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1997년 서바이버 시리즈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요약본을 보신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우리 나라에도 풀버전 번역판이 필요할 것 같아서 작업에 임했습니다. 이 칼럼은 브렛 하트의 입장에서 씌어진 것으로 빈스 맥마한에 대해 대단히 적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으며, 100퍼센트 진실은 아닐 수도 있음에 유의해 주십시오. 언제나 최종 판단은 여러분들 자신에게 달려 있는 법입니다. 이 칼럼의 원제에 들어간 Double Cross라는 어구는 "져 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이김, 배반"의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편의상 배반이라고 해석하겠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현대 프로레슬링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로 회자될 것이다. 20년이나 30년 뒤에도, - 유명한 레슬러가 다른 프로모션으로 옮긴 것이나, 유명한 레슬러가 사망한 것이나, 레슬링계에서 어떤 대단한 기록이 세워진 것 등 다른 모든 것들 이상으로 - 이 경기를 생방송으로 지켜본 사람에게는 그 장면이 영원히 시야에 남아 있을 것이며, 얘기만 들은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전설처럼 기억될 것이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이 경기의 마지막 장면은 수만 명에 의해 말 그대로 수백만 번이나 비디오로 반복 재생될 것이다.
실제로 이 경기의 마지막 몇 초 간 벌어진 일들은 1년 전부터 이미 그 싹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수백만 달러짜리 화려한 기업(이것은 WWF를 지칭한다 - 옮긴이 주)보다도 그 뒤에 있는 비열한 사기꾼(이것은 WWF 오너인 빈스 맥마한을 지칭한다 - 옮긴이 주)의 실체에 주목하게 한다.
1996년 10월 20일
브렛 하트는 캐나다 산 호세에 있는 호텔방에 앉아 있었다. 몇 시간 안에 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는 평소 WCW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WWF에 남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WWF와 WCW 양측 모두의 계약 제안이 있은 뒤 지난 2주간 그의 마음은 몇 차례나 바뀌었다. 브렛 하트의 주변 사람들은 WCW로의 이적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며, 몇 년 후 레슬링을 은퇴한 뒤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에도 WCW로 옮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WWF 오너인 빈스 맥마한은 그 라이벌인 WCW와의 공개적인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브렛 하트에게 저 유명한 "20년 계약"을 제안했다. 약 3년간 브렛 하트를 레슬러로 뛰게 하고, 그가 은퇴하고 나면 나머지 17년 동안 WWF의 각본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임원으로 활약하게 하며, 레슬러로 활약하는 3년간은 약 150만 달러의 연봉을, 그 뒤 17년간은 그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금액의 연봉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WWF가 제안한 연봉은 WCW가 제안한 것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브렛은 WWF에 대해 지니고 있던 어떤 충성심 때문에 빈스 맥마한과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관심은 연봉보다도 "히트 맨" 캐릭터의 과거와 미래에 있었고, 빈스 맥마한은 그 캐릭터는 향후 몇 년간 WWF의 선역 선수로, 또한 영웅으로 남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브렛 하트는 WWF와 계약을 체결했다.
1997년 3월 10일
선역으로서의 "히트 맨" 캐릭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빈스 맥마한이 그 캐릭터를 악역으로 돌변시키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브렛 하트는 처음에는 이에 반발했지만, 팬들이 수년간 지속된 그의 선역 캐릭터에 식상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3일 뒤 빈스 맥마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떻든 이후 브렛은 악역으로서 활동하는 것에 보다 흥미를 느꼈고, 맥마한과 함께 "반미" 갈등관계를 주축으로 하는 각본을 연출한 뒤에는 미국에서는 악역, 캐나다와 유럽에서는 영웅으로 활약하게 된다.
9월 8일
빈스 맥마한은 브렛과 만나 계약에 관한 심각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약 3개월 전, 맥마한은 브렛에게 WWF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연봉 지급을 약간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맥마한은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게 된다. 브렛 하트의 연봉에서 주당 3만 달러를, 즉 절반 이상을 삭감할 뿐 아니라, 지금 지급하지 못하는 나머지 연봉은 나중에 WWF의 재정상황이 호전되면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브렛 하트는 나중에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험을 고려해 빈스의 이 제안을 거절했다.
9월 22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WWF의 주간 프로그램인 러(Raw)를 녹화하던 날, 맥마한은 브렛에게 "WWF는 계약 내용을 준수할 수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계약을 불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놀란 브렛에게 맥마한은 WCW로 가서 그쪽과 계약을 체결해 보라고 말했다. 브렛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WCW로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WWF에 있었던 상황은 모든 간수와 죄수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독방에 갖혀 있는 죄수의 상황과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간수와 죄수들도 모르고, 또 가장 좋은 독방을 가질 수도 없는 다른 수용소로 가라고요? WWF에서 오랫동안 일한 뒤에 이런 제안을 받고 나니 정말로 기분이 상하더군요."
