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심심하다며 톡을 했던 사람 그는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난 그럼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자고 했다.
어제 그를 만났다. 11시 30분경에 만나서 저녁 5시 30분쯤에 헤어졌으니 약 6시간의 만남 이었다.
시간은 내가 제한을 준 것이다. 그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자유인이다 늘 그의 모습은 그랬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가까운 울진을 다녀오긴 내가 제시한 시간 안에선 무리한 일정 이다.
점심은 묵과 오징어 불고기가 먹고 싶다는 그를 위해 바보형제를 가서 쭈꾸미세트를 먹었다.
쭈구미와 묵이 나오므로 난 좋은것 같았지만 그의 반응은 오징어가 아니라는 얘길했다.
난 해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므로 쭈꾸미와 오징어와 낚지의 맛을 잘 모르다.
그냥 이 부류는 비슷한 맛일 뿐이다. 그래도 좀 신경 쓰인다.
이왕 맞춰줄려고 나온 걸음인데 어찌 첫 코스부터 삐걱인다.
울진은 포기하고 물을 만날수 있는 곳을 몇군데 떠올렸지만 모두 그냥 패스 시킨다.
무척 까다롭다. 성격도 입맛도 그러면서 늘 쿨한게 군다. 얘기할 건 다하면서 그런 그의 성격을 알기에
스트레스 받진 않지만 나도 내가 의문이다.
이런 만남을 나는 왜 하는 걸까? 스스로도 의아해한다.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동안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여자다. 술과 담배를 즐기는 그러면서도 당당한, 난 그런 사람을 특별히 싫어하진 않는다.
그런데 그는 남자들과 자연스럽게 식당에 합석을 한채로 맞담배를 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나의 정서적 감정은 거부감이었다.
이해는 하지만 그런 행동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것이 나와 그의 성격이 나눠지는 부분이리라.
나도 술을 좋아하고 분위기를 즐긴다.
그러나 담배는 할 줄 모르지만 하는 여성을 이상하게 생각진 않는다.
이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갭이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그를 은근히 밀어냈고 탐탐찮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많이 아프다는 소식은 나를 동요하게 했나보다.
어제는 그가 나더러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죠 한다.
난 그렇다고 했다. 이것도 우리의 이런 어정쩡한 만남에 한 몫 한것이다.
뭔가 해줘야할것같고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함께 안동엘 가서 검은사제 영화를 봤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얘기치못한 변수가많다.
영화도 갑자기 보고싶다는 그를 위해 흔쾌히 동행한 시간이다.
그런데 영화가 상영되더니 곧 화면에 이상이 생겼다.
사람들이 항의 하고 담당자가 와서 사과를 하고 곧 다시 시작한 영화는 재미있었다.
그와의 시낙ㄴ을 함께하면서 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견디는 것에 익숙해 지길 바랬다.
그의 소소한 행동들은 나를 자극하고 움츠러 들게 하고 자꾸 선을 긋게 한다.
옷차림은 어딜가고 본인이 편하면 그만이고 신발은 슬리퍼가 외출용으로도 쓰이는것이 당연한 여성이다.
식사를할땐 음식물이 자주 흘러 내리고 근방에 마구 튀기도하는 아이처럼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나면 밥상 앞에서 손가락으로 잇몸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기인 같은 사람이다.
나는 비위가 약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같은 컵을 사용한다던가 하는것을 꺼린다.
그와 만나면서 그런 나만의 고초가 있다. 이것도 나의 욕심임을 인정한다.
그런데 적당히 그가 기분 상하지 않게 하는것이 이젠 많이 능숙해진 듯 하다.
나의 시간에 그가 들어올 땐 조그만 파장이 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몸이 많이 유연해졌음을 느낀다.
이런 시간을 통하여 나를 다듬어가게 되는것 같다.
이런 경험도 경이롭다. 이젠 그에게 궁금한 게 많아졌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지금껏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 였냐고 자식과 관련된것 빼고~
그랬더니 그의 20대가 술술 풀려 나왔다.
난 또 하나의 삶을 마주한 하루였다. 아마도 이런것들이 나에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하는 시간 말이다.
눈이 날린다. 내 가슴에도 눈 꽃이 내리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삶을 좀 더 들여다 보고 공유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더 많이 쌓아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