다. 내가 전화기가 없어 택시를 호출해서 찾으러 갈 수도 없고, 깁스한 다리로 무리였다. 12시면 일이 끝나니 자신이 갔다가 주겠다고 한다. 이미 택시 기사와 통화를 해서 전화기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전화를 걸어 스마트폰 이야기를 했더니 잡아떼길래 확인해보고 전화하는 거라고 했더니 “에이 오만 원은 받을 수 있는데” 하였단다. 경비아저씨는 내 아는 동생이니까 봐달라도 했단다.
당장 내일도 전화기를 써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며 집까지 가져다주겠다고 하였다. 승용차로 30분은 소요할 텐데 어두운 밤에다 초행길인데도 무릅쓰고 가져다준다고 했다. 염치는 없지만 그리해달라고 했다. 목소리 좋은 그분은 밤 12시 30분쯤 집 앞까지 와서 전달해 주었다. 목소리처럼 선한 얼굴이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택시 운전사가 오만 원에 영혼을 팔려고 했다. 돌려주어도 오만 원 정도는 사례금을 줄 텐데. 때로는 더 많은 사례금도 받을 수 있을 터인데. 사례금보다도 잃어버린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을 생각하면 저절로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할 텐데. 아예 돌려주겠다는 생각이 없다.
정확히 4일 후 퇴근 시간에 또 그 택시를 탔다. 뭐라 한마디 해줄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죄짓고는 못삽니다. 그 택시 기사는 내가 몰라보는 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