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놀러 가서도 책을 볼 정도예요. 그런데 독서록 쓰는 건 싫어합니다.” 엄마 박혜진(35·경기도 광명시)씨가 딸 문수인(경기도 광문초 1)양의 독서습관을 걱정해 열려라 공부팀 앞으로 보내온 편지 글이다.
책은 ‘좋아’, 독서록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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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은 독서 후 다양한 활동으로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다. 문수인 양이 책 내용을 따라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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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도 2~3시간씩 앉아 책을 읽곤 했다. 100쪽이 넘는 책도 한 시간이면 충분히 읽는다. 독서 능력을 살펴보니 ‘집중력이 좋고, 깊이 읽기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구몬교육연구소 이순동 소장은 “초등 3~4학년 정도의 독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낯선 어휘가 나오면 바로 의미를 물어볼 정도로 의사표현도 명확했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대응에 따라 독서 발달 가능성이 크다.
엄마가 걱정하는 독서록을 점검해봤다. 대부분 한 장을 가득 채웠다. 이 소장은 “1학년인데 글의 전개가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독서록 쓰기를 싫어하는 걸까. 박씨는 곰곰이 생각하다 수인이의 독서록을 볼 때마다 “글씨가 예쁘지 않다”고 나무랐던 것을 기억해냈다. 수인이는 엄마나 선생님이 본다는 생각에 애써 또박또박 쓰고, 어법에도 신경을 쓴다. 한 장을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독서록 쓰기가 싫어진 것이다.
간단한 기록만으로 충분해
이 소장은 “수인이처럼 독서량이 많고 이해력이 풍부한 아이들은 굳이 독서 후 활동을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독서 후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낫다. 책을 읽은 후 제목, 주인공 이름, 읽은 날짜, 간단한 느낌만 기록하도록 한다. 더 하고 싶어하면 부모가 다양한 활동을 제시하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끔 한다. 예컨대 만들기를 좋아하면 책 속 등장 인물의 소품을 만들어본다.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는 책에 나오는 재료를 똑같이 준비해 엄마와 만들어봐도 좋다. 책을 읽고, 활동하고, 일기 소재까지 돼 일석삼조다.
경희대 이가령(평생교육원) 교수는 “초등 저학년은 책을 읽었다 해도 글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럴 때는 책 내용을 몇 장면으로 나눠 생각하고 각 장면에서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고르게 한다. 그 단어를 넣어 글짓기를 하는 것. 짧은 글짓기를 이으면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또 주인공을 중심으로 써 보는 것도 좋다. 이 교수는 “처음과 마지막에 주인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내용을 써볼 것”을 당부했다.
“쓸 말이 없다”며 독서록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경우 부모가 함께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쓸 거리’가 많아진다. 예컨대 『몽실언니』를 읽고 “엄마는 이 장면에서 너무 불쌍했어. 넌 어떤 장면에서 슬펐어?”라고 물으며 전쟁 상황에 대한 생각을 나눠볼 수 있다. 2~3줄 쓰던 독서록이 자연히 10줄 이상으로 늘어난다.
저학년 창의성 계발, 고학년 보상 고려
이 소장은 “초등 저학년이라면 독서록을 잘 쓰겠다는 욕심보다 창의성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글만 쓰는 것보다 그림이나 만화를 그려 넣게 한다. 규격화된 독서록 노트보다는 스케치북을 활용한다. 여러 번 읽은 책은 재밌는 부분을 과감히 오려 붙여 ‘내 책’을 만드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새 국어 교과서에서도 책을 통해 창작 작업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 손경자(시인)씨는 “저학년은 독서록에 등장인물의 성격을 기준으로 줄거리, 생각과 느낌을 쓰면 좋다”고 조언했다.
고학년은 세밀한 인물 분석과 인물 유형, 사건을 비교해 보게 한다. 손씨는 “내용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는 데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문학작품은 대여섯 줄로 요약하고, 과학·환경동화는 알게 된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문 형식의 독서록을 쓰는 게 좋다. 전래·창작 동화는 인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중심으로 쓴다.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는 ‘보상’ 개념도 고려해볼 만하다. 독서록을 쓴 권 수에 따라 용돈을 주는 방법도 있다. 엄마가 직접 만든 상품권으로 좋아하는 책, 가지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해도 된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