그 대신 맥마한은 브렛의 계약서에 브렛의 캐릭터에 관한 "이성적이고도 창조적인 통제"를 브렛 자신이 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는 데 동의했다. 이것은 "히트 맨"이 WWF 말기에 있어서 비이성적인 수모(예컨대 각본 전개상 계속 지기만 한다거나 계속 모욕만 당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옮긴이 주)를 당하지 않도록 브렛 자신에게 통제력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10월 11일
브렛 하트와 션 마이클즈의 개인적인 악감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링 안에서 마이크를 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이미 각본의 수준을 넘은 경우도 많았다. 어느 인터뷰에서 션 마이클즈가 "브렛 하트는 서니(Sunny)와 어떤 로맨틱한 관계에 있다"고 각본에도 없는 얘기를 한 뒤, 그 둘은 탈의실에서 치고 박고 싸우기도 했다. 얼마 뒤 그들은 화해했고, 인터뷰에서 서로의 가족을 모욕하는 얘기는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바로 그 1주일 뒤, 션 마이클즈는 인터뷰에서 "스튜 하트(브렛 하트의 아버지로 전 레슬러 - 옮긴이 주)는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캘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신체와 두뇌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브렛 하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레슬러인 브라이언 필맨이 사망했을 때, 빈스 맥마한은 죽은 필맨의 아내와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게 했는데 이 인터뷰조차도 각본 스토리라인의 일부로 사용했다. 브렛과 그의 가족들은 WWF가 필맨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분노하여 더 이상 러(Raw)를 시청하지 않았다. 또 WWF가 갈수록 성인지향적인 요소를 각본에 추가한 새로운 "방향"도 레슬링 팬인 네 아들이 있는 브렛 하트의 가족이 러를 시청하지 않은 이유였다. 이 때문에 브렛은 션 마이클즈가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을 몰랐었고, 나중에 동생인 오웬 하트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는 마이클즈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10월 24일
나소 콜로세움에서 있었던 경기 이전에, 빈스 맥마한은 브렛에게 WWF의 재정 상태가 바뀌어 계약을 이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브렛은 맥마한에게 "WCW가 심각하게 계약을 제안한 것도 아니고, 나 자신부터가 WCW로 옮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대답했다. 맥마한은 브렛에게 오만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고, 브렛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브렛 하트는 WWF에 남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브렛은 계약 조항에서 규정된 바에 따라, WCW로 옮기려는 경우 1주일 뒤인 11월1일 자정까지 WWF의 빈스 맥마한에게 이를 통지해야 한다.
10월 31일
브렛 하트는 예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했는데, 이는 WCW 프로모터인 에릭 비쇼프가 1주일 간 아무와도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 브렛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빈스 맥마한과 에릭 비쇼프간의 감정 대립은 브렛 하트와 션 마이클즈조차도 친구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거세었다. 이적 결정을 내릴 경우 맥마한에게 통지해야 하는 시간이 단 하루 남은 이때, WCW의 에릭 비쇼프는 엄청난 제안을 한다. WCW는 브렛에게 3백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할 것이며, WWF와의 계약에서 브렛 하트가 일해야 하는 일수의 절반에 불과한 125일만 일하는 것으로 계약 내용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브렛 하트는 비쇼프의 이 제안을 수락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으나, 이것은 WCW에 브렛을 데려올 수도 있다는 희망의 암시를 주었다.
11월 1일
이제 자정까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브렛 하트는 맥마한에게 전화를 걸어 WCW의 제안을 받은 것을 밝히고, 돈은 더 원하지 않으니 다만 향후 2년간 그가 WWF에서 맡게 될 역할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브렛 하트는 그의 주된 관심사가 "히트 맨" 캐릭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맥마한은 잠시 생각해보고 한 시간 뒤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맥마한이 전화를 걸기 전에 에릭 비쇼프가 다시 브렛에게 전화를 걸어 브렛을 설득했다. 4시간 뒤 맥마한은 브렛에게 전화를 걸어, 그와 브렛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인간적인 관계를 고려해 브렛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맥마한은 자신이 브렛 하트를 슈퍼스타로 만들었으며, 자신은 브렛 하트가 WWF에 남기를 바라고 브렛을 믿는다고 언급하고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되면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 말했다.
