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9년 5월 20일 발자크가 출생했다. 발자크가 자작 소설 대부분을 엮어 펴낸 《인간 희극》 총서는 19세기 프랑스의 사회사로 평가된다. 그 중 대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고리오 영감〉과 〈골짜기의 백합〉일 듯하다.
발자크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다. 사정상 자신보다 32세나 연상 남자와 결혼했던 발자크의 어머니는 신생아 아들을 유모에게 떠맡겨 키웠고, 8세 때 기숙학교에 입학시키고는 6년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불행한 기혼녀’는 그 이후 발자크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골짜기의 백합〉의 펠릭스도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래서 그런가, 펠릭스는 처음 참석한 무도회에서 낯선 귀부인에게 매혹되고, 자신도 모르는 마음에 끌려 그녀에게 키스를 한다. 귀부인 앙리에트가 크게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음은 사건의 당연한 흐름이다.
펠릭스는 앙리에트 부인을 찾아 세상을 헤맨다.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소설의 두 사람은 당연히 만나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을 기록하면 역사가 되고,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적으면 문학이 된다.”고 했듯이 말이다.
괴팍한 성격의 남편 때문에 불행한 삶을 이어오던 앙리에트 부인은 펠릭스의 진정한 사랑에 봄눈처럼 마음이 녹는다. 하지만 종교적 정조 관념이 강한 앙리에트는 정신적으로 사랑하고 사회적으로 후원하는 데에는 모든 정성을 쏟으면서도 펠릭스를 몸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펠릭스는 관능미 넘치는 여성에 빠져 엇길을 헤맨다. 본래 펠릭스에게 다른 여자를 사귀라고 했던 앙리에트이지만, 막상 속마음은 질투로 가득 차 돌이킬 수 없는 병을 얻는다. 앙리에트는 “당신에 대한 추억 속에 영원한 백합처럼 살고 싶었다”면서 자신의 사랑이 솔직하지 못했음을 토로하고 죽는다.
발자크는 프랑스 루아르 강 중류 투렌에서 태어났다. 펠릭스는 소설에서 “내가 투렌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들이 고향을 사랑하듯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예술을 사랑하듯이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펠릭스는 또 말한다. “약혼한 여자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자연이 보고 싶으면 어느 봄날 투렌으로 와 보시라. 피맺힌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거든 어느 늦가을 다시 한 번 투렌에 와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