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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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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詩集/ 散文집 안내 스크랩 박동남 시집 ‘볼트와 너트’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311 15.03.20 04:29 댓글 18
게시글 본문내용

 

박동남 시인의 시집 ‘볼트와 너트’가 나왔다.

2008년 ‘다시올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그 동안 우리詩 동인으로 활약해 왔다.

 

이번 시집은 ‘우리詩 시인선 033’으로

도서출판 ‘움’에서 나왔는데

55편의 시를 모아 싣고

뒤에 이애정 시인의 해설을 덧붙였다.

 

몇 편을 뽑아

요즘 한창 피고 있는 산자고와 함께 올린다.

   

 

♧ 볼트와 너트 외 6편 - 박동남

 

그녀가 스타킹을 신는다

스타킹 속으로 표범의 야성이 가파른 바위 언덕을 내려간다

화장을 한다

립스틱을 바르는 입술에 여우의 간계가 스민다

옷을 입는다

공작이 날개를 편다

 

남자가 샤워한다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악어의 등이 보인다

강기슭으로 나온다

빗질하는 머리로 독수리가 날아든다

옷을 입는다

포효하는 밀림의 왕 위용이 드러난다

 

모방의 탈을 쓴 늑대와 여우

오랜만의 만남

그리고 포옹

준비해 두었던 필요 없는 문장들이 날아간다

백지 위에서 굶주렸던 키스

뱀처럼 날름대며 삼키려는 남자의 혀를 받아들이는 그녀의 입속에

장미꽃 잎들이 퍼진다. 향기로운 꿀맛

 

백지가 초원이 된다

두 마리의 야성이 군침을 흘리며 서로를 탐욕

 

전율하는 그녀

남자의 질주 본능은 얼룩말

그녀의 소유 본능은 동물을 삼키고 있는 아나콘다

절정을 향하는 두 물체가 흽쓸려 소용돌이치다

점령하고 점령당하기를 원하는 강함과 약함의 조화

낮은 폭력의 속삭임

신음

그대로 멈춘다

고정되다

   

 

♧ 황혼의 계절에

 

가을이 익는다

초록이 익는 계절은

차다

뜨겁다

극과 극이 대립한다

떫고 신 생각이 달게 숙성한다

밭이 익어가고 담장이 익고 텃밭이 익고 들판이 익는다

 

그 길은 어진 길

빛에 물들고 바람에 옷을 벗는다

서릿발이 호통 치는 넓어지는 길이다

사라지고 알몸만 남고, 씨만 남는 길이다

순환의 고리를 따라가는 길이다

 

그 길은

원색들이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이다

코스모스가 먼저 와서 몸 흔들며 웃다가

국화 향기에 취해

겨울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다

  

 

♧ 폭염특보

 

빛이 한반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그릇에 담긴 구름이

 

불볕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금방 물 먹은 스펀지가 된다

 

알몸으로 덤벼드는 빛에 살인은 잔인하다

밀짚모자에 감춘 양계장 주인의 눈물

밭에 나갔던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유가족

피골이 상접하다 갈라지고 먼지가 되는 땅

 

녹조는 물고기 떼 이동 경로처럼 빠르게 번져

어민들 한숨에 땅이 꺼진다

바람의 나라에서는 기별도 없다

짬도 모르고 밤낮을 항공기 데시벨로 구애하는 매미

개체 수만 늘다

 

저승사자가 돋보기를 들고 대기하므로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는 문밖출입을 삼갈 것

열기의 강도만큼 이제는

예고될 태풍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 자벌레

 

재는 일에 서툴렀다

고층으로 운반한 유리

풍경을 모두 담지 못해 걱정을 듣고

계단보다 난간이 짧아 땀을 흘렸다

 

세월을 재다가 익숙해진 길이

삐딱하고 거친 것 눈으로 잡아내고

산 같은 일도 그가 한 번 지나가면 해결되는

없어선 안 될 사람

 

손에 익은 기술이 기인을 낳았다

사물도 잎사귀도 나무도 땅도 모두

그 손안에 있다

바람의 감각처럼

나무를 구부리고 수직으로 펴고

잎사귀들을 휘고 펼쳐놓고

땅에 내려와 오므렸다가 평지로

우주도 단번에 산을 만들다가 편다

그는 디자인과 도형의 자벌레다

 

 

 