대화 도중 맥마한은 브렛 하트가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세계 타이틀을 잃은 뒤 나중에 스프링필드에서 이를 되찾는다는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브렛은 이렇게 말한다. "빈스 맥마한이 션 마이클즈에게 최고의 악역 역할을 맡긴 것까지는 좋은데, 각본 전개상 그를 바로 선역으로 돌리려 하는 것은 너무 빠른 일이었습니다." 1년 전의 계약 협상과 마찬가지로 협상은 전화선을 통해 이루어졌고 브렛은 역시 자정까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오후 7시, 비쇼프가 다시 전화를 걸어 브렛에 따르면 "거절하면 바보인" 계약을 제시했다. 그 때 브렛은 만감이 교차되었다. 브렛은 WCW로 이적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WWF측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괜찮은 시나리오를 제공해 주기를 바랬다. 오후 9시, 맥마한이 다시 전화를 걸어 그 동안 한 말을 완전히 뒤엎고는 WCW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브렛은 빈스 맥마한에게 "내 마음은 WWF와 함께 있으며 WWF를 떠나는 것이 매우 슬프다"고 말하면서 맥마한과 WWF가 그 동안 자신에게 해 주었던 모든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빈스 맥마한은 브렛에게 그를 다시 선역 선수로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2-3개월 전부터 브렛을 선역으로 돌리려 했지만 그 때까지 실현되지는 못했다. 빈스 맥마한은 브렛 하트에게 - 브렛이 WWF에 남을 것을 설득하기 위해, 그러나 실제로는 브렛이 WCW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 최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4번 지고 겨우 1번 이기는 시나리오를 들은 브렛은 결국 WWF측에 공식적으로 이적 의사를 통지하고 WCW가 보낸 계약서에 서명했다. 11월 9일에 PPV로 열리는 WWF 서바이버 시리즈를 망치지 않기 위해 그 어느 쪽도 이 계약 내용을 11월 10일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11월 2일
브렛 하트와 빈스 맥마한은 아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맥마한은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션 마이클즈가 브렛을 누르고 WWF 세계 타이틀을 획득하는 각본을 다시 제시했다. 그리고 션 마이클즈가 아주 비열한 속임수를 사용해서 승리하게 하고, 바로 그 다음 날에 열리는 러(Raw)의 인터뷰에서 브렛 하트가 그 대가로 션 마이클즈에게 펀치를 날리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맥마한은 이 모든 것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션 마이클즈에게 진짜로 강펀치를 날려도 좋다고까지 말했다. 브렛 하트는 이 각본을 거절했다. 그는 경기에서 패해 타이틀을 내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9일 일요일의 서바이버 시리즈에서나 10일 월요일의 러(Raw)에서 패하는 것을 거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9일과 10일의 경기가 각각 캐나다의 몬트리올과 오타와에서 열리는만큼, 캐나다에서 패하는 것은 자신의 캐나다 팬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의 "히트 맨" 캐릭터의 파괴라는 것이다. 그는 오는 11월 15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는 션 마이클즈에게 패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빈스 맥마한은 브렛이 각본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브렛은 계약서에 명시된대로 "이성적이고도 창조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 뿐이라고 답했으나, 맥마한은 몬트리올에서의 패배를 거부하는 것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1월 4일
브렛이 WCW와 계약했다는 사실은 업저버(Observer)와 터치(Torch) 핫라인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 대응으로 WWF 캐나다 지부는 이 보도를 전면 부인하는 회견을 가졌고, 이는 단지 WCW가 유포한 선전 공세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 몇 시간 뒤 코네티컷의 타이탄 스포츠(WWF 소속 회사 - 옮긴이 주)는 브렛 하트가 단지 모든 선택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는데, 1주일 뒤에 있는 PPV를 보호하기 위한 발표인 듯한 인상을 주었을 뿐이었다. 브렛 하트는 그 누구에게도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11월 5일
인터넷에 떠돌던 내용들은 캘거리 선(Calgary Sun) 지, 토론토 선(Toronto Sun) 지를 통해 보도되었다. 몬트리올 가제트(Montreal Gazette) 지에서는 스티브 어스틴에 대한 PPV 미리보기 코너에서 브렛의 이적에 대해 단 한 줄 언급했을 뿐인데, 놀랍게도 이 한 줄의 보도 때문에 신문사에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빈스 맥마한은 브렛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브렛이 WCW로 옮긴다는 뉴스는 이미 만천하에 퍼져버렸다. 따라서 브렛은 11월 10일 이전에 타이틀을 넘겨주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WCW의 에릭 비쇼프가 11월 10일 나이트로(Nitro)에서 WCW는 WWF 세계 챔피언과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할 것이다. 맥마한의 이 말에 대해 브렛은 비쇼프에게 계약 발표를 유보해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때 비쇼프는 와이어밍으로 사냥 여행을 떠난 상태였고 브렛은 그와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브렛은 어떻든 발표를 연기하게 하겠다고 맥마한과 약속했다. 그리고 11월11일 이후 언제든지 타이틀을 내어 주겠다고 말했다.
