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서울에서 제주까지 릴레이 도보 여행 중 처음으로 1박 2일을 걷는 차례였습니다. 다행히 모악산 도립공원 내에 모악산 유스호스텔에 예약이 되어 힘들여 걷고, 귀경해야 하는 노고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금요일 선배들과 함께 기쁜 소식을 공유하는 술자리가 있어 늦게 귀가해서 다음 날의 채비도 해 놓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니 6시 30분이 넘었습니다. "이런 ......." 깃발역할을 해야하는 터에 지각이라니, 남부시외버스 터미널 7시 50분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아무리 교통편을 조합해 보아도 아깝게 놓치는 예상만 됩니다. 할 수 없어 Plan B를 가동해야 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전주행 고속을 타고 앞질러 일행을 기다리는 계획 말입니다. 지난 번 공주에서 출발하는 때에도 그런 전력이 있는 지라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시는 분에게 전화해 두었습니다. "한 잔 걸치셨군~" 힐난이 묻어 있는 통화를 하고 나서 동서울에서 8시 출발하는 전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시간여유가 있어, 아침도 사먹을 수 있었습니다.
전주에 도착해서 늘 일행의 선두 역할을 하시는 잉크님과 만날 지점을 상의해 추천대교에서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그곳으로 향하니 전주천을 가로지르는 큰 도로였습니다. 楸川이니 개오동나무나 호두나무가 많이 자라는 냇물인 모양입니다. 시간이 남아 다리 주변을 살펴보니 1960년 문을 연 돼지족발집이 옹팡집이란 별칭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맛집이란 느낌을 주었습니다. 발을 혹사하게 되니 족발을 먹으면 발에 힘이 오를거라는 개똥의학의 믿음으로 그 집을 덜컥 점심자리로 정했습니다. 불볕더위에 콩국수를 노래부르는 걷는 일행들의 바램을 정면으로 배신하고 매콤한 족발구이를 점심메뉴로 정해 버린거죠.
혹사할 발을 위해 배불리 돼지족발을 배에 장착한 일행들은 전주천을 거슬러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삼천교에서 모악산도립공원으로 향하는 차도를 따라 걸었는데, 모악산 들머리에 구비진 차도를 걸을 때에는 길을 걷는 일행도, 차를 몰고 맞은 편으로 달리는 차도 깜짝깜짝 놀라 신경이 여간 쓰이지 않았습니다. 모악산도립공원에 도착하자 마자 차도를 걷는 피곤함에 대해 한마디 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보여행 중에서 차와 길을 공유하기에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차도를 걸을 때에는 열을 지어 마주 오는 차에 미리 사람이 걷고 있다는 신호를 주고 받아야겠습니다.
모악산은 793.5m, 母岳이란 이름이 뜻하는 바처럼 전라도에서는 어머니와 같이 친근하고 숭상받는 산이라 합니다. 금광이 있어 金山이라고도 불렸다는 산 아래에는 金山寺가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전 날의 피로를 씻어줄 콩나물해장국을 파는 김제회관에 아침식사를 주문해 놓고 일행들은 금산사에 나들이 했습니다. 국보가 있는 금산사는 모악산 자락에 있어 그러한 지 어머니 같은 푸근함이 깊어 배어 있는 고찰이었습니다. 국보로 지정된 미륵전은 아래 사진과는 달리 앞쪽까지 보수공사하느라 펜스가 처져 있어 아름다운 자태를 다 보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윤곽을 보는 것만으로 감격이었습니다. 금산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 미륵전 옆에 부도탑에 부처의 사리가 모셔진 듯 합니다. 양산 통도사에서 본 것처럼 부도탑을 모신 곁에 적멸보궁에서는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부처진신사리부도탑을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을 내어 두었습니다. 금산사는 현세에 부처의 질서를 이루자는 미륵신앙의 총본산이라 일컬어집니다. 무릇 중생들의 미륵신앙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정읍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금평저수지 가에는 증산도가 태동한 총본산이 있었습니다. 김제, 만경평야에는 고된 노동을 통해 민초들이 깨친 바 미륵 용화세계를 현실화 하고자던 선지자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기도 합니다. 정읍으로 넘어가던 길가 동학농민군의 선봉장 김개남 장군의 묘소를 알리는 고동색 팻말이 보입니다. 태인군 고부로 넘어가는 길, 동학군의 최대승전지인 황토현으로 넘어가는 길 붉은 황토가 눈에 뜨이기도 합니다. 스무살, 대학 1학년 때 이곳 황토현을 걸어 넘어가기도 하고, 고부 혁명아 전봉준 장군의 생가에서 잠을 청하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그때도 비가 추적추적내리던 습한 날이었는데, 생가 뒷동산에 텐트를 치고 자던 하룻밤은 지금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길을 걷는 순간마다 시간은 과거가 되고 그 시간들이 쌓여 역사가 됩니다. 역사는 아쉬움을 염두에 두고 있는 후세에게 늘 슬픈 것으로 여겨질 경향이 있는 것, 만경평야, 김제평야를 가로 질러 정읍사의 고향, 풍족한 땅 정읍에 이르러 풍성함에 어울리지 않는 비감에 놓여지는 것은 밝혀지지 않는 동학농민군의 횃불을 바라보기에 그런 탓만은 아닐 겁니다. 이틀 간 50km가 넘는 먼 길을 비 맞으며 습하고 더운 날씨에 정면대결하며 함께 걸은 길벗들은 보다나은님, 인생은 즐거워님, 겡끼유끼님, 잉크님, 불계님, 버디송님, 다함께님, 해오름터님, smilelee님이었습니다. 다음 길은 전라남도로 넘어가는 여정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깃발 잡고 준비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늘 고생하시며 봉사하느라 수고하십니다 !!
개인적으로 2일 연속 도보 달성하여 기쁘고요
다른 분들과 1박하며 많은걸 배운 기분 ~~
인생은 즐거워님 다함께님 같이 걸어서 너무 기뻣고요 감사한 마음 늘 간직할께요~~~주~~ㄱ
일취월장하시는 버디송님의 걸음에 못 따라가겠습니다`~^^
담부턴 좀 천천히 가주셔요~~
ㅎㅎ 길위의 영양학은 계속 됩니다 쭈욱~~^^즐거웠습니다~~^^
습하고 더운날이었지만....
울 님들과 함께한 도보길은 열정과 시원함이 함께한 길이었습니다
하하호호 웃음소리의 여운이 다음길까지도 이어지겠죠~~
먹여도보.. 길위의 영양학 홧팅 !!! ㅎ
부럽기만한 걸음입니다.
냉줴 모다가 돌낍니다.
당선생님을비롯!모두수고하셨읍니다!모두즐겁고행복하셨기를...ㅎ 조금빡세긴하지요?
조금 빡센게 아니고 많이 빡세요!!
장기릴레이도보는 목요도보가 아니예요!!
즐건도보 안전도보 주말의 여유로움을 기대합니다~~~ㅇ
버디송님의 인내력에 속으로 깜짝 놀람니더^^
꽁지인줄 알앗는데 60키로도 거뜬하시공....
이틀연속의 끈기잇으씬 걸음..
제가 뒤꽁지는 계속됨니더^^
당췌..함께 일수가 없어요~ㅠ`
으앙! 겁나서 못가겠당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