♧ 오독

 

연일 지루한 장마로

윗집 아랫집 사이 잘린 땅이

물먹은 스펀지처럼 물러지더니

없던 비석이 아랫집 노부부 안방을 덮쳤다

부부가 집을 비워 더 커질 화를 건너뛰었다

 

번짐이란

물, 불에 한정된다는 편견은 오독이다

잘린 땅 중간 부분에서 드러난 직사각형 안을 보는 순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머리카락이 쭈뼛 경악하며 뒤로 나자빠진다

실로 백 년만의 노출이다

영원히 보지 않아도 무방한 곳을

빛은 거리낌 없이 들락거린다

 

눈은 말을 만들고 말이 돌아 동네가 뒤집힌다

도형에 관심이 증폭 된다

 

사람은 본디 선이 지배적이므로 겁이 많다

낭만의 달이 공포를 부추긴다

드러난 관의 옆면으로 교교한 달빛을 받고 누운 망자

죽은 후에도 머리가 계속 자라 유골 전체를 덮고 있다가

등을 보이는 순간 그가 벌떡 일어나 목덜미를 잡으려고 팔을 뻗는다

달리는 나의 뒤통수가 서늘하다

  

 

♧ 푸른 물고기

 

총알처럼 빠르다

검은 승용차가 도로 난간을 부수고 튕겨 나가 추락

(우로 굽은 길입니다. 속도를 줄…)

고요한 강물이 느닷없이 뛰어드는 외부 힘을

순식간에 삼키는 바람에

강이 잠시 뱃속을 뒤집는다

시치미 떼는 강

유유히 제 갈 길을 간다

 

부서진 것은 사고의 흔적

발견은 단서의 밑거름이다

 

크레인 줄에 매달려 물을 게우며 올라오는 차량

추락이 길수록 가속이 가중되어 사고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을 차량의 상태에서 발견한다

 

운전석에 끼어 복어가 된 그는

부력이 차를 감당하여 떠오르기에는 역부족

그가 해부 되고 사인이 밝혀진다

술이 관성의 법칙을 이용하여 사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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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3.20 08:50

    첫댓글 박동남 시인님! 시집 "볼트와 너트"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재주꾼의 예지가 시 속에서 출렁입니다.
    세상 가득 시사랑의 세계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 15.03.20 10:09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
    봄과 함께 평안 하심과
    주옥같은 시편들
    기대합니다

  • 15.03.20 10:11

    박동남 선생님
    봄은 더디지만 눈물겹습니다.
    읽을수록 매력넘치는 선생님의 작품들
    한 편 한 편 소중하게 담아가겠습니다.
    감축드립니다.

  • 15.03.20 10:15

    고맙습니이애정 시인님
    시인님의 돋보이는 해설로
    큰 은혜를 입었네요 이 시인님의 걸작들 기대할께요

  • 15.03.20 10:57

    박동남 시인님!! 안녕하세요!!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따끈따근한 시집!!
    길이 따근따근하기를 바랍니다!!
    늘 건필하세요!!

  • 15.03.21 19:01

    감사합니다
    박 시인님 부족함이 많네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3.20 13:39

  • 15.03.23 07:25

    고생하셨습니다 시집발간 축하드립니다

  • 15.03.23 09:14

    좋은 시집, 그간의 세월에 값하여 소중하게 나왔군요.
    축하드립니다. 더 소중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 15.03.23 09:27

    박동남 시인님,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 15.03.23 18:43

    박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묶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이제 멋진 봄맞이 되시길 바랍니다.

  • 15.03.24 18:42

    박시인님 축하드립니다 좋은 봄날에 한 권의 책속에 묶인 시어들의 유영을 봅니다

  • 15.03.24 21:53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이 깃든 시
    시 읽는 동안 즐겁고 환했습니다.
    이애정 시인의 단백한 해설도 참 좋았습니다.

  • 15.03.27 11:19

    좋은 시를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볼트와 너트』 출간 기뻐요.

  • 15.03.28 23:04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15.03.31 00:44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 15.04.03 06:04

    댓글을 주신 시인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뒤늦게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넓은 이해를 구하며 가정마다 평안이 깃들기를 바라오며 걸작 많이 빚으시길 빕니다

  • 15.04.23 16:44

    볼트와 너트!
    영원한 수수께끼 음과 양을 천착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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