11월 7일
인터넷은 브렛 하트의 이적에 대한 무성한 뉴스들을 내놓았고, 프로레슬링에 관한 온라인 서비스의 놀라운 힘은 이 때에 완벽하게 입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브렛의 이적은 브렛 하트와 션 마이클즈의 각본결정 영향력 싸움에서 브렛이 패했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인터넷의 보도들도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은 빈스 맥마한이 사실은 결코 제안하고 싶지 않았던 1년 전의 계약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브렛 하트가 WWF를 떠난다는 리포트들이 퍼지자, 다른 경로로 레슬링에 대한 지식을 알 수 없는 어린 애들이나 방문하는 사이트인 WWF 공식 홈페이지는 갑자기 방문자 수가 폭증했다. 그러나 WWF 공식 홈페이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없었고, 이는 레슬링계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팬들을 실망시켰을 뿐 아니라 레슬링 팬들을 격분시켰다. 결국 빈스 맥마한은 그가 직접 쓴 다음과 같은 내용을 WWF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저는 지난 며칠간 인터넷을 통해 브렛 하트가 다른 옵션을 택한 이유에 대한 몇몇 리포트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WWF 오너로서 제가 이 자리를 통해 분명한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리포트에 따르면 브렛 하트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WWF의 "방향"에 대한 그의 우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WWF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각각의 개인들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때마다 저는 상당히 난처한 위치에 처하게 됩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시대에 있어서, 우리 WWF는 선역 혹은 악역의 구분에 따라 관중들을 우롱하는 일을 중단한 지 오래입니다. 올해 1997년에 WWF에서 활약한 선수들 중 저 사람은 선역이다, 저 사람은 악역이다 하고 분명하게 판정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됩니까? WWF 선수들이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이며 활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WWF 프로그램은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현실에 기반한 상품을, 흑백으로 구분된 영역이 아닌 회색의 그늘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내가 읽은 리포트 중에서는 브렛이 WWF 프로그램의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는 언어와,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는 제스쳐,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는 섹슈얼리티(sexuality),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는 인종 문제 등에 대해 브렛이 우려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요? 이 모든 것들은 모든 사람들이 매일매일 일상을 통해 겪어야만 하는 일들입니다. 또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브렛 하트는 욕설을 포함하거나 신을 함부로 언급하는 언행을 중단하라고 이미 수 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다는 것입니다. 또 브렛 하트는 공격적일 수 있는 손동작(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것 - 옮긴이 주)을 중단하라고도 경고를 받았습니다. 제 요점은 이렇습니다. 브렛 하트가 그의 결정을 내린 것은 일부 리포트가 보도하는 것과는 달리 션 마이클즈와의 WWF 방향성 대립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WWF의 방향은 결코 션 마이클즈나 브렛 하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들, 즉 WWF 팬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보다 정교한 스토리를 원하고, 바로 여러분들이 지적(知的)인 자극을 원하며, 바로 여러분들이 애티튜드(Attitude)가 담긴 상품을 원하지 않습니까? WWF의 오너로서 저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브렛 하트와 션 마이클즈 사이의 감정대립을 나는 부인하는 바입니다. WWF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책임은 브렛 하트도, 션 마이클즈도, 또한 저 빈스 맥마한에게도 없으며 단지 WWF에 있을 뿐입니다. 부디 더 기량이 우수한 선수가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승리하기를!"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팬들이 인종차별 갈등관계를 주축으로 하는 각본을 통해 지적인 자극을 얻기를 원한단 말인가? 팬들이 그러한 방향을 선택했단 말인가? 션 마이클즈가 텔레비전에서 팬티를 내리고 방방 뛰는 것을 보여달라고 팬들이 요구했단 말인가?
몬트리올 서바이버 시리즈가 열리기 이틀 전, 토론토에서 열린 경기에서 팬들은 지금 무대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브렛은 이적하지 말라", "브렛이 가는 곳에 우리도 간다"라는 플랭카드도 있었지만, "브렛, 당신은 팔렸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브렛이 프로레슬러로 활약한 것이 21년이고 또 레슬링계에 몸담은 것은 그보다도 훨씬 더 되었지만, 조국에서의 이런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분명히 그에게 들려 왔다.
11월 8일
디트로이트의 코보 아레나에서 WWF 하우스 쇼가 열렸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브렛이 WWF 소속 선수로서 미국에서 가진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다양한 경로로 션 마이클즈가 내일 배반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997년이고 여기는 WWF이다. 그와 같은 배신은 정말로 궁핍하고 질 나쁜 사람들이 레슬러로 활약했던 1920년대에나 있었던 일이다. 그런 배신이 발생하는 경우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로우 세스(Lou Thesz)가 세계 챔피언이 된 것도 이미 30년 전의 일이다. 이 날 브렛 하트는 그가 믿을 수 있는 WWF 공식 심판인 얼 헤브너(Earl Hebner)를 찾아 갔다. 브렛과 헤브너는 레슬링 비지니스 안에서도 친한 동료였지만, 사적으로도 수년간 친한 친구로서 지냈다. 브렛은 "나는 링 안에 내가 믿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일 션 마이클즈와의 경기에서 당신이 심판을 맡게끔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헤브너는 자신도 현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내 아이들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당신을 배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시간 뒤에, 브렛은 이 대화 내용을 회상하고는 더 깊은 실망을 느껴야 했다.
