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12434 김미향
[줄거리요약]
『내 생애의 아이들』은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 여교사와 초등학교 어린이들 사이의 소박한 이야기들이 여섯 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다. 이 책은 주인공을 이름조차 명시돼있지 않은 18세의 젊은 여교사로 내세우며, 각각 여섯편의 이야기로 구성한다. 여섯 편의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빈센토, 클레르, 닐 , 드미트리오프, 앙드레, 메데릭 이라는 어린이로 내세웠다. 이 각각의 인물들은 어린 시절의 초상인 동시에 인간과 인생 전체의 초상이다. 이 소설은 젊은 여교사의 경험을 토대로 어린 빈센토와의 첫 만남에서 시작하여 성큼 커버린 메데릭과의 가슴 저린 헤어짐으로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인 젊은 여교사는 벤센토와 ‘성탄절의 아이’ 클레르를 통하여 첫 만남의 낯섦과 두려움 그리고 그에 따르는 그만큼의 기쁨과 애착을 경험한다. ‘종달새’ 닐과 드미트리오프를 통해서는 말이나 행동을 넘어서는 침묵의 공감, 인식과 예술의 힘을, ‘집 보는 아이’ 앙드레를 통해서는 성장의 고통과 동시에 고독 속에서의 용기와 자기 헌신을, ‘찬물 속의 송어’의 메데릭을 통해서는 사춘기 특유의 감각적 떨림,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힘과 고통을 경험한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낯선 세상에 내딛는 첫발이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다 많든 적든 처음 학교에 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맡은 이민자 출신 꼬맹이들 중 몇몇의 경우, 그에 더하여 학교에 오자마자 귀에 낯설기만 한 언어로 말하는 소리를 듣는 혼란스러움까지 맛보아야 했다.’에서 나타나듯 이 각각의 학생들은 이민자들의 다문화 집단이며 이 아이들에게 있어 학교는 귀에 익숙치 못한 낯선 언어, 이질적인 문화와의 두려운 접촉과 이해의 출발점이고, 또한 사랑과 인식의 출발점이며 거기서 교사와 각기 다른 아이들은 서로의 문자를 배우고 노래를 배우고, 각기 다른 존재의 것들에 대한 인식을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것을 배운다.
플랑드르 억양을 버리지 못한 로제 베르헤겐, 소용돌이처럼 이탈리아말로 어린 애정을 쏟아 부으며 ‘마늘과 라비올리와 감초 냄새’를 물씬 풍기는 빈센토, 약간 흐릿하고 쓸쓸한 상아색의 여린 빛으로 절어 있는 오래된 아일랜드산 손수건을 뒤늦은 선물로 들고 온 클레르, 폴란드 계 유태인 출신인 프티-루이, 이름부터 이국적인 니콜라이, 자기 어머니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닐, 프랑스 오베르뉴 출신의 꼬마들, 프랑스에서 가져온 ‘리넨 시트’를 꺼내어 선생님의 침상을 마련하는 앙드레, 인디언 혼혈인 메데릭 … 그들은 한결같이 가난을 향해 힘겹지만 때묻지 않은 웃음 짓는다. 우선 이들 각자는 서로에게 이방인들이다. 교사 역시 그들에게는 이방인이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학교에 오는 어린이들이 이질적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집단의 출신이라는 사실과 그들의 가난과 고단한 삶은 어린 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시련이며 인생의 크나큰 굴곡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시련과 고통, 그리고 그에 맞서는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오히려 그들이 성장하며 배우는 사랑과 각기 다른 존재에 대한 인식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가미된다. 이처럼 그들에게 학교는 단순한 배움의 자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대한 도전과 힘겨운 이해의 과정이다. 또한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자란 어린이들을 교사로서 가르쳐야했던 주인공에게도 다분히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교는 매우 다양한 삶의 경로를 체험하게 하는 성장소설의 장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 이해, 도전은 책을 펴보면 나오듯 당연한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기적이다.’ 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서평]
에필로그- 그런 말이 있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간접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
이 책을 통해 내가 만나게 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두고 싶다는 말로 서평을 시작할까한다.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 넘치게 하며 빠른 흐름으로 전개되는 소설을 바랬다면 이 책은 절대 금물이다. 단편 몇 개의 이야기들을 모아 구성된 형태이기에 거창한 스토리라인이 존재치 않는다. 있는 눈물 없는 눈물까지 억지로 흐르게 만드는 짜릿함도 없고, 어떻게 보면 지독히 밋밋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70년대 쓰여진 글은 2000년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 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모두가 가난하고 하루하루를 살기도 힘겨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그러하듯, 사회, 문화는 다르지만 이 책 역시도 오늘날 젊은이들의 공감대를 쉽게 끌어낼만한 책은 아닌 듯싶다.
이 책은 작가의 지난 시절 속에 영원히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이들의 모습이다. 막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만났던 아이들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저자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서로 다른 모습과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많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가난한 삶을 살고 있으며,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흥미보다는 두려움이나 낯설음의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제 3세계로부터 막 이민 와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도 있고, 사회의 주류로 이야기할 순 없는 이들이다. 어쩌면 이 점에서 저자 역시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캐나다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이다. 그 공간 안에서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이미 주류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닐지 싶다-아이들의 학교에서의 생활 역시도 그러하다. 자신을 버리고 가지 말아달라고 처절하게 울던 빈센토의 모습은 모범생만을 바라는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모든 선생님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드미트리오프 집안의 아이들 역시도 학교나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없느니만 못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사랑을 열망하고 있는 듯 했다. 스승의 날, 좋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생님에게 선물만은 꼭 해야 된다며 부모를 조르는 아이들에게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이들의 그러한 모습은 학생과 선생님 간에 상호신뢰, 존경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남들보다 늘 뒤떨어지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관심과 기대가 주어졌을 때 그 모든 것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몰라보게 달라지는 수업태도 속에서 아이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교사라는 직업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괴로운 직업일지도 모르겠다. 생애의 순간 순간 속에서 수없이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 안에서 영혼은 끊임없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1년이라는 한정된 짧은 시간 속에서 사랑을 베품과 동시에 예견된 헤어짐을 준비해야 된다는 사실, 어른의 문턱에 조금씩 다가가며 고달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도 교사의 몫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반복되는 속에서도 자신을 스쳐간 수많은 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을 거쳐간 모든 이들을 ‘내 생애의 아이들’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아마 그녀는 행복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