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년 잡지말고 오는 년 반갑게 맞이하자였던가.
가는 신묘년을 사라봉 8자코스에서 보냈다.
신묘년을 보내는 사라봉에 새 기운이 감돌고 있는 듯 상서롭다.
새벽 5시반에 맞춘 알람시계 때문에 차바퀴에 땀이 나도록 달려도 새벽6시 제시간에 맞추기 어렵다.
사라봉과 신제주 신시가지는 그야말로 끝에서 끝. 서울같으면 엎드리면 코 닿을 곳이라고 하겠지만.
차를 세우고 뛰듯 빠른 걸음으로 사라봉 시계탑에 이르니 벌써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강명옥 가브리엘, 이진희 모니카, 강지호 필립로, 이상국 가밀로, 용재식 요한,
김재호 요셉, 강복열 안젤라, 박상열 율리안나와 아들, 김종배 미카엘,
그리고 동광 예비자 강영철(마르코). 모두 11명.
강영철은 이미 풀코스를 3시간30분에 주파하는 달리기제주인클럽의 실력꾼이다. 내년 성모승천대축일에 세례를 받는다.
용재식 훈련부장의 인도로 간단히 몸을 풀고 사라봉과 별도봉 8자코스 3랩 도전에 나섰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한 해를 달리기로 보낼 수 있는 건강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첫 발을 내딛는다.
몇년젼 동마 두번때 도전을 위해 이 코스를 거의 매주 찾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무려 5랩을 뛰었다. 3랩 후에는 파워젤을 까먹으면서 달렸다.
그래선지 동마 첫도전 때에 4시간54분이었던 기록을 일년만에 무려 1시간이나 단축시켜 3시간50분으로 골인했다.
당시 같이 뛴 동료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다음해에 3시간45분으로 들어와 꿈에 그리던 보스턴에 가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2년여를 쉬어버렸다.
그러다가 제주가톨릭마라톤동호회를 창립하고~.
아직도 주위는 캄캄하다.
돌부리에 넘어질까봐 머리를 들 수 없다.
옆에서 같이 뛰는 이 모니카의 호흡이 아주 순조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호흡하기가 이전보다 매우 좋아졌다고
먼저 말을 건넨다. 이 모니카를 동마와 춘마에 꼭 보내고 싶은 게 개인적인 희망이다.
그래야 우리 제주가마동이 살기 때문이다. 아니, 이 모니카의 개인에게도 더이상의 영광이 없을 것이며
그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고 싶다.
첫 관문인 사라봉 언덕을 오르면서 이진희 모니카는 뒤로 쳐진다. 할 수 없다.
3랩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갈 수 밖에 없다.
산지등대를 돌자 찬 이슬을 머금은 하늬바람이 얼굴을 거쳐 온 몸을 휘감고 돌아 나간다.
8자코스는 언덕이 많아 조금만 달리면 땀이 철철 넘쳐 흐른다. 그래서 반타이즈를 입었다.
한겨울에 반타이즈라니... 산책객들은 모두 두툼한 옷으로 중무장하고 있는터인데도...
이 추운 겨을에... 우리보고 미쳤다고 할까?
기분이 좋다.
이대로라면 4랩 정도도 무난할 것 같다. 그래도 오늘 회원들끼리 같이 뛰는 훈련이라서 3랩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고
위안한다. 강 가브리엘과 강 필립보가 곁에서 거침없이 달린다. 실력들이 부쩍 늘었다.
뛰는 품새와 호흡을 보면 동마 완주는 무난할 듯 싶다.
용재식 요한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먼저 갔다.
그리고 김재호 요셉과 강복열 안젤라로 먼저 갔다.
이 가밀로도 먼저 갔다. 먼저 왔으니 먼저 간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멈출 수 없었다.
동마 완주의 그 큰 기쁨을 어찌 놓칠 수 있으랴.
2랩 완주후 사라봉의 정기가 담긴 약수로 목을 축이고 화장실에 들른 다음 다시 달린다.
"처음으로 사라봉 8자코스를 3랩 완주하게 된다"는 가브리엘의 말과
"지난 2개월동안 훈련다운 훈련을 못했는데 오늘 모처럼 뛰고 있다" 는 강 필립보의 예기를 들으면서
오늘 목표한 3랩을 향해 달린다.
사라봉을 돌자 동광 예비자 강영철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합류한다.
강영철씨는 내가 달리기제주인클럽에 있을 때 잘 알고 있는 사이여서 일행에게 소개했다.
강영철씨는 한때 체중이 너무 나가 뛰지 못하다가 독한 마음을 먹고 체중을 뺀 후 풀코스를 3시반만에 완주한
이력의 소유자다.
사라봉 8자코스의 마의 코스는 별도봉에 있다. 별도봉 진입로를 거쳐 오현고 체육관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언덕은 계속 이어져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멈출 것 같은 심장과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를 안고 뛰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주님의 십자가 고통과 같다는 생각을 먹고 뛰면 좋다.
마라톤은 고통을 먹고 사는 운동이다. 고통을 즐기며 달리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계탑 도착지점을 불과 10여미터를 남겨두고 나오는
애기무덤을 지나면 층수가 불과 5~6개 밖에 안 되는 계단이 나온다.
이 짧은 계단이 왜 이렇게 힘든지...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 정도면 숨도 안 쉬고 단숨에 오를 수 있는 거리인데도 가장 숨이 가쁘다.
드디어 도착.
모두가 완주의 환호를 지른다.
이 모니카와 박 율리안나가 2랩을 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사라봉 8자 훈련 때에는 4랩을 도전하기로 했다.
주님, 올 한해 건강하게 달릴 수 있는 몸을 허락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언제나 미사를 통해 성체를 거양한 다음에
"아버지 앞에 나와 봉사하게 하심에 감사드리나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건강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지 못하고 있나이다.
새해 임진년에도 주님께 드리는 감사를 항상 잊지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그 감사를 다른 모든 이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주소서.
주님, 내년에도 우리 가마동 회원 모두에게 당신의 사랑과 평화의 자비를
베푸시어 제 마음 구석에 아직도 남아있는 미움과 질투, 오만과 분열의 마음에서
해방되게 해주소서.
이 모든 것 성모님과 함께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첫댓글 아주 좋았습니다. 흑룡의 해 1월중에 한번 더 뛰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만 ---
덕분에 멋있는 일출광경 찰각하여 사진방에 올렸습니다. ㅋ
멈출 것 같은 심장과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를 안고 뛰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주님의 십자가 고통과 같다는 생각을 먹고 뛰면 좋다.
마라톤은 고통을 먹고 사는 운동이다.
주님, 내년에도 우리 가마동 회원 모두에게 당신의 사람과 평화의 자비를
베푸시어 제 마음 구석에 아직도 남아있는 미움과 질투, 오만과 분열의 마음에서
해방되게 해주소서.(회장님 윗글에서..)
주님
나도 미카엘회장고치룩 경 허여 줍서.
아멘.
사라봉 랩에 참여 못해서 보석으로 달려봅니다 ^^
새해훈련부터 착실히 동마에 준비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