이와 거의 비슷한 시간에 몬트리올에서는 WWF 고위임원 모임이 있었다. 어느 호텔에서 빈스 맥마한은 짐 로스, 짐 코넷, 팻 패터슨 등의 임원들 외에 션 마이클즈까지 불러 회의를 열었다. 리포트에 따르면 위에 언급한 사람들 중 최소한 2명은 회의가 끝나 방을 나오면서 대단히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짐 로스는 WWF 900 라인을 통해 "브렛 하트와 션 마이클즈 사이의 감정 대립이 너무 심하여 경기장 주변에는 보안 요원들이 배치될 것이고, 이들 둘은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따로 탈의실을 마련해 옷을 갈이입게끔 하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것은 각본에 불과했는데, 실제로 다음 날 브렛 하트와 션 마이클즈는 함께 옷을 갈아입었으며 프로로서 경기 내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던 것이다. 짐 로스는 또 "빈스 맥마한은 평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아나운서 석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고, 백스테이지에서 진행 상황을 총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짐 로스는 서바이버 시리즈에서의 이 경기가 WWF에서의 브렛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물론 브렛 하트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11월 9일: 경기 이전
최근 몇 년동안 이토록 관심과 흥분을 불러일으킨 경기로서 끝난 것 같지도 않게 경기가 끝난 경우가 있었던가?
빈스 맥마한과 브렛 하트는 오후에 만났다. 맥마한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브렛에게 물었고, 브렛은 "나는 서바이버 시리즈가 열리는 이 건물에서 떠나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브렛은 "오늘의 경기는 누군가의 자격상실로 그냥 끝내고, 내일 러(Raw)에서 내가 당신에게 타이틀을 반납하도록 해 달라"고 말하면서, "이미 내가 WWF를 떠난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고, 내일 러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브렛이 말한 "진실"에는 WWF의 재정상황이라거나 계약사항, 경기의 각본에 대한 논쟁 등 빈스 맥마한과 WWF에게 불이익이 될지도 모르는 모든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빈스 맥마한은 브렛의 이 의견에 동의했고, 이들 둘은 악수를 나누었다.
브렛 하트와 션 마이클즈는 경기에 앞서 함께 옷을 갈아 입었다. 그들 둘은 WWF에서 브렛의 마지막 경기가 될 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벨이 울리기도 전에 엉겨붙어 싸우되, 경기 시작 후 약 17분만에 자격상실로 경기를 종료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때 WWF 임원인 팻 패터슨이 들어왔다. 그는 경기에 "펄스 피니쉬"(false finish)를 집어 넣자고 제안했다. 경기 도중 어느 한 선수와 심판이 충돌해 심판은 쓰러진다. 이후 션 마이클즈가 브렛 하트에게 샤프슈터를 시도하는데, 브렛이 이를 뒤집어 이번에는 션이 샤프슈터에 묶여버린다. 션 마이클즈는 바닥을 쾅쾅 치면서 항복 의사를 표시하지만 쓰러진 심판은 이를 보지 못한다. 브렛 하트는 샤프슈터를 풀고 심판 얼 헤브너에게 다가가 어서 정신을 차리라고 한다. 그리고 브렛 하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션 마이클즈가 피니쉬인 스윗 친 뮤직을 명중시킨 뒤 커버에 들어간다. 이 순간 제2심판인 마이크 시오타(Mike Ciota)가 링으로 달려나와 카운트를 센다. 그 마이크 시오타의 몇 발자국 뒤를 오웬 하트와 데이비 보이 스미스가 - 혹은 오웬 하트, 데이비 보이 스미스, 그리고 짐 나이드하트가 - 따라 달려 나오는데, 시오타가 카운트 1, 2를 세었을 때 오웬 하트 - 혹은 오웬이 아니더라도 링에 가장 먼저 접근하는 선수 - 가 시오타를 끌어내려 카운트를 무산시킨다. 그들이 "브렛을 살렸군"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에는 얼 헤브너가 회복해 카운트를 센다. 이 때 브렛은 카운트 2에서 벗어난다. 이 "펄스 피니쉬"를 집어넣을 시간은 경기 종료 약 5분 전으로 한다.
