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달걀 후라이 주던 아들 왔다 갔수?”
어제는 방학을 하자마자 어머니를 찾아 갔다. 많이 외소해 지셨고 기운 없어 하신다. 늘 보던 엄마인데도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 어머니는 삼대독자 외아들을 두셨다. 옛날 어릴 때 할머니까지 합세하여 그 외아들을 마치 깨진 똥 단지 위하듯 하셨었다. (금이 간 깨진 똥 단지를 마구 대하면 사람이 피해를 보니 무척 조심했다는 뜻) 나와 여동생 둘이는 완전 둘러리였다. 달걀이 귀하던 어린아이 시절 아들에게만 몰래 달걀 후라이를 주시다가 가끔 우리 둘에게 들키신 적이 있어서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린 가끔 엄마를 놀린다.
“몰래 달걀 후라이 주던 아들 왔다 갔수?”
85세의 연세에도 혼자 똘방똘방하신 기억력으로 아직은 은행일도 보시고 관리비며, 반찬이며 빨래며 청소며 혼자 사시는걸 보면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이 들지만 얼마전부터 저러다 갑자기 어떻게 되실까봐 불안해 졌다. 누군가 모시고 봉양을 해야 할 연세에....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도 모르게 “몰래 달걀 후라이 주던 아들 왔다 갔수?” 하고 말았다. 셋이는 한참 웃었지만 마음 한구석 씁쓸했다.
내 여동생과 나는 어머니라 부르지 않는다 두 딸이 환갑이 거의 다 되었지만 아직도 엄마라 부른다. 20대 후반 어느 날 엄마는 성인 되었으니 ‘어머니’라 부르라는 지시를 하셨었다. 그 말씀을 듣고 ‘어머니’라 몇 번을 불러보았는데 어쩐지 계모 같다는 이유다. 친근하고 친자식 같고 가깝게 느껴지는 엄마로 부르기로 했다고 엄마께 통보를 한 후 우리 두 딸은 계속 지금까지도 “엄마, 엄마” 한다. 남들이 보면 좀 우습겠지만 그냥 그게 좋다. 모시고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겠노라 외출 준비하시라 했더니 귀찮다며 마지못해 일어나셨다. 원래의 모습은 외출을 하자시면 아픈 곳도 싸악 없어지고 생기가 나고 가라앉았던 목소리도 한톤이 높아지시던 어머니였었다.
나의 어머니는 혼자 사시는지 20년 되셨다 늘 건강하시고 즐겁게 시간을 요리하셨던 분이다. 김치며 된장 고추장을 담아서 직장 생활하는 딸을 주시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가끔 딸의 집에 오셔서 주무시고 갈일이 생기면 새벽에 일어나셔서 소리 없이 청소도 해 놓고 화분도 손질해 놓고 내가 일어나 보면 벌써 집으로 떠나시고 안 계셨다.
안부 전화를 드리면 한 톤을 높여 대답하셔서 꼭 젊은 언니 같았다.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을 해서 자식들을 오라고 하신다. 겨울이면 곰국이나 시원한 생태찌게를 해 놓으신다. 맛있는게 있으시면 따로 사는 자녀들을 불러 먹이고 싶으신 마음에서.. 웰빙 음식을 먹이고 싶으셔서 70대 중반까지도 그러셨다. 그러던 어느 날 부터인가 기운이 쪼달리셔서 김치를 못 담아 주신다. 물론 고추장 된장도 못 담아 주신다. 그래도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는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서울에 살지만 아들은 가산동. 큰딸은 마포, 작은딸은 이촌동, 엄마는 둔촌동 그야말로 사방에 흩어져서 서로 가다 오다 들리지 못하는 거리에 살고 있다. 큰딸인 나는 직장관계로 막히지 않는 시간을 찾아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 아침에 주로 찾아뵙는다. 일주일 분 생활용품과 반찬거리를 사다 드리는 게 고작이다. 둘째 딸은 낮에 찾아가서 드라이브 시켜드리고 맛있는 외식을 시켜드린다. 둘이는 외로우실 어머니를 번갈아 위로해 드리는 게 고작이다. 어제는 둘이 같이 갔다. 엄마랑 셋이 잘 뭉치는 편이다 가끔 동생딸과 나의 딸이 합세하면 다섯이 모일 때도 많다. 별명을 ‘독수리 5형제’라 짓고 그렇게도 잘 뭉치는 편이다.
방학이니 앞으로는 더 자주 뭉치자고 하면서 헤어지는데 다른 날 보다 더 걱정이 되었고 차가 안보일때 까지 서 계신 모습이 마음에 걸리어 남는다. 우리를 위해 돌봐 주며 사시던 이제 옛날의 그 엄마가 아니었다. 우리가 더 많~~~이 돌봐 드려야할 엄마였다.
|
IP Address : 203.238.29.224 |
첫댓글 지나간 게시판 정리하다보니 이런글이 있었나 ,하는 것들이 많았어.
윤영애의 글을 옮겨왔다.
어머니...
다시 목젖이 아파오네~~
초저녁부터 한 일도 없이 나가똥그라져 자고
낮인지 밤인지 모르고 일어나 보니 친구들의 소근대는 소리가 들리더이다.
말하자면 아름다운 천사들의 합창이렷다.
*2006년 어린이 합창단*
영샘이가 선두 지휘를 하니
현규, 태옥, 재은, 경숙, 기숙, 그 당시 새신부 윤옥,지금 새신부 복샘, 정숙, 짐의 아내 찬순,
이렇게 9명이 합창을하네,
에~고~나만 빠졌었네. ㅉㅉㅉ
제목 ㅡ어머니의 사랑ㅡ
나는 한밤중에 꿈을 꾸듯 눈물이 핑 돈다.
영샘!
왜 이다지도 사람의 눈물샘을 콕콕 찌르는거유?
재주 한번 놀라웁네!!!
카페지기!
그대의 수고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하리요.
진정 고맙수!!! 이 한마디 뿐이라오.
영애야~
난 오늘에야 네글을 보게 되었어.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고민 하는 세상살이야.
태옥아~
영애의 좋은글 읽게해주어
정말 고마와.
태옥아!
오래된글을 찾아 왔구나!!
날마다 바쁘면서도 카페지기 하느라 힘들지? 미안하고 고맙네..
난 요즘 바쁘기도 하지만
어깨랑 목이 불편해지려고 해서
컴앞에 잘 안 앉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엄마 벌써 93세 되셨단다..
물론 아직 혼자 계시고...
더 많이 늙으셨지...작아지시고..
매일 화장하고 향수 뿌리고 깔끔한 옷입고 성당 가시는데..
요즘은 수시로 못가는 날도 있으시대..
전철타고 우리집에 오시더니 작년부터는 못오시고..
에궁.. 가슴이 아리어온다..
이 복많은 여인, 영애. 태옥이.
그냥 부럽네. 내가 이담에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였다는
소리는 듣고 싶은데 할일없이 부딪치게 되네.
좋은 엄마................좋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