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세월도 청산에 뜬 먼지인가?
伽藍却是新羅舊(가람각시신라구) 절은 본래 신라의 옛 절
千佛皆從西竺來(천불개종서축래) 천불은 모두 서축에서 왔다네.
終古神人迷大隗(종고신인미대외) 옛적에 신인이 대외(도인)를 찾다 길을 잃었으나
至今福地似天台(지금복지사천태) 지금은 복된 땅 천태산과 같아라.
春陰欲雨鳥相語(춘음욕우조상어) 봄날은 흐려 비가 오려나, 새들이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노수무정풍자애) 늙은 나무 무정한데 바람은 절로 슬퍼구나.
萬事不堪供一笑(만사불감공일소) 만사는 한 번의 웃음거리도 못되니
靑山閱世只浮埃(청산열세지부애) 흘러간 세월도 청산에 뜬 먼지인가.
개성 송악산에 복령사라는 절이 있었다. 이 시는 복령사라는 제목으로 쓰진 박은(朴誾:1479~1504)의 시이다. 박은은 조선조 연산군 때의 시인이다. 어려서부터 천재적 재능이 있어 4살 때 책을 읽고 15살에 문장에 통달했다고 한다. 18세에 급제한 뒤 사가독서(賜暇讀書)에 뽑혔다. 사가독서란 조정에서 젊은 학자를 뽑아 휴가를 주어 고요한 곳에 머물며 책을 읽게 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그는 20살 때 유자광과 성준을 탄핵했다 파직을 당했다. 불우한 생애를 산 천재 시인이었다. 아내 신씨가 100일이 안된 막내아들을 남겨두고 돌아간 뒤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26세에 효수를 당했다. 이 시도 한시의 역사상 수작으로 꼽는 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