서바이버 시리즈가 열리기 전에 베이더와 데이비 보이 스미스는 브렛에게 조심하라고 충고했다. 바닥에 눕혀지거나 그에게 불리한 기술에 걸려드는 것도 위험하다면서, 커버에 들어갈 때마다 카운트 2가 아닌 카운트 1에서 벗어나고 어떠한 형태의 섭미션 홀드에도 걸려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브렛은 링 안에는 그가 믿을 수 있는 심판인 얼 헤브너가 있는 만큼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11월 9일: 경기 시작
레슬링 팬들 뿐 아니라 WWF 내부 선수들도 이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브렛이 패할 것인가, 아니면 션 마이클즈가 패할 것인가? 서바이버 시리즈가 열린 건물은 2만명 이상의 팬들로 발붙일 곳이 없었다. 그들은 그 때까지 별 재미도 없는 서바이버 시리즈의 경기들을 관람하며 마지막 메인이벤트를 기다렸다. 관객의 10 내지 20퍼센트는 브렛이 WWF를 떠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은 브렛의 결정에 대한 야유나 WWF에 대한 야유가 섞인 플랭카드를 들고 있었다.
빈스 맥마한이 아나운서석에 합류하지 않은 것만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WWF의 연례행사에 WWF 세계 챔피언 브렛 하트의 인터뷰가 없었던 것이 더 이상했다. 메인 이벤트에서 브렛 하트가 소개되었을 때 캐나다 팬들은 환호했지만, 그가 WCW와 계약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팬들 중 일부는 "우-"하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브렛에 이어 션 마이클즈가 등장했다. 그는 코를 벌름거리더니 캐나다 국기의 한쪽 모서리로 코를 후벼 팠다. 그 뒤에는 캐나다 국기를 바닥에 깔아놓더니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브렛 하트는 이 경기에서는 선역 선수로 연기했다.
이들 둘은 경기를 시작했다. 링사이드는 물론 관중석으로까지 자리를 옮겨 치고 박고 싸웠다. 캐나다 팬들은 너무나 흥분한 상태여서 그들이 션 마이클즈를 공격할 위험까지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약정된대로 그들은 선수들이 등장하는 장소에서도 치고 박고 싸우면서 계획대로 팻 패터슨을 때려 눕히기도 했고, 역시 계획대로 경기 후 브렛이 맥마한을 가격하는 각본을 이끌어내기 위해 브렛과 맥마한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어떻든 모든 것은 100퍼센트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되었으며, 유일한 관심거리는 이것이 얼마나 좋은 경기가 될 것인가와 어떻게 그들이 경기를 끝낼 것인가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링 주위에는 왜 이리 많은 임원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빈스 맥마한은 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상황에서 거기에 서 있었단 말인가? 경기가 끝나기로 "예정"된 때로부터 약 8분 전, 백스테이지의 브루스 프리차드는 헤드폰에 대고 경비 요원이 더 필요하다고 소리쳤다. 이미 브렛과 션은 관중석에서 싸웠다가 다시 링으로 되돌아가 싸우고 있는데, 도대체 경비 요원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경비 요원은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싸울 때 관중의 과도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혹은 관중들이 링으로 달려나오는 것을 막는 임무를 지닌다. - 옮긴이 주) 더구나 이 경기는 자격상실로 끝나기로 약정되어 있어서 (팬들이 이성을 잃고 달려나올 위험이 없어 - 옮긴이) 경비 요원은 불필요하며, 그것도 경기가 끝나려면 몇 분이나 남아 있지 않은가?
11월 9일: 배반
브렛 하트는 2단 로프로 올라가 션 마이클즈를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브렛이 뛰어내리는 순간, 션 마이클즈는 심판 얼 헤브너를 끌어당겨서 브렛이 얼 헤브너를 덮치게 했다. 이는 모두 각본상 예정된 것이었다. 션 마이클즈는 잠시 맥마한을 바라보더니 예정된 대로 브렛 하트를 샤프슈터로 묶었다. 이 다음서부터가 진짜 이야기이다. 백스테이지의 디렉터로부터 달려나가라는 지시를 헤드폰으로 기다리고 있던 제2심판 시오타는, 바로 그 디렉터가 얼 헤브너에게 이제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이 말을 들은 헤브너는 즉시 일어났다. 시오타는 각본상 헤브너가 지금 일어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고는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각본상 시오타를 따라 달려나가게 되어 있는 오웬 하트와 데이비 보이 스미스 역시 얼 헤브너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당황해 했다. 브루스 프리차드 역시 "지금 헤브너가 일어나면 안 되잖아"라면서 흥분해 했다. 브렛 하트는 아직까지도 이런 이상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고 여전히 션 마이클즈의 샤프슈터에 묶여 있었다. 브렛의 허리를 강하게 꺾고 있던 션 마이클즈는 헤브너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나중에 테이프로 이 장면을 다시 돌려본 몇몇 레슬러들은 션 마이클즈 역시 작당에 참여했다는 증거로 이것을 제시하곤 하지만, 이후 그는 브렛이 그 샤프슈터를 반대로 돌려 반격하게끔 다리를 약간 풀어주었다.
바로 그 때, 심판 얼 헤브너는 타임키퍼를 바라보더니 벨을 울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타임키퍼 옆에 앉아 있던 빈스 맥마한은 타임키퍼를 어깨로 탁 치더니 "빌어먹을 벨을 울리란 말이야!"라고 소리쳤다.
벨이 울리는 바로 그 순간, 브렛은 샤프슈터에서 벗어났고 그 바람에 션 마이클즈는 얼굴을 바닥에 부딪혔다. 즉시 션 마이클즈의 음악이 울려 퍼졌고, "승자이자 새 WWF 챔피언은 션 마이클즈"라는 링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 헤브너는 즉시 링을 빠져나가 탈의실과 탈의실을 통해 달려나가더니, 이미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되어 그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몸을 싣고 호텔로 도망갔다. 그리고 러(Raw)에서 다시 심판을 보는 대신 집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다리가 서로 묶여 있던 션 마이클즈와 브렛 하트는 둘다 미친듯이 보였다. 그들은 빈스 맥마한을 저주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브렛 하트는 빈스 맥마한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카메라는 즉시 브렛 하트로부터 션 마이클즈로 옮겨 갔다. 빈스는 션에게 세계 타이틀 벨트를 들고 어서 꺼지라고 소리쳤다. 화난 것처럼 보이는 션 마이클즈는 WWF 임원인 브리스코로부터 경기장을 빠져나가라는 명령을 다시 받고 퇴장했다. 브리스코는 션에게 "벨트를 높이 들어보이면서 퇴장하라고!"라고 말한 뒤 다시 링사이드로 되돌아왔다. 서바이버 시리즈는 예정보다 4분 일찍 방송이 끊겼다. 카메라는 브렛 하트를 비추지 않았다. 브렛은 당황과 실망, 분노와 혼돈을 드러낸 채 여전히 링에 앉아 있었다.
11월 9일: 경기 후
임원들은 즉시 링을 빠져나갔다. 맥마한과 팻 패터슨을 비롯한 몇몇 임원들은 건물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화가 난 채 아직도 링에 남아 있던 브렛은 텔레비전 모니터와 카메라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 때 오웬 하트와 데이비 보이 스미스, 그리고 짐 나이드하트가 링으로 들어와 그를 진정시켰다. 화난 네 명은 링 안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브렛은 마이크를 들고 관중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뒤 그의 "아이 러브 유" 사인을 보이고는 링의 네 코너 모두에서 공중에 손가락으로 WCW라고 썼다. 관중들의 환호를 뒤로 한 채 그들은 탈의실로 되돌아왔다.
먼저 브렛 하트는 션 마이클즈를 만났다. 션 마이클즈는 자신은 이 일과는 무관하다고 맹세했다. 브렛 하트가 정말로 그를 때릴지도 모른다고 겁을 낸 션 마이클즈는 브렛에게 "이번 일은 절대로 내 잘못이 아니며, 나 역시 브렛만큼이나 경기 결과에 대해 화가 난 상태"라고 강변했다. 또 션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세계 타이틀 벨트를 얻고 싶지 않으며, 지금 벌어진 상황은 정말로 역겨울 뿐이다. 그 증거로 나는 내일 있을 러(Raw)에서 타이틀 벨트를 들고 나가지도, 브렛 하트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브렛 하트는 내일 러를 보면 션 당신이 이 작당에 참여했는지 아닌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탈의실에 있던 모든 선수들은 경기 결과에 대해 흥분한 상태였다. WWF에서 자그마치 14년을 일하고, 경기에도 꼬박꼬박 출전하고, 또 빈스 맥마한에게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여 준 브렛 하트가 이렇게 배반을 당한다면, 앞으로 선수들은 어떻게 빈스 맥마한의 언행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선수들은 역시 믿을 놈은 한 명도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레슬러로 뛴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고 수근거렸다.
3년 전 선수들의 약물 문제로 법정에 선 이후 빈스 맥마한은 과거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더 이상 다른 모든 레슬링 프로모터들을 레슬링 비지니스 밖으로 내쫓은, 그리고 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입하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프로 레슬링을 팔아 먹은, 그리고 지금까지의 레슬링 역사를 모두 없애버리고 자신이 직접 만든 역사만 남기려 하는, 그리고 하바드에서 MBA를 받고 수십억 달러짜리 기업인 WWF를 경영하는, 그리고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레슬매니아를 창조해 낸 천재"라는 상을 스스로에게 수여한, 그리고 한 때 프로레슬링의 모든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런 과거의 빈스 맥마한이 아니었다. 그 대신 맥마한은 초라하게 시작해서 돈많은 지역레슬링 프로모터들과 싸워, 몸뚱아리와 자신의 비전만을 가지고 프로레슬링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그리고 레슬링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 올린, 노동자들의 영웅으로서의 빈스 맥마한으로서 활동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그는 (WCW를 인수한 - 옮긴이) 테드 터너(Ted Turner)라는 억만장자와 싸우는 사람이다.
3년간 그는 외관상으로 프로레슬링 팬의 신세대를 열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가 되어서야 그를 잘 모르던 팬들은 그의 실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화가 난 언더테이커가 빈스 맥마한의 방을 세차게 두들겼다. 언더테이커는 "빈스 맥마한 당신은 반드시 브렛 하트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스 맥마한은 탈의실로 갔다. 브렛 하트는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브렛 하트는 그와 상종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으나, 빈스 맥마한은 아들인 셰인 맥마한, 임원인 슬러터와 브리스코와 함께 탈의실로 들어왔다. 맥마한은 브렛에게 사과했다. "어쩔 수가 없었소. 브렛 하트 당신이 타이틀 벨트를 내주지도 않고 WCW로 가는 상황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소. 그리고 내일 WCW의 에릭 비쇼프가 "WWF 챔피언으로서 어제 숙적과의 방어전도 성공적으로 마친 브렛 하트가 WCW로 올 것"이라고 발표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소. 만일 에릭 비쇼프가 그렇게 발표한다면 이건 WWF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오."
브렛 하트는 자신은 분명히 WCW로 옮기기 전에 타이틀 벨트를 내주겠다고 했다면서, "지금부터 나는 젖은 몸을 닦고 옷을 입을 것인데, 그 때까지 나가지 않으면 당신을 때려 눕혀 버리겠다"고 말했다. 브렛은 맥마한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면서 "14년간 당신을 위해 일했고 14년을 통틀어 출전 요구에 단 두차례만 빠졌을 뿐인데, 그에 대한 대가가 겨우 이것이냐"고 말했다.
맥마한은 "그 14년 동안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냐"고 답했지만, 브렛은 "당신은 올해 1년동안만 15번이나 거짓말을 했다"고 응수했다. 탈의실에 있던 선수들은 브렛 하트가 이토록 언성을 높이고 빈스 맥마한이 대꾸도 못하는 상황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브렛은 옷을 입었고 두 차례나 맥마한에게 여길 나가라고 말했다. 결국 브렛은 맥마한에게 펀치를 먹이기 위해 일어났고 마치 레슬링 경기에서처럼 다른 선수들이 이들 둘을 잡았다. 브렛은 이들을 밀치고 맥마한의 턱에 강펀치를 먹였다. 맥마한은 40초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맥마한은 마치 일어나고 싶은데 다리가 없는 사람처럼 으르렁거렸다.
셰인 맥마한이 브렛을 향해 달려갔으나 데이비 보이 스미스가 뒤에서 셰인을 잡았다. 무릎 보호대를 풀고 있었던 스미스는 이 과정에서 셰인을 잡고 넘어지는 바람에 부상이 악화되었다. 브렛은 거의 손이 부러질 지경이었다. 맥마한의 턱도 골절되었거나 부러졌을 것이다.
브렛은 "내가 당신한테 벌어다 준 돈이 얼마인데 나를 속이려 했느냐"고 말했고, 빈스는 그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브렛은 셰인 맥마한과 브리스코에게 "이 빌어먹을 자식"을 데리고 나가라고 말하면서, 만일 그들도 자신의 얘기를 듣지 않을 경우 그들에게도 빈스에게 해 주었던 것과 똑같이 펀치를 날리겠다고 했다. 그들이 빈스 맥마한을 들고 나가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실수로 맥마한의 무릎을 밟아 맥마한은 무릎도 다쳤다.
이날 밤 레슬링계에서는 전화가 거의 불통되었다. 레슬링계에 몸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야 말로 이토록 대흥행을 했으니 사상 최고의 각본 아니었는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음 날 아침, 모든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현대 프로레슬링 역사상 최대의 배반이었다는 것을.
첫댓글 저런일이 !!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대단한 사건이었던...
역사상 아니 다시 있어서도 안되는 사건이었죠.. 브렛의 분노.. 근데 그 당시 그걸 보면 저것도 각본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 후 부터 하트가에는 이상하리 만큼 모든일이 안풀렸죠 오웬의 죽음 최근의 데이비보이의 죽음 브렛의 뇌진탕 브렛 아버지의 죽음
다시한번 브렛의 레슬링 컴백을 진심으로 바라는 팬으로서 wwe가 아니라도 nwa 에서라도 브렛의 캠백을 보고싶네요 레슬러가 아니라 임원으로 라도... 그의 레슬링을 보면서 레슬링에 빠져들었는데 너무 아까운 선수인거 같아요..
너무 길어서무슨뜻인지...ㅠ 솔직히 레슬링 본지 1년이 거의 다되가는데도.. 더블크로스사건은 잘 이해가 안가요;;
저역시 80년대부터 브렛의 레슬링을 보면서 레슬링에 빠지게 됐는데 임원으로라도 브렛의 모습을 보고 싶네요.. 락과 오스틴의 대립보다도.. 가장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정말